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보십시오.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의 하층 경비 구역을 지나 영점 에너지 원자로 건설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원자로 건설은 이미 4년째에 접어들었으며, 과학 이사회에 따르면 최종 테스트와 점화까지 최소 6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젊은 시청자분들은 잘 모르실 수도 있겠지만, 아직 가동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연구 단계에서 파생된 기술 성과만으로도 인간의 우주 비행 능력은 이전 세대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습니다.
달 표면 기지는 이미 10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800명의 인원이 달 남극의 백야 지역에 상주하고 있으며, 헬륨-3 채집소의 파이프라인이 분화구를 따라 뻗어 있고, 첫 번째 에너지 샘플이 산업화 검증을 위해 지구로 운송되고 있습니다.
목성 궤도에서는 심우주 관측 어레이가 무인 자율 운영 단계에 진입해, 72시간마다 지구로 심우주 스펙트럼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달에는 프록시마 b 대기권의 스펙트럼 특성을 포착하기도 했죠.
그리고 더 먼 곳에서는 여명 Ⅱ호가 침묵 속에서 비행 중입니다. 이미 화성 궤도를 넘어, 예정된 항로를 따라 목성의 스윙바이 지점을 향해 가속하고 있습니다.
영점 에너지 원자로가 완공되는 날, 이 모든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바로 이 순간… 천국의 다리 발사장에 서서 고개를 들어 은백색 궤도가 대기권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면, 누구나 똑같은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정말로 출발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파오스 군사 학교·우주 도시 구역
적도
A-7 갑문 폐쇄, 예비 가압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게슈탈트의 조율에 따라, 1기생 중 핵심 전투 및 지휘 인력인 루시아와 [player name]은(는) 공중 지휘소에 배정되어 교대 실전 훈련을 수행했다.
공중 지휘소는 개조된 대형 수송기였다. 파오스 상공 6,000미터 고도에서 선회하며 지역 방공의 지휘 중추이자 무인기 군집의 신호 중계소 역할을 했다.
기내 공간은 협소했고, 곳곳이 파이프 라인과 스크린으로 가득했다.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공기 중에는 금속과 윤활유 냄새가 감돌았다. 둘의 자리는 바짝 붙어 있어서 몸을 돌리기만 해도 상대의 의자 등받이에 닿을 정도였다.
[player name]은(는) 그렇게 말하며 눈앞의 지휘 단말기를 조작했다.
둘이 앉기엔 딱 맞네.
둘은 나란히 앉아 수십 개의 스크린과 수백 개의 스위치를 마주했다. 루시아가 옆을 돌아보니, [player name]이(가) 군용 단말기를 바쁘게 조작하고 있었다.
무인기 시험 비행 지휘일 뿐이지만…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이네.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자신 앞의 단말기를 능숙하게 조작하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막힘없이 시스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루시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초보자니까 우리한테 시간 낭비하기 싫은 거겠지.
하지만 잘됐네.
루시아가 마지막 시스템 파라미터 확인을 마치자, 스크린의 데이터 스트림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이 왔을 땐, 더 이상 가르칠 게 없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우린 해낼 수 있어.
공중 지휘 시스템 가동 완료. 여기는 Alpha1. 지상 부대 Alpha3 호출. 조앤, 들려?
Alpha3 수신 완료. 조작 시스템 권한 활성화 완료. 지상 기지국 데이터 링크 조정 중이야.
임시 기지국 차량 내부에는 낡은 단말기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머리 위 전등 하나가 고장 나서 윙윙거리며 깜빡이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36개 통신 채널, 7개 기지국 지점, 그리고 "200대 이상의 드론" 상태 파라미터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니…
맙소사, 이게 진짜 혼자서 할 일이야?
조앤은 자신에게 발송된 규칙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그곳에는 지렁이가 기어간 흔적처럼 삐뚤빼뚤한 필체로 쓰인 메모 한 줄이 적혀 있었다.
…
왜 남의 물건에 낙서를 해놓은 건데?
조앤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묵직한 콧등을 주무른 뒤, 요동치는 십여 개의 스크린 앞으로 돌아가 앉았다.
36개 채널… 일단 1번부터 시작하자.
야! 대체 왜 나만 밖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건데?!
오필리아, 공개 채널에서 개인적인 감정은 표출하지 마.
으으으… 네가 무슨 상관이야!
학생들이 바쁘게 집훈을 소화하는 동안, 흑 금색으로 색칠된 리무진 한 대가 우주 도시 외곽의 고가 도로를 따라 천천히 주행하고 있었다.
원래 저 부지에 별을 볼 수 있는 천체 돔을 지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지루한 쇳덩어리로 변해 버렸네. 차라리 우리 집 가짜 산이나 소나무를 갖다 놓는 게 낫겠어.
