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은 상식을 뒤엎는 영역이다. 그곳에는 기억과 꿈, 감정이 얽히고설켜 거대한 미궁을 이루었고, 의식의 주인조차 그 안에서 길을 잃곤 했다.
알파의 세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실의 건축물이 구름 위에 우뚝 솟아 있는가 하면, 손님을 맞이하는 식탁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때로는 햇볕이 내리쬐고 때로는 폭우가 쏟아졌지만, 시간은 언제나 붉은 달이 걸린 자정에 멈춰 있었다.
안경 새로 맞추는 게 어때? 여긴 묘지야. 잎사귀는 도깨비불이고, 꽃술은 해골이거든.
아니, 이건 알파가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이야. 공허하고 고요해서, 긴 여행 끝에 다다르는 정거장 같달까. 알파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 얘긴 나가서 마저 하자.
그 얘기도 나가서 마저 해줄게. 지금은 더 중요한 할 일이 있잖아~
저기 "꽃밭" 안에 있는 묘비 좀 봐봐! 뭔가 좀 달라 보이는데~
묘비에 적힌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
새겨진 흔적을 보아하니 두 여자아이의 이름인 것 같아.
엘레나가 묘비를 가볍게 두드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관 하나가 떠올랐다. [player name]이(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깡충깡충 뛰어가는 엘레나를 지켜보며, 그레이 레이븐은 교육의 무력함과 필요성을 동시에 절감했다.
가는 길에는 가시덤불이 가득했지만, 엘레나는 등불을 들어 물리쳤다.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서야 관 속에 누운 소녀의 모습이 또렷이 보였다. 요정처럼 잠든 얼굴에 트윈테일 머리는 정성스레 빗겨 있었지만, 몸에는 얇은 죄수복이 걸쳐져 있었고 그 위에는 숫자 9가 적혀 있었다.
소녀는 두 손으로 뮤직박스 하나를 거머쥐고 있었다. 엘레나가 무심결에 뮤직박스를 가져가려던 찰나, 차가운 손길이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뒤이어 관 속에 누워 있던 소녀가 그 반동을 이용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뮤직박스에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나자 낡은 세계가 흩어지고, 관 속 소녀가 자아내는 음울한 분위기가 그 자리를 채웠다.
언니가 위험에 처했나?
그렇지 않았다면, 아무도 루나의 안식을 방해할 수 없었을 거다.
관 속 소녀가 내뱉는 경고와 함께 수많은 미세한 달빛 칼날이 혈관으로 스며들자, 침입자는 극심한 고통에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다.
됐다. 이번엔 너희와 놀지 않겠어.
관 속의 소녀가 뮤직박스의 뚜껑을 열자, 상자의 부품들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그러고는 끊임없이 흩어지고 재구성되며 문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었다.
이건 미궁의 중심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니, 부디 언니를 무사히 데려와 주길 바란다.
침입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통로에 발을 들였다. 문을 열기 전, 둘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며 마음속으로 "알파, 이곳에 무엇을 묻어둔 거니?"라는 같은 물음을 던졌다. 문을 열자, 그 너머에는 기억의 궁전이 펼쳐져 있었다.
어서 도망쳐, 언니. 어서.
텅 빈 실험장 안에는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고, 아이들이 잠들어 있을 때조차 안개가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갑문의 붉은 광부 램프가 깜박이고 경보가 울릴 때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즉시 목숨을 걸고 도망쳐야만 했다.
그럼에도 안개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뒤쫓았고, 잠식된 자는 그대로 쓰러졌다가 변이된 괴물이 되어 다시 일어났다.
살육은 끝이 없었고 죽음은 셀 수조차 없었다. 매일 새로운 아이들이 실험에 투입되었으며, 그것은 "진화"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별 과정이라 일컬어졌다.
이 아이의 자질은 아주 훌륭합니다. 이미 "잠식" 능력을 발현했는데, 안개에 적합한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빠르군요.
다만 저 여자아이 때문에 진도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저 짐 덩어리만 없었다면 진화에 좀 더 몰두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단순한 살인으로는 이제 만족하지 못하시는 겁니까?
안개를 더 많이 투입해서 표본 9를 처리하는 동시에, 표본 10의 진화를 촉진할 생각입니다.
살인이라니, 말씀이 좀 지나치시군요. 실험이 일찍 끝날수록 죽는 사람이 적어진다는 걸 잘 아실 텐데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조직이 존재하는 한 실험은 끝나지 않습니다. 이종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피로 완벽한 길을 만들어 낼 때까지 수많은 이종이 필요해요.
