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제트 옛터
20년 후
후... 후...
으악!
고요한 방 안에 시끄러운 기계 작동음과 때로는 참는 듯, 때로는 목이 쉰 듯한 카무이의 외침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하... 팔다리를 고정하길 잘했네.
이러면, 아무리 아파도... 몸이 본능적으로 벗어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아직 부족해! 황금 태양으로 전환하려면... 이 정도로는 한참 모자란다고!!
한 번 더!! 아아!!!
경고, 퍼니싱 시뮬레이션 환경 농도가 안전 기준치를 초과했습니다. 훈련을 즉시 중단할 것을 권장합니다.
이런 게... 지금 와서 무슨 소용이야.
시뮬레이션 농도를 계속 올려!!
카무이가 기기의 안전 기준치 차단을 수동으로 삭제했기에, 어떤 프로그램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경보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지만, 카무이의 가슴 속 황금빛 에너지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펑!!" 지나치게 높은 퍼니싱 농도를 견디지 못한 시뮬레이션 기기는 결국 망가지고 말았다. 굉음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카무이는 격리벽의 깨진 파편과 함께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기기가 파손되면서 모든 시뮬레이션 설정이 강제로 중단되었다. 카무이는 뜨거운 햇볕 아래 말라가던 물고기가 죽기 직전 겨우 물속으로 돌아온 것처럼, 비로소 숨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물고기는 산산이 부서진 몸을 힘겹게 이끌고 다시 그 타오르는 땅으로 기어올라, 하늘의 태양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 했다.
난... 콜록콜록... 멈출 수 없어.
[player name]이(가)... 아직 날 기다리고 있어!!
비틀거리며 일어선 카무이는 조금도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창고에는 아직 예비 기기가 남아 있어서 하나가 망가지면 새것을 가져다 쓰면 될 일이었다. 카무이는 자신에게 단 1초의 휴식 시간도 주고 싶지 않았다.
카무이!! [player name]이(가)...
어서 가보세요. 최종적으로 위독 통지서가 나왔어요. 결론은...
"한계 임박, 치료 포기."라고 합니다.
!!
이 여덟 글자를 들은 순간, 카무이는 아무 생각 없이 방을 뛰쳐나갔다.
당시 에제트의 임무를 시작으로, 이후 20년간 인간 전선이 패배할 때마다 카무이는 이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쇠락해 가는 인간 기지에서 이런 참혹한 상황은 일상이 된 지 오래였다.
하지만 "치료 포기" 뒤에는 적어도 항상 "권장"이란 말이 붙어 있었다.
카무이는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이것은 권장이 아닌 통지였다. 현재 인간에게 남은 모든 의료 수단으로도 지휘관은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안 돼. 적어도 지금은 안 돼.
난 아직 해결책을 찾고 있어. 조금만 더 하면 찾을 수도...
의무실로 달려가는 내내 카무이는 자신을 달랬다. 이런 상황은 예전에 카무이가 [player name]을(를) 데리고 에제트를 탈출할 때도 있었다. 그때도 지휘관은 엄청 위태로웠지만, 결국 생명의 별이 지휘관을 지옥에서 끌어올려 주었다.
그 후로 지휘관의 건강 상태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나빠졌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을 버텨왔다.
카무이에게는 지휘관이 살아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첫 20년이 있다면, 그는 지휘관을 위해 두 번째 20년도, 심지어 세 번째 20년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었다.
카무이는 단지 [player name]이(가) 다시는 떠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player name]!!
평소의 익숙한 광경은 보이지 않았다.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걱정하지 말라고 웃으면서 다독여주던 지휘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지휘관은 그저 말없이 병상에 누워 있을 뿐이었고, 손을 들어 카무이를 곁으로 부를 기력조차 없어 보였다.
[player name]?
카무이는 병상 곁으로 다가가 지휘관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카무이는 이런 결말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이전에도 수없이 이런 결말을 겪어왔지만, 이처럼 비통하고 무거운 끝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카무이는 곧 [player name]와(과) 헤어지게 되었다. <카무이는 곧 [player name]을(를) 잃게 되었다.>
[player name]? 이번엔... 또 무슨 일이 있었어?
에제트에서 돌아온 뒤로... 마인드 표식에 남은 후유증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옛 상처가 다시 도진 거야? 괜찮아. 푹 쉬다 보면 나아질 거야. 재활할 때 내가 곁에 있어 줄게.
