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트 황금 태양 훈련장(혼돈)
현재
그게 무슨 유일한 해답이라는 거야! 아사르,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거야!?
네가 먼저 모두를 막다른 절벽으로 몰아 놓은 뒤 뛰어내리라고 강요해 놓고, 이제 와서 이 세계가 네게 살길을 남겨주지 않았다고 탓하고 있잖아.
내가 지금 분명히 말해줄게. 넌 완전히 틀렸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길은 처음부터 단 하나뿐이었어.
우리에게 남은 길은 오직 동경하는 태양의 빛을 쫓아 변함없이 나아가는 것뿐이었다고!
카무이는 온 힘을 다해 무기를 휘둘러 아사르를 수 미터 뒤로 밀어냈다. 하지만 아사르는 서둘러 반격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것처럼, 그 자리에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미친 듯 웃어댔다.
앞으로... 나아간다고? 어디로? 더 깊은 협곡과 심연으로 빠져들겠다는 거야?
네가 어디로 가든, 끝에는 절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야!! 우리에게 남은 건, 파멸이라는 결말뿐이라고!!
지금에 와서야 고상한 척하면서, 빈말만 내뱉는 거야?
카무이, 그런 결말은 내가 네게 강요한 게 아니라, 네가 직접 본 것이야!
네가 적합 과정에서 본 악몽들 그리고 내가 네 의식의 바다를 거의 찢어놓을 뻔했던 그 순간... 그건 모두 네 공포가 만들어낸 미래였어!
너도 그런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이 세계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반드시 앗아갈 거라고!! 설마 넌 그런 현실이 두렵지 않은 거야?!
아사르는 카무이의 물러설 줄 모르는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해 둔 것이었다.
네 말이 맞아. 난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는 게 두렵고, 앞으로의 길에 나 혼자만 남게 될까 봐 무서워.
받은 사랑을 너무나 소중히 여겼던 카무이에게 이별의 순간은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다른 이들과의 유대가 깊어질수록, 그것은 카무이의 생명 일부로 새겨진 듯했고, 그 유대가 끊어질 때마다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곤 했다.
몇 번을 다시 겪어도, 카무이는 이런 "고통"을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카무이에게 가르쳐 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카무이는 땅에 박혀 있던 대검을 뽑아 땅을 긁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빛에 더 가까워졌고, 어둠에서 벗어나면서 자신의 위치와 나아갈 방향이 더욱 명확히 보였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도, 난 계속 나아갈 거야.
눈물을 흘린다 해도, 상처를 입는다 해도... 내가 더 먼 곳을 향해 달려가는 걸 막을 순 없어!!
왜냐하면 이게 나 혼자만의 소망이 아니라는 걸 난 알고 있어! 그들이 날 여기까지 밀어준 이상, 난 절대로 여기서 멈출 수 없어!
이 길에 뭐가 있든 상관없어. 그리고 앞으로 얼마나 더 넘어질지도 생각하지 않을 거야.
그런 건 다 잊어버려도 좋아! 내가 태양을 향해 달릴 용기를 항상 간직하고 있다는 것만 기억하면 돼!
그건 어리석은 용기야!!
아사르는 다시금 앞으로 돌진해 무기를 휘두르며 카무이와 맞섰다. 그리고 바로 눈앞의 카무이를 노려보며, 예전처럼 동생을 꾸짖으려 했다.
카무이... 헛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현실도 제대로 구분 못 하게 된 거야?
네가 뭘 말하려는지 알아. 우리가 어릴 적에 들었던, 어리석고 우스운 이야기들이겠지.
산을 옮긴 노인, 바다를 메운 새, 그리고 너처럼 죽을 때까지 태양을 쫓는 바보, 맞지?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어!! 네가 그들을 따라 하면, 태양에 가까워지는 순간 타버리고, 말뿐이야!!
그럼, 내가 완전히 타버리는 그날이 오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지.
하지만 내게 아직 힘이 있는 한,
난 절대로 달리는 걸 멈추지 않을 거야!
예전에 누군가가 내 앞에서 달리면서 나를 위해 뜨거운 태양을 막아줬어. 그리고 지금 내가 쓰러진다 해도, 내가 지켜준 이들이 계속해서 내 자리를 이어받을 거야.
뼈와 피가 모두 재가 되어도 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계속 전진할 거야.
이러면 언젠가는 그 멀기만 했던 태양을 반드시 따라잡을 수 있을 거니까!!
인제 그만 고집부려!
아사르는 온 힘을 다해 공격을 퍼부었고, 카무이는 강한 충격에 밀려 다시 뒤로 물러섰다. 아사르는 공중에 떠 있거나 바닥에 흩어져 있는 탄화된 시신<가족>을 바라보며, 카무이의 그 어리석은 용기가 점점 더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계속 강한 척해 봐, 카무이.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가 널 모를 리 없잖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넌 변한 게 없어.
넌 그냥 감정에 발목이 잡혀, 어떤 인연도 놓지 못하는 울보일 뿐이야!
고통스럽게 울면서도, 앞으로 나아간다고? 그럼, 이들 하나하나를 똑똑히 봐라.
