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장실
에제트
왜... 이렇게 된 거지?
다 철수했다고 했잖아. 침입자도 없었는데...
대체 누가 이들을 죽인 거야?!!
"펑! 펑펑!!"
멀지 않은 곳에서 충돌음이 들렸다. 소리가 둔탁한 것으로 보아,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나는 것 같았다. 카무이는 문득 뭔가를 깨닫고 급히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카무이는 마침내 소리의 근원을 찾아냈다. 그 소리는 구석의 어느 한 봉쇄된 관찰 캡슐에서 난 것이었다. 카무이는 즉시 관찰 캡슐의 번호를 확인한 뒤, 옆에 있는 중앙 제어실 스크린에서 스캔 결과를 확인했다.
캡슐 안에서 소형 기계 같은 무언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초조한 듯 캡슐 벽을 들이받으며 밖으로 나오려 하고 있었다.
이 헝태는... 혹시 그거?!
아니, 괜찮아. [player name]. 내가 할게.
조심하지 않으면... 그게 널 다치게 할 수도 있어.
말을 마친 카무이는 지휘관 앞으로가 안전한 거리를 확보해 주었다. 그러고는 재빨리 봉쇄된 캡슐 문을 열었다.
쿠키! 쿠키!
활발한 소형 기계가 관찰 캡슐에서 튀어나와 계속 소리를 내며 카무이에게 깡충깡충 뛰어왔다.
이건... 우리 셋이 함께 쓰던 통신 기계야. 손상이 거의 없어. 누군가가 일부러 남겨둔 것 같아.
아사르와 카트레브가 남긴 게 맞지? 분명 나한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거야!!
쿠키! 카무이가 집에 온 것을 확인!
카무이를 위해! 음성 메시지 재생!
명령받은 쿠키는 "휙" 하고 공중에서 작은 원을 그렸다. 이것은 예전에 셋이 쿠키를 개조할 때, 카무이가 하도 졸라대서 아사르가 마지못해 허락한 디자인이었다.
쿠키가 저장된 음성이나 영상을 재생할 때면, 감지 범위 안을 한 바퀴 빙 돌고는 셋 중 하나를 골라 어깨 위에 내려앉은 뒤 재생하고는 했다.
쿠키... 쿠키? 아사르, 카트레브?
쿠키가 의아한 듯 공중에서 두 바퀴를 빙 돌았다. 감지되는 이가 한 명뿐이라는 게 이상한 모양이었다.
쿠키... 카무이! 카무이!
익숙한 모습을 감지한 쿠키는 기쁜 듯 카무이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번 착륙 지점! 카무이!
쿠키! 메시지 재생, 시작!
발신자: 아사█▄▅▁▄
식별 오류! 신원 정보 재검사!
얼굴▇▄█▅특징 대조!! 대▇▄▃▄조...
얼굴 특징▆▃▇대조 결과: 카█▃▆▄▃▂트레브! 정보▇▄▆▃▄수정!
발신자: 카트레브!
카무이는 쿠키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더 빨리 재생되길 바랐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들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카▅█▄▁▅무▁▁█▄▅▁이
카... 카무이.
잡음 때문에 목소리가 살짝 왜곡되면서 카무이는 시작할 때 자신을 부르는 음성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상대가 몇 번 더 시도한 후에야 비로소 소리가 제대로 잡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카무이. 이젠, 쿠키를 찾았을 거야. 이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겠지.
난... 카█▃▆▄▃▂트레브야.
모두가 심각한 상처를 입었어. 그리고 아사르는 먼저 갔으니까, 유언은 내가 남길게.
그때의 진실이 필요하다면, 이 자료를 공중 정원에 가져가. 내가 말할 테니, 넌 녹음을 가져가서, 보고하면 돼.
그 대전 이후, 우리 셋은 돌파했어. 에제트는 기지로 돌아가 주둔했고 발리콘 계획을 이어갔어. 근데 나와 아사르는 전환에 성공했지만 너에겐... 아무 반응이 없었어.
전환 때문에 퍼니싱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대량의 침식체가 몰려들었어. 결국 에제트는 고립됐고 우린 널 공중 정원으로 보낸 뒤 남아서 버텼어.
하지만 마리스가, 계속 우릴 노리고 있어서, 연락을 끊고, 숨어서 방어할 수밖에 없었어.
네가 돌아오지 않은 건, 네 탓이 아니야. 그때 넌 중상을 입었으니, 아마도 잊었을 거야.
괜▅█▄▁▅찮아. 집에 돌아왔으니, 됐어.
마리스는 황금 태양을 파괴하려고 했어. 우린 버티지 못했고, 에너지를 여기 두고 마리스를 유인하기로 했어. 그리고 모두의 에너지를 뽑아서, 네게 주기로 했어.
