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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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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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에게 창문 밖으로 밀려난 뒤에도 인간은 자신의 몫이기도 한 이 싸움을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줄곧 혼절해 있던 품 안의 엘레나도 이 순간 천천히 눈을 떴다.

[player name]...

인간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밤의 어둠은 아직 가시지 않았고, 새벽을 앞둔 안개가 여전히 주변을 감돌고 있었다.

인간은 외투를 벗어 엘레나에게 덮어 주었다.

나도 도우러 갈래.

방금 정신을 차린 엘레나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player name]에(게) 제지당했다.

내 안전이 보장되는 한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탐정을 돕는 거...

엘레나는 예전에 나누었던 약속을 조용히 되뇌었고, 목소리는 점차 잦아들었다.

인간은 몸을 돌려 미련 없이 위험의 소용돌이 속으로 나아갔다.

모든 것이 아직 끝날 때가 아니었으며 "살육하는 요괴 새"의 예언이 이런 모습으로 실현되어서는 안 되었다.

괴이한 향연이 가장 격렬한 시점에 이르러 있었고, 모든 "참석자"는 이미 이 괴이한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오직 그 굴하지 않는 그림자 하나만이 여전히 모든 의지를 다해 항거하고 있었다.

인간은 베로니카의 곁으로 다가가 끝까지 고개 숙여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그림자를 마주하며 몸을 굽혔다. 그리고 한 손으로 베로니카의 손목을 굳게 움켜쥐며 베로니카의 이성을 붙들어 맬 끈으로 삼고자 했다.

그러고는 권총을 들어, 눈앞의 사악함을 겨누었다.

총알이 약실을 박차고 나가 흘러내리는 무수한 어둠을 꿰뚫으며 이 기괴한 향연 속에 부조화의 음표 하나를 박아 넣었다.

하지만 반격하듯 밀려오는 수많은 어둠이 조류처럼 일렁이며 인간을 휘감아 버렸다.

차갑고 미끈한 감촉이 순식간에 인간의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형체도 실체도 없는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 인간은 수많은 어지러운 목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괴물의 광포한 울부짖음도 사신의 현혹도 아니었다.

수많은 과거와 진실한 갈망에서 비롯된, 한때 살아 숨 쉬던 목소리였다.

한때 이 도시에 머물던 이들의 목소리였으나, 이제는 희미한 잔향만이 감돌고 있었다.

이러다간 우리 모두 이 안개에 갇혀 죽고 말 거야.

마음 단단히 먹고 뛰쳐나가는 건 어때. 이 안개만 뚫고 나가면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그런 근거 없는 추측은 그만둬. 여기 있으면 적어도 베로니카 치안관님이 우리를 지켜 주시잖아.

치안관님이 매일 안개 속을 순찰하시잖아. 덕분에 밤에는 그나마 마음 편히 눈을 붙일 수 있어. 괴물들이 창문으로 기어들어 올까 봐 걱정할 일도 없고..

정말 모르겠어. 이 기이한 안개는... 신이 내린 형벌일까?

하지만 난 잘못한 것도 없단 말이야. 이건 불공평해, 정말 너무하다고!

듣자 하니, "안녕의 집"이라는 곳이 있는데, 다들 거기서 신께 이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기를 간절히 빌고 있대.

"안녕의 집" 문 앞 가스등은 안개 속에서도 환히 빛을 발하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따스한 빛과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안녕의 집"을 찾는 발길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두려움을 자아내는 안개 속에서 모두는 서로 모여 온기를 나누고, 마음을 달래 주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 모든 것이 허무하고 종잡을 수 없는 안개 속에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리고 한 남자가 매일 이곳에서 미소를 띤 채, 사람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을 선사하고 있었다.

이 안개는 우리와 이 도시가 마주한 시련일 뿐입니다.

저는 이미 경건한 마음으로 여러분의 간절한 기도를 전능하신 신께 올렸으며, 그분께서도 기꺼이 응답해 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진실한 마음을 하나로 모아, 진정한 수호자가 강림할 순간을 함께 맞이하라고 하셨습니다.

수호자께서는 안개를 헤치며 두 날개를 넓게 펼쳐, 우리 모두를 지켜주실 것입니다.

다만 그 대가로, 여러분 역시 마땅히 받들어 모셔야 할 것이 있어야 합니다.

안개는 여전히 흐르고 있었지만, "안녕의 집" 안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 이상 생기를 띠지 않았다.

