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번외 기록 / ER15 저무는 태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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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15-3 부러진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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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무이?

너는...

카무이는 눈앞에 서 있는 자의 얼굴을 또렷하게 볼 수 없었다.

정말, 넌 왜 또 혼자 앞서가는 거야? 다른 애들은 걸음이 느리니까, 네가 좀 기다려 주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을 버리고 가면 안 돼.

가족? 내 집이 어딘데?

그리고 너 말이야. 넌 대체 누구야?

하지만 눈앞의 인물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등을 돌리고는 저 멀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뿐이었다.

세계 정부는 너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어. 우린 그저... 한발 늦었을 뿐이야.

조금 전의 걸걸한 여자 목소리와는 또 다른 낮고 쉰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 너희도 똑같은 일을 겪게 될지 몰라. 그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이건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나도 그리고 너희 자신조차도.

그래도 너희에게 이 말은 해야겠구나. 미안하다.

그딴 "미안하다."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말했지. 카무이. 우리를 내버려두고 혼자 가버리면, 아무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헤어지는 건, 안 돼.

카무이, 약속을 기억해. 우리를 버리지 마. 이 가족을 버리지 마.

너희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진실을 알려 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들은 곧 떠나려 했다. 일말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카무이를 데려갈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버려진 건 그들이 아니라 카무이 자신인 것 같았다.

잠깐!!

카무이는 앞을 향해 달렸다.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잡으려 했지만, 거리는 이상할 정도로 무한히 늘어만 갔다. 그래서 전력을 다해 손을 뻗어도 끝내 닿을 수 없었다.

아직 부족해. 더 빨리... 조금이라도 늦으면 더없이 소중한 것을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카무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쿵!!" 무언가에 걸려 바닥으로 거칠게 넘어진 카무이는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고, 무언가를 낚아챘다.

드디어 따라잡은 걸까?

일말의 희망을 품은 카무이가 이번에는 그들의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고개를 들었다.

?!!!

그들은 카무이와 함께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숨소리나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 그들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망령들에게 잠식되기 직전, [player name]이(가) 카무이를 심연 밖으로 끌어올렸다.

...

태양 에너지가 의식의 바다 일부를 복구한 덕분일까? 카무이는 자신의 기억 깊은 곳을 탐색하기가 더 쉬워졌다. 하지만 연결이 깊어질수록,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상실감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감정이 선명해질수록, 그 심연으로 빠져드는 깊이는 더해지기 마련이었다. 카무이는 적어도 이 본능처럼 차오르는 그리움만큼은 뚜렷하게 실감하고 있었다.

기계음

테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금일 데이터를 기록 중입니다. 전체 보고서 출력까지 약 30초가 소요됩니다.

기계음

보고서가 생성되었습니다. 확인해 주십시오. 알림: 다음 테스트 데이터를 미리 설정하시겠습니까?

수신을 완료했습니다. 사전 설정이 없습니다. 테스트 시스템이 절전 모드로 전환됩니다. 사용 시 수동으로 재부팅해 주십시오.

보고서는 너희 단말기로 동기화해 뒀으니 알아서들 확인해. 지상으로 내려가기 전 마지막 검사라, 데이터는 아카이브에 저장될 거야.

간단히 말해서 결론은 이거야. 이터널 선 기체의 의식의 바다 진동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어. 리스크가 있다는 소리지. 하지만 다른 수치는 기준치 통과다. 출격을 승인하지.

그따위 낡아빠진 자료는 지금 카무이의 기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발리콘 계획 당시 나타난 증상은 훨씬 극단적이고 파괴적이었다. "면역"에 실패해 반작용당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지. 파일 기록상에서는 그런 대원들을 "흑점"이라 칭했어.

유전자가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 결국 태양 코로나 유전자의 부정적인 분자에 동화돼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거야. 이런 체질은 퍼니싱에 더 쉽게 침식되고, 순식간에 쇠약해져서 죽음에 이르게 되지.

당시 세계 정부가 흑점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는... 자세한 기록은 없지만, 뻔하지. 대부분 폐기 처분했을 거야.

됐다. 본론으로 돌아가지. 지금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하나야. 이 상태로 지상 임무를 수행할 거라면, 언제든 의식의 바다 진동에 휘말릴 각오를 하라는 거야.

이상이다. 그래도 임무에 지장 없다고 판단한다면, 더는 말리지 않겠어.

이론상으로 안정을 도울 수는 있겠지. 하지만 카무이의 의식의 바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파쇄"되어 있다는 거야.

