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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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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5-13 평범한 자와 슬픈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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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제트 통로

현재

열렸어. 가자!

자료실에서 얻은 실시간 암호 덕분에 카무이는 통신실로 향하는 통로를 손쉽게 열 수 있었다. 그래서 둘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이동했다. 이대로만 간다면 곧 구원의 희망이 보일 터였다.

응. 꽤 오랫동안 그랬었어! 처음엔 좀 힘들었지만, 후엔 점점 더 순조로워졌어.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어. 발리콘 계획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면서 우리는 본부로 돌아가서 최종 전환에 모두 투입됐거든.

그때 처음으로 에제트가 움직이는 모습을 봤어.

황금시대 시절 수많은 주민이 전쟁을 피해 에제트로 도망쳐 왔다. 하지만 에제트는 지리적으로 은밀한 곳에 있었기에, 카무이의 기억이 시작된 이후로는 계속 한곳에 머물러 있었다.

그 장면은 정말 멋있었어!

지휘관은 카무이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공중에서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전과 조금 달라진 역원 장치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

고마워. 지휘관.

지금은... 그렇게 슬프지 않아.

따뜻하게 웃는 카무이의 눈빛은 흐릿한 등불 너머, 몇 년 전의 어느 한순간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소년들은 손을 맞잡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리고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는 아이들의 모습은 어두운 시간 속 유일한 빛이 되어 주었다.

적어도 그 일 덕분에 에제트 전원이 하나로 뭉치게 되었어.

힘들고 아픈 길이었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 해도 우리는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서로의 벽을 허물고, 함께 나아가며, 더 강해지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낼 거야.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그 길을 끝까지 걸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고, 너 그리고 모두와 만날 수 있었으니까.

이것은 공중 정원의 기체 적합을 진행할 때, 카무이와 지휘관이 맺은 약속이었다. 카무이는 태양 코로나 유전자 적응 초기에 의식의 바다 진동이 너무 심해서, 깨어날 때마다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카무이는 지휘관에게 만약 자신이 평소와 달라 보인다면, 기억 속 한구석에서 홀로 헤매고 있을 테니...

그때는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했다.

지휘관의 익숙한 손길이 닿으면 카무이는 금방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따뜻한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카무이는 웃음을 거두고, 지휘관을 이끌며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순간, 카무이는 탁한 공기 속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파동을 느꼈다.

!

미세한 소리를 놓치지 않은 카무이는 본능적으로 지휘관을 뒤로 당긴 후, 신속하게 주변을 살피며 기습이나 침입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 통로는 통신실로 이어지는데...

설마?!

근처에 침입자나 매복이 없음을 확인한 카무이는 멀지 않은 벽면의 호출기를 집어 들었다.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이 장치로 통신실과 직접 연락할 수 있을 것이었다.

통신이 바로 연결됐다. 하지만 응답은 없었고, 들려오는 것은 어지러운 충돌음뿐이었다. 그러자 카무이의 가슴은 불안한 예감으로 가득 찼다.

거기 누구 없어? 나 카무이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반복한다. 여기는 [SU-0] 카무이. 응답 바람!

카무이의 외침이 통로를 가득 채우며 저편의 소음을 집어삼켰다. 그때 마침 누군가가 호출기 앞에 다가온 듯, 쉰 여성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캐롤

카무... 이?

목소리는 매우 약하고 희미했지만, 카무이가 알아차리기에는 충분했다. 그건 캐롤의 목소리였다.

캐롤

살려... 줘.

제발... 우리를 구해줘!!!

아아악!!!

문 반대편에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고, 그 비명은 십 년의 시간을 넘어 화살처럼 카무이의 가슴에 꽂혔다.

통신실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player name], 서두르자!!

둘은 서둘러 통신실로 향했다. 예상대로 통신실과 가까워질수록 퍼니싱 농도가 짙어졌다. 카무이는 문득 예전에 공중 정원에서 봤던 정보를 떠올렸다. 승격자들이 왜 자신을 공격하지 않았을까? 왜 하필 통신실일까? 아니면 승격자가 계속 뒤쫓고 있었던 것일까?

