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5 저무는 태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15-23 어리석은 자와 용사

>

허... 햇빛 아래에...

햇빛...

아사르는 카무이가 서 있는 곳을 힐끗 보았다. 천장은 조금 전의 싸움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고, 때마침 새벽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한 줄기 빛이 구멍 사이로 스며들어 카무이의 몸을 비췄는데, 그것은 아사르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한 햇빛이었다.

아사르도 그 빛 속에 있고 싶었다. 혹은 손끝으로 한 조각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사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부서진 몸은 움직일 수 없었기에 어둠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이 몸의 본능인가?

카트레브, 네 몸은 아직도 어둠에 적응하지 못하는 거야? 이건 정말 너와 똑같네, 카무이.

카무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몇 초가 지나 카무이는 결국 앞으로 나아갔지만, 빛이 비치는 구역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았다. 카무이는 빛과 어둠의 경계선까지 걸어가, 아사르가 수년간 견뎌온 그 어둠을 느껴보려 했다.

무척 어둡고 차가웠다. 오랜 세월 동안 여기에 갇혀 있었다면, 분명 외로움에 미쳐버렸을 것이다. 카무이는 이런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지만, 동조하거나 누구를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카무이의 반쪽 몸은 여전히 빛 속에 남아있었다. 이는 카무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던 입장이자 선택이었다.

그때 그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아?

아사르는 카무이가 이 이야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수많은 일들을 되돌아봤지만, 이것만큼은 다시 떠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왜? 어차피 결과는 그 몇 개뿐이었어. 세계 정부가 신청을 거절했거나, 아니면 네가 평가를 통과해서 그 자격을 얻었거나.

그렇지 않다면, 카트레브가 왜 자신의 에너지를 네게 주고, 널 공중 정원으로 보냈겠어?

그래서 넌 지금 성공한 자이자, 생존자로 날 비웃으려고 하는...

카트레브가 왜 자신을 희생했는지 정말 몰라서 그래? 넌 계속 알고 있었으면서, 계속 피하고 있었을 뿐이잖아.

에제트가 어떤 결과를 몇 번이고 받았든, 카트레브는 자신의 선택을 끝까지 지켰을 거야.

카트레브는 네가 달라진 걸 일찌감치 눈치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곤란해하는 걸 바라지 않았어.

카트레브는 항상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가 잘 되길 바랐어.

그리고 그때 라이프가 세계 정부에서 받은 답변은...

"세 명의 씨앗 후보 전원이 평가에 통과했으며, 협의 결과 에제트의 지원 신청을 승인한다."

"세계 정부는 인공 에너지 연구 개발과 공급을 시작하며, 세 후보자에게 최대한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이게 바로 그때, 우리가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결과였어.

?

죽은 물처럼 잔잔했던 아사르의 마음에 마침내 파문이 다시 일었다. 아사르는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믿기지 않는 듯 카무이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아사르가 직접 자신과... 모두의 희망을 죽였다는 건가?

새로 떠오르려 했던 세 개의 태양은 결국 아사르의 손에 심연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다 해도, 결국엔 같은 결과를 맞이했을 거야.

이런 경험은 우리 둘 다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 카무이. 처음엔 희망을 손에 넣고, 그다음엔 잔혹하게 빼앗기고, 결국 끝은 언제나 절망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는 걸.

세계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해도, 개조가 반드시 성공할 거란 보장은 없어. 그리고 그 뒤에 또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지?

아사르.

에제트의 최고 이념을 기억하고 있어?

카무이는 아사르의 허황된 환상을 멈추게 하며, 높이 있는 태양 표식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모든 어둠을 몰아낼 수 있는 진정한 태양처럼 보였다.

아사르는 잠시 멍해졌다. 이건 방금 전에도 들은 말이었다. 아사르는 카무이가 왜 같은 말을 반복하며 강조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인간 동포가 미래에 더 이상 터전을 잃지 않게 하는 것."

"모든... 개인이, 모든 가정이, 햇빛 아래에서 살 수 있게 하는 것."