시속 20km로 달리며, 카산드라는 기계 팔을 차창 밖으로 내밀었다. 금속 관절이 햇빛에 반짝이며 저 멀리 기지 전체를 향해 인사하는 듯했다.
저쪽으로 더 가봐, 그래, 천국의 다리를 한 바퀴 돌아.
이사장님, 오늘만 벌써 세 바퀴째입니다.
난 좋은데? 내가 쓴 돈인데, 좀 더 보는게 뭐 어때서?
카산드라는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가늘게 뜨고 연병장에서 훈련 중인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달리는 사람, 장비를 분해 조립하는 사람, 폐허 훈련장에서 포복 전진을 하는 사람 등 모두 16, 17세의 아이들이 땀범벅이 된 채 흙투성이로 구르고 있었다.
음, 내가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지?
방금은 게슈탈트였고, 지금은 영점 에너지 원자로입니다, 이사장님.
그래. 맞아. 그 후에 도미니카가 "구조체"라는 완전히 새로운 계획을 소개해 줬어. 인간을 개조해서 우주 방사능에 저항할 수 있는 기계 구조로 만들면서도, 인간 시절의 기억과 의식을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난 그런 건 관심 없고, 그 기계가 날 영원히 젊게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었지. 그러니까 도미니카가 가능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투자한 거야.
카산드라는 기계 팔을 들어 관절을 움직였고, 금속 관절에서 미세하게 달그락 소리가 났다.
내가 최초의 드라큘라가 된 후, 도미니카가 갑자기 긴 항해에 동참할 의향이 있냐고 묻더군. 다른 동료들도 있을 거래. 그 전설적인 미치광이 트라우트 교수도 포함해서 말이야.
그래서 내가 도미니카한테 물었지. 요즘 게임을 너무 많이 한 거 아니냐고. 야근하다 미친 거 아니냐고 말이야. 하하, 난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있어서 치즈 고양이 키우는 사람과는 같은 배 안 타.
그 후로 도미니카가 그토록 바라던 파오스가 세워지고, 학생들을 모집하면서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됐지. 그런데 또 갑자기 날 찾아오더니, "세피라"인지 뭔지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며 아주 진지한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하더군——
"시간이 없어. 어쩌면 네 기체만 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다른 쪽 일을 해야만 해. 그건 혼자 걸어가야 할 길이니까."
카산드라는 뒷좌석에서 몸을 비틀며 손짓발짓을 섞어가며 과장된 말투로 수석 기술관을 흉내 냈다.
내 기체가 대체 뭐가 특별하다는 거야? 내 미각 모듈이 다른 사람 것보다 비싸기라도 한가?
응? 잠깐, 저건 뭐야?
천국의 다리입니다, 이사님. 오늘만 그걸로 두 번이나 절 놀리셨잖아요. 이사님이 투자해서 지으신 거 다 압니다.
아니. 내 말은 저 하늘에 있는 거 말이야.
천국의 다리 위, 아득히 높은 하늘에서 무언가가 순간 번쩍였다.
카산드라의 팔에 있는 센서가 눈보다 먼저 반응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꼬집힌 것처럼 금속 관절이 격렬하게 떨렸다.
차 세워.
네?
차 세우라고!
차가 멈춰 서자마자, 파오스의 군사 통제 구역 내에 있는 십여 개의 발사구 덮개가 동시에 열렸다.
그리고 하얀 연기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한 발, 두 발, 여섯 발. 대방사능 요격 미사일이 맨눈으로 쫓기 힘들 만큼 빠른 속도로 발사구를 박차고 올라갔다. 그러자 화염이 공기를 태우며, 꼿꼿한 흰 연기 기둥을 끌고 높은 하늘로 치솟았다.
이어서 2차, 3차 발사가 이어졌고, 빽빽한 발사 연기가 파오스 전체를 뒤덮었다. 연쇄적인 진동에 흑 금색 리무진의 차체마저 떨렸다.
카산드라는 미사일들이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봇 팔의 센서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그 떨림은 점점 더 격렬해졌다.
차 돌려, 제어실로 간다.
거의 동시에 파오스 전역에 경보가 울려 퍼졌다.
33번 채널, 신호 강도 낮음, 마킹…
응?
조앤은 갑자기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느꼈고, 터치 펜이 태블릿 위에 뜬금없이 굵은 선을 그어버렸다.
의자의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더니 마치 땅속 깊은 곳에서 육중한 기차가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 조앤이 고개를 숙여 책상 위의 물컵을 바라보자, 수면 위로 촘촘한 동심원이 겹겹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지진인가?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의 파일들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원래도 접촉 불량이던 전등이 격렬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조앤은 책상 모서리를 짚고 몸을 지탱한 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땅속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머리 위에서 나는 소리였다.
