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5 저무는 태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R15-19 불사조

>

에제트 자료실

한 달 후

[SUE-03] 카무이, 금일 기체 정례 검사, 시작.

외관 손상도 45%, 전투에 영향 없으니까, 무시.

부품 손상도 35%, 허용 범위 내에 있으니까, 무시.

속도 및 평균 출력은 이론값 범위 내이기에 안정적임. 정상으로 판단되어 세부 검사는 불필요할 것으로 봄.

의식의 바다 상태, 손상은 있지만 전투력에는 영향 없음. 남은 지표 역시 무시 가능할 것으로 판단.

나머지 수치도 전투에 영향 없으니, 관례대로 검사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판단, 무시.

카무이는 이렇게 차분하게 기록부에 적어 내려갔다. 그리고 앞 페이지들을 훑어 빠진 내용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 기체의 점검 기록부는 에제트로 철수한 이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곁에서 점검을 도와주곤 했었다.

카무이! 제발 장난치지 말고, 좀 협조해 줘!

지금 완전히 협조하고 있잖아? 봐봐, 아무리 뛰어도 장치는 계속 달라붙어 있잖아?

그리고 앞으로 네가 기록부를 쓰지 마. 매번 네 글씨를 해독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 진짜 글씨는 사람을 닮는다더니...

기록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너희한테 다 맡길 수는 없잖아! 걱정하지 마. 다음부턴 예쁘게 쓸게!

하지만 이제 이런 광경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카무이는 혼자 점검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점검은 더 이상 즐거운 일이 아닌 하나의 절차가 되었다. 기체가 폐기될 수준이 아닌 이상 계속 쓰고, 전투 지표에 이상이 생기거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질 때만 수리를 진행했다.

카무이도 더 이상 온전한 인간이 아닌 하나의 기계이자 무기가 되었다. 인격도, 감정도, 영혼도 모두 불필요했으며, 전투를 수행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했다.

"삐삐! 삐삐!"

기지 순찰 시간이군.

그럼, 계속하지.

모든 방 점검 완료. 청결도는 기능에 영향 없고, 구조체에도 영향 없으니, 무시.

휴게실 85%의 조명 장치가 고장 나서 사용 불가 상태임. 하지만 구조체에겐 조명이 필요 없으니 수리할 필요 없음. 무시.

최초 기록과 비교할 시, 에제트 전반적 차이값이 90%에 달함.

하지만, 사용하는 데는 지장 없으니까, 무시.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이 방들을 공중 정원 디자인으로 꾸며보자고!

최대한 "집" 느낌을 살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약속했으면 꼭 지켜야 해. 아무도 잊으면 안 돼!

이후 대부분의 집행 부대 대원들이 전사했고, 남은 소수의 대원 중에서도 일부는 죽고 일부는 떠났다. 이제는 카무이 혼자만이 이곳에 남아 관리하고 있지만, 그에게 디자인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다.

다음은 인원 점검. 기지 내 상주 인원은 변동 없음. 최근 구조된 인원 명단에서...

총 281명 중 164명 사망, 53명 실종. 그중 무단으로 이탈한 아이 셋이 포함됨. 확인 완료.

카무이는 그 세 아이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player name]이(가) 죽던 날, 기지 입구에서 약을 건네주었던 아이였다. 그때 아이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카무이는 즉시 뛰쳐나가 찾아보았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순찰을 마치고, 익숙한 알림음을 들은 카무이는 곧장 다음 장소로 향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는 이미 머릿속에 새겨져 있었다.

다음은 태양 에너지 적합 시간이야. 황금 태양 훈련장으로 가자.

정해진 절차, 변함없는 지표, 의미 없는 여생.

카무이는 종종 자신도 언젠가 태양 코로나 유전자가 가져다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해탈>을 맞이할 날이 올까를 생각한 적이 있었다.

카무이는 이런 도망치는 거나 다름없는 나약한 결말을 바라는 자신이 낯설었다. 과거의 카무이가 지금 이 모습을 보았다면, 벌떡 일어나 머리를 콩 하고 때렸을 것이다.

어쩌면 다른 이들도 함께 때리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오딜리, 에우르디스, 아사르, 카트레브, 라이프, 차징 팔콘, [player name]...

하지만 이렇게라도 그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머리를 맞아도 엄청 행복할 것 같았다. 이런 생각을 하니 카무이도 오랜만에 기대감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이렇게 관례대로<무감각하게> 살아가자.

잠깐만.

카무이는 문득 일과 중 하나를 빠뜨렸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역시 카무이의 성격 중 꼼꼼하지 못한 면만큼은 아무래도 고쳐지지 않는 듯했다.