아니면... 이번 임무 때문에 나갔을 때 새로 다친 거야? 괜찮아. 어디가 다쳤는지 말해줄래?
내가 여러 가지 상처 치료법을 배워뒀거든. 어떤 상처든 다 아무 문제 없이 치료할 수 있어.
아니면, 마인드 표식 문제야? 걱정하지 마. 난 지금도 황금 태양으로 전환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거든. 언젠가 꼭 성공할 거고, 그때는 너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거야.
넌 꼭 괜찮아질 거야. 그렇지?
[player name], 한마디만 더 해줄래?
응?
뭐든 좋으니까... 한마디만 더 말해줘.
네가 괜찮다고, 무사할 거라고, 다시는 떠나지 않을 거라고... 한번만 더 말해줘.
카무이는 의식의 바닷속에서 [player name]의 마인드 표식이 다시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지휘관과 함께 카무이의 의식의 바다도 조금이나마 안정을 되찾았다.
[player name]! 역시... 괜찮을 거라고 믿었어. 지금 바로 해결책을 찾으러 갈게!!
의사!! 의사!! 어서 와봐. [player name]이(가) 아직...
아니야. 이게 어떻게 낭비가 될 수 있어? 넌 살아야만 해. [player name]. 인간은 아직도 널 필요로 한단 말이야!! 그리고 나도...
나도 널 다시 잃을 순 없어.
하지만 카무이는 의식의 바닷속에서 방금 밝아졌던 마인드 표식이 다시금 희미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바람 앞의 꺼져가는 촛불처럼, 기름이 다 떨어진 등불처럼, 그 빛은 서서히 사그라들고 있었다.
다 내 잘못이야. 그때 임무에서 널 제대로 지켰더라면, 이런 후유증도 남지 않았을 텐데...
그 후로 수많은 임무에서 넌 매번 한계를 넘으며 연결 작전을 수행했는데, 난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어.
그리고 내가 집요하게 태양 에너지에 계속 적응할 때마다, 너도 같이 연결되면서 분명 반작용을 받았을 거야.
왜 너 대신 이런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을까? 내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더 많은 힘을 가졌더라면...
내가 황금 태양이었다면, 차징 팔콘의 모두도, 공중 정원도 그리고 너도...
너희가 모두 나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너희를 지켜주지 못했어. 내가 널 제때 구해주지 못했어.
나도 알아. 다 알고 있다고. 난 꼭 그 약속들을 지켜야만 하는데...
하지만...
이제 더는 못 버티겠어. [player name].
내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 에제트도, 차징 팔콘도, 공중 정원도... 내겐 더 이상 함께 나아갈 동료가 없어.
그리고 이젠 너마저 잃게 될 거야.
나에겐... 이제 집이 없어!
"미안해, 미안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카무이는 그저 마음속으로 미안함을 되뇔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끝내 흘러나왔다. 지휘관의 손끝을 타고 흘러내린 눈물방울이 하얀 시트 위에 떨어져 번지며, 오랫동안 봄빛을 보지 못했던 이 낡은 기지에 조용히 꽃 한 송이를 피워냈다.
하지만 지금, 그 꽃마저도 곧 시들어버릴 운명이었다.
[player name]?
카무이는 [player name]의 곁에 무릎을 꿇은 채 오랫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카무이는 이루어질 리 없는 기적을 꿈꾸며, 마인드 표식에 불꽃이 다시 타오르길 기다렸다.
하지만 지휘관의 생명은 다 타버린 잿더미가 되어, 두 번 다시 타오를 수 없었다.
그런 거야. 난 지금 또 하나의 깊은 악몽에 있는 거야. 그렇지?
공중 정원에서 기체 적합할 때처럼... 그리고 그 후로 전환을 시도할 때처럼...
이건 의식의 바다 진동이 일으킨 깊은 악몽일 뿐이야.
분명 증거가 있을 거야. 지금 당장 찾아봐야겠어!
카무이가 병실을 뛰쳐나갔다. 그는 이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증거를 찾아야만 했다.
창고,
무기실,
자료실,
통신실...
이것들은 모두 가짜여야만 했다.
하지만 어딜 가도 모든 것이 생생했다. 카무이는 도망칠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카무이가 원하는 증거는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럴 리 없어. 이게 진짜일 리가 없어.
도망갈까? 그래. 에제트의 옛터에서 도망가자. 기지 밖이 현실 세계일지도 몰라!
카무이는 에제트 건물의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통로는 끝없이 이어졌지만, 카무이는 지칠 줄을 몰랐다.
