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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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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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바닥에 한 줄로 이어진 기괴한 발자국을 똑똑히 확인했다.

피 묻은 쥐의 발자국은 길게 이어지더니 저 멀리 "안녕의 집" 앞에서 끊겼다.

그리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바로 "안녕의 집" 안에서 어떤 기괴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등불 아래, 연회에 참석한 이들은 미소 띤 손님과 주인이 아니라, 멍한 표정의 수많은 "광인"들과 무수히 많은 살찐 쥐들뿐이었다.

그 얼굴들은 일찍이 인간이 처음 "안녕의 집"을 찾았을 때, 인간의 눈앞에 나타났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경건한 기색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그들의 의지를 이미 앗아가 버린 듯했다.

연회의 긴 탁자에 앉아 있던 "광인들"은 입구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멍했다.

오신다...

향연이... 곧... 시작된다.

수척한 수많은 시민이 일제히 기괴한 몸짓을 했다.

모두가 비수를 손에 들고는 제 손을 그어 피를 흘렸다.

사람들의 몸에서 흘러내린 따뜻한 피가 발치에 진홍빛 웅덩이를 이루며 고이기 시작했다.

안개 속에서 짐승 같은 미세한 소리가 들리더니, 수많은 쥐가 긴 꼬리를 끌며 사방에서 나타나 앞다투어 연회 탁자 위로 기어 올라갔다.

떼 지어 몰려든 쥐들은 탐욕스럽게 피를 핥아댔다.

우리의... 봉헌을... 받으소서...

익숙한 그 기괴한 감각이 인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일찍이 베로니카의 예언 같은 악몽 속에서 인간이 목격한 기이한 광경이었다.

이놈들... 썩 꺼져!

분노에 찬 베로니카가 모여든 쥐들을 쫓아버렸지만, 입가에 선혈을 묻힌 기괴한 생물들은 어둠 속에 숨어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집으로 돌아가. 너에게는 가족이 있잖아.

양손에 피를 흘리는 광인을 바라보는 베로니카의 어조에는 감출 수 없는 연민이 배어 있었다.

베로니카는 안개가 이미 이들의 이성을 잠식해 버려 더는 되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요괴 새에게... 봉헌하라...

요괴 새...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하지만 "광인"은 옛 치안관을 알아보지도 못하는 듯, 여전히 광기 어린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

정말 오랜만이군, 베로니카 치안관.

두 사람의 등 뒤에서 마치 귀신이 초대장을 보내듯 한, 쉰 목소리가 뒤따라 울려 퍼졌다.

비쩍 마른 그림자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대체 언제 기척도 없이 다가온 것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로코, 귀신 놀음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넌 변함없이 직무에는 충실해 보이네. 게다가 새로운 "동지"까지 얻었고.

네가 내 행동을 평가할 자격은 없을 텐데.

특히 치안관 휘하에 있으면서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았던 어느 겁쟁이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역겹기 짝이 없군.

비겁한 놈, 넌 짊어진 책무를 저버렸어!

하지만 베로니카의 질책에도 눈앞에 선 로코의 표정에는 전혀 동요가 없었다.

난 치안관이 내게 보내는 무거운 신뢰를 감당할 그릇이 못 돼.

어쨌든 따지고 보면 난 예전에 네 밑에 있던 보잘것없는 서기관에 불과했어. 그러니 "막중한 직무나 책임"을 운운할 자격도 없어.

난 치안관처럼 무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고인이 된 알렉세이처럼 지혜롭지도 않아.

난 그저 온갖 자료 더미를 뒤져 가며 이 난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는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보잘것없는 소인배일 뿐이야.

물론, 그 뒤의 일이야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지. 안개를 "막아낼"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면, 어찌 이런 비극들이 뒤따라 일어났겠어?

그래서 우리가 전혀 알지 못하는 그 힘 앞에서 난... 두려워하면서, 받아들이는 쪽을 선택했어.

우리가 경건하기만 하다면 "살육하는 요괴 새"의 강림을 맞이할 수 있고... 그러면 요괴 새가 우리를 보호해 안개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야.

봐봐, 난 경건해서 안개의 해를 입지 않았잖아. 이건 살육하는 요괴 새가 내게 내려준 특권이야.

안개 속에서 이성을 잃은 저들은 경건함이 부족했던 거라고.

하지만 베로니카는 혐오 섞인 표정을 지을 뿐, 로코의 망언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아직도 내 앞에서 사람을 홀리는 헛소리를 늘어놓는 건가?

네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난 너무 잘 알아. 목숨에 연연하고, 이익을 위해 의리를 저버리며, 언제나 너에게 유리한 쪽만 좇잖아.

수많은 이들이 허황된 소문에 떨고 있어. 넌 이걸 빌미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고, 안 그래?

너희를 일망타진해 버릴까 수도 없이 생각했어. 하지만 끝내 참고 또 참았지. 무고한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길은 선택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저들은 이성을 잃고 미쳐 버린 사람들이지만... 한때 이 도시에서 살아온 시민들이야.

베로니카의 추궁에도 로코는 어떠한 반박도 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로코는 모든 것의 주인이라도 된 양, 손님을 맞는 몸짓을 해 보였다.

그래? 그렇다면 환영해.

베로니카는 결국 이유 없는 도발을 참다못해 기병창을 치켜들고 로코를 향해 내질렀다.

하지만 기병창의 날카로운 일격은 순간 허공만을 가를 뿐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육신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사람 형상을 한 어둠의 그림자만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

인간은 신중하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베로니카의 곁에 서서는 권총을 들어 올려, 그 괴이한 그림자를 겨누었다.

탄환이 어둠 속 그림자를 꿰뚫었으나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듯했다. 그저 쏟아진 탄피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청량한 소리만 낼 뿐이었다.

"어둠의 그림자"는 계속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더는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육신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강대한 힘이 서려 있었다.

향연은 이미 준비되었거늘, 어찌 발을 들이러 오지 않는 건가?

이제 마지막 제물을 바치고 "살육하는 요괴 새"의 강림을 맞이하자.

어서 와라. 베로니카... 아니. 이렇게 불러야겠지. 살육하는 요괴 새여.

연회장 중앙의 휘장이 걷히며 촛불이 일렁이자, 기괴한 '향연'이 막을 올렸다.

이 연회에 참여한 자들은 광인, 쥐 그리고 광기 어린 주인이었다.

그리고 연회장 한가운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제물"이 놓여 있었다.

정신을 잃고 결박당한 엘레나가 연회장 한가운데에 잠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