신호 데이터베이스를 갱신하고, 새로운 통신이나 구원 요청이 있는지 확인해야지.

카무이가 이걸 잊은 것도 딱히 수상하진 않았다. 어차피 해봤자 별 소용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아직 활동하고 있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수적으로나 힘으로나 불가능한 일이었고, 따라서 에제트에서 새로운 신호를 받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굳이 필요 없는 일이라면,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카무이를 이끌고<유혹하고> 있었다.

그래도 관례대로 하자.

에제트 통신실

기계음

신호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를 시작합니다. 우선순위에 따라 에제트에 새로운 신호가 수신되었는지 확인합니다.

스캔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기계음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관할 구역 내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프로그램 연산 결과, 하루 3~5회 스캔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현재 시스템은 스캔을 1회만 완료했습니다. 다시 스캔하시겠습니까?

이것도 처음 프로그램을 설정할 때 만들어둔 규칙이었다. 매일 여러 번 스캔을 반복함으로써, 구조 요청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구조 요청 신호는 갈수록 줄어들었고, 몇 달 동안 새로운 신호가 없을 때도 있었다. 지금 와서 스캔을 반복하라는 명령은 의미가 없는 듯했다.

그냥 포기할까? 어차피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 같은데.

어, 다시 스캔해 줘. 그리고 총횟수를 3회로 설정해 줘.

기계음

알겠습니다. 스캔을 시작합니다.

기계음이 한동안 울리다가 이내 멈췄다.

기계음

3회 스캔이 완료되었습니다. 관할 구역 내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카무이의 생각은 이미 딴 곳에 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쓴웃음과 함께 한숨을 내쉬며 시간을 낭비한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카무이가 자리를 뜨려는 순간, 전원 버튼 앞에서 손이 멈칫했다.

그리고 옆에 있는 "실시간 스캔" 버튼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그 버튼을 눌렀다.

기계음

"실시간 스캔" 모드를 시작합니다.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작동하며 4시간 간격으로 신호를 스캔하고 관측합니다.

첫 번째 주기 스캔을 시작합니다. A 구역 스캔 중... 스캔을 완료했습니다. 해당 구역에서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B 구역 스캔 중...

카무이는 더 이상 장치의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통신실을 나섰다.

기계음

█▅▇▄▂▅구역 스캔 중, 스캔...

기계음

경보!! 경보!! 새로운 스캔 결과가 확인되었습니다!!

기계음

신호 데이터베이스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최신 결과를 알려드립니다.

[에제트]에 구원 요청이 수신되었습니다!! 신호 출처는 S 구역, 좌표는 [4N 323311 19210]입니다!

발신 장비가 에제트 시스템 인증 장비로 확인되었습니다. 긴급 지원이 필요합니다!!

방송을 들은 카무이는 즉시 장치 앞으로 달려가 구원 요청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신호 출처는... 이탈한 그 세 아이네! 내가 줬던 신호 장치에서 발신된 거야!

애들이 잃어버린 친구를 찾았지만, 지금은 침식체에 포위되어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어.

어서 가야 해!!

카무이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이들을 구하지 못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에 목표 좌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통신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해. 혹시 새로운 메시지가 왔을지도 몰라.

아니나 다를까, 단말기를 열자마자 화면 맨 위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 있었다. 발신자의 신호 출처를 알아본 카무이는 즉시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카무이 형

나중엔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요.

방금 숨을 곳을 찾았어요. 괴물들이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니,

우리를 구해주고, 받아주고, 에제트에서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전에 집 나간 건 우리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우린 그 헤어진 아이가 자꾸 걱정됐어요. 그래서 다 같이 보육 구역 근처로 돌아가 찾기로 했던 거예요.

아주 오래전에 우리끼리 약속했거든요.

우리는 앞으로도 한 가족이니까, 아무도 버리면 안 된다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꿀꿀 돼지가 되기로 했어요!

우린 모두 돼지가 되기 싫어서, 약속대로 다 같이 그 아이를 찾으러 간 거예요.

헤어진 그 아이는 우리 중에서 제일 어리거든요.

만약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우린 그 아이 앞에 서서 끝까지 지킬 거예요. 최대한 오래 버텨 볼게요!

그때가 되면... 형이 와서 그 아이를 데려가 줄 수 있나요? 우리는 그 아이가 잘 살아남았으면 해요. 물론, 형도요!

나중에 그 아이가 형의 가족이 될 거예요. 그러면 형도 그 아이도 외롭지 않을 거예요.