너라면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카무이. 우리 대신 살아남아서, 다시, 태양을, 하나 만들어내 봐.
우리는, 여기까지야. 카무이, 이것만 꼭 기억해 줘.
우릴█▄▆▃▁▆, 집▇▁▅█▃▂▁▂▂으로 데려가 줘.
집▇▂▄▁▅▆▄▁▂▂▅
찌지직...
최신 메시지 재생 완료!! 쿠키█▄▇▃연속 재생 모드 활성화 완료!!
재생 로직▇▆▂준수!! 시간▅▆순서! 재생 횟수▄▃▅순서! 혼란▇▄▆... 랜덤 재생!!
카무이!!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다음에 또 늦으면 혼자 남아서 추가 훈련해!!
카무이, 우리가, 부상을 숨긴걸, 아사르가 알아챘어. 아사르가 오기 전에, 먼저, 도망가자.
오류! 오류! ▆▃▇▄누락된 메시지 감지!! ▆▃▇▅연속 재생 모드 종료! 재생 시작!!
카█▅▇▃▁▁무이, 메시지를 들었으면, 빨리 가.
에제트는▇▃█▁황금▆▂▇█▄▃▆태양으로, 작동을 유지하고 있어. 지금 에너지가 파괴되면, 방어 장█▆▇▄▅▁치가 꺼질 거야.
그때 에너지는 퍼니싱▇▂█▆▁▂농도 이상을, 일으킬 거야, 위험해.
위▆█▄▇▃▂▁▅험하니까, 우릴▇▄█▂▆신경 쓰지 말고, 어서▆▇▂█가█▅▇▄▁!!
크아악!
카무이가 멍하니 있던 찰나 쿠키가 카무이에게 달려들었다. 다행히 지휘관이 재빠르게 알아차려 통제를 잃은 기계를 튕겨냈다.
한쪽으로 날아간 쿠키는 멈추지 않았고, 괴이한 붉은 빛을 깜빡이며 다시 한번 돌진하려 했다.
카무이!! 가지 마!!
누구도█▅█▃▁에제트를!! 떠나면 안 돼!!
여기!! 남아!!
쿠키는!! 너희가 필요해!! 여기 남아!!
이건 그저 연락용 기계니까 일반 프로그램대로 설정하면 된다고 예전에 말했잖아.
왜 굳이 "성격 시뮬레이션 시스템"까지 추가하고, 무슨 활발, 열정적, 찰싹 달라붙는 태그를 몽땅 집어넣은 거야?
이 녀석이 하루 종일 날 따라다녔다고! 정말 시끄러워 죽겠어!
그게 왜? 엄청 다정하고 귀엽잖아.
카트레브가 드물게 부탁을 했는데, 설마 거절할 거야?
응, 그렇게 하고 싶어.
알았어, 알겠다고.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잖아? 말하는 음량만 좀 줄이면 돼.
방어 시스템▄█▂▆▂종료. 이상!! 침█▃▆▁▁입!!
쿠키가 입을 벌려 카무이의 손을 꽉 물었다. 힘이 약해 다치진 않았지만, 쿠키는 좀처럼 놓을 기색이 없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어!!
흐아아!!
펑!!! 카무이는 순식간에 쿠키를 완전히 부숴버렸고, 산산조각 난 쿠키는 더 이상 어떤 소리도 낼 수 없게 되었다.
경보! 경보! 에제트 코어가 손상되어 예비 에너지가 유출되었습니다. 모든 방어 장치가 곧 종료될 예정이니, 즉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대량의 침식체 침입이 감지됐습니다. 1급 경보 대비책이 실행 중입니다. 시스템 에너지가 부족해 실행에 실패했습니다.
시스템이 곧 종료됩니다. 모든 인원은 즉시 대피... 대피...
주위 퍼니싱 농도가 이상해. 쿠키도 분명 그것 때문에 영향받아서 침식된 거야.
여기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아. [player name], 어서 떠나자!
에제트의 작동을 유지하던 코어가 파손되자, 내부에 봉인된 에너지가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렇게 황금 태양 에너지는 들판에 내던져진 생고기처럼, 굶주린 야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침식체가 벌떼처럼 에제트 건물 내부로 밀려 들어왔고, 그중에는 이합 생물도 상당수 섞여 있었다. 현재 상황은 에제트가 이전에 겪었던 그 어떤 전투보다도 더 끔찍했다.
구조 요청 신호를 보냈어! [player name]! 현재 상황은 어때?
방금 받았어. 최대한 빨리 오고 있대. 하지만 일단은 우리 힘으로 뚫어야만 해!
에제트 내부 경로는 너무 복잡해서 공중 정원도 구체적인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아. 구조대가 도착한다 해도 무작정 들어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거야.
