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도르가 실로 된 그물을 펼쳤다. 그녀는 무적이나 다름없었고, 붉은 선에 접근할 때마다 새로운 인형이 나타나 빈자리를 메웠다.
콜레도르는 상대의 기력이 다할 때까지 수없이 부활할 수 있었다.
33%입니다. 어떻습니까? 여공작님. 군단의 힘이 마음에 드십니까?
알파는 페이스허거처럼 엉겨 붙어 상처를 헤집으며 몸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던 실타래를 어깨에서 뽑아냈다.
그 실들이 어찌나 끈질긴지, 칼로 베든 불로 태우든 잡아당기든 끊임없이 재생되었다.
제가 왜 인형을 만드는 데 집착하는지 아십니까?
아팠기 때문입니다. 제 기형적인 몸으로는 평범하게 자라는 것조차 약을 먹으며 버텨야만 했죠. 저는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시도해 보았습니다.
가장 끔찍했던 건 뼈를 늘리는 수술을 받았을 때였는데,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래서 전 제 결함을 잊기 위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콜레도르의 공격은 빠르다가도 느려져 예측할 수 없었다. 그 탓에 알파의 몸에는 상처가 점점 늘어만 갔고, 실이 눈에 보이지 않을 기세로 알파를 옭아매고 있었다.
조직에 팔려 간 뒤, 전 하늘이 마침내 자비를 베풀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종이 될 줄 알았으니까요. 당신이 저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왜 당신인 겁니까? 알파. 왜 하필 당신인 겁니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68%입니다. 그 실험에서 함께 죽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랬다면 당신의 배신도, 당신의 성공도 두 눈 뜨고 지켜볼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33... 68...
알파의 다음번 폭혈 진행도야! 콜레도르는 그걸 중얼거리고 있었던 거야! 알파의 힘을 소모해 억지로 수인화를 끌어내려는 거야!
콜레도르는 알파의 죽음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 일행이 알파 쪽으로 다가가려 할 때, 도사리고 있던 실이 그들의 손발을 휘감았다. 등 뒤에서 실이 거미줄처럼 엮였고, 사냥감이 된 그레이 레이븐 일행을 향해 수많은 인형이 거미처럼 다가왔다.
엘레나는 보기 드물게 말없이 그레이 레이븐의 지시에 따랐다. 두려움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입술을 꽉 다물면서도, 시선만은 결코 알파에게서 떼지 않은 채 지휘관과 합을 맞추며 끊임없이 공세를 몰아붙였다.
이런, 들켜 버렸군요.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속도를 내보죠.
알파! 알파!
엘레나의 외침이 올빼미 소리와 함께 안개를 뚫고 울려 퍼졌을 때, 여공작의 손에서 파효가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리고 알파는 기습을 당해 등 뒤에서 뻗어 나온 실에 복부를 꿰뚫렸다.
알파는 실에 휘감겨 허공으로 끌려 올라갔고, 콜레도르는 스멀스멀 다가가 조심스럽게 사냥감의 턱을 치켜들었다.
99%... 100%... 드디어!
후천적 이종이 생명의 위협을 받을 때 촉발되는 수인화는 수동적이었다. 과거 의사가 알파에 관해 파악해 둔 지식은 지금, 이 순간 알파를 옥죄는 무기로 돌변했다.
광란의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알파의 인간성은 완전히 소멸했다. 눈을 뜨기도 전에, 날카로운 발톱이 의지보다 먼저 앞으로 뻗어 나갔다.
업화의 악귀로 변한 알파는 피로와 고통도 잊은 채, 오직 원초적인 본능에만 의지해 맞서 싸웠다.
그것은 인간이 벌일 수 있는 전투가 아니었으며, 이빨조차 무기로 쓰였다. 그리고 콜레도르는 필사적으로 실을 튕기며 사냥감을 길들이려 했다.
[player name], 우리가 감옥에서 나눴던 대화 기억하지?
내가 도중에 통제력을 잃게 된다면, 단호하게 이 모든 걸 끝내 줘.
이제야 드디어 당신을 따라잡았네요, 여공작 님.
콜레도르는 외부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실을 엮어 자신과 알파, 단둘만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고치를 만들었다.
의사의 힘이 약해진 틈을 타, 그레이 레이븐은 마침내 실그물을 뚫고 나왔다. 엘레나가 다가가 고치를 내리쳤지만, 끄떡도 하지 않았다.
지금 콜레도르가 뭘 하려는 거야! 뭐 하는 거냐고? 이런 미친.
콜레도르는 고치 안에서 실을 들어 올려, 신의 창조물을 매달린 알파에게 들이밀었다.
모든 준비는 끝났습니다. 저, 당신 그리고 루나
우리 셋의 운명을 한곳에 연결할 겁니다.
콜레도르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흥분된 기쁨을 띠고 있었다.