히히, 물론 우리가 모두 무사하면, 우리도 형 가족이 되어줄게요!!

약속할게요. 전에 우리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었죠? 우리 모두 꼭 약속을 지켜요!

차가운 단말기 표면에 뜨거운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어느새 카무이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카무이의 메마른 몸속에서 다시 한번 익숙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

내... 가족이라고?

맞아, 내 가족이야.

지금 당장 찾아서 집으로 데려가 줄게.

카무이는 온 힘을 다해 가족들을 향해 달려갔다.

으아아! 비켜! 내 가족을 괴롭히지 마!

마른 체구의 아이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아이는 있는 힘껏 앞으로 돌진했지만, 예상대로 침식체의 한 방에 날아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크아악!!!

이성이 없는 침식체는 아이가 어리다고 봐줄 리 없었다. 그렇게 도살자는 피 묻은 칼날을 높이 들어 올리며, 잔인한 살육을 이어가려 했다.

어서 뒤로 피해!!

위기일발의 순간, 카무이가 뛰쳐나와 아이를 대신해 공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적과 대치하면서 남은 힘을 짜내 뒤에 숨은 아이에게 소리쳤다.

어서 가!! 안전한 곳으로 숨어!!

아이는 카무이의 얼굴을 보고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카무이의 말대로 폐허 뒤로 숨었다.

카무이는 거리낌이 없어지자, 거침없이 전투에 뛰어들어서는 순식간에 침식체를 해치웠다.

안전이 확보된 뒤, 카무이는 무기를 땅에 꽂고 잠시 체력을 회복했다. 그러면서 처음 만난 아이와 어떻게 친해질지, 어떻게 하면 자신을 무서워하지 않고 믿게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카무이가 입을 열기도 전에, 처음 보는 아이가 먼저 달려와 와락 껴안고 펑펑 울음을 터뜨렸다.

카무이 형!! 카무이 형이 맞죠? 다들 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말해줬거든요. 그래서 바로 알아봤어요. 흑흑...

걔네가 찾고 있는 그 아이가 너야?! 울지 마. 이제 내가 왔으니까 괜찮아. 다른 애들은 어디 있어?!

다들...

다들 저를 구하려다가 안에 갇혔어요. 카무이 형, 제발요. 어서 가서 구해주세요.

카무이 형!!

아이들의 외침이 귓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카무이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감각은 점점 흐려져 가고 있었다.

난 너희의 [대장]이니까, 내 말 잘 들어! 너희끼리 먼저 가! 난 카무이 형을 도우러 갈 거야.

너무 많이 다쳤잖아.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의사]야! 빨리 돌아가서 치료받게 해야 해.

너희는 가만히 있어! 거긴 너무 [어두워]. 너희가 쫓아가봤자 아무것도 안 보일 걸, 나한테 맡겨!

난▇▄▆▃우린▇▃▇▄▁

카무이는 더 이상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카무이는 그저 무기를 휘둘러 장애물을 부수며, 드넓은 땅을 향해 길을 열어나갔다.

너희... 어서 도망쳐!! 모두 다 여기서 나가!!

모든 침식체를 다른 쪽으로 유인할 거니까, 너희는 안전할 거야. 어서 가!!

그럼, 약속해 주세요. 꼭 무사히 돌아올 거라고 약속해 주세요!!

알았어!! 약속할게. 손가락 걸자!!

난 너희와, 내 가족들과, 함께 에제트로 돌아가서 인간의 태양이 될 거야!!

손가락도 걸었으니까, 약속을 절대 어기면 안 돼. 아니면 꿀꿀 돼지가 될 거야!

알았지?!

알겠어요!!

함께!! 형을 기다릴게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폐허는 그들에게 약속<작별>할 시간을 더 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멀리 달아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출구가 무너지고 말았다. 카무이는 지금의 상태로는 더 이상 쏟아져 내리는 잔해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폐허가 카무이를 깊이 묻어줄 테니, 아이들이 돌아온다 해도 가장 초라한 모습은 보지 못할 거였다.

하하, 안 돼. 그건 너무 쪽팔리잖아.

게다가 그들은 분명 울 거야. 난 아이들이 우는 게 제일 싫던데.

그냥... 여기서 끝나는 게 좋겠어.

카무이는 과다 침식된 기체를 이끌고, 마지막 몸부림치는 침식체를 필사적으로 제압했다. 머리 위에서 무거운 돌이 흔들리며 떨어질 듯했지만, 카무이는 피하지 않았다.

마지막 적이 산산조각 나자, 카무이 역시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

사람은 정말 태어나는 순간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까? 카무이는 대답할 수 없었다.

