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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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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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 법정

지하 시체 안치소

흐릿한 등불 아래, 인간 앞에는 시체 안치소의 창백하고 뻣뻣하게 굳은 청년 시신이 놓여 있었고, 생명이 떠나간 육신은 마치 석고 조각상 같았다.

그리고 옆에는 산처럼 쌓여 있는 사건 보고서들이 있었는데, 모든 문서가 일찍이 이 도시에서 벌어졌던 연쇄 살인 사건을 말없이 증언하고 있는 듯했다. 이곳에 누워 있는 자가 결코 그 연쇄 살인의 첫 희생자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

베로니카는 청년의 시신 앞에 멈춰 서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때 내 부관이었던 알렉세이야. 이 도시 유일한 검시관이기도 했지.

사과할 필요 없어.

알렉세이는 항상 신중했고 내 부관으로서 안개의 위험성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어.

그런데 안개 낀 어느 밤, 무슨 영문인지 알렉세이는 홀로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어.

내가 다시 알렉세이를 발견했을 땐 모든 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돌이킬 수 없는 상태였어.

전부터 도시에서는 연쇄 살인이 계속됐고, 많은 사람이 안개 속으로 사라진 뒤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

알렉세이의 검시 보고서에 따르면 희생자 모두 온몸의 피가 괴이하게 사라졌었어. 평범한 흉기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다시 말해 범인은 "인간"이 아니라는 거지.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아니까, 내 앞에서는 그렇게 가려서 말할 필요 없어, [player name].

탐정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날 의심할 수도 있겠지.

...

베로니카의 눈에는 알아채기 힘든 미묘한 감정이 어렸지만, 눈앞의 광경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듯 이내 몸을 돌려 시체 안치소의 문을 열었다.

네가 사건을 조사하는 데 그 어떤 것도 방해되지 않도록 할게. 네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밝혀내는 거야.

알렉세이의 죽음이 이 사건들을 끝맺는 열쇠가 될 수 있게만 해 줘.

그러고 나면, 알렉세이도 자신이 지키려 했던 사람들과 함께 편히 잠들 수 있을 거야.

그렇게 격식 차릴 필요 없어.

원하는 대로 해.

베로니카가 팔을 살짝 움직이자, 잠시 후 구리 열쇠 하나가 공중에서 곡선을 그리며 인간의 손에 떨어졌다.

자료실 열쇠야. 모든 사건 기록과 자료가 그 안에 있어.

네 예리한 통찰력을 기대할게, [player name].

너를 믿어.

베로니카가 떠난 방 안에는 적막이 내려앉았고, 인간 앞에는 수수께끼로 가득한 시신이 남겨졌다.

평소 이런 상황에서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길 좋아하던 엘레나조차 유난히 차분해진 채, 신속하게 검시 작업을 위해 준비를 했다.

물론이지. 사소한 의심점 하나도 절대 놓치지 않을게.

인간이 해부도를 들어 올렸다. 날카로운 칼날이 굳고 차가운 시신의 살갗을 천천히 갈랐다.

그러자 인간의 눈앞에 일찍이 본 적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 육신 안에서 사라진 것은 비단 생명뿐만이 아니라, 온몸의 피였다.

방 안엔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고, 인간의 손끝에서 칼날이 미끄러지는 소리와 엘레나의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사각거림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마침내 모든 작업을 마친 인간이 해부도를 쟁반 위로 내려놓자, 칼자루가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의 무거운 적막을 갈랐다.

엘레나 역시 검시 기록을 마친 뒤 펜을 내려놓고, 방금 써 내려간 문장들을 진지한 눈빛으로 찬찬히 되짚어 보았다.

검시 결과에 따르면, 사인은 과다 출혈이고 몸 안의 모든 피가 사라진 상태야.

그리고 시신엔 이 작은 상처 말고는 다른 외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어.

상처의 흔적과 모양으로 봤을 때, 마치...

결정적인 대목에 이른 엘레나가 순간 머뭇거렸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결론을 정작 본인조차 믿기 힘든 기색이었다.

이런 상처는... 마치 "쥐"가 만들어 낸 것 같아.

하지만 이건 말이 안 돼. 쥐가 어떻게 피를 빨아? 그리고 어떻게 이런 사건을 일으킬 수 있겠어?

"살육하는 요괴 새"가 일으킨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신에서는 그것과 관련된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어.

왠지 우리가 어떤 단서를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몇 시간이나 이어진 극도의 집중에 인간은 다소 피로함을 느꼈지만, 조금 전 해부도 아래에서 발견한 단서들이 머릿속을 끊임없이 맴돌며 탐정의 예민한 신경을 계속 자극하고 있었다.

인간은 두 눈을 감고, 사색의 궁전 속을 거닐며 지금까지 얻어낸 사건의 단서들을 하나하나 맞춰 나갔다.

또 추리를 시작하는 거야, [player name]?

그러니까 현재로서는… 아무런 결론이 없다는 거네.

엘레나는 체념 섞인 한숨을 내쉬며, 펜 끝에 힘을 실어 노트 위에 묵직한 물음표 하나를 그려 넣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 "의뢰인"께서 꽤 실망하시겠는걸.

밤이 깊어 갔지만, 검시를 마친 탐정과 조수에게는 여유가 조금도 없었다.

가스등 불빛이 둘 앞에 산처럼 쌓인 사건 자료와 방금 작성한 검시 보고서를 비추고 있었다.