조앤은 시뮬레이션 교실에서 보았던 화면을 불현듯 떠올렸다. 고체 로켓 엔진이 점화될 때의 찢어지는 듯한 소리. 누군가 쇠망치로 천장을 내리치는 것처럼 둔탁하고 폭력적인 소리였다.
!
조앤은 기지국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천국의 다리 방향에서 십여 개의 하얀 연기 기둥이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다.
발사구에서 연이어 뿜어져 나오는 미사일의 꼬리 불꽃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셨다. 하얀 연기는 고속 기류에 찢겨 곧은 선을 그리며 지상에서 구름층까지 이어졌고, 구름을 뚫고 더 높은 곳으로 사라졌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이어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터보팬 엔진의 날카로운 굉음이었다. 수백, 수천 개의 엔진 굉음이 하나로 겹쳐지며 가슴을 뒤흔드는 끊임없는 울림을 만들어냈다.
조앤이 고개를 돌리자, 파오스 우주 도시 동쪽에 늘어선 군사 격납고의 모든 갑문이 동시에 열리고 있었다.
동시에 수천 대의 군용 무인기가 놀란 잿빛 새 떼처럼 쏟아져 나왔다. 엔진 분사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와 함께, 뒤따르는 기체의 날개가 앞 기체의 꼬리 날개에 닿을 만큼 빽빽하게 날아올랐다.
겹겹이 쌓인 날개들이 햇빛을 가렸고, 지상에 드리운 그림자가 먹구름처럼 퍼져나가며 원래 밝았던 오후가 갑자기 어두워졌다.
조앤이 기지국 차량 앞에 서 있자,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상황이야?!
공중 지휘소
6000미터 고공
기내 조명은 푸른빛을 띠고, 화면의 데이터는 조수처럼 느리게 요동쳤다. 모든 것이 평온했다.
루시아는 등받이에 기대어 동구역 순찰 기록을 끝낸 후, 데이터를 지상 조앤에게 제출하려던 참이었다.
시뮬레이션 구역 좌표 E21 순찰 완료. 이상 없음.
?
루시아는 문득 손끝이 미세하게 저리는 것을 느꼈다. 창밖을 내다보자, 구름바다가 발 아래에 깔려 있었고, 천국의 다리 끝부분이 구름바다 위로 솟아올라 오후의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player name] ,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지…
삐——
모든 스크린이 한순간에 일제히 까맣게 꺼졌다.
기내는 1초 동안 완벽한 암흑에 휩싸였고, 이내 비상등이 켜지며 창백한 붉은빛 아래 둘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메인 패널의 모든 데이터가 0으로 초기화되더니 다시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고, 숫자 하나하나가 깨진 문자로 변해갔다.
어떻게 된 거야? 바이러스인가?
루시아의 의자 등받이가 갑자기 세차게 흔들렸다. 기류의 흔들림이 아니라, 전체 비행기 전자 시스템이 무언가에 의해 뚫린 듯, 발작을 일으켰다.
둘의 손이 거의 동시에 단말기에 닿았다.
지상 통신은? 상황 파악이 필요해.
[player name]의 손가락이 빠르게 채널을 전환했다. 하나, 둘, 다섯… 모두 지직거리는 잡음뿐이었다.
아니… 예비 회로가 하나 남았어. 지상 기지국에 연결해 볼게!
조앤! 들려?!
쾅——
두 사람 뒤쪽 금속 문이 발로 쾅 하고 열렸다.
루시아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비행 요원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문가에 서서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 총구는 [player name]을(를) 향해 있었다.
!!
몸이 의식보다 0.5초 빠르게 움직인 루시아는 의자를 힘껏 차며 뒤로 미끄러지듯 몸을 날렸고, 왼쪽 다리로 상대방의 손목을 후려쳤다.
권총이 손에서 벗어나 객실 벽에 부딪혀 튕겨 나갔다.
루시아가 달려들어 두 손으로 상대의 목을 조르고, 그 관성을 이용해 남자를 객실 밖으로 밀어붙였다. 남자의 등이 뒤쪽 선반에 강하게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크아앗!!
남자는 팔뚝을 세차게 치켜올려 루시아의 다리를 쳐내고, 역으로 루시아의 손목을 잡아 비틀었다. 전문적인 격투 훈련을 받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전형적인 근접 제압 동작이었다.
쳇!
손목이 위험한 각도로 꺾이는 바람에, 루시아는 어쩔 수 없이 힘의 방향을 따라 몸을 틀어야 했다. 적은 그 기세를 몰아 루시아를 완전히 쓰러뜨리려 했다.
