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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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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5-9 떠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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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 숙소 휴게실

에제트

카무이, 엄마가 오실까?

세 아이는 테이블 위에 깜짝 선물을 세팅했다. 카무이는 카트레브에게 선물이 제대로 놓였는지 봐달라고 하는 중이었고, 아사르는 신난 둘을 보며 머뭇거리다 결국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걱정 마. 꼭 오실 거야.

"쾅!!"

한창 이야기하던 중, 문 쪽에서 큰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이 고개를 돌리자, 부러진 문손잡이를 쥔 오딜리가 어색하게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에우르디스는 그 뒤에서 몰래 웃고 있었다.

어, 그게... 너희 방에 들어오는 것도 너무 오랜만이라, 이 손잡이를 어느 쪽으로 돌려야 하는지 까먹었거든. 그래서 몇 번 돌렸을 뿐인데...

이 고물딱지가 이렇게 약할 줄 누가 알았겠니! 단번에 부러지네. 오늘 밤에 새 걸로 교체해 줄게.

온 가족이 다 모였지만, 다시 묘한 침묵에 휩싸였다.

엄마, 아빠. 미안해.

카무이가 먼저 침묵을 깼다.

저번에... 그런 태도로 말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오딜리는 말없이 다가와 카무이와 아사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우르디스도 뒤따라와 구석에 조용히 숨어 있던 카트레브를 끌어안았다.

사과해야 할 건 우리지. 너희들을 걱정하게 했잖니.

너희한테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서... 너무 조급했던 것 같구나. 오히려 역효과만 났어. 우리 생각이 짧았다.

엄마, 그럼, 발리콘 계획은...

그건 우리가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 볼게, 괜찮지? 아직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있어서 그래.

하지만 약속하마. 이번에는 너희한테 숨기지 않고 다 솔직하게 말해줄게.

아사르는 더 따지고 싶었지만 카무이가 말렸다.

엄마랑 아빠의 성격을 잘 알잖아. 지금은 허락하지 않을 거야.

괜찮아. 우리에겐 시간이 있어. 우리가 더 강해지려고 노력하면 두 분도 태도를 바꿀 수 있잖아.

네 말이 맞아. 일단은 넘어가자. 지금 고집부려봤자 의미 없는 말싸움만 될 테니까.

어쨌든,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아.

너희 둘, 거기 숨어서 뭘 그렇게 속닥거리는 거니? 축하 파티는 안 할 거야?

오딜리는 에우르디스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에서 상자를 하나 집더니 얌전히 서 있는 카트레브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었다.

자, 받아. 예전에 통신용 소형 기계를 갖고 싶다고 했지? 너희가 말한 대로 개조해 왔어.

오딜리가 상자를 테이블 위에 놓고 뚜껑을 열자, 소형 기계 하나가 튀어나왔다.

주인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쿠키입니다!!

권한 설정!! 완료!! 쿠키는 카무이, 아사르, 카트레브의!! 공용 통신기입니다!!

이 녀석은... 말이 엄청 많네.

응, 너희가 좋아할 만한 성격으로 프로그래밍했는데, 괜찮지?

와! 진짜 이름이 쿠키라고?! 헤헤, 이름부터 맘에 쏙 들어.

네가 이 이름으로 해달라고 했지, 카무이?

다른 이름을 생각해 둔 게 있니, 아사르? 지금 말하면 카무이와 상의해서 바꿀 수도 있어.

됐어. 근데 왜 엄마 생일에 우리한테 선물을 주는 거야?

왜? 싫어? 그럼, 내가 가져간다.

앗, 좋아, 너무 좋아!! 여기 좀 봐. 카트레브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뺏어가면 안 되지.

응, 좋아.

거봐, 좋으면...

"우웅... 우웅..."

끝맺지 못한 약속은 갑작스레 울린 경보음에 묻혀버렸고, 다들 바짝 긴장한 채 각자의 통신기를 확인했다.

최고 등급 경보다!

제1방어선, 응답하라!! 무슨 상황이지?!