마치 그들의 것이 아닌 불길한 힘이 그들의 입을 빌려,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기괴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늘 또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던데...

누군가의 피가 또다시 남김없이 빨려 나갔대.

이건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야.

우리를 지켜 주실 살육하는 요괴 새께서 강림하실 수만 있다면, 마땅히 대가를 치러야 해.

설령 그다음이 나라고 해도, 상관없어.

"안녕의 집" 안에서, 한때 그들에게 깃들었던 생명들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렇게 살과 피로 이루어진 몸 안에서 생명력이 실낱처럼 뽑혀 나갔다.

결국, 이 "사람들"의 육체를 움직이는 것은 한 마리, 또 한 마리의 쥐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살아 있는 시체들 안에는 더 이상 그 어떠한 자유로운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지러이 뒤섞였던 그 목소리들조차 다시금 아득히 멀어져 갔다.

몸을 휘감은 어둠의 그림자가 점점 더 차가워지자, 인간은 자신이 점차 이 "향연"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너의 숙명을 받아들여라. 살육하는 요괴 새여.

너의 사냥감이 바로 눈앞에 있다.

두 눈에 멍한 빛이 어린 시민들이 줄지어 앞으로 나오더니 땅에 엎드렸다.

그렇게 엎드린 채, 자신들이 간절히 염원하던 기적이 이 땅에 강림하기만을 고대했다.

요괴 새...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저희는.... 너무 오랫동안... 요괴 새를... 기다려 왔습니다.

저자를 죽이소서... 죽여 주소서...

저자의... 선혈을... 가져가소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운 고통에 의식을 유지하기조차 버거웠으나, 인간은 안간힘을 다해 몸을 버티며 베로니카의 어깨를 굳게 틀어쥐었다.

인간의 말을 들은 베로니카는 도리어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 미소에는 흔들림 없는 결연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가까이 마주한 그 눈동자 속에서 인간은 굳건한 의지와 결연한 각오, 그리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서슬 퍼런 결의 등 많은 것을 읽어 냈다.

아니. 난 결심했어.

내 선택이 널 실망하게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난... 결심했어.

베로니카는 몸을 굽혀, 인간을 자신의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힘이 깃든 말들이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인간의 귓가에 전해졌다.

걱정하지 마. 너에게 어떤 대가도 치르게 하지 않을 거야.

그 누구도 나를 굴복시킬 수 없어. 설령 그게 빌어먹을 "신"이라 해도 말이야.

줄곧 빌어먹을 함정을 파 두고, 날 나약하게 만들고, 물러서게 만들고, 끝내 그 괴물이 되게 하려 했어.

흥... 그 수많은 거짓말과 죽음은 결국 내 나약함과 굴복을 끌어내기 위한 것일 뿐이었어.

하지만 그는 틀렸어! 난 그 어떤 것 앞에서도 머리를 숙이지 않아!

그렇게 "요괴 새"의 강림을 보고 싶다면, 진정한 요괴 새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내가 그들에게 똑똑히 보여 줄 거야!

이깟 숙명, 내가 기꺼이 받아들여 주지!

내가 바로 진정한 요괴 새다!

베로니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여, 인간의 목덜미를 깨물었다.

그리고 진정한 살육의 요괴 새라도 된 것처럼, 자신의 모든 힘을 해방했다.

하지만 베로니카가 갈망한 것은 인간의 몸속에 흐르는 따뜻한 피와 생명이 아니라, 상대의 온몸을 휘감고 있던 어둠의 그림자를 모조리 목구멍 속으로 삼켜 버리는 것이었다.

!

삼켜진 어둠의 그림자가 맹렬한 불길처럼 베로니카의 목구멍을 태웠다.

인간은 가까이 있는 베로니카가 끝없는 고통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몸부림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둠의 그림자가 베로니카의 몸속을 내달리며 굴하지 않는 의지마저 동화시켜, 그녀 또한 이 사악한 힘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만들려는 듯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온 의지를 다해 단호하게 맞섰다.

베로니카의 결의를 감지한 듯, 몸속 어둠의 그림자는 끊임없이 그녀를 위협하며 굴복시키려 더욱 흉포해졌다.

어둠의 그림자에 살점이 갈가리 찢겨 선혈이 낭자했지만, 베로니카는 여전히 굴복하려 하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냐!

그리고 베로니카가 삼켜 버린 어둠의 그림자는 전의에 이끌려 등 뒤에서 조금씩 두 날개로 응집되어 갔다.

베로니카

이 모든 것을... 끝낼 시간이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