아사르는 주변의 시신들을 잡아 멀리 있는 카무이를 향해 던졌다. 지난 수년간 아사르는 이 시신들의 "온전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겨왔고, 그들을 가족처럼 대했었다. 하지만 지금, 아사르는 이 시신들을 그저 카무이를 흔들기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모두를 보면서 계속해 봐! 네가 말하는 그 용기로 계속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해 보라고!
이들 앞에서, 넌 부끄럽지도 않아? 어떻게 후회도 없고, 고통스럽지도 않냐고!!
어떻게 이들을 등지고, 영원히 떠날 수 있어!!
아사르는 카무이가 망설일 거라고 믿었지만, 그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사르가 시신을 던져 공격해 올 때, 카무이는 전혀 주저하지 않고 그것들을 산산이 부숴버렸다.
네가 기억하는 게, 고작 이런 것뿐이야?
넌 그들을 죽음의 순간에 가둬두고, 그들이 떠나면서 남긴 슬픔과 아픔만을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아사르, 너 자신에게 물어봐!!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 준 게, 정말로 이런 하찮은 것들뿐이었어?!!
카무이는 두려움 없이 계속 앞으로 돌진했고, 아사르는 주변의 "가족"을 계속 던지며 공격했다. 둘은 같은 직선에 있었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었다.
아사르는 가족들을 아픈 상처로 남기려 했지만, 카무이는 그 속에서 오랜 시간 바랐던 따뜻한 포옹을 느꼈다.
카무이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가족들이 아직 살아 있었다면, 단 한 명도 자신에게 칼을 겨누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서진 잔해가 카무이를 향해 날아와도, 카무이는 그 잔해의 영혼이 단지 포옹을 원하고 있을 뿐이라 느꼈다.
카무이는 날아오는 부품과 잔해를 부숴내며, 한 걸음 한 걸음 그 너무나 익숙한 그<그들>에게 다가갔다.
부서진 팔은 개조된 오딜리의 것으로 보이는데, 어린 시절 카무이는 늘 그 팔에 기대어 잠들곤 했다.
해골처럼 하얀 이빨 사이에서 포효가 터져 나왔고, 카무이는 그것이 에우르디스의 것이었음을 알아챘다. 어린 시절, 에우르디스는 항상 카무이에게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다.
아사르는 검에서 살점 한 조각을 떼어내어 카무이를 향해 던졌다. 그 살점을 베어내는 순간, 검은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예전에 라이프가 미숙한 그를 지키다 상처를 입을 때와 똑같았다.
아사르의 얼굴에서 떨어진 붕대도 함께 날아왔다. 카트레브는 항상 이 붕대로 두 눈을 가리고 있었다. 야맹증을 앓고 있던 두 눈으로 그는 대체 어떻게 그 희망 없는 긴 밤을 견뎌왔을까? 카무이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카무이가 익히 알던 것, 아직 알아볼 수 있는 것, 이미 망가져서 알아볼 수 없는 것 모두가 아사르의 손에서 무기가 되어버렸다.
이 피바다 속에서 카무이는 오히려 가족의 따뜻한 품을 느꼈다.
앞으로 가, 카무이. 돌아보지 마, 카무이. 돌아와, 카무이.
그들은 환한 미소로 카무이를 바라보았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를 집으로 데려와 줘서 고마워. 카무이.
으아아!!
카무이는 전방을 향해 강하게 외쳤다. 드디어 아사르의 마지막 공격을 막아낸 카무이는 모든 비통함을 목소리에 실어 포효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눈물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물론 기억하고 있어. 절대 잊을 리가 없지.
그들 하나하나가 내 곁에 어떻게 왔고, 또 어떤 이유로 떠나갔는지.
그럼, 아사르, 넌?!! 설마 진짜 그 무거운 것들만 기억하는 거야?
너도 분명 기억하고 있잖아!! 네가 찢고, 가둬버린 이 가족들을 보면서, 그들이 너에게 준 따뜻함과 사랑이 생각나지 않아?!
하지만 어떻게, 그들에게 죽음과 슬픔만을 돌려줄 수 있어!!
우리에게 힘과 희망을 준 그 순간들을 정말 다 잊어버린 거야?!!
아사르가 갑자기 동작을 멈췄다. 카무이의 말들이 마음을 강하게 흔든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차마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을 가둔 오랜 세월 동안, 아사르는 그들이 남긴 흔적을 보며 셀 수 없이 많은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사르는 그들과의 추억을 하나도 잊지 않았고, 그들이 남긴 흔적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기억들과 순간들로 환상을 지탱하지 않았다면, 아사르는 이 죽은 도시에서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아사르도 수없이 생각해 봤지만, 결국 같은 결론에 다다랐을 뿐이었다. 하지만 무슨 상관이 있을까?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난 이미 멈출 수가 없어, 카무이.
차갑게 타버린 시신들과 뒤엉킨 사지들은 아사르에게 단 하나를 상기시킬 뿐이었다. 악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고,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아사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퇴로를 이미 스스로 끊어버렸기에, 아사르에게는 이제 돌아설 길이 없었다.
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내가 할게.
카무이는 다시 손에 든 무기를 꽉 쥐고, 힘을 모았다.
이제부터의 길은 내가 맡을게. 그리고 널 반드시 데려갈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