그레이 레이븐은 달려가 파효를 집어 들고는 여공작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입술을 깨물고, 배어 나온 피로 칼날을 해방했다.
칼자루 안에는 알파가 남긴 필사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는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고치 안에서 탄생하는 것이 "알파"가 아니라면... [player name]은(는) 칼자루를 쥐었다 폈다 하며, 손에 땀이 여러 번 밸 정도로 끊임없이 칼을 휘두를 각도를 조정했다.
실은 여공작의 심장을 거쳐 혈관을 뚫고 신체의 모든 말단까지 퍼져나갔다. 그렇게 콜레도르는 알파를 "침식"하고 있었다. 만일, 이 동기화 과정을 흐트러뜨리면, 둘 다 산산조각이 나고 말 터였다.
당신은 제 겁니다, 알파.
이대로 알파를 포기할 순 없어.
엘레나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실을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엘레나의 허락하에 실이 뼛속에서 증식하며, 뿌리처럼 고치에 달라붙더니 빛나는 핵심에 닿을 때까지 뻗어 나갔다.
콜레도르가 알파를 잠식하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겠어.
은빛과 금빛 광선이 고치 표면에서 서로를 밀어내며 뒤덮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눈을 감은 채 은빛이 일시적으로 우위를 점할 때까지 끊임없이 연산했다.
지금이야! [player name]! 공격해!
그레이 레이븐이 고치를 베어 가르자, 엘레나는 상처를 입고 쓰러졌고, 콜레도르는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지상 일대의 모든 꼭두각시 인형이 귀를 틀어막았다.
고치가 부서짐과 동시에 파효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알파의 심장을 찔렀다. 그러자 알파는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려 그레이 레이븐의 어깨를 움켜쥐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인형들이 비틀거리며 몰려와 기계적으로 실을 집어 들고 다시 이어 붙이려 했다. 알파는 가슴을 부여잡고 서서히 무너져 내렸지만, 수많은 권속이 여전히 알파를 호위하고 있었다.
엘레나가 다급히 달려가 [player name]을(를) 부축했지만, 그레이 레이븐은 파효를 짚고 반쯤 무릎 꿇은 채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릴 뿐이었다.
알파는 가장 처참한 죽음으로 음모의 촉수에 대항했다. 그리고 이것은 오기 전부터 정해둔 약속이었다. 알파를 죽이든 구하든, 모두 같은 위치를 찔러야만 했다.
그레이 레이븐이 깊은숨을 들이마시자, 서글픈 안개가 마음속까지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움찔거리는 알파의 손가락이었다.
제가 이겼습니다. 결국 제가 이긴 것 아닙니까? 여공작은 곧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고, 제 미래도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수많은 시선 속에서 "알파"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알파"가 손을 들자, 파효가 그레이 레이븐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알파가 마침내 눈을 떴을 때, 그 눈동자는 꿈속 물가에 비친 푸른 달처럼 깊고 푸르렀다.
음, 또 만났네.
허공에서 뮤직박스의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오싹할 정도로 따뜻한 멜로디가 지지직거리며 흘러나왔다. 그것은 루나의 목소리로, 의식 깊은 곳에 있던 루나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은 기억에 큰 혼란이 생겨 한순간 의식 세계를 벗어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안녕, 겁쟁이 콜레도르.
위험을 감지한 인형들이 속속 물러났다. 그리고 콜레도르 역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 역장에 가로막혔다.
다중 인격입니까? 집착인가요? 아니면 자구책인가요? 루나는 진작에 죽...
보이지 않는 주먹이 의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말하지 마, 언니가 슬퍼할 테니까.
루나는 그날 밤 죽었습니다! 알파는 루나를 잠식한 뒤에야 비로소 진화를 이뤄낸 것입니다.
이건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고, 조직의 결론이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게 곧 현실일까?
루나는 귀신처럼 콜레도르의 등 뒤로 떠올라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죽기 전 마지막 은혜로 딱 한 번만 말해주지. 그건 잠식이 아니라, 공생이야.
루나는 다시 콜레도르의 정면으로 돌아와 그 얼굴을 감싸 쥐었다. 하지만 말투는 어느새 다시 달콤하게 누그러졌다.
언니는 그 누구를 위해서라도 결코 루나를 해치지 않아. 설령 그게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지.
진급의 계단에서 우리는 그 힘을 공유하고 있었어. 다만 우리 둘 중 한쪽은 더 음침하고, 다른 한쪽은 더 호전적일 뿐이야.
루나의 선고가 끝나자, 손 하나가 콜레도르의 가슴을 꿰뚫었다. 그러나 상처에서는 실만 드러날 뿐, 어떠한 액체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루나가 손을 빼내자, 손바닥에 걸린 실이 불타올랐다.
안타깝게도, 그 음울함과 호전성은 전부 루나의 것이거든.
이제 죽을 시간이야, 콜, 레, 도, 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