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5 저무는 태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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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5-13 평범한 자와 슬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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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실

에제트

카... 무... 이...

왜...

뚝!

캐롤의 마지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스는 쉰 소리만 내는 목을 무참히 꺾어버렸다.

순간, 짙은 퍼니싱이 캐롤의 육체를 침식하면서 의식의 바다까지 퍼져나갔다. 구조체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농도의 퍼니싱에 캐롤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캐롤!!

카무이는 달려가 그 부서진 육체를 받아냈다.

캐롤을 떠받친 손에는 더 이상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고, 아무리 슬퍼하고 후회해도 캐롤의 죽음은 돌이킬 수 없었다.

테스트는 끝났어. 아쉽지만, 넌 내가 찾던 황금 태양이 아니야.

근데 이 벌레들은 왜 목숨을 걸고까지 그 에너지를 지키는지 모르겠네.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 된다느니, 에너지를 네게 주면, 자기들은 살 수 있다느니 하면서 말이야.

정말 웃기지 않니? 흑점은 결국 흑점일 뿐이잖아. 이 에너지를 시혜로 네게 줄 테니 자신을 마음껏 태우고, 최선을 다해 몸부림쳐봐.

닥쳐.

하찮은 벌레가 비참한 건 희망을 잘못 걸었기 때문이고, 네가 비참한 건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기 때문이야.

구세주 같은 건 전설 속의 영웅이지, 현실에는 그저 평범한 인간들만 존재해.

평범한 자가 세상을 구하려는 망상을 품으면, 더 처참한 대가를 치르게 될 뿐이야. 그 대가는 네가 가진 모든 것으로도 부족할걸?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잃고 나서도... 넌 결국 아무도 구할 수 없을 거야. 이게 바로 너 같은 평범한 자가 맞이할 가장 비참한 결말이지.

그 입 닥치라고!

카무이는 허공을 향해 절망적인 일격을 휘둘렀다. 하지만 카무이를 기다리는 건 텅 빈 공간의 그림자밖에 없었다.

왜... 도망가지 않는 거지?

왜 여기서 버티고 있었던 거야?

왜... 날 기다린 거야?

대체 왜?!!!

카무이는 눈앞의 차가운 시체들을 바라보며 소리치고, 따져 묻고, 울부짖고 싶었다. 그냥 도망갔으면 됐잖아? 더 안전한 곳으로 피하면 됐잖아? 더 이상 날 신경 쓰지 않았으면 됐잖아?

아무도 카무이에게 대답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침묵 속에서 같은 답을 주고 있는 듯했다.

카무이는 그들이 필사적으로 지키려 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카무이가 올 때까지 이 암호화된 보관함을 지키기 위해 여기서 끝까지 버텼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이런 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짙은 핏자국을 밟으며, 지휘관은 한 걸음 한 걸음 보관함을 향해 걸어갔다.

차가운 철제 보관함이 천천히 열리자, 희미하면서도 화려한 금빛 광채 한 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고작 이런 것 때문에...

너희들...

손에 쥔 에너지 병을 바라보자 카무이에게 허탈함이 밀려왔다. 이런 하찮은 것 때문에 그들이 목숨까지 바칠 필요는 없었다.

카무이는 자신이 그런 헌신을 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에너지... 황금 태양!

카무이는 문득 마리스가 방금 한 말이 떠올랐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마리스는 아직 진정한 황금 태양의 적합자를 찾고 있는 거야.

아직 다른 이들이 있어!! 그들이 지금 위험에 처해 있어!!

모든 순간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태양 코로나 유전자의 물리적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카무이는 의식의 바다에서 통증을 느꼈다.

카무이는 그런 참혹한 일이 절대 반복되도록 내두지 않겠다고, 이제는 한발 늦어 누군가를 잃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카무이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에너지 흡수 완료!! 현재 적응성이라면 더 이상 완충 시간을 둘 필요가 없어.

에제트의 마지막 방어선은 에너지 보관실이야. [player name], 지금 바로 가자!

카무이는 최대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지휘관을 데리고 전속력으로 이동했다.

침착해, 카무이. 성급해하지 마, 카무이. 두려워하지 마, 카무이.

카무이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말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니잖아? 더 끔찍한 상황이라도 그들은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하늘을 뒤덮었던 대전에서도 그들은 살아남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