헉... 헉...
바로 이 앞이... 출구야. 그리고...
카무이가 그토록 꿈꾸며 돌아가고 싶어 했던 현실 세계가 있을 것이다.
...
왜...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거지?
여긴 분명... 가짜여야 하는데?
그러니까... 여기가 현실인 거야?
에제트 밖도 여전히 카무이를 옭아매는 우리일 뿐이었다. 설령 이 황폐한 곳을 벗어난다 해도, 카무이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난... 또 뭘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떠났는데, 이젠 뭘 해도 의미가 없어.
카, 카무이 형.
입구 안쪽에서 얼굴을 다친 아이가 약병과 붕대를 들고 카무이를 불렀다.
넌... 최근에 구조된 아이지?
카무이 형, 혹시... 다치셨나요? 약을 드리려고요.
의사 선생님이 요즘 형이 많이 힘들고 아프다고 하셨어요.
저희가 뭐라도 돕고 싶어요. 형이 저희를 구해주셨잖아요. 형에게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싫어요.
나...
카무이는 살짝 수줍음을 타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기지에는 여전히 이렇게 황폐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아이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을 구해와서, 안식처를 마련해 준 이가 바로 카무이였다.
카무이는 이들이 겨우 찾은 보금자리를 다시 잃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알겠어.
에제트로 돌아가자.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너희를 계속 지켜줄 거야.
카무이는 이 땅의 인간을 영원히 지켜낼 것이다. 이것은 카무이가 오래전부터 간직해 온 약속이었다.
아직 설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카무이는 차라리 그 악몽 속으로 돌아가 독무대를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끝까지 버티며, 인간을 위해 마지막 불씨까지 태우기로 했다.
"집"
에제트 옛터
에제트 옛터-"집"
카무이는 [player name]을(를) 품에 안은 채, 의무실에서 "집"으로 향했다. 그때도 카무이는 이렇게 [player name]을(를) 안고, 에제트의 그 수많은 적을 헤치고 나왔었다.
둘은 긴 복도를 지나 방의 가장자리에 다다랐다. 지나간 자리마다 관찰 캡슐<관>이 놓여 있었고, 그 안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잠들어 있었다.
빈 관찰 캡슐 하나를 고른 카무이는 지휘관의 몸을 그 안에 조심스레 눕혔다. 하지만 카무이는 자리를 바로 뜨지 않고, 차갑게 식어버린 손을 고집스럽게 꼭 쥐고 있었다.
어때, [player name]? 여긴 좀 편한 것 같아?
불편한 거 있으면 바로 말해. 더 좋은 자리로 옮겨줄게.
이제 푹 쉬어. 너무 지쳤잖아. 이대로 가다간 몸이 버티지 못할 거야. 뭐? 다음 작전 회의에도 참석하고 싶다고?
당연히 참석해도 돼. 근데 그냥 자리에만 있어 줄래? 다음 회는 내가 진행할게. 더는 널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카무이는 말을 마치고 나서야 캡슐 안에 있는 지휘관의 손을 놓았다.
그럼, 회의를 시작하자.
카무이는 방 안의 브리핑 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오래전부터 지도 한 장이 걸려 있었고, 위에는 수많은 표식이 빽빽하게 그려져 있었다.
지난번 임무에서 뒤처리할 게 너무 많아서, 지금까지 미뤄졌네.
하지만 이젠 마무리 작업도 거의 다 끝났으니, 정례 작전 회의를 다시 시작해도 될 것 같아.
제9617차 작전 회의, 발표자 카무이, 지금 시작할게.
우선은... 현황 정리야.
카무이는 다시 돌아서서 오래된 지도를 바라보았다. 그 위에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걸어온 모든 발자취가 담겨 있었다.
카무이는 지도 한가운데에 시선을 멈추며, 손가락을 지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인 "에제트"에 갖다 대고 톡톡 두드렸다.
20년 전, 나와 [player name]은(는) 임무 명령에 따라 에제트 옛터에 왔었어. 그 목적은 파오스와 안정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장치를 찾아내고, 태양 에너지를 회수하는 것이었어.
맞아. 바로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건물이야.
하지만... 임무는 결국 실패로 끝나 버렸어. 진정한 황금 태양은 마리스에 의해 파괴됐고, 생존자들은 모두 학살당했어.
그뿐만 아니라, 통신 장치도 파괴된 상태에서 우리는 남은 태양 에너지를 챙기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어. 그 후로 공중 정원은 더 이상 파오스를 찾지 못했어.