진화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그렇게 싫으시다면, 떠나셔도 좋습니다.
그딴 말씀을 굳이 하셔야겠습니까?! 제가 떠나고 싶지 않아서 이런다고 생각하십니까? 떠난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을 것 같습니까? 천국에 갔을 것 같습니까?
아니요, 다들 저 아래에 있습니다. 연구원에서 순식간에 괴물로 변해버렸죠.
살인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입니다. 인생은 이미 엉망진창이 되었으니, 적어도 이 일만큼은 헛되지 않게 합시다.
B-1034 구역 및 변두리 구역에 안개를 세 배로 투입하고, 표본 10 알파의 특수 측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두 자매는 손을 잡고 도망쳤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마에 짐승의 뿔이 돋아나던 날, 루시아는 수인화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돌조각을 찾아 최대한 날카롭게 간 뒤... 뿔을 향해 몇 번이고 내리쳤다.
새로 자라난 뿔이 더욱 단단해져, 돌조각이 부러지고 기절할 정도로 고통스러울지언정 그 뿔을 더는 자라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 후 루시아는 잠식하는 법을 배웠다. 돌조각으로 괴물의 급소를 찌를 때마다 힘이 솟구쳤고, 들끓는 야수성과 함께 억누를 수 없는 살의가 치밀었다. 루시아 자신이 괴물에게 "흡수"되고 있었다.
동료들은 괴물로 변했고, 괴물은 동료의 눈을 하고 있었다. 선혈이 모든 것을 끈적하게 적셨으나, 이미 누구의 피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습은 달랐다. 안개가 사방에서 몰려와... 모든 것을 뒤덮었다. 다친 다리 탓에 걸음은 더뎌졌으나, 멈추는 것은 곧 죽음이었기에 알파는 발길을 멈출 수 없었다.
루나, 무서워하지 마. 언니 뒤에 숨어서 눈 가리고 있어.
그리고 100까지 숫자를 세. 아니, 999까지 세고 눈을 떠. 그럼, 다 괜찮아질 거야.
언니, 우리는 도망칠 수 없을 거야.
루나의 말투는 마치 자신과 무관한 사실을 말하듯 지극히 차분했다.
이번엔 언니조차 감당하지 못할 만큼 괴물이 너무 많아.
루나!
언니, 날 원망할 거야?
아니.
난 영원히 루나를 원망하지 않아.
그날 내가 문을 열어서 "엄마"가 들어와 "아빠"를 죽이게 했잖아.
그런 생각은 다신 하지 마.
그 괴물은 아빠가 아니었어. 날 붙잡았잖아. 게다가 루나가 문을 열어서 다른 괴물들이 그 녀석을 공격하게 하지 않았다면, 언니는 떨어져 죽었을 거야.
하지만 그 괴물은 날 알아봤어. 그리고 나한테 줄 뮤직박스와 약을 들고 있었어. 죽기 전에 내 손에 약을 쥐여줬단 말이야.
하지만 루나, 넌 날 선택했잖아. 그날 네가 날 구한 거야.
네가 "아빠"를 죽인 거라면, 그 죄의 절반은 내 몫이기도 해. 우리가 같이 한 일이잖아.
네가 언니를 살리고 싶어 했기 때문에 그날 우리가 살아남은 거야. 난 루나가 살아남길 원하니까, 오늘도 우리는 살아남을 거야.
루나, 울지 마. 그리고 무서워하지도 마.
"언니가 여기 있어. 그러니 영원히 함께할 거야. 괴물이 된다 해도, 영원히 함께할 거야. 지옥에 떨어진다 해도..." 루시아는 돌조각을 든 채, 부질없이 휘두르기를 반복했다.
언니, 난 죽기 싫어. 저 괴물들이 언니를 죽이고 나면 날 먹어 치울 거야.
괴물에게 잠식되긴 싫어. 그러니까 날 잠식해 줘. 언니라면 아프지 않을 거야.
언니... 내 소원을 들어줄래? 이번 한 번만 내 죄를 대신 짊어져 줘. 난 언니가 동이 틀 때까지만이라도 살아줬으면 좋겠어.
언니, 딱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줘.
동의해. 이 부분은 건너뛰자.
안개가 걷힌 후, 무감각한 실험자는 인간의 생명 반응을 감지했다. 그들이 실험장의 대문을 열었을 때, 루시아는 루나를 품에 안고 있었고, 루나에게서는 아무런 생명 징후도 느껴지지 않았다.