에제트에 온 이들은 대부분 가정이 무너진 아픔을 겪었어. 에제트는 원래부터 집 없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피난처였으니까.

우리는 잃음이 어떤 것인지 몸소 겪어봤어. 그걸 다시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두 손으로 이 새로운 터전을 만들어 갈 때, 언젠가 또다시 잃을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

왜냐하면, 우리는 집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벽이 허물어져도, 언젠가 다시 세워져. 누군가가 먼저 떠나더라도, 언젠가 또 다른 이가 찾아오지. 그리고 그들의 보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 여정을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

전쟁은 우리를 갈라놓았지만, 우리를 만나게도 했어. 인생에는 이별과 슬픔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

우리는 그런 두려움을 모르는 순진한 바보들이니까.

하지만 바로 그 용기가 우리의 터전을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고 있어.

아사르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그가 이런 이치를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다. 카무이가 말했듯이, 아사르는 에제트의 모든 사람, 모든 일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항상 마음속에 맴돌고 있었다.

아사르가 사랑하는 이들이 얼마 남지 않은 의식으로 그를 거부하고, 메말라 버린 시신 앞에서 혼잣말 하며, 더 이상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아사르도 어쩌면 후회했을 것이다.

아사르는 그저 돌아갈 수 없었을 뿐이다.

이곳은 아사르가 직접 만든 감옥이었고, 안에 있는 이는 그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아사르는 스스로에게 억지로라도 핑계나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래야 카무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네 말이 맞아, 카무이.

난 "가족"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초라하게 버텨왔어.

이 잘못된 환상은 진작 끝나야 했지.

으아악!!!

아사르는 남은 힘을 모아 만든 무기로 자신의 급소를 겨누고 죄악에 물든 자신을 스스로 마무리 짓기로 했다.

내... 의식이, 곧, 완전히 사라질 거야.

그럼, 이 몸에는... 더 이상, 나와 관련된 흔적이, 단 하나도 남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네가 손을 쓰지 않아도 될 거야, 카무이.

안심해. 그리고 그들을 집으로 데려가. 여기는 정토만이 남게 될 거야.

순수한 땅만 남게 될 거야.

아사르의 의식은 바람처럼 흩어졌다. 그리고 아사르가 지친 두 눈을 완전히 감기 전, 수많은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살아가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았지만, 끝까지 아사르의 곁에 머문 건 카무이뿐이었다. 그래서 아사르는 이 말썽꾸러기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주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렸다.

낯섦, 거부, 울음, 장난. 걱정, 관심, 그리움, 감사.

아사르는 마침내 밝고 따스한 햇볕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어느 오후, 카무이와 함께 에제트의 훈련장에서 장난치며 웃고 떠들던, 아무 근심 걱정 없던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카무이... 지금의 나를... 기억하지 마.

너에게 경멸과 혐오를 느끼게 하고, 부끄러움만 남긴 나를... 기억하지 마.

만약 다시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면... 과거의 아사르만 떠올려 줘.

너와 함께 에제트라는 집을 지키고, 절대로 너를 배신하지 않았던... 그 아사르를.

그리고 그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내가... 너에게 가르쳐준 그 노래 말이야.

With sparks of life
(생명의 불꽃과 함께)

Ah the sun comes back every dawn
(태양은 매일 새벽에 다시 떠오르고)

’cause hope never dies out in a war
(전쟁 속에서도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

Inner words
(마음속에 담긴 말들)

Inner words
(마음속에 담긴 말들)

Will the wind stretch to the horizon
(바람이 지평선까지 닿을까)

Carrying silent prayers
(소리없는 기도와 함께)

노랫소리가 멈추자, 그 목소리의 주인도 아련한 멜로디와 함께 사라져 갔다. 아사르는 드디어 진흙탕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새가 되어 이 감옥을 떠났다.

마침내 자유를 얻었구나, 아사르.

하지만, 이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기에, 카무이의 화답하는 노랫소리는 계속되었다.

카무이의 노랫소리는 조금 떨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안정되어 갔다.

I hear your call
(너희들의 부름이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