쿵—— 갑자기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남자의 몸이 굳어지며 루시아를 놓아주었다.
쳇!!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기습당한 분노를 담아 [player name]의 안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player name]은(는) 고개를 틀어 주먹을 피하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바짝 다가붙었다. 허공을 가른 남자의 팔뚝을 왼손으로 잡아채고, 주먹을 거두는 힘을 이용해 밖으로 끌어당기며 오른손바닥으로 턱을 곧장 올려 쳤다.
컥!!
남자가 타격을 입고 뒤로 젖혀지자, [player name]은(는) 발을 걸어 넘어뜨리면서 어깨를 앞으로 밀어 체중을 실어 압박했다.
남자는 넘어지지 않으려 버텼지만, 뒤로 밀려나고 말았고, 뒤통수가 선반의 금속 기둥에 부딪히며 0.5초 동안 초점을 잃었다.
하!
다음 순간, 몸을 뒤집으며 일어난 루시아가 남자의 오금 부위를 걷어찼다. 그러자 남자는 한쪽 다리가 꺾이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루시아와 [player name]의 동작은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만큼 완벽했다. 이는 그들이 홀로그램 훈련에서 서로에게 사용했던 기술이었다.
둘은 위아래에서 남자의 몸을 비틀어 바닥에 내리꽂았다.
쿵! 뻣뻣하게 쓰러진 남자는 눈이 뒤집힌 채 기절해 버렸다.
둘은 동시에 손을 놓고는 반걸음씩 물러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루시아는 꺾였던 손목을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딱 맞춰서 왔네.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부상이 없음을 확인하고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통로에는 타는 냄새가 진동했고, 비상등의 붉은빛이 모든 것을 검붉게 물들였다. 바닥에는 어떤 액체가 반사되어 번쩍이고 있었는데 엔진 오일은 아니었다.
피…
비행 요원 한 명이 통로 모퉁이에 쓰러져 있었다. 가슴팍의 제복이 넓게 젖어 있었고,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다. 그 앞에는 또 다른 비행 요원이 벽에 반쯤 기댄 채 고개를 옆으로 꺾고 있었고, 목에는 전기 충격에 의한 화상 자국이 선명했다.
루시아! [player name]!
잘 들려, 조앤.
다행이다. 드디어 연결됐네. 내 말 잘 들어. 수많은 무인기가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고, 파오스를 향해 자폭 공격을 감행하고 있어!
드론이 모든 시설을 공격하고 있어. 훈련장, 공사장, 보급소… 그리고 천국의 다리까지!
루시아가 조종석 앞 유리를 통해 아래를 내려다보자, 구름 틈새로 파오스 지상 곳곳에서 검은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무언가가 번쩍이더니 기지 구석구석에서 연달아 폭발이 일어났다.
우린 납치를 당한 거 같아. 비행기 운항 시스템이 전부 해킹당했어. 아마 제일 앞쪽 지휘실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야.
어? 나… 납치?
다른 주파수 구간은 다 끊겼어. 조앤, 지상의 지원이 필요해.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 생각… 좀 해보자.
통신 너머로 몇 초간 침묵이 흘렀고, 멀리서 들리는 어지러운 폭발음, 거친 숨소리 그리고 조앤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자잘한 소리만 들렸다.
무인기 통제권을 빼앗겼어… 보통 오버라이트를 하려면 메인 통제탑에서 지시를 내려야 하는데, 통제탑은 이미 폭격당했을 거고.
기지국 차량으로 뭘 할 수 있겠어? 여긴 예비 회선 하나뿐이라 200대가 넘는 무인기 데이터 스트림을 직접 넘겨받기엔 대역폭이 턱없이 부족해.
조앤의 시선이 무의식적으로 눈앞의 단말기 스크린을 스쳤다. 우측 하단에는 조앤이 기지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읽었던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맞다! 게슈탈트!
갑자기 소리친 조앤은 자신의 목소리에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게슈탈트의 연산 능력을 빌려서, 이 기지국을 통해 파오스 전체의 지휘 시스템을 역으로 오버라이트할 수 있을지도 몰라!
나… 나한테 카산드라 여사님의 양자 통신 코드가 있어.
?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오버라이트하기엔 시간이 필요해. 게다가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 오버라이트가 완료되는 순간, 지휘기 통제권을 되찾아야만 하거든. 적이 다시 침입할 방법을 찾으면 끝장이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통제할 수 있는 무인기들을 기지국에 연결해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게. 천국의 다리를 지켜야 해!
보아하니… 그렇게 생각하는 게 우리뿐만은 아닌 것 같네.