뒷모습만 보아서는, 표본 10의 짐승의 뿔은 완전히 자라나 있었다.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기 전까지, 그들은 알파가 괴물인지 이종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얼굴에 피눈물이 말라붙은 알파는 공허하고도 비통한 눈빛을 띠고 있었다. 괴물은 슬픔을 몰랐기에, 그들은 알파가 이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루시아의 주위에는 마찬가지로 살아남은 표본들이 늑대 새끼가 늑대왕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었다. 콜레도르도 그사이에 섞여, 두려움과 불안에 떨며 머리를 감싸 쥐고 있었다.
우리가 해냈습니다. 이종이 탄생했어요.
짐승의 뿔, 오드아이, 잠식, 진화의 통로, 그리고 황금의 통로. 제가 해냈습니다. 우리가 찾아냈다고요!!
실험자들은 방호복을 벗고 다가가 자신들의 피조물을 만지려 했지만, 몇 미터 앞에서 가로막히고 말았다. 어떤 이들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살아남을 수 있어서 다행인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살인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기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이의 상상을 초월해 진화한 루시아는 인간에게 무심하지만, 익숙한 말투로 선언했다.
내가 괴물들을 다 죽였다. 너희가 풀어놓은 것들... 안개 때문에 변해버린 것들 전부...
이 아이들은 내 보호 아래 있으니 다시는 이 아이들을 건드리지 마.
루시아는 루나를 내려놓고 채 형태를 갖추지 못한 파효를 쥐었다. 그것은 단 한 번도 갈아내지 않은 뼈 칼이었다.
다친 다리를 이끌고 관리자 앞으로가 칼끝으로 그의 턱을 치켜들며, 느릿하지만 확고하게 한 마디씩 말했다.
해 봐. 한 번만 더 그 손으로 이 아이들을 건드려 보라고.
내가 장담하지. 그렇게 했다간 네 손과 머리가 나란히 바닥에 나뒹굴게 될 거다.
그리고 오늘부터 내 이름은 알파야. 루시아는 더 이상 없어. 그녀와 그녀의 여동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젯밤 함께 죽었어.
알파, 기억했지? 나를 따라 한 번 읽어 봐. 떨지 말고, 또박또박 말하고, 틀리지도 마. 날 화나게 하려 하지 말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키지 마.
너희는 이종을 원했던 거지? 이미 얻었잖아. 그 외에도, 너희는 더 좋은 것을 얻었어.
한 악마가… 네 앞에 서 있어… 여동생을 삼킨 뒤 겨우 살아남은 생물이라고. 이봐, 어르신들, 나와 함께 지내보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player name]이(가) 눈을 감자, 눈앞의 기억도 마지막 장면에서 멈춰 섰다. 그러자 과거의 죄가 눈꽃처럼 쏟아져 내렸다.
불이 꺼져야만 기억의 궁전 주인을 알현할 수 있는데, 의식의 잔불이 아직 꺼지지 않았어. 이번엔 마지막 부분으로 바로 건너뛰자.
업화가 다시 타오르자, 불길 속에 있던 어린 알파의 얼굴이 여공작의 얼굴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파와 실험자들의 위치가 뒤바뀌어, 관측자는 심문의 대상이 되었고, 실험체는 높은 곳에 서 있었다.
알파는 열쇠를 쥔 채 실험장의 철문과 벽을 가볍게 긁으며 나아갔고, 통로를 따라 쉼 없이 번져 나간 안개는 무방비한 실험자들을 집어삼켰다.
실험자들은 당황하여 비명을 내질렀으나, 앞으로 닥쳐올 일을 누구보다 잘 직감하고 있었다. 모든 일을 주도했던 관리자는 실험장 한가운데서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고요히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공작은 술병을 들어 안개를 향해 경의를 표하고는, 수북이 쌓인 장비와 자료 위로 핏빛 술을 들이붓고는 불붙은 성냥을 던졌다.
실험자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몸을 돌려 철문을 잠그고는, 문밖에서 기다리던 롤랑에게 열쇠를 건넸다.
뭐 하고 싶은 말 없어? 장송곡 조직의 진홍.
썩어빠진 것들에 찬사를 보낼 필요 없어. 이건 그냥 거래일 뿐이야.
알았어. 여공작으로서 도시를 위해 헌신한 대가인 셈이지. 모든 세부 사항은 이미 명확하게 논의해 뒀어.