자료실을 샅샅이 뒤진 끝에 엘레나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떠올랐다.

다 뒤져 봤는데 살육하는 요괴 새와 관련된 기록은 단 하나도 찾을 수가 없네.

실망한 표정을 짓던 엘레나는 인간의 격려에 다시금 지지 않겠다는 듯 미소를 머금었다.

당연하지. 이렇게 쉽게 포기 안 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둘 다 어둠 속에 잠복한 기괴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감지하지 못한 허공 어딘가에서, 그 진실을 결코 엿볼 수 없는 어떤 존재가 줄곧 이곳을 "감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허공 속의 어떤 괴이한 존재가 인간이 방금 내뱉은 말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것 같았다.

이윽고 짙은 하얀 안개가 내려와, 둘이 있는 건물을 휘감으며 덮쳐 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인간은 예리한 시선으로 이 건물을 둘러싼 안개를 꿰뚫고 어딘지 모를 곳을 응시했다.

"살육하는 요괴 새"는 아직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날,

"살육하는 요괴 새"는 이곳에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죽은 자는 먼지로 돌아가, 아직 풀리지 않은 수많은 수수께끼를 함께 가져갈 것이다.

안개가 흘러가고, 묘지에서 차가운 흙냄새가 풍겼다.

묘지 안 곳곳에 미세하게 솟아오른 새 흙더미들은 수많은 생명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말없이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차디찬 땅 아래 영면에 든 죽은 자가 한 명 더 늘어났다.

알렉세이를 위한 조촐한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은 지난 안개 낀 밤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웠던 셋뿐이었다.

네가 지키려던 사람들 곁에서 이제는 편히 잠들렴.

이곳 치안관으로서 이 도시가 썩어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베로니카의 차분한 시선은 작별을 고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직무를 다하겠다는 다짐처럼 보이기도 했다.

베로니카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흐르는 하얀 안개 너머로 자신이 줄곧 지켜온 도시를 바라보았다.

더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베로니카는 기병창을 굳게 쥐고 맨 먼저 안개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모두가 떠난 뒤, 묘지는 다시금 본래의 죽은 듯한 적막을 되찾았고, 흐르는 안개 그림자는 마치 또 다른 세계의 사자가 이곳을 배회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어떤 설치류의 이빨과 발톱이 부딪치는 미세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쥐 한 마리가 갓 만든 무덤 위에 나타나더니 아직 채 굳지 않은 부드러운 흙을 쉴 새 없이 파헤쳤다.

그러다가 흙 아래 아직 부패하지 않은 피와 살의 냄새를 맡은 듯 희열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날카롭고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자, 이내 수많은 쥐가 어둠 속에서 쏟아져 나와 하나둘씩 죽은 자가 영면한 새 무덤을 뒤덮었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걸어 나온 로코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선가 나타난 쥐 몇 마리가 로코의 발치에 모여 이리저리 기어다녔다. 마치 "주인"이 허기를 채워 줄 빵 부스러기라도 던져 주길 기다리는 듯했다.

로코는 자신의 애완동물이라도 되는 양, 점점 더 많이 모여드는 쥐 떼를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너희가 가야 할 곳으로 가라.

그곳이야말로 너희의 "집"이다.

너희의 "새 주인"을 찾아가라.

수많은 쥐가 발톱으로 새 무덤 흙을 필사적으로 파헤치며 하나둘 흙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러자, 땅 밑에서 형체 모를 힘이 꿈틀대는 듯 무덤 흙이 솟구쳐 올랐다.

얼마 후 흰 천에 감싸인 형체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수많은 쥐가 그 형체에 깃든 생명력을 갈망하기라도 하듯, 한 마리씩 시신을 감싼 흰 천 위로 기어올라 끊임없이 타고 올라갔다.

쥐 떼는 날카로운 이빨로 시신의 살을 물어뜯고 갉아 댔다.

이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쥐가 모조리 그 검은 그림자의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내 "죽은 자"가 쥐들에게서 자신의 것이 아닌 생명력을 부여받은 듯, 천천히 무덤의 흙더미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발걸음을 내디뎠다.

"망자"의 발걸음은 조종당하는 "기계"처럼 더디고 뻣뻣했다.

정말 오랜만이군. 나의 옛 동료.... 알렉세이.

나에 대한 기억은 좀 잃어버린 것 같지만, 뭐 상관없어.

나, 로코는 한때 네 동료였다. 보다시피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인사를 나누게 되었지만.

난 이제 예전의 내가 아니야.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이제, 우리가 다시 "협력"할 시간이야.

"방문객"을 맞이하는 일부터 도와줘. 난 나대로 처리해야 할 일이 따로 있거든.

오랫동안 기다려 온 향연이 시작될 거야. 이제 귀빈을 영접할 준비를 해야지.

우리의 귀빈은 존경하는 치안관이지만, 최근 우리의 계획을 망가뜨리려는 "탐정"과 그의 조수가 나타났다. 그들에게도 그에 걸맞은 특별한 대접을 해줘야지.

...

다가온 자의 몸에는 축축한 흙이 묻어 있었고 비린내도 살짝 풍겼다.

그 냄새는 무덤의 새 흙과 지렁이, 그리고 부패한 살과 피가 한데 뒤섞인 비린내였다.

다시 세상에 돌아온 죽은 자는 로코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