루시아는 기내 앞쪽의 어둠을 응시했다.
발소리가 울리며 붉은 조명 아래로 기괴한 그림자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여섯 명, 여덟 명… 모두 완전무장 차림이었다. 전술 조끼, 고글, 개조된 소총 어느 것도 세계 정부의 제식 장비가 아니었다. 총신에 적힌 일련번호는 갈려 나갔고, 금속 표면은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둘에게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주먹을 들어 올리자, 뒤따르던 이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췄다.
여기 있었네. 쥐새끼 두 마리가 여기 숨어 있었구나.
당신들의 "통일" 덕분에 모든 무기가 같은 시스템에 연결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수월했어. 참 고맙네.
군인이 동포에게 총구를 겨누다니, 부끄럽지 않나?
루시아가 몸을 낮춰 바닥에 뒹굴고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다.
동포? 쳇, 당신들이 어느 화창한 오후에 맺은 조약 하나 때문에, 내가 평생을 바쳐 싸운 조국이 죽었다고.
그건 당신이 우주 도시를 습격한 것과는 별개의 문제야. 논점을 흐리지 마.
당신들이 결국 어떤 별에 도착하든 내 알 바 아니고, 누군가가 돈을 주며 복수를 대신해 달라, 사람을 죽여 달라고 해서 왔을 뿐이야, 단순한 이치지.
아, 추가로 말하자면, 당신들은 꽤 운이 좋은 편인걸. 이 비행기는 제어 프로그램이 잠겨 버렸거든. 그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
납치범이 창밖의 구름층을 향해 눈썹을 치켜올렸다.
역사상 가장 성대한 불꽃놀이를 감상하게 될 거란 뜻이지.
누가 그래? 당신들? 교복 입은 학생 둘이서?
남자가 손뼉을 치자 기내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불꽃이 튀었다.
펑——
총알 한 발이 허공을 가르며 남자의 손바닥을 정통으로 꿰뚫어 산산조각 내자,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당신?
난 파오스의 학생이다.
이 녀석들을 죽여버려!
자, 같이 덤벼 봐.
비상등이 머리 위에서 깜빡이는 가운데, 둘은 어깨를 맞댄 채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길을 뚫는 수밖에 없겠네.
루시아의 목소리는 곁에 있는 사람만 들릴 정도로 작았다.
하.
그쪽도 마찬가지야. 내 발목이나 잡지 마.
루시아의 입가에 미세한 움직임이 스쳤는데, 웃음이라기보다는 날이 선 무언가에 가까웠다.
가자!
지상의 파오스는 불타고 있었다.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무인기 떼는 더 이상 천국의 다리를 지키는 철의 장막이 아니었다. 기수를 돌린 무인기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강철 폭우로 변해버렸다.
탑재된 폭탄들이 지상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했고, 훈련장 트랙에는 연쇄 폭발로 커다란 포탄 구멍들이 생겨났다. 보급 창고 지붕은 반파되었고, 짙은 연기가 불길을 휘감으며 하늘로 솟구쳤다.
통제권을 잃지 않은 무인기들은 기지국의 조종을 받으며 산발적인 반격에 나섰고, 두 무인기 무리는 격돌하는 급류처럼 야만적으로 서로에게 돌진하며 공중에서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
창밖의 불길이 점멸하는 가운데, 단말기 앞에 선 조앤은 매우 빠른 손놀림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이게 프로토콜 몇 계층이더라? 3계층인가… 아니, 2계층이야. 으윽, 외곽 방화벽도 남았는데…
엔진의 굉음이 가까워지더니, 무언가 하늘에서 곧장 수직으로 낙하하며 그 소리는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역방향 오버라이트 시작… 통제할 수 있는 기체가 몇십 대 남았네. 조금만 버텨줘. 얘들아…
굉음은 머리 위까지 다가왔고, 천장에서는 먼지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책상 가장자리에 있던 물컵이 바닥에 떨어지며 박살 났다.
제발, 제발 부탁이야… 조금만 더 빨리…
!
눈부신 빛이 조앤의 안경알에 번쩍였다. 조앤이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자, 유리창 너머에서 무인기의 기관포 구가 자신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으읏!
조앤이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조앤이 예상했던 끔찍한 고통은 뒤따르지 않았다.
?
눈을 뜨자, 불타는 강철 잔해가 아슬아슬하게 유리창을 스치며 아래로 추락했다.
두 번째 무인기가 측면에서 덮쳐왔으나, 아래에서 날아온 철갑탄이 엔진을 정통으로 꿰뚫자, 무인기는 공중에서 불덩어리로 변했다.