오늘부로 조직은 사라질 것이고, 더 이상 새로운 이종도 탄생하지 않을 거야.
알파는 햇빛을 향해 걸어가며, 자신의 명예와 작위를 맞이했다.
알파는 마음속으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난 여전히 신의 보살핌을 받고 있어."라고 되뇌었다. 알파는 매번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의지할 곳이 없어 이 멀고도 아득한 길을 어떻게 가야 할지 막막했기 때문이다.
기억의 잔불이 꺼지고, 둘은 그곳에서 빠져나와 문이 즐비한 복도를 걸어갔다. 그레이 레이븐은 때때로 머뭇거리기도 하고, 때로는 문고리를 잡고 무언가를 느껴 보기도 하다가, 직감에 이끌려 어느 문을 밀어서 열었다. 그때...
너희들이구나? 루나를 이미 만난 모양이네.
떠나다니 어디로? 과거? 악몽? 아니면 나 자신? 나를 나로 만든 모든 결정?
[player name], 정말 고마워. 네가 해 준 모든 것이 고마워. 하지만 넌 너무... 늦게 왔어.
내 결말이 어떻게 되든, 좋든 나쁘든 내 손으로 직접 결정하고 싶어.
지금은 너무 지쳐서 그저 조금 더 쉬고 싶을 뿐이야.
무슨 소리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지금 날 동정하는 거야?
내 보잘것없는 과거는 이제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아.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마.
그레이 레이븐이 먼저 손을 뻗어 단정히 앉아 있던 알파를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유리 장막이 산산조각 났다.
왜?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 거야?
오지랖은...
고마워.
정말 감동적이네. 나도 왔어.
이곳은 곧 무너질 거야. 모두 내 손을 잡아. 이제 현실로 돌아가자.
이 세상에 동료가 필요 없는 사람은 없다. 강하고 약함을 떠나, 그저 누군가를 믿고 누군가에게 신뢰받는 존재가 있기에 우리는... 확신을 품고 안개 낀 긴 길을 걸어갈 수 있다.
그레이 레이븐이 현실에서 눈을 떴을 때, 알파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관에 바짝 다가가 나직이 속삭였다.
돌아올 수 있든 없든, 머지않아 우린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루나.
알파는 손을 뻗어 넝쿨로 관을 덮고, 관이 완전히 가려지고 나서야 비로소 앞으로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난 콜레도르를 막으러 갈 생각이야. 내 목숨뿐 아니라 이 도시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어.
내가 아는 조직이라면 이건 결코 빈말이 아니야. 거기다 콜레도르가 벌이는 일은 훨씬 더 미친 짓이지.
이곳은 도시와 안개 지역을 잇는 통로야. 루나를 여기 둔 건, 통로를 잃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를 스스로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어.
여기서 멈춘다면 지금까지의 헌신은 전부 헛수고가 되고 말 거야. 함께할지는 너희의 뜻을 존중할게.
엘레나를 언급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은 알파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생각에 잠긴 듯 루나를 흘끗 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시선을 피하며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조금 전 알파의 눈빛은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빛이었다. 엘레나는 그 서늘한 기세에 위협을 느꼈으나, 다행히 경보가 해제되자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알면서 묻지 마~~ 알파, 우린 기꺼이, 그것도 아주 흔쾌히 갈게.
어쨌든 도시의 미래가 걸린 영광스럽고 위대한 과제잖아.
알파가 미소 지으며 손을 뻗자, 손바닥에서 뻗어 나온 실이 콜레도르가 있는 안개 지역을 향했다.
수년간 알파는 홀로 통로를 지키며 침식체의 침입을 막아왔지만, 이제는 직접 나서야만 했다.
알파가 실을 끊자 콜레도르의 귀에 연결된 선도 함께 끊어졌고, 의사는 고통스럽게 귀를 부여잡았다. 콜레도르는 어둠 속에 숨어 이 모든 상황을 감시하고 있었다.
[player name], 네가 반드시 알아둬야 할 게 있어. 다음 폭혈 이후엔 난 완전히 괴물이 되고 말 거야.
그렇다는 건 우리가 의사에게 도전할 기회는 단 한 번뿐이라는 거야.
내가 도중에 통제력을 잃게 된다면, 네가 이 모든 걸 끝내 줘.
이건 네게 하는 유일한 부탁이자, 내 소원의 전부야.
영원히 잊지 않을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