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의 시작과 함께, 멍한 눈빛을 하고 있던 시민들이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 "제물"을 누리는 자리로 베로니카를 "영접"하려는 듯 그녀에게 다가갔다.
혼미해질 대로 흐려진 정신 속에서 그들은 안개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믿는 "살육하는 요괴 새"를 맞아들이고자 했다.
요괴 새가 봉헌을 받고 그 피의 양식을 삼키기만 한다면, 자신들에게 끝없는 안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었다.
요괴 새...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저희는.... 너무 오랫동안... 요괴 새를... 기다려 왔습니다.
시민들의 눈빛 속에는 오로지 기괴한 빛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더 이상 옛 치안관에 대한 존경이 아니라, 요괴 새의 강림을 갈구하는 광기였다.
[player name], 가서 엘레나를 구해!
인간이 의식을 잃은 엘레나를 향해 달려가는 사이, 베로니카는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이성을 잃은 시민들 앞을 가로막았다.
...
수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잠들어 있는 엘레나를 향해 파도처럼 덮쳐 왔다. 그것들이 엘레나의 몸에 막 닿으려는 순간, 인간이 가로막아 서며 엘레나를 제 몸 아래로 감싸 보호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차가운 눈빛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향연을 가로막은 죄인들.
마땅히 이곳에 그 목숨을 묻어 주마.
어서 엘레나를 데리고 가. 여긴 내가 맡을게!
베로니카는 연회장에 길게 늘어선 유리창을 부수더니, 엘레나를 감싸안고 있던 인간을 단번에 밖으로 밀어 버렸다.
그리고 옛 치안관은 홀로 그 기괴한 향연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베로니카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저 육신들 안에는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한 톨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베로니카가 제 손으로 이 모든 것을 끝낼 차례였다.
한 청년이 무리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곧장 베로니카를 향해 다가갔다.
저들은 그저 당신에게 충성을 봉헌하고자 하는 것뿐이에요, 베로니카 치안관님.
이제 당신을 이렇게 불러야겠네요. "살육하는 요괴 새"님.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될 누군가의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베로니카의 눈에 비친 것은 한때 자신의 부관이었던 자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얼굴은 차갑게 굳은 석고처럼 아무런 생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알렉세이!!
당신에게 머리를 숙이는 그들의 모습을 받아들이세요.
왜냐하면 이건 당신에게 주어진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살육하는 요괴 새여.
잠시 침묵하던 베로니카는 손에 든 기병창을 결연하게 들어 올리더니, 눈앞의 "알렉세이"를 겨누었다.
아니. 넌 알렉세이가 아니야.
진짜 내 부관 알렉세이는 이미 죽었다.
알렉세이의 모습으로 위장하지 마!
얼굴이 창백하게 굳은 청년은 못 들은 척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거기... 멈춰!
베로니카는 이를 악물고 기병창을 굳게 쥔 채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기병창의 날카로운 날이 번뜩이며 청년의 석고처럼 창백한 사지가 찢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렉세이는 여전히 기계적인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
알렉세이의 육신 안에서 어떤 힘이 끊임없이 꿈틀거리는 듯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상처의 균열은 점점 더 커졌고, 창백한 살갗은 기괴하게 경련했다.
하지만 그 육신에서 솟구쳐 나오는 것은 선혈이 아니라 한 두 마리씩 튀어나오는 쥐였다.
!!!
점점 더 많은 쥐가 알렉세이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바닥에 일그러진 덩어리로 쌓여 갔다.
알렉세이의 생명은 오래전에 끊겼지만, 그 쥐들이 근육과 핏줄이 되어 부패하고 공허한 육신을 움직이고 있었다.
한때 싱그러운 생명이 깃들어 있던 육신은 이미 더러운 낙원이 되어 있었다.
너...
하지만 어떠한 생기도 남지 않은 알렉세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기괴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알렉세이는 입을 벌려 끊기고 깨진 잠꼬대 같은 말을 내뱉었다.
저들이... 당신에게... 선혈을... 봉헌하게 하세요.
당신을... 진정한... 살육하는 요괴 새로... 만드세요.
알렉세이의 목소리는 점점 잦아들더니 결국 완전히 흩어져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점점 더 많은 쥐가 알렉세이의 육신에서 도망쳐 나왔고, 결국 육신에는 창백한 가죽 한 겹만이 남게 됐다.
마지막 한 마리의 쥐가 빠져나가는 그 순간, 알렉세이의 몸속에 잠시 머물러 있던 마지막 한 줌의 "생명"마저 함께 떠나갔다.
알렉세이의 몸이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하더니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사지가 밀랍처럼 녹아내려 기괴한 어둠의 그림자로 변해 갔다.
진정한 "귀결점"을 좇아가듯이 그 어둠의 그림자들은 비틀리며 뒤엉켜 살아 있는 촉수처럼 베로니카에게 다가왔다.
기병창의 공세에도 어둠의 그림자들은 기세가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기괴한 그림자들이 창을 타고 올라와 순식간에 베로니카의 몸으로 퍼져 나갔다.
!!
어둠의 그림자가 베로니카의 살갗 속으로 스며들자 날카로운 통증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 너는... 요괴 새가... ▂▄▁... 되어야 해.
요괴... ▆▁▆▁▂... 새▃▅▆▁... 의... ▂▄▁...숙명을... 받아들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