[player name]! 조심해!!
카무이는 신속하게 지휘관 뒤로 이동해 기습해 오는 이합 생물을 막아냈다. 이 기체가 무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직접적인 공격을 받을 때만큼은 인간의 육신보다 훨씬 강했다.
제기랄!! 왜 여기도 이놈들한테 막혀있는 거야!! 도저히 뚫을 수가 없어. 이게 마지막 출구인데!
잠깐만! [player name], 아직 선택지가 하나 남아 있어.
에제트에는 숨겨진 탈출 통로가 하나 있어. 하지만 입구가 반대편에 있어서, 거기까지 가려면 에제트 전체를 가로질러야 해.
그러면 전선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 게다가 침식체 수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 통로 상황이 여기보다 나을 거라는 보장도 없어.
하지만 그곳이 아직 함락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거야.
우리가 방금 뚫으려고 했던 입구는 여기보다 상황이 훨씬 좋았음에도, 우리는 빠져나오지 못했어.
지금 눈앞의 입구를 강행 돌파한다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하지만 그 비밀 통로는 여기보다 보안성이 훨씬 더 높아서, 안전할 가능성이 높아.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출발하자!
통로 입구가 바로 저 앞에 있어!
이 눈앞의 적들만 뚫고 나가면...
[player name]? 네 상태가 이상해 보여! 무슨 일이야?!
의식의 바다 저편에서 지휘관의 마인드 표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속도를 더 높일게!
[player name]!!
카무이는 지휘관을 부축했다. 지휘관의 상태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보였다.
안 되겠어. 더 이상 기다릴 순 없어. 지금 당장 널 데리고 나가야겠어.
크아악!
윽?!! 꺼져!!
이합 생물이 통로 내벽을 뚫고 튀어나오자 카무이는 지휘관을 뒤로 보호하면서 칼을 휘둘러 이합 생물을 베어버렸다.
!!!
이합 생물들이 소리를 듣고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둘이 아무리 능수능란하다고 해도 이 좁디좁은 공간에서 벗어나기란 절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카무이는 겨우 찾은 탈출구를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쓰러질 수 없었다.
기체는 아직 버틸 수 있어. 내가 뒤를 막을 테니 넌 먼저 통로로 들어가. 일단 한 명이라도 탈출하면 우리는...
크아악!!!
탄환이 굉음을 내며 날아가더니 카무이의 옆구리를 노리던 이합 생물을 정확히 맞혔다.
지휘관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재장전하는 동작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윽?!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카무이는 의식의 바다가 찢어질 듯한 아픔을 느꼈다. 순간,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해진 카무이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의식의 바다... 진동... 왜 하필... 이런 때에!
카무이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기체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고, 손에 쥔 대검은 떨림에 따라 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맞다. 에너지... 이렇게 많은 에너지라면... 의식의 바다를 다시 복구할 수 있을 거야.
[player name], 먼저 연결을 끊어. 우린 지금 당장 돌파해야 하니 나 때문에 발목 잡혀선 안 돼!
크아!!
지휘관의 소리는 더 많은 괴물의 포효에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
자신의 약함 때문에 또다시 누군가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카무이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돌파만 할 수 있다면 개의치 않았다.
카무이는 익숙한 절차대로 그 에너지를 가슴에 넣었지만, 이번엔 에너지도 그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황금빛 액체는 황사를 스쳐 지나간 물처럼 서로 섞이지 못한 채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왜... 아무런 효과도 없지?
콜록... 좀 더 넣어보자. 그러면 꼭...
멈칫하는 순간 카무이의 방어에 치명적인 틈이 생기고 말았다. 오랫동안 잠복해 있던 이합 생물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오더니 날카로운 발톱으로 방어가 허술해진 카무이의 코어를 노렸다.
지휘관의 외침을 들은 카무이는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눈앞에는 지휘관이 뻗은 손이 보였지만, 그 손은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지휘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 힘을 다해 괴물 앞을 가로막았다.
터져 나온 선혈이 카무이의 정신을 번쩍 차리게 했다. 카무이의 동공은 순간 수축했고, 이내 주위의 이합 생물들이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player name]!!
분노에 찬 포효와 함께 칼날이 미친 듯 울부짖었다. 카무이는 눈앞의 괴물을 산산조각 낸 뒤 비틀거리는 지휘관을 부축했다.
인간의 거친 숨소리는 너무나도 무거웠고, 카무이는 자기 몸과 마음마저 함께 내리눌리는 듯했다. 감당할 수 없는 짐을 진 것처럼,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미안해, 카무이.
카무이!! 너희 먼저 가!! 어서 가라고!!
카무이! 아이들을 데리고 어서 도망쳐!!
카무이, 네가 말했잖아. 우리는 가족이라고...