세 번째 무인기가 고도를 높이려 했지만, 연발로 쏟아진 소총탄이 회전익을 박살 냈고, 기체는 통제력을 잃고 팽이처럼 돌다가 멀찍이 떨어진 공터에 처박혔다.
짙은 연기와 불길 속에서 익숙한 두 실루엣이 나타났다.
뭘 멍하니 있어?! 하던 일을 계속해!!
오필리아는 반대편 엄폐물 뒤에서 몸을 내밀고, 돌격 소총을 어깨에 밀착시킨 채 하늘을 향해 점사를 날렸다. 그녀의 어깨에는 피가 배어 나오는 화상 자국이 있었지만, 정작 본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음 공격이 오고 있어, 서둘러.
아델라이드는 기지국 밖 모래주머니 뒤에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대물 저격총의 총구에서는 아직도 연기가 피어올랐다. 반동 탓에 어깨가 붉게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무표정하게 노리쇠를 당겼고, 튕겨 나간 탄피가 챙그랑 소리를 내며 바닥을 굴렀다.
조앤이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멀리서 더 많은 엔진 소리가 몰려왔다. 무인기들이 아직 작동 중인 통신 지점을 목표로, 사방에서 비바람처럼 이곳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흙먼지 속에서 수많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1기생 니아, 합류했습니다!
1기생 요리, 합류했습니다!
1기생 에피니! 구급품을 가져왔어요!
세 명, 다섯 명… 수십 명…
파오스의 신입생들이 사방에서 몰려왔다. 훈련용 소총을 안고 있는 자, 기자재실에서 가져온 전술 방패를 든 자, 폐허에서 주운 쇠 파이프 하나만 달랑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젊고 앳된 목소리들이 하늘을 울리며, 조앤 앞에 모여 견고한 인간 방패를 만들어냈다.
별을 향한 계단을 지키기 위해, 파오스 전체가 조앤 앞에 나선 것이다.
전원, 진지를 사수하고 기지국 차량을 보호하라!
알겠습니다!!
얘들아…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나한테 맡겨.
조앤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다.
방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루시아가 뛰쳐나간 1초 만에, 총알 두 발이 그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루시아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좁은 통로는 소수가 다수를 상대하기에 최적의 전장이었다. 적의 화력 우위는 이곳에서 한 줄로 압축되었고, 단 한 명만으로도 통로 전체를 막아낼 수 있었다.
!
루시아는 몸을 옆으로 틀어 선체 벽에 붙이고, 방아쇠를 당겼다——맨 앞의 그 남자의 총은 날아가고, 손바닥이 찢어져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뒤를 따르던 두 번째 사람은 총을 겨누어 사격했고, 총알이 선체 벽에 딩당 소리를 내며 튀고, 불꽃이 흩날렸다.
루시아는 자세를 낮춰 좌석 사이로 구른 뒤, 반대편에서 총구를 내밀었다.
윽!
두 번째 놈의 무릎에 총알이 박히자, 놈은 옆으로 쓰러지며 뒤쪽 동료들의 사격 시야를 가렸다.
[player name]이(가) 루시아의 등 뒤에서 타이밍을 맞춰 따라붙었다. 루시아가 사격할 때 생기는 0.1초의 틈새가 바로 지휘관이 돌진할 기회였다.
죽어라!
세 번째 놈이 칼을 들고 덤벼들자, [player name]은(는) 소화기 밑동으로 정면을 내리쳐 공격을 튕겨 내고, 몸을 틀어 상대의 관자놀이를 역수로 후려쳤다.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갑자기 네 번째 놈이 좌석 뒤에서 튀어나와 [player name]의 허리를 끌어안고 넘어뜨리려 했다.
어서 떨어져!
루시아가 기합을 지르며 납치범의 왼쪽 갈비뼈를 걷어차 [player name]에게서 떼어냈다.
둘은 3미터도 채 되지 않는 좁은 통로에서 나란히 전진했다. 한 명은 사격으로 제압하고, 다른 한 명은 근접 격투를 벌였다. 그들의 전투 방식은 효율적이면서도 거칠었고, 호흡은 신속하고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루시아가 다섯 번째 놈에게 총을 쐈다. 어깨가 꿰뚫린 놈은 벽에 부딪혀 스르르 미끄러졌다.
여섯 번째 놈에게도 총을 쏴 쥐고 있던 무기를 날려 버렸다.
일곱 번째…
찰칵.
탄창이 비었다.
!!
일곱 번째와 여덟 번째 놈이 동시에 덤벼들었다.
루시아가 몸을 틀어 허리를 굽히자, [player name]이(가) 돌진하며 뛰어올라 양옆 좌석을 딛고 루시아의 등 너머로 넘어갔다. 그러고는 날아차기로 오른쪽 적의 턱을 정확히 가격했다.