제기랄!!

카무이는 통신실 문에 강력한 펀치를 날리고는 암호를 서둘러 입력했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단단히 잠겨 있었다.

문 열어!

카무이가 힘껏 문을 밀었다. 하지만 문은 살짝 흔들리기만 할 뿐, 이 30센티미터 간격 너머에서 수많은 비명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캐리

캐롤!! 이 망할 괴물, 죽어!!

달렌

진정해! 캐리! 으아악!

도리안

내 손!! 내 손이 잘렸어!!

샬롯

오지 마!! 제발 죽이지 마!!

처절한 비명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고, 그 비명은 날카로운 발톱처럼 카무이의 마음을 할퀴었다. 이런 장면을 전에도 본 듯한 카무이는 지키지 못한 동료들과 벗어나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며 더 이상 그런 결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무기를 들어 문을 세차게 때리는 카무이는 이 순간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만약 또다시 망설이고 주저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만 남게 될 터였다.

쾅!

쾅!

쾅!!!!

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자, 카무이는 마침내 생과 사를 막고 있던 문을 부수었다. 순간, 끔찍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널브러진 시신들을 분간할 새도 없이, 강렬한 핏빛이 카무이의 시야를 뒤덮었다.

카... 무... 이... 윽...

범인이 여유롭게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오며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쓰레기처럼 한쪽으로 걷어찼다.

마리스!! 이 망할 것!!

카무이가 범인을 향해 외쳤다. 수년이 지났지만, 마리스의 모습은 카무이의 기억 속 그대로였다.

그동안 에제트 기지를 노려왔던 세계 정부의 고위 관료는 더 이상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머, 우리 꼬마 카무이 아니야? 그 덜렁대던 바보가 이젠 어른이 다 됐네?

오랜만에 다시 만났는데, 누나가 그립지 않았어? 아, 미안. 내가 기억력이 나빠서... 이럴 땐 가족이 더 그리울 텐데, 그렇지?

마리스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고, 손안의 작은 그림자를 인형처럼 흔들어댔다.

마리스의 가녀린 손가락은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목에 깊숙이 박혀 있었고, 거기서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아쉽지만, 너무 늦었어. 네 다른 가족은 거의 다 죽었거든.

그래도 난 참 친절하지 않냐? 널 위해 마지막 한 명은 살려놨거든. 오랜만의 재회인데, 인사는 해야지~

카... 무... 이...

어서... 도망가...

캐롤의 성대는 이미 심하게 손상된 상태라 더 이상 그녀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는 마지막 숨결로 카무이에게 도망치라고 애원했다.

그 손 놔!

카무이는 분노에 차서 곧바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전혀 동요하지 않는 마리스는 먼저 주위의 퍼니싱 농도를 높여 카무이의 속도를 늦추고는 손에 힘을 줘 캐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게 했다.

으아악!

그만해!! 더 이상 캐롤을 해치지 마!!

그건 네게 달린 게 아닌데, 친애하는 카무이.

아니면, 내가 손가락으로 이 여자애를 죽이기 전에 네가 달려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player name], 공중 정원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자, 수없이 기적을 이뤄낸 "영웅".

똑똑한 것 같던데, 내가 뭘 원하는지 한번 맞혀보지 그래?

쳇... 어딘 한번 해보던가.

불쌍한 카무이, 가장 아끼는 가족을 구할 때 항상 한발씩 늦으면 어떡해?

그 기분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그래서 너한테 기회를 한번 주고 싶어. 날 이겨. 그럼, 캐롤을 살려줄게. 네가 가족을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야.

기회를 준다고? 너 따위는 나와 [player name]한테 아무것도 아냐!

후후~ 어리석긴. 네 상대가 나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너희 에제트는 원래부터 규칙을 지키지 않았잖아. 네가 전처럼 우리의 게임 규칙을 깨뜨리지 못하게, 이번엔 내가 직접 캐롤을 감시할 거야.

네가 맞서야 할 상대는... 따로 있거든.

안심해. 분명 기대할 만한 전투가 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