우리가... 영원히 태양이 될 수 없다면, 너희가 대신... 새벽을 보러 가.
카... 무... 이...
왜...
카무이...
카무이...
카무이... 죽기... 싫어.
안 돼.
순간, 붙잡지 못했던 기억들과 구하지 못했던 이들이 한꺼번에 카무이의 눈앞에 떠올랐다.
불쌍한 카무이, 가장 아끼는 가족을 구할 때 항상 한발씩 늦으면 어떡해?
난 왜... 너희들을 구하지 못했지?!
안 돼! [player name]!!
여기서 쓰러질 순 없어. 난 아직 [player name]을(를) 지켜야 해.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의식의 바다의 고통이 갈수록 심해졌지만, 카무이는 몸을 지탱하며 비밀 통로 입구를 향해 힘껏 달렸다.
여기서 쓰러질 순 없어. 난 아직 [player name]을(를) 지켜야 해.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고!!
분명 에너지를 흡수했잖아? 왜 힘이 나오지 않는 거야?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냐고?!!
더 빨리 달려! 아니면 늦게 될 거야!
하지만 아무도 카무이의 외침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카무이를 기다리고 있는 건 꿈쩍하지도 않는 황금 에너지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침식체와 이합 생물뿐이었다. 카무이는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입구를 향해 계속 발걸음을 옮겼다.
꿈도... 꾸지 마!
누구든... 절대로...
그 누구도 내가 [player name]을(를) 데리고 돌아가는 걸 막을 수 없어!!
꺼져!! 이 괴물들아!!
더 빨리, 조금 더 빨리 달려야만 했다. [player name]의 상처는 이미 썩기 시작했고, 퍼니싱 침식으로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었다. 카무이에겐 시간이 없었다.
발에는 천근의 족쇄가 채워진 듯했고, 땅속에서 누군가의 손이 기어 나와 발목을 꽉 붙잡은 것만 같았다. 몽롱한 상태의 카무이는 이 탈출로를 수도 없이 달려본 것만 같았다.
카무이는 이 길을 따라 부모의 생사, 생존의 희망, 무너진 도시의 새벽빛 그리고 숨이 끊어져 가는 친구를 찾기 위해 달렸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카무이의 뜻대로 된 적이 없었다.
"펑!!!"
오랜 시간 달린 끝에 카무이는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먼지가 가득한 땅에 몸이 부딪힌 순간,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하지만 카무이가 무의식적으로 [player name]을(를) 꽉 감싸안은 덕분에, 지휘관이 더 다치는 일은 없었다.
모래... 먼지...
카무이는 몸에 묻은 흙먼지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카무이의 몸을 받아낸 것이 철제 바닥이 아닌 흙이었고, 눈앞에는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중요했다.
우린 탈출했어!!
온몸을 내리쬐는 뜨거운 햇볕이 이 순간만큼은 이슬비보다 더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보다 더 기쁜 것은 귀에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였다. 그것은 공중 정원의 수송기 소리였다.
착륙하는 그림자를 향해 달려간 카무이는 이번에는 다행히 희망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수송기가 무사히 지면에 착륙했고, 그 안에서 나오는 이들을 본 카무이는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공중 정원의 익숙한 제복을 입고 있었다.
다행이야. 우린 구조됐어! [player name]!! 빨리 봐!!
[player name]?
하지만 품 안의 지휘관은 미약한 반응을 보일 뿐,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생물학적인 심장이 있을 리 없는 몸에서 카무이는 다시 심장이 뛰는 것을 느꼈다. 그 심장 박동은 품 안의 지휘관과 연결되어 있었고, 지휘관의 상태가 악화함에 따라 박동도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결국 완전히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이러면 안 돼. [player name], 이러지 마!!
같이 돌아가자. 공중 정원이 널 구해줄 거야.
카무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전에도 매번 그랬고, 지금도 다를 바 없었다.
카무이는 한계에 다다른 지휘관을 안고 공중 정원 수송기를 향해 달렸다.
구해줘. 제발 [player name]을(를) 구해줘!!
[player name]을(를) 구할 수 있는 건 너희뿐이야. <난 [player name]을(를) 구할 수 없어.>
어서!! 지휘관을 어서 구해달라고!!
카무이에게 다가온 공중 정원 병사가 지휘관의 상태를 살피더니,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카무이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본 뒤 수송기 안으로 서둘러 뛰어갔다.
함께 온 의료진들은 서둘러 응급 의료 장치를 꺼내 조작하면서, 생명의 별 본부와 연락을 취했다.
지금 즉시 준비해 주세요!! 그리고 모두 최고 등급으로 부탁드립니다! 어서요!
속행 통로를 개방하고, 바로 생명의 별로 출발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