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밤안개 속의 진혼곡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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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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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의 의식 깊은 곳에서 그냥 넘어가선 안 됐어.

그날, 중요한 단서를 놓친 게 틀림없어.

그레이 레이븐은 진실을 숨겼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어렴풋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아직 상황이 호전될 여지가 남아 있을지도 모르고, 운명이 이 자매에게 또 다른 길을 마련해 두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널 잠식해서 살아남으라고?

차라리 여기서 너와 함께 죽겠어. 루나!

널 지키기 위해... 지금까지 버틴 건데...

시간이 없어! 언니.

어서 날 "잠식"해. 그럼 난 언니 몸에 스며드는 거야. 죽는 게 아니라 언니 몸속에 머무는 거지. 어릴 적 엄마를 속였던 것처럼,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거야.

다만 이번에 우리가 속일 대상이 이 세계 전체라는 것뿐이야.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어.

시간이 없어. 괴물이 오고 있잖아.

언니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우리 딱 한 번만 해보자.

실패하면 그때 죽으면 되잖아.

그렇게 되면, 어느 세계에서든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언니.

루시아는 온몸 곳곳에서 피가 흐르고, 소리 없는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의 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끊임없이 눈물을 훔쳐야만 했다. 그렇게 알파는 어둠 속에서 루나를 꼭 끌어안고, 온 힘을 다해 감싸며... 침투하게 했다.

알파는 흐릿한 거울 앞에 서서, 눈동자 너머의 세계가 화면을 집어삼킬 듯 가득 메울 때까지 제 오른쪽 눈을 뚫어질 듯 응시했다.

그러자 거울 속에서 깨어난 루나가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언니에게 어리광을 부렸다.

콜레도르가 좀 이상해.

콜레도르가 내 피를 모으고 있는데, 벌써 상자 하나가 가득 찰 정도야.

루나는 중요한 정보를 포착하고는, 작은 짐승처럼 경계하며 일어났다.

살의가 엿보이는데, 콜레도르를 죽이고 싶어?

아니, 그냥 의사를 바꿀지 생각 중이야. 믿지 못할 이에게 목숨을 맡길 순 없으니까...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둬 봐. 콜레도르가 어떤 대담한 수작을 바릴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르잖아.

예를 들면, 날 담을 수 있는 완벽한 그릇을 만들어 내는 일 같은 거 말이야. 그건 그렇고 콜레도르는 아직도 인형 만드는 걸 그렇게 좋아해?

여전해. 알았어.

난 이만 가봐야겠어, 루나. 몹시 지쳐 보이네.

그날 이후, 알파는 막강한 힘을 손에 넣었지만 하나의 육신으로 두 개의 영혼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웠기에, 결국 루나의 영혼을 봉인해야만 했다.

알파는 안개와 도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루나에게 알맞은 그릇을 찾아 헤맸다.

걱정할 필요 없어. 위협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궁지에 몰릴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내가 있는 한, 아무도 언니를 위협할 수 없어. 언니.

루나, 가끔은 네가 환각이 아닌지 걱정이 돼. 그래서 우리는 여기서밖에 만날 수 없는 거겠지?

그래서 계속 자살하려 했던 거야? 목숨을 걸고 온갖 전투에 뛰어들어, 빈사 상태에 빠지면 "내"가 나타나 언니 대신 몸을 통제할지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야?

이쯤 되면, 우리 중 진짜 미치광이는 과연 어느 쪽일까?

너는 루시아라는 이름을 버리고, 알파로 이름을 바꿨지. 단지 그 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서.

하지만 언니, "알파"는 우리의 영광이지, 언니의 죄악이 아니잖아.

루나, 난 너 때문에 알파가 된 거야. 그리고 너 때문에… 난 그녀를 용서할 수 없어.

"나"에 대한 원한이 내가 아직도 너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야. 그것마저 잃는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어.

언니, 제발 죽지 마. 나만 홀로 남겨두고 떠나지 마.

루나는 알파의 품에서 사라져 버렸고, 여공작은 아직 이런 상실에 익숙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