어릴 적, 카무이는 오딜리와 에우르디스에게 태어났을 때 처음 본 장면을 기억한다고 말했었다. 처음엔 어둠이었다가, 그다음 눈 부신 빛이 들어왔고, 눈을 뜨자 둘의 얼굴이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오딜리는 크게 웃으며 카무이의 머리를 툭 치고는 책을 읽다가 졸았을 때 꾸었던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에우르디스는 카무이를 살며시 안아 무릎에 앉힌 뒤, 카무이의 아픈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론상 갓난아기는 기억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해 주었다.

카무이는 더 변명하려 했지만, 다가온 아사르는 카무이가 너무 멍청하다며, 바보 동생은 싫다고 했다. 그래서 아사르는 카무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를 끌고 가서 일반 상식 책을 보게 했다.

카무이는 머리가 아파지게 하는 책을 보다가 또다시 졸음이 밀려왔다. 그래서 책상에 엎드려 중얼거리다 잠이 들었고, 꿈속에서도 그들과 계속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정말 봤다고, 또렷이 기억난다고 말이다.

사람들은 항상 죽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카무이의 눈에는 아직 뭔가가 보였다.

카무이는 죽은 것이 아닌가? 몸은 이미 산산조각 났고, 의식만 희미하게 남았을 뿐이었다.

카무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것은 아주 부드럽고 가벼웠으며, 엄마의 품으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에 카무이는 무언가를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잡을 수 없었고, 중력을 잃은 듯 허공에 떠 있는 것만 같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한 줄기 빛이 비쳐 들어왔다. 그 아이들이 돌아온 거였다. 다행히도 그들은 무사했고, 더 이상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는 카무이는 그저 속으로만 되뇌었다.

아이들은 한참이나 카무이의 부서진 시체를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카무이의 온전한 몸을 모아 에제트로 데려갔다.

아이들은 카무이가 부탁한 대로, 그의 시신을 거대한 에너지 용광로 속에 넣었다.

카무이

드디어... 달리지 않아도 되겠네. 너무 힘들어. 몸이 너무 무거워.

이젠... 멈춰서... 너희와 함께, 같은 곳으로... 갈 거야.

늦어서... 미안해. 많이... 보고 싶었지?

카무이는 마침내 소원을 이루었다. 그는 드디어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가족들을 품에 안을 수 있었고, 이제 영원히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재회>.

카무이

앗... 뜨거워. 아파.

용광로... 불이... 의식까지 태우나...

아픈 것도... 괜찮네. 아직... 살아있는... 것만 같잖아.

사람은 본래 희로애락을 가진 존재다. 생로병사마저 무감각해진다면, 그 영혼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

하지만 카무이는 죽고 나서야 비로소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카무이

몸이... 떨어지고 있어.

쾅!

카무이는 자신이 어디로 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절벽 아래 깊은 계곡일 듯했다. 계곡을 날아 넘으려던 새는 결국 굴러떨어진 돌에 날개가 부러져,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아파. 추워.

하지만... 괜찮아. 모두가... 여기 있잖아.

카무이의 몸 밑에는 많은 동족들이 깔려 있었다. 그들도 한때 이상을 위해 날개를 펼쳐보았지만, 카무이보다 더 일찍 날개가 꺾여 이곳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다.

하지만 더 이상 입을 열 리 없는 새 무리가 카무이를 부르고 있었다.

괜찮아. 돌아오는 것이야말로 완벽한 결말이야. 봐, 우리 모두 여기 있잖아.

여기가 바로 가장 아름다운 집이고, 가장 완벽한 결말이야. 우리는 동족이고, 가족이야. 다른 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이젠 돌아와. <우리 함께> 떨어지고, 죽자.

우리 함께 날개를 꺾고, 어둠 속에 남자. 더는 날아가지 마. 넌 우리만 있으면 되잖아.

익숙한 팔에 기대어, 숨을 멈춰 봐. 우리가 부르는 따뜻한 노래를 들으며, 아기처럼 아무 근심 없이 <영원히> 잠들어 봐.

불꽃은 우리의 육체를 하나로 만들고, 다 타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어, 다시는 헤어지지 않게 될 거야.

난... 너희와... 함께... 있고 싶어.

그래... 잘하고 있어.

자아를 버리고, 우리의 집에 들어와.

우리와... 하나가 되자.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카무이.

돌아가자.

난... 너무 지쳤어.

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집이라고?

집은 어디에 있는가? 집이란 무엇인가?

집은... 내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야.

하지만 그 집은 이미 죽었어. 지금은 폐허일 뿐이야.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가족들과 함께 이 폐허에 머물러.