오딜리의 통신 기기에서 지직거리는 소리가 나다가, 연결되자마자 시끄러운 잡음이 섞여 들렸다.

치직... 침▇▄█▅식체... 치직... 돌파당했습니다!!

현재▇▄▆▃접근 중... 치직... 기지█▄▆본부로!!

오딜리는 서둘러 방어선 지도를 확인했다. 외곽 방어선 몇 개는 이미 뚫린 상태로, 폭주한 침식체 무리가 에제트 본부로 몰려오고 있었다.

젠장, 갑자기 웬 침식체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온 거야. 지원군은?!

방금 세계 정부에서 연락이 왔어. 지원군 쪽에 문제가 생겨서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대.

현재로선 그쪽에 기대는 건 무리야.

오딜리는 즉시 외곽으로 나가 싸울 준비를 했고, 세 소년도 무의식중에 따라나서려 했다.

너희는 안 돼!!

오딜리가 다급히 그들을 멈춰 세웠다.

가서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피난소로 들어가. 거긴 안전할 거야.

그럼, 엄마랑 아빠는? 왜 우리랑 같이 안 가는 거야?

일단 시키는 대로 해... 너희는 먼저 들어가 있어. 우린 다른 대원들을 구출하고 나서 합류할게.

...

알겠어. 아사르, 카트레브, 가자!

그들은 오딜리의 약속을 듣고 나서야 발걸음을 돌려 명령을 따랐다.

외부의 소란은 점차 내부까지 번졌다. 에제트 기지의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데도, 카무이 일행은 끊임없는 진동과 미세한 퍼니싱 농도를 느낄 수 있었다. 적들이 점점 깊숙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였다.

빨리!! 뛰어. 더 빨리!!

카무이! 지금 데려가는 게 몇 번째지?

이게 마지막이야! 카트레브가 안에서 인원 파악 중이야!!

다 왔어. 낙오된 사람은, 없어.

제일 안쪽으로 피하라고 해! 방금처럼 갑자기 침식체가 튀어나오면 또 누가 다칠지 몰라!

엄마와 아빠는? 엘리트 부대는 한 명도 안 돌아왔어!!

호출해도 응답이 없어. 가자! 위치가 복도 쪽이야. 바로 지원을 가야 해!!

지원은 무슨 얼어 죽을 지원이야! 얌전히 숨어 있으라고 했잖아!!

오딜리가 격리문을 닫자 쾅 하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그런 뒤 오딜리와 에우르디스가 복도에서 침식체들과 대치하던 중, 갑자기 멀리서 카무이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다른 두 아이도 카무이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는 바람에 둘은 조금 초조해졌지만, 다행히 모두가 호흡을 맞춰 무사히 피난소 앞까지 철수할 수 있었다.

엄마, 다른 사람들은? 오는 중이야?

그쪽도 지원이 필요하면 내가 한 번 더 나갔다 올 수...

윽?! 아파!!

오딜리는 카무이에게 알밤을 세게 먹이고는 앞을 가로막았다.

다들 오고 있으니까, 넌 얌전히 있어! 싸돌아다니지 말고.

오딜리.

오딜리는 에우르디스와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챈 그녀는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뒤에 있는 세 소년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자, 마침 통신이 왔어. 금방 도착한대.

너희 셋은 먼저 피난소로 들어가서 모두를 안쪽으로 대피시켜. 앞쪽 공간은 그 사람들이 쓸 수 있게 비워두고.

엄마랑 아빠는 같이 안 가?

다 들어가면 밖에서 오는 사람들은 누가 맞이하니? 잔말 말고 어서 들어가. 늦으면 큰일 나.

그럼, 내가 같이 가서 맞이할게. 아사르와 카트레브는 남아서 대피시키고.

안 돼!! 너희 셋, 전부 다 들어가! 제발 말 좀 들어!!

얘들아, 시간이 없어. 안에서 모두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

약속하마. 사람들을 데리고 바로 돌아올게. 이 약속은 절대 어기지 않으마.