어딜 보는 거야? 이쪽이라고!
동시에 루시아가 반걸음 치고 들어가 좌측 적에게 바짝 다가붙었다. 팔꿈치로 상대의 목구멍을 치고,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한 뒤, 두 손으로 뒤통수를 잡아 아래로 짓눌렀다. 놈의 이마가 좌석 팔걸이의 금속 모서리에 세게 부딪쳤다.
커억!
우측 적이 발버둥 치며 일어나려 하자, [player name]은(는) 한 발로 놈의 등을 밟아 누르고, 다른 손으로 좌석 안전벨트를 뜯어내 두세 번 만에 단단히 결박해 버렸다.
눈 깜짝할 새 통로에 정적이 찾아왔다.
여덟 명이 통로와 좌석 사이에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기절한 자도 있었고, 신음하는 자도 있었으며, 꽁꽁 묶여 꼼짝 못 하는 자도 있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루시아가 좌석 등받이를 짚고 섰다. 팔꿈치에선 피가 흘렀고, 제복 소매에는 길게 찢어진 자국이 나 있었다. 칼에 베인 건지 총알 파편에 스친 건지 알 수 없었다.
[player name] 역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가슴의 옛 상처가 다시 벌어졌고, 얼굴은 흙먼지투성이에 양손은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콰앙——
갑자기 발밑의 바닥이 푹 꺼졌다. 비행기 전체가 거대한 손에 아래로 확 잡아챈 것처럼, 모두가 비틀거렸다.
머리 위의 비상등이 흔들리고, 기내 벽에서 고통스러운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창밖의 구름이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위로 스쳐 지나갔고,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휘실로 가자.
야, 뒤에 왜 이렇게 시끄러워, 대체 무슨…
넌 이제 납치를 당한 거야.
루시아는 놈의 뒤통수를 잡고 그대로 내리눌렀다. 그러자 이마가 조종석 콘솔에 박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루시아가 기장석에 앉아 조종간을 잡았다. 유압 시스템이 그녀의 힘에 반응했지만, 조종간을 당기는 순간 비행 제어 시스템이 항로를 다시 수정해 버렸다.
조앤, 얼마나 더 걸려?
거의 다 됐어.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조종석 앞 유리 너머로 천국의 다리가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루시아는 조종간을 끝까지 당겼다. 유압 시스템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왔고, 기체가 미세하게 떨렸지만, 이내 비행 제어 시스템이 항로를 냉혹하게 원래대로 되돌려놓았다.
조앤, 시간이 없어.
10초… 10초만 더 줘!!
루시아가 고개를 돌려 [player name]을(를) 바라보았다.
같이 당기자.
두 사람이 동시에 조종간을 쥐었다. 그렇게 네 개의 손이 겹쳐 유압 시스템의 물리적 한계치까지 조종간을 밀어붙였다.
둘이 힘을 합치자, 유압 레버는 팽팽한 줄다리기 상태에 놓였다. 항로가 완전히 수정되지는 않았지만, 기수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다. 1도씩 틀어질 때마다 충돌 지점이 천국의 다리 중심에서 한 뼘씩 멀어진다는 뜻이었다.
조종간이 그들의 손안에서 격렬하게 요동쳤고, 금속 손잡이가 손바닥을 파고들어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계속 당겨!
유압 파이프에서 과부하로 인한 괴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통신기 너머로 찢어질 듯 날카로운 조앤의 목소리가 폭발하듯 들려왔다.
게슈탈트 접속 완료!! 오버라이트 명령어 업로드 완료!!
순간, 스크린이 번쩍였다. 비행 제어 패널에 잠겨 있던 붉은색 파라미터가 툭 하고 튀더니, 녹색으로 바뀌었다.
조종간이 거짓말처럼 가벼워졌다.
지금이야!!
루시아와 [player name]이(가) 동시에 조종간을 끝까지 잡아당기자, 기수가 매섭게 치솟았다.
하지만 비행기의 고도는 너무 낮았고, 속도는 너무 빨랐다. 기수가 들리긴 했지만, 아랫부분의 동체와 날개가 여전히 천국의 다리 구조물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쾅——
왼쪽 날개가 천국의 다리 외곽 유지보수 지지대에 충돌하자, 날개가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엄청난 속도 탓에 파편들이 금속 폭우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비행기 전체가 격렬하게 뒤집히며 천국의 다리 측면을 긁고 지나가며 긴 불꽃을 튕겼다.