진짜 그런 걸까? 하지만 이미 함께 심연 속에 있는데, 왜 그 익숙한 따스함<집>을 느낄 수 없을까?

날개가 꺾인 새는 눈을 뜨고, 그토록 애써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높고 높은 절벽 꼭대기를 바라보며, 카무이는 평생 날아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눈부신 한 줄기의 빛이 카무이의 눈을 찔렀다. 그것은 타오르는 태양이 내뿜은 빛이었지만, 그를 깨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마리가 높은 하늘에서 날갯짓하며 카무이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새는 카무이를 바라보며 다가가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무리한 구원은 결국 자신마저 곤경에 빠뜨릴 뿐, 카무이가 이 계곡을 벗어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새는 그저 붉은 태양과 나란히 있으면서 카무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카무이의 몸 밑에 깔려 있던 새 무리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육체는 심연에 속박되고 조종되어, 카무이를 끌어내려야만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영혼은 감옥을 벗어나 수많은 손이 되어 카무이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날개>가 되었다. 이미 꺾인 것, 아직 꺾이지 않은 것, 아직 여린 것, 막 한계에 다다른 것, 모두 하나같이 카무이의 등에 달라붙어, 하늘로 날려 보내려 했다.

과거의 날개, 현재의 날개, 미래의 날개가 카무이를 떠받쳐 올리며, 카무이를 부르고 있었다. 어서 날아올라라. 우리와 함께 네가 꿈꾸던 태양을 보러 가자.

카무이! 게으름 피우지 말고, 어서 일어나. 에제트에서 가장 용감한 전사가 되고 싶다고 했잖아?

카무이? 괜찮아. 피곤하면 우리한테 좀 기대어 쉬어도 돼. 하지만 네가 다시 일어설 거라고 믿어.

카무이! 넌 훈련할 때마다 제일 앞에서 뛰었잖아? 어서 네 자리로 돌아가!

카무이!!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이젠 어떤 상황이 닥쳐도 우리는 두렵지 않아.

카무이! 봐, 역시 네가 있으니까 우리 1소대는 최고야!

카무이, 잊지 마. 차징 팔콘 소대는 언제나 네 뒤에 있어.

음... 카무이야? 잘됐네. 난 이제 잘 거니까, 옆에서 좀 지켜줘. 넌 그래도 믿을 만해.

카무이!! 이건 또 무슨 꼴이야? 전혀 너답지 않잖아. 꾸물거리지 말고, 어서 일어나. 우리는 모두 널 기다리고 있다고!

내가 지키고 싶은 건, 내 "집"이야. 우리의 공통된 이상, 인간의 미래...

인간이 걸어온 길,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이 땅...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두.

이것들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나의 영원한 집이야!

난 여기서 머물 순 없어. 아직 그들을 고통에서 해탈시키고...

카무이는 고통을 기억했지만, 결코 고통에 갇히지 않았다. 그는 온 힘을 다해 수없이 날갯짓했고, 마침내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누군가는 카무이를 떠받치고, 누군가는 그를 이끌었다. 카무이는 있는 힘껏 날아올랐고, 수없이 추락했던 새는 결국 다시 하늘의 품에 안기게 됐다.

꺾인 날개에서는 새로운 뼈가 자라나고, 깃털 위의 핏자국은 마르고 떨어졌다. 죽지도 살지도 않는 새의 날개가 된 카무이는 불멸의 횃불이 되어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 한때 닿을 수 없었던 절벽도 결국 넘어서게 될 것이다.

모두가 카무이의 이름을 외치고 있었다.

깨어나! 카무이!

Video: v4.4神威主线动态漫

카무이가 태양에 닿을 무렵, 심연의 "온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온상은 흑점으로 변한 후 이내 거대한 검은 덩어리로 뭉쳐 카무이가 향하는 태양을 가리려 했다.

넌 이전의 집을 버릴 거야?

그동안 함께 걸어온 가족들을 잊을 셈이야?

이 배신자야!!

난 단 한 명의 가족도 잊은 적 없어. 바로 그들을 위해, 난 그 태양이 될 거야.

도망칠 줄밖에 모르는 겁쟁이인 주제에!! 그건 변명일 뿐이야!!

카무이!! 넌 에제트의 배신자야!!

카무이는 망설임 없이 흑점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앞을 막아선 것이 익숙한 얼굴이라 해도, 카무이는 직접 일식을 끝내려 했다.

죗값을 받아라!! 이 배신자!!

진정으로 에제트를 "배신"하고, 가족에게 상처를 안겨 준 놈은...

너 자신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