의식 연결은 위태로운 건물을 지탱해 줄 수는 있어도 박살 난 건물을 원상 복구할 수는 없어. 그건 너라도 불가능해. [player name].

물론,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 확정된 건 아니야. 에제트로 간다니까, 조사 중에 뭔가 단서를 찾을 수도 있겠지.

카무이의 의식의 바다 손상은 공중 정원에 오기 전부터 있었으니까. 과거 발리콘 계획에서 받았던 개조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커.

만약을 대비해서 이 임시 탐지기를 가져가. 소량의 에너지라도 사용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어. 금색으로 표시되면 흡수해도 큰 문제는 없다는 뜻이야.

하지만 붉은색이 뜨면 퍼니싱 농도가 위험 수치를 넘었다는 거니까, 즉시 접촉을 중단해.

저번에 적합성 테스트할 때, 태양 에너지로 손상 부위를 복구하려고 했었잖아? 그것도 방법 아닐까?

성공할 확률은 있어. 과거 개조로 네 의식의 바다는 태양 코로나 유전자와 이미 융합된 상태니까. 손상된 부위에 남아 있는 물질 구조도 태양 에너지와 같은 기원일 거야.

하지만 지금 내가 주입해 준 건 대부분 인공 에너지야. 에제트에서 오리지널 에너지를 찾아서 주입한다면, 파손된 부분이 다시 자라날지도 몰라.

물론, 이것 또한 추측일 뿐이야. 난 여전히 너희가 내려가기 전에 다른 방어 수단을 마련하길 권장해.

방어 수단이라니... 지난번 테스트 때 말했던 "의식 앵커 포인트"를 말하는 거야?

그래. 마인드 표식이나 연결 방식과 비슷하게, 지휘관이나 다른 구조체가 네 의식의 바다에 앵커 포인트를 박아두는 거지.

앵커 포인트는 기본적으로 특별한 "정보"의 형태야. 발동되면 의식의 바다를 강제로 각성시켜 주지. 훨씬 빠르고 강력해서 의식 연결 외 비상수단으로 딱 맞아.

하지만 실험체 의식의 바다가 심각하게 손상되면, 깨진 앵커 포인트가 역류해서 설치한 이에게까지 피해를 준다고 했잖아.

심지어 앵커 포인트를 심는 과정에서부터 설치하는 자의 의식의 바다에 부하와 악영향이 간다고도 했고.

모든 수단에는 부작용이 따르는 법이야. 그나마 이게 리스크가 가장 적어.

응.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굳이 위험을 퍼뜨릴 필요는 없잖아?

별문제 없을 거야. 그냥 나 혼자 감당하면 돼.

...

아시모프는 "그럴 줄 알았다."라는 표정을 짓더니, 카무이와 더 실랑이하는 대신 뒤에 서 있는 인간 지휘관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럼, 마지막 기체 점검을 진행하지. 예상 소요 시간은...

아시모프의 말과 동시에 인간 지휘관의 단말기가 진동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발신인과 내용은 뻔했다.

5분.

의식의 바다 연결부터 시작하지. [player name], 네가 도와.

정규 절차 중 하나였기에 카무이도 거절할 명분은 없었다. 아시모프와 인간 지휘관은 환상의 호흡을 발휘해, 원래 5분이면 끝날 검사를 무려 15분이나 질질 끌었다.

아시모프에게 눈빛으로 물어보았지만, 그는 눈을 부라리며 "나한테 묻지 마."라는 신호만 되돌려줄 뿐이었다.

지휘관~ 아시모프~ 내가 다 보고 있거든?

둘이 눈빛 교환하는 거, 다 티가 난다고! 기체는 문제없는 거지? 그럼, 얼른 임무 시작하자고...

카무이.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카무이의 기세가 순식간에 쭈그러들었다.

대, 대장? 하하하, 여긴 웬일이야?

저기... 나와 [player name]은(는) 금 임무 때문에 급해서 말이야! 할 말 있으면 갔다 와서 들을게! 그럼 이만!

카무이가 인간 지휘관의 손을 낚아채 도망치려 했지만, 두 발짝도 못 가서 카무에게 앞길이 막혀버렸다.

네 새 기체 말이야.

아직은

준비가

됐 을

텐데?

어딜 가려고!

미리 말해두는데, 대장한테 송부되는 보고 알림을 끈 거, 우린 다 알고 있어. 근데 시스템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보냈더라고.

그리고 공교롭게도 대장이 그걸 받았을 때, 차징 팔콘 휴게실에서 화면을 띄워놓고 있었거든. 마침 나와 카무도 같이 있었고 말이야.