됐어! 다들 어서 들어가! 다들 안전 통로로 오고 있는데, 무슨 일이 생기겠니?

소년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지시에 따라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안쪽 사람들을 모두 진정시킨 후 피난 캡슐 외곽으로 돌아왔을 때, 문은 이미 굳게 닫힌 상태였다.

아사르는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서둘러 달려가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보아하니 밖에서 완전히 잠긴 모양이었다.

카무이

엄마... 엄마!! 아빠!! 어서 들어와!!

카무이는 유일한 방호 유리창 앞으로 달려갔고, 창에 바짝 붙어 손으로 유리를 쾅쾅 치며 그들의 주의를 끌려 했다.

카무이

엄마!! 아빠!! 지금 뭐 하는 거야?!

됐어? 에우르디스.

제대로 잠갔어. 지금부터는 우리 둘, 그리고 세계 정부의 권한이 없으면 아무도 못 열어.

외부 침입만 없다면, 여긴... 아무도 열 수 없어.

카무이

무슨 말이야? 같이 들어오겠다고 약속했잖아?!!

문을 좀 열어줘. 제발 문을 좀 열어달라고!!!

카무이, 아사르. 그리고 카트레브.

오딜리가 다가와 카무이가 기대고 있는 유리창 맞은편에 손을 맞댔다.

엄마, 아빠가 너희한테 거짓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야.

걱정하지 마. 세계 정부 군대가 오고 있어. 지원군만 오면 너희는 무사할 거야.

침식체들이 이미 통로 외곽까지 뚫고 들어왔어. 하지만 겁먹을 필요 없어. 우리가 밖에서 지켜줄 테니까. 피난소는 안전할 거야.

만약에... 앞으로 에제트를 너희한테 맡기마.

에제트의 신념을 절대 잊지 마. 우리가 지키고, 싸워왔던 가장 소중한 것을 잊어선 안 돼.

우릴 위해 슬퍼할 필요 없어. 카무이, 아사르, 카트레브.

이건 이별이 아니야. 우린 영원히 너희와 함께할 거란다.

에제트를 너희에게 맡길게. 그러니까, 앞으로는 울면 안 돼, 알았지?

우리는 너희를 영원히 사랑해. 그리고...

오딜리

미안해.

오딜리

...

오딜리

방호 유리의 차단막 스위치는 그 안에 있어. 꼭... 찾아서 누르렴.

카무이

싫어...

카무이

엄마, 아빠. 뒤에 있는 문이... 곧 부서질 것 같아!! 우릴 내보내 줘, 같이 싸울게!!

엄마!! 아빠!!

"퍼억..."

카무이의 외침이 순간 얼어붙었고, 선혈이 유리창 위로 튀었다. 다행히 유리가 막아준 덕에 아이들의 몸에는 피가 튀지 않았다.

카무이

어... 엄마? 아빠...

카무이는 멍하니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나갈 수 없었다. 옆에서 필사적으로 문을 열려는 아사르와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카무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무기를 쥐고 뛰쳐나가려 했지만, 유리에 비친 등 뒤의 사람들을 본 순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저 희생을 헛되이 만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사르도 발버둥을 포기했다.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얼굴을 감싼 채 낮게 흐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카무이에게 애원했다.

아사르

카무... 이... 차단막을 닫아줘.

더는 보지 마.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보고 싶지도 않아.

카트레브는 쪼그려 앉아 아사르를 껴안고 그의 귀를 막아주었지만, 그 역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 끔찍한 고통과 시련을 똑바로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다들 카무이가 차단막을 닫아주길 바랐다. 차단막 너머로 분노에 찬 포효, 고통스러운 비명 그리고 날카로운 경보음 등 잔혹한 살육의 소리가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그 끔찍한 소음은 사람들의 쉬어버린 애원과 울음소리마저 무참히 집어삼키고 있었다.

"쿵!!"

카무이는 무겁게 차단막을 닫았다.

카무이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그와 아사르는 오랫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서 지냈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처럼, 그들은 부모님과 함께했던 훈련, 놀이, 기념일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보고 또 보았다.