거의 동시에 파오스 상공에서 통제 불능 상태였던 모든 무인기가 꼭두각시의 줄이 끊어진 것처럼 엔진이 멈추며 비틀거리더니 하늘에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모두가 고개를 들어 잿빛 기체들이 검은 연기를 끌며 추락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기체들은 마치 뒤늦게 쏟아지는 철의 비처럼 파오스 곳곳에 처박히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기지국 밖으로 뛰쳐나온 조앤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지휘기가 천국의 다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고도는 10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 한쪽 날개만 남은 채 기체는 비스듬히 찢겨 있었고, 꼬리 쪽에서는 짙은 연기와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지휘기는 천국의 다리와의 충돌은 피했지만 추락하고 있었다.
루시아, [player name]!!
조종석 내부에는 경보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졌다.
모든 계기판이 붉게 점멸했다. 엔진 과열 경고, 유압 시스템 고장 경고, 고도 경고. 수많은 경고음이 뒤엉켜 귀가 먹먹할 지경이었다.
충분해! 파오스에 추락하게 둘 순 없어!!
루시아는 조종간을 꽉 쥔 채 남은 한쪽 날개만으로 중력에 맞섰다. 그러자 지휘기는 허공에 비스듬한 호를 그리며 파오스 상공을 가로질렀다.
발 아래에는 대피 중인 학생과 교관, 엔지니어 등 수많은 인파가 보였다. 그들은 고개를 들어 불타는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앞쪽에… 공터가 있어!
우주 도시 외곽에는 아직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황무지가 있었다. 건물도, 사람도 없는 곳으로 로켓 발사장 확장을 위해 비워둔 공터였다.
갈 수 있어.
무슨 근거로 한 판단인지는 몰랐지만, 루시아는 온 힘을 다해 조종간을 밀어붙였다.
파오스의 경계선이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더니 뒤편으로 멀어졌다.
[player name] !
이왕 이렇게 된 거… 무서우면 소리라도 질러!!
쿠구궁——
비행기 동체 하부가 지면에 닿는 순간, 세계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안전벨트가 어깨를 파고들었고, 가슴속 공기가 모두 빠져나가는 듯했다.
그리고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비행기가 지면을 파고들며 깊은 고랑을 만들더니, 흙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
쿠구궁——
…
흙먼지가 자욱한 파오스에 타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천국의 다리 측면 유지보수 지지대 일부가 부서져 내렸고, 파편들이 다리 아래에 흩어져 있었다. 은백색의 거대한 검에는 흉측한 상처가 새겨졌다.
루시아… [player name]!!
조앤이 비틀거리며 달렸다. 안경은 비뚤어졌고, 다리는 솜을 밟는 듯 풀려 있었다. 비행기가 결국 어디에 추락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통신이 끊기기 직전 거대한 충돌음이 들렸다는 사실만 기억날 뿐이었다.
조앤은 폭격당한 훈련장을 지나,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는 창고 폐허를 지나, 엄폐물에서 하나둘 걸어 나오는 학생들과 교관들을 지나쳤다.
멀리 떨어진 황무지 위, 시야를 가로지르는 수백 미터 길이의 검은 도랑 끝에 비행기 잔해가 보였다. 기체는 이미 두 동강 나 있었고, 왼쪽 절반은 검게 탄 뼈대만 남아 있었으며, 오른쪽 엔진에서는 여전히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조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갑자기 앞으로 더 나아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뒤에서 쫓아온 오필리아는 어깨의 화상조차 치료하지 못했고, 얼굴은 온통 재투성이였다. 더 앞서 달리던 아델라이드는 대물 저격총마저 내던진 채 묵묵히 잔해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
조앤은 연기 속에서 잔해가 있는 방향으로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두 개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 하나가 다른 그림자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있었고, 그 다른 그림자는 허리를 숙인 채 절뚝거리고 있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비틀비틀,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어느 쪽도 끝내 쓰러지지 않았다.
조앤의 안경알 너머로 무언가 왈칵 쏟아질 듯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지만 한 글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루시아! [player name]!
뒤이어 사방에서 인파가 쏟아져 나왔다. 여전히 총을 든 사람, 맨손인 사람, 다친 동기를 부축하는 사람. 그들은 연기 속에서 걸어 나오는 둘을 발견하고는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방향으로 달려갔다.
루시아가 머리를 들어 올리자, 자신에게 달려오는 모든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조앤이 맨 앞에서 달리고, 오필리아는 욕을 내뱉으며 뛰고, 애들레이드는 말없이 가장 큰 보폭으로 나아갔다.
그녀들 뒤에는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얼굴들이 있었다.
어느새 루시아는 홀가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player name]은(는) 어깨에 가해지던 무게가 살짝 덜어지는 것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살아있네?
달려오는 그 사람들 쪽으로,
조앤이 달려와 몸을 부딪힐 때, 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