더 공교로운 건 아시모프가 "의식 앵커 포인트 제안서" 메일을 보냈는데, 네가 거절한 내역까지 첨부되어 있더라고.

의식 앵커 포인트가 네게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우리 모두 동의해. 보고서에 적힌 문제들도 그렇고... 그래서 다 같이 온 거야.

네 의견을 존중해, 카무이. 하지만 네가 혼자 위험에 뛰어드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

우리가 널 믿는 만큼, 너도 우리를 믿어줬으면 해.

표정이 진지해진 차징 팔콘 대원들은 이 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미안. 그런 뜻이 아니라, 난 그냥...

의식 앵커 포인트가 너희한테도 영향을 줄 테니까. 누군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 나 혼자로 충분하잖아.

날 믿어줘. 임무를 완벽하게 끝내고 금방 돌아올게! 그때는 반드시...

아, 시끄러워! 그딴소리 집어치워. 카무이. 우릴 뭐로 보는 거야?

반대로 우리가 네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면 넌 망설일 거냐?

네 성격에 절대 그럴 리가 없잖아! 넌 그렇게 하면 되고, 우린 왜 안 된다는 건데?

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카무이. 이건 네가 우리에게 주는 약속이자, 우리가 너에게 줄 수 있는 안전장치라고 생각해 줘.

약속해. 반드시 몸조심하겠다고. 원하는 걸 찾으면, 우리가 준 것들을 가지고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말이야.

이럴 땐 그냥 차징 팔콘한테 좀 기대.

명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넌 차징 팔콘 소속이야.

난...

잠시 망설이던 카무이는 준비했던 핑계들을 모두 삼키기로 했다.

그럼, 너희도 약속해. 보호 대책을 확실하게 세우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걱정하지 마. 이 앵커 포인트들은 내가 절대 다치지 않게 잘 지킬 테니까.

어이, 그쯤 해. 카무이, 너 언제부터 그렇게 우물쭈물했냐?

카무가 짜증 난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진짜 임무를 방해할 수는 없었다.

반성하는 태도가 나쁘지 않으니, 보상은 외상으로 달아두지. 돌아오면 갚아라!

내 몫은 간식 심부름 20번, 반즈 몫은 수면 캡슐 운반 20번, 대장 몫은... 어, 까먹었다. 돌아오면 다시 얘기해!

20번이라니... 너무한 거 아니냐?!

카무와 반즈가 동시에 눈을 부라리자, 카무이는 끽소리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눈물겨운 전우애는 거기까지.

운송 장비 탑승까지 30분 남았다. 검사는 내가 계속할까? 아니면 너희가 할래? 아, 의식 앵커 포인트 건은 결정했나?

말이라고 해?

모두 같이 하면, 더 완벽하고 꼼꼼하게 검사할 수 있지. 의식 앵커 포인트는 하는 김에 같이 처리할게.

어?! 자, 잠깐, 카무, 반즈! 오지 마!

이제 와서 빌어도 늦었어!!

프로가 아니라서 힘 조절이 잘 안될 수도 있는데, 넌 그냥 참아.

카무와 반즈가 카무이를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카무이는 역사상 가장 "세밀한" 기체 부품 검사를 받게 될 운명이 돼버렸다.

흠, 카무이의 이전 테스트 보고서를 다시 검토해 볼까..

너무해, 지휘관?!

지... 휘... 관...

30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고, 카무이는 현재 "무사히" 운송 장비 내부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전 카무이가 겪은 "참극"에 비하면, 지금은 확실히 무사하다고 할 만했다.

카무와 반즈 녀석들의 손이 너무 맵잖아. 게다가 지휘관, 넌 어떻게 이 "참극"을 보고만 있을 수가 있어.

두 분, 총사령관님께서 이번 임무를 위해 특별 통신 권한을 추가해 주셨습니다. 인증 및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해 주십시오. 확인되는 대로 출발하겠습니다.

알겠어.

카무이는 장난기를 싹 거두고 빠르게 단말기를 조작했다.

시스템 음성

신원 정보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인증에 성공했습니다. 이터널 선 기체의 특별 통신 권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회선 설정을 완료하세요.

회선의 기본 이름은 [SU-0]입니다. 이름을 수정하시겠습니까?

아니. 이대로가 좋아.

그 이름을 들은 카무이가 멈칫했다. 하지만 곧 감정을 추스르고 망설임 없이 "취소" 버튼을 눌렀다.

맞아. 원래대로라면 발리콘 계획에서 성공한 첫 번째 "황금 태양"이 가져야 했을 번호야.

