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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역면

역면의 비밀1

루나는 언니가 안개 지역을 다녀온 뒤로 조금 달라졌음을 느꼈다. 알파는 여전히 말수가 적었지만, 무심한 동공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얽혀 있는 듯 보였다. 마치 무언가가 채워진 듯했지만, 또 한편으론 무언가가 영원히 사라진 것만 같았다.

역면의 비밀2

다시 한번 프리즘 광장을 찾아온 집행 부대는 곳곳에 널브러진 침식체 잔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밀한 조사 끝에 발견된 것은 오토바이 바퀴 자국 하나뿐이었고, 프리즘 광장에는 오랫동안 침식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역면의 비밀3

알파는 프리즘 광장의 폐허에서 낡은 베이스를 가져온 적이 있다. 연주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잃었지만, 베이스를 고치거나 새 것을 마련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거처에 내버려 두었다.

역면의 비밀4

한번 루나와 "퍼니싱이 없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알파는 갑작스럽게 밴드를 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다. 루나는 그 뜻밖의 질문에 놀랐지만, 언니가 자신도 잘 의식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알아챘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

역면의 비밀5

유선 이어폰을 한쪽만 끼는 것은 꽤 오래된 습관인 듯하다.

역면의 비밀6

승격자의 거처 근처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에는 알파가 가꾼 민들레밭도 있다. 씨앗이 무르익은 날, 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민들레밭에 앉아 바람에 실려 "여정"을 떠나는 민들레 씨앗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역면의 비밀7

안개 지역에서 돌아온 뒤로 처음으로 먼 길을 다녀온 알파는 낡은 동화책을 몇 권 가져왔다. 루나는 그 책들 속에 어릴 적 어머니가 언니에게 들려줬던 이야기와 언니가 어린 자신에게 들려줬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책들은 지금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지만, 알파는 좀처럼 펼쳐보지 않았다.

역면의 비밀8

고양이를 돌보는 솜씨가 많이 늘었지만, 최근 세 마리가 모두 살이 찌기 시작했다. 사료를 직접 만들어 먹이자 회색 고양이와 흰 고양이는 금세 살이 빠졌지만, 치즈 고양이는 여전히 통통했다. 알고 보니 회색 고양이의 밥을 몰래 훔쳐 먹고 있었던 것이었다.

역면의 비밀9

한번 여행 중 버려진 천체관에 오래 머무른 적이 있는데, 그곳의 가상 현실 영사기를 수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부품을 모았다고 한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그저 지구가 ‘떠오르는’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역면의 비밀10

인간 문명의 수많은 역사 유적에 흥미를 느껴, 우주 도시, 대서양의 눈, 영점 에너지 원자로 등 세계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

역면의 비밀11

오랫동안 생일을 제대로 챙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안개 지역에서 돌아온 후의 첫 생일은 뜻밖에도 루나와 함께 보내게 되었고, 심지어 라미아와 롤랑까지 함께하게 되었다. 그날 루나는 언니의 눈에서 어릴 적에 봤던, 살짝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마음을 읽어냈다.

역면의 비밀12

평소에는 시원시원한 성격이지만, 반지에 관해서는 한참 고민했다. 시중의 디자인을 몇 번이고 살펴봤지만, 결국 직접 디자인을 그려서 맞춤 제작을 맡기기로 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순수한 마음은 이미 세월 속에 묻힌 듯하지만, 기억 깊은 곳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