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은 인간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으나, 때로는 지옥의 참혹함이 현실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기도 한다.
온갖 이단적인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기도 전, 알파는 망토를 펼쳐 엘레나를 품에 안고는 손으로 그녀의 눈을 살며시 가렸다.
보지 말고 날 따라와.
엘레나는 파효의 검집을 쥔 채 걸음을 옮겼고, 영안실과 축축한 숲이 뒤섞인 냄새가 계속해서 풍겨 왔다.
저건 이화인데, 지금 결혼식을 올리고 있어.
하객들에게 술을 따르는 이화의 짓무른 몸은 웨딩드레스와 한데 꿰매어져 있었으며, 주전자에서 쏟아지는 것은 꿀술이 아니라 혈장이었다.
이어 알파는 일반인보다 두세 배는 거대한 늑대인간 한 쌍을 목격했다. 그들은 젖을 물리고 있었으나, 너무 굶주린 새끼들이 되레 어미를 뜯어먹는 듯 보였다.
이쪽은 수녀 조야인데, 날 위해 증언해 준 사람이었지.
여기 박물관처럼 팻말이 하나 있는데, 거기엔 라틴어로 모성의 천국이라고 적혀 있어.
여왕님의 방직 공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여공작님. 이곳은 최초의 군주들을 모신 곳이며, 저희는 세상 끝날 때까지 여왕님께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정면의 둥지는 벌집 구조를 띠고 있었으며, 허공에 뜬 왕좌 아래에 모여든 숯 인형들이 쉴 새 없이 실을 짜고 있었다. 인형들은 실을 짜다 팔이 떨어져 나가도 즉시 다시 이어 붙인 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과거 조직의 일원이자, 내 손으로 직접 처단한...
둥둥둥, 묻고 계신 분이 혹시 인형의 창조주이자, 실의 비술사이며, 조직의 후계자이자 암시장의 몽상가이신... 콜레도르 전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둥둥둥, 저는 모릅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르겠습니다.
인형은 잠시 멈칫하더니 돌연 고개를 들어 외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벌려 몇 마디 말을 되풀이했으나 정작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알파는 그 입 모양을 쫓으며 형체가 내뱉는 소원을 읽어냈다.
저를... 죽여... 주세요.
알파가 검을 뽑았다 다시 거두자, 인형이 맥없이 쓰러졌다. 더 이상의 고통은 없었으며, 오직 해탈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콜레도르, 어디 있냐?
알파,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알파가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질주하자, 그레이 레이븐과 엘레나도 간신히 보조를 맞추며 그 뒤를 쫓았다. 알파 일행이 그곳에 도착하자 여왕의 형상을 한 꼭두각시를 꿰매고 있는 콜레도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는 당신이 항상 진료소로 저를 찾아오셨죠. 그리고 그때의 저는 늘 카운터 뒤에 남아 당신이 불러주기만을 기다렸죠.
하지만 이제는 당신이 절 만나러 오실 차례입니다, 여공작 님.
콜레도르, 지난 우정을 봐서 네가 왜 이러는지 알고 싶어.
네 그 거창한 음모가 과연 나를 설득할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들어보고 싶군.
하지만 내 인내심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쓸데없이 꾸며낼 생각은 마.
전 당신을 원합니다, 알파.
실험의 끝에 다다르니 당신은 단 하나의 가능성에 도달해 있더군요. 하지만 그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당신이 완전히 통제력을 잃어, 제가 당신의 몸을 장악해야만 합니다.
그걸 위해서 매번 내 폭혈을 유도하며 수인화를 가속한 건가?
그렇습니다. 전 개처럼 길든 팀이 필요합니다. 통제 가능,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죠.
저는 실험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피를 시험해 보았고, 성공에 가장 가까웠던 작품은 그 사기꾼 성녀였습니다. 하지만 결론은 당신, 오직 당신의 피만이 안정적인 피조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매번 당신이 피를 흘릴 때까지 기다려 그 보잘것없는 실험 소재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제 인형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나는? 난 뭘 얻을 수 있지?
영원한 계획의 일원이 되는 것? 그걸로 부족하십니까?
내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
필요하다면, 제가 루나의 몸을 조종해서 당신을 돕...
콜레도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파효가 콜레도르의 몸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루나의 이름을 감히 네 입에 담지 마.
갈라진 몸은 순식간에 무수한 실 가닥에 꿰매어지며 다시금 온전한 형상을 되찾았다.
알파, 당신의 무례를 용서해 드리죠. 다만 다음번에는 관용을 베풀지 않겠습니다.
저는 모두를 위해 결함 없는 꿈을 만들어 드리려는 겁니다. 그러면 당신과 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영원히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 인형들이 모두 "행복"하다는 거야? 장난해? 다과회 놀이는 진작에 유행이 지났다고.
콜레도르의 시선이 엘레나에게 닿는 찰나, 알파가 그녀보다 한발 앞서 엘레나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여동생의 대역을 찾으신 겁니까? 언니 역할에 미련이 많이 남으셨나 보군요? 알파.
환상은 아무 이유 없이 나타나지 않고, 언제나 이 도시에서 가장 잘 팔리는 금지품이었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까?
오, 또 다른 이종이군요. 어쩌면 저만의 묵시록 기사단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언제 네 의견에 동의한다고 했지?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이종은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습니다.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받을 운명이죠.
도시를 지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알파. 인간과 도시 그 어디에도 당신의 자리는 없습니다. 당신은 늘 그렇게 고독하지 않았습니까?
이 도시는 구원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 곁에 남겠다면 당신의 소망과 증오를 모두 받아들여 드리지요. 그리고 당신은 영원히 이곳, 심장이 있는 곳에 머물게 될 것입니다.
신의 보살핌을 받는 사람이 저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당신들은 왜 인정하려 들지 않는 겁니까? 제가 선택한 미래야말로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사장"을 골라야 한다면, 난 "그레이 레이븐"을 선택하겠어.
콜레도르. 네 말솜씨는 정말 형편없으니, 이제 끝을 보자.
알파는 이 순간 뜻밖에도 롤랑을 떠올렸다. 만약 그가 이런 망상을 이야기했다면, 알파는 이토록 혐오감을 느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