이터널 선 기체 개발 단계에서도 계속 이 코드로 불렀거든. 이번 회선 이름도 그 때문에 이렇게 된 걸 거야.

희미하게 기억나는데, 당시 에제트에서 이 번호가 새겨진 훈장도 디자인했었어! 첫 번째 황금 태양만의 거였지. 가슴에 달면 모두가 볼 수 있게 말이야.

바로, 이렇게! 기억은 안 나지만, 어쩌면 그때의 내가 그 훈장을 직접 만져봤을지도 몰라!

카무이는 과장된 몸짓으로 훈장을 다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가슴에 손이 닿자, 카무이의 미소가 굳어졌다.

그렇다. 지금의 카무이는 훈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과거에도, 단 한 번도 가진 적이 없었을지 모른다.

카무이는 손가락으로 가슴 위에 세 글자를 그려보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겼다.

[Second-Unnatural-0], 이게 정식 명칭이야.

앞의 두 단어는 꽤 오랫동안 나와 함께했었어. 발리콘 계획의 2차 개조자이면서, 후천적인 인공 간섭으로 변이가 시작된 우리들은 모두 같은 접두사를 썼거든.

생각할수록 신기해. 고작 알파벳 두 글자가 에제트에서 내가 겪은 대부분의 시간을 설명해 준다는 게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첫 번째 황금 태양"의 전유물이지! 에제트는 "0"의 모양이 태양의 윤곽과 닮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거든.

첫 번째 황금 태양으로부터 인간은 새로운 삶과 돌파구에 대한 희망을 얻었어. 그리고 새로운 힘을 얻어서 미래에도 끝없이 많은 태양을 만들어내고, 퍼니싱이라는 어둠을 몰아내는 거지.

"0"은 다른 변이자들은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숫자이자 영광이었다. 카무이가 만약 진짜 태양이라면, 응당 그가 누렸어야 할 영광의 증표였을 것이다.

이번 임무를 통보받고 나서 이 번호를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몰라.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라니까!

지휘관도 공감하지? 솔직히... 너도 이 번호를 꽤 많이 들어봤잖아.

에제트와 파오스의 매칭 메커니즘에 따르면, [SU-0]는... [player name], 너의 전용 무기니까.

모든 에제트 멤버는 파오스를 위해 복무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최고의 결과물인 황금 태양은 응당 파오스의 수석 엘리트와 짝을 이뤄 싸워야 했다.

그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 기뻤어! 너와 나 사이에 드디어 특별한 연결고리가 생긴 것 같았거든.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너만이 줄 수 있는 거잖아.

게다가 [SU-0]는 강함의 상징이잖아! 앞으로의 전투에서 너희 모두를 지킬 힘이 있다는 뜻이니까.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영원히 내 것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총사령관이 말한 그 신호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어.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진, 아무도 내가 [SU-0]라고 장담할 수 없겠지.

물론! 그렇다고 실망한 건 아니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황금 태양이라면, 인간을 지킬 이가 있다는 거니까.

다만... 내 작은 욕심이라고 해두자. 만약 내가 진짜 [SU-0]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기억나지 않는 그 사람들이... 살아있다면, 내가 반드시 데려올 수 있을 테니까.

조각난 의식의 바다는 부러진 뼈 같았고, 카무이는 이번 임무를 통해 잃어버린 과거를 되찾아 끊어진 기억을 다시 잇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카무이는 재앙 앞에서 약자가 얼마나 무력한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의문들이 먹구름처럼 피어올라, 이곳에는 햇빛이 닿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속삭였다.

카무이는 땅바닥의 진흙으로 남고 싶지 않았다. 진흙은 태양이 될 수 없고, 짙게 깔린 어둠을 몰아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카무이가 정말 [SU-0]이 아니라면, 잃어버린 것을 되찾겠다는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이 임무가 계획된 이후, 카무이를 지칭하는 말은 점차 [SU-0]라는 번호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카무이 역시 귀에 박히도록 듣다 보니, 어느새 그것을 자신의 존재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모두가 부른 이름은 카무이였다. 차징 팔콘의 카무이, 공중 정원의 카무이, 인간 카무이였다.

응! [player name], 네 말이 맞아. 난... 카무이니까!

과거에도, 미래에도 난 언제나 카무이일 거야. 그건 절대 변하지 않아.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든 덤비라 해!

[SU-0]든 [카무이]든, 분명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신호가 진짜고, 에제트에 내가 구해야 할 이들이 있다면...

어떤 신분이든 상관없어. 그들에게 똑똑히 알려줄 거야. 카무이도 그들을 찾을 수 있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