그 화면 속에는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부모님이 너무나도 평안하고 생생한 모습으로 살아 계셨다.

피바다도 없었고, 산산조각 난 시체도 없었다.

오딜리와 에우르디스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 같아서, 차라리 이 영상 속을 현실이라 믿고 싶었다.

기억이 생긴 순간부터, 카무이는 어둠을 싫어했다. 아니, 무서워했다.

어릴 적 카무이는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누군가에게 곁에 있어 달라고 울며 매달리거나, 밤새 불을 켜두어야만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카무이는 어둠이 품은 그 음습하고 끈적이는 감각을 지독히도 혐오했다. 그 지독한 어둠 속에서는 길, 사람, 자기 자신조차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무이는 한낮의 햇살을 가장 좋아했다. 따스하게 자신을 비추는 그 환한 빛 아래서야,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선명하게 눈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딜리와 에우르디스가 떠난 직후의 시간이 오히려 그 두려움을 "치료"하는 계기가 되었다.

굳게 닫힌 방 안엔 녹화기를 제외하곤 아무 불빛도 없었다. 카무이는 그 앞에 멍하니 앉아, 평생 지하에 살던 사람이 마침내 태양을 마주한 것처럼, 스크린 속 오딜리와 에우르디스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들은 싸우고, 훈련하고 있었다. 카무이는 일어나 그들의 동작을 따라 무기를 휘둘렀다. 그는 늘 그렇게 해왔다. 무의식적으로 부모님의 발자취를 찾아 그 위를 밟으며, 그들처럼 태양이 되는 법을 배웠다.

그러다 갑자기 발이 걸려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카무이는 어둠 속에서 구르고 부딪히며,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다. 어둠에 대한 예민함도 그때 "치료"되었던 것이다.

카무이가 버둥거리며 다시 일어났다. 기기는 이미 꺼져 있었기에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카무이는 아예 눈을 감고 그들과 관련된 모든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가장 잘하는 흉내 내기 놀이를 했다.

전진,

후퇴,

회전,

그러다 결국 길을 잃었다.

카무이가 쫓던 것이 아닌 다른 손이 내밀어졌고, 카무이는 무의식적으로 그 손길에 이끌려 자신을 맡겼다.

카무이는 그 방을 나와, 잃고 얻기를 반복해 온 현재로 돌아왔다.

[player name]?

난... 괜찮아.

응, 네 말이 맞아.

뭐가 됐든... 다 지난 일이야.

그분들은... 진작에 떠나셨어.

사실 따지고 보면 아주 오래전의 일인데.

다시 떠올리니까, 그 모든 일을 다시 한번 겪은 것 같았어.

잃었다가 다시 얻고, 눈 깜짝할 새 다시 잃어버렸다.

카무이는 또 시선을 스크린 쪽으로 돌렸다. 파일 페이지를 조금만 더 내렸더니, 오딜리와 에우르디스의 사진이 보였다.

카무이는 수년째 업데이트되지 않은 두 장의 사진을 보며 그들의 옛 모습을 추억하려 했다.

?!

스크린의 경고등이 갑자기 깜빡이기 시작하며 카무이의 회상을 끊었고, 그는 즉시 감시기 화면을 띄웠다. 대부분의 감시기가 망가져 화면이 까맣게 나왔지만, 자료실 주변의 몇 개는 아직 작동하고 있었다.

침식체가 침입했어!

스크린 구석에 침식체 두 마리의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녀석들은 자료실 주변의 통로를 배회하다가, 이쪽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정비를 끝낸 둘은 즉시 침입한 침식체의 흔적을 찾아 나설 준비를 했다. 하지만 카무이는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시선을 다시 스크린 쪽으로 돌렸다.

기분 탓인가? 방금 그 동작들...

별일은 아닌데, 그냥...

침식체의 행동 패턴에 좀 특이한 점이 몇 개 있어서 말이야.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습관적인 행동 같았거든.

이 특징들이 왠지... 익숙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