더 끔찍한 건... 생명의 나무 계획이 적에게 노출되면서, 공중 정원은 계속 한 발씩 뒤처질 수밖에 없었어.
적들은 계속해서 인간을 약탈하고 짓밟았어. 그리고...
카무이가 천천히 눈을 감자, 몸소 겪었던 그 참혹한 광경들이 의식의 바닷속에서 하나둘 떠올랐다.
지도에 표시된 건, 우리와 그들이 벌였던 모든 공방전이야. 하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모든 시도는 결국 실패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어.
우리가 지켰던 진영은 계속 무너지고, 줄어들기만 했지. 10년 전, 공중 정원의 모든 생존자는 지상으로 철수해서, 에제트 옛터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고 계속 저항했어.
희생자는 계속 늘어났고, 잡을 수 있는 희망도 계속 줄어들기만 했어.
그 후...
카무이의 손끝은 순서대로 모든 지점을 훑었고, 그 궤적은 지구 전체를 지나쳤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모든 곳에는 실패를 뜻하는 X표가 그어져 있었다.
카무이의 손끝은 마지막으로 지도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그곳은 인간이 아직 발을 들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었고, 한쪽 구석에는 파오스 함선이 간략하게 그려져 있었다.
우리는 마침내 파오스의 단서를 찾아냈고, 모든 인력을 모아 그곳으로 향했어. 파오스는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불씨였고, 우리는 그 불씨가 다시 새벽을 불러올 수 있을 거라 믿었지.
하지만 우리가 결국 찾아낸 것은 낙원이 아닌 지옥이었어.
그것은 한 척의 유령선이었다. 파오스 안에는 이름 모를 죽음의 영역에 홀로 정박해 있는 듯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파오스에는...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고, 수많은 이합 생물만이 우리를 맞이했지.
우리는 필사적으로 싸웠고, 많은 이들을 희생시켜서야 겨우 도망쳐 돌아왔어. [player name]도 그때 옛 상처가 도져 다시 위독한 상태에 빠지고 말았어.
우리가 이번에 작전 회의를 제때 열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이것 때문이기도 해.
에제트로 철수한 뒤, 그들은 이곳을 "집"으로 삼았다. 먼저 떠난 이들은 이곳에서 영면에 들었고, 살아있는 이들은 때때로 찾아와 희생자를 기렸다.
다행히도, 이제 [player name]은(는) 많이 나아졌어. 하지만 다음엔 진짜 조심해야 해. 지금처럼 계속 몸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뛰어들면 안 된다고. 무엇보다 네 몸이 제일 중요하니까.
카무이는 다소 무거워진 손을 들어 지도에 남은 마지막 정토에 X표를 그었다. 거대한 지도는 어느새 수많은 표식으로 가득 뒤덮였고, 이제 유일하게 남은 건 가운데의 황폐한 "에제트"뿐이었다.
한때 살길이라 믿었던 모든 곳이 죽은 도시가 되어버렸고, 카무이의 인생 출발점에서 처음 마주쳤던 죽은 도시가 오히려 인간의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이제 지상에 있는 인간의 희망은 이곳뿐이야.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
카무이 혼자 이어가는 회의인 만큼, 아무도 그에게 답하지 않았다. 모든 관찰 캡슐<관> 안에는 이미 세상을 등진 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나 혼자만 남았지만,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쓰러지지 않을 거야.
난 절대 쓰러질 수 없어.
난 계속 태양 에너지와 융합하면서, 언젠가 반드시 황금 태양으로 전환할 거야. 그리고 이 세계에는 아직 살아남은 인간들이 있을 테니까, 그들을 찾아서 데려올 거야.
끝까지 버텨나갈 거야. 이게 내게 남은 유일한 사명이니까.
가끔 너무 지쳐서 걸을 수 없을 땐... 이 모든 게 그저 악몽<무감각>이라고 생각하게 해줘.
그러면, 더 이상 아픔을 느끼지 않을 거야<산송장>.
카무이는 그제야 그때 오딜리가 일러줬던 그 말을 행동에 옮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이
곁을 떠나고 나서야
카무이는 비로소 그 외롭고 험난한 여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를 알게 됐다.
카무이에게 아직 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을까? 카무이는 쉽사리 답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냥 이렇게 멍하니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카무이의 남은 생에는 더 이상 집<의미>이 없었고, 남은 건 오직 폐허뿐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