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41 장로귀항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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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4 루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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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새싹이 흙을 뚫고 나오는 소리 같기도, 굳게 닫힌 문이 열리는 소리 같기도, 누군가 아주 먼 곳에서 마침내 종착지에 다다른 소리 같기도 했다.

방 안의 조명은 따스했고, 간호사가 아기를 어머니의 베갯머리로 데려왔을 때, 창밖으로는 여름의 첫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돌렸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어 있었고 호흡에는 출산의 피로가 묻어났지만, 눈앞의 이 작은 생명을 보기 위해 애써 눈을 크게 떴다. 쪼글쪼글한 작은 얼굴, 파르르 떨리는 고사리 같은 손, 그리고 물기 어린 솜털까지 모두 눈에 담았다.

어머니는 손을 뻗어 손끝으로 아기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혹여 아기가 놀랄까 조심스러워하는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어머니

루시아…

어머니는 무언가 확인하듯, 소원을 빌듯 그 이름을 두 번 불렀다.

무거운 눈꺼풀은 들어 올리기조차 버거웠고 목이 잠겨 소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았지만, 어머니는 고개를 숙여 아기의 작은 이마에 입술을 맞춘 채 아주 작게, 아주 작게 속삭였다.

품에 안은 아기에게 들려주는 것 같다가도, 또 이 세상을 향해 인사하는 것만 같았다.

어머니

엄마는 네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 루시아.

창밖으로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지는 가운데, 루시아는 어머니의 품에서 꼬물거렸지만, 눈은 뜨지 않았다.

루시아가 태어났다.

멀고도 낯선… 어쩌면 그리 낯설지 않을지도 모르는 어느 세계에서…

루시아는 다시 한번 어머니의 아이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어머니가 첫 번째 육아 일기를 다 쓴 날, 루시아도 어머니를 부르는 법을 배웠다.

일기장에는 그날 밤 아버지가 질투하느라 밥도 거르셨다고 적혀 있었다.

그 후 루시아는 달리는 법을 배웠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문 앞까지, 문 앞부터 마당까지, 마당에서 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오시는 그 작은 길까지… 루시아는 점점 더 빨리 달렸고, 나중에는 스스로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속도를 내어 아버지의 품으로 돌진하곤 했다.

아버지는 루시아를 안아 들고 웃으며 번쩍 들어 올렸다. 아버지의 경찰 배지 위로 내리쬔 햇살이 눈부시게 반짝였다.

요즈음 루시아는 길고 긴 꿈을 자주 꾸는 듯했다.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고, 오랫동안 쥐고 있던 무언가를 방금 놓아버린 것처럼 손바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꿈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았지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감각만큼은 선명했다. 마치 다 끝내지 못한 일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3년 뒤 어느 날, 어머니가 마침내 병원에서 돌아왔다. 아버지 품에 안겨 침대 곁으로 다가간 루시아는 자신보다도 더 작고 여린 생명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버지

네 여동생이야.

아버지의 목소리는 다정했고,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 배어 있었다.

루시아

우와… 여동생이요?

아버지

이름은 루나란다. 오늘부터 우리 루시아도 언니가 되는 거란다.

앞으로는 둘이 같이 놀고, 밥도 같이 먹고, 잠도 같이 자는 거야. 루시아가 루나에게 말하는 것도 가르쳐주고, 걷는 것도 가르쳐줘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야 해, 알겠니?

루시아

네! 사이좋게 지낼게요!

루시아는 신이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집에 같이 놀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얼굴에 자연스레 함박웃음이 번졌다.

이듬해 겨울, 첫눈이 내릴 때 루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다.

루시아는 창틀에 엎드려 새하얗게 변한 바깥을 바라보았는데, 자신과 동생의 머리색과 같았다. 눈은 점점 더 많이, 더 두껍게 쌓이더니 마침내 마당의 나무들까지 푹 덮어버렸다.

어머니! 눈이 와요!

주방에 있던 어머니는 물기 묻은 손을 채 닦지도 못하고 루시아에게 이끌려 창가로 왔다.

정말이네. 루시아가 보기에는 예쁘니? 마음에 들어?

어머니는 미소 지으며 몸을 숙였고, 눈빛에는 딸과 닮은 반가움이 서려 있었다.

예뻐요! 좋아요!

그럼, 루나가 깨면, 다 같이 나가서 눈사람 만들까?

네!

루시아는 어머니의 품에 기대어 창밖의 눈을 구경했다. 집 안은 따뜻했고, 주방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왔으며, 루나는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루시아는 몸을 좌우로 흔들었지만, 자신도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정확히 아는 것 같진 않았다.

그저 엄마의 품이 따뜻하고, 동생이 있는 우리 집이 참 좋다고 느낄 뿐이었다.

루시아가 다섯 살이 되던 해 어느 이른 아침, 어머니는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루시아의 방문 앞까지 가보니 방 불이 켜져 있었다. 바닥에는 크레파스가 널려 있었고, 루시아는 엎드린 채 무언가를 열심히 그리고 있었다.

루시아?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뭘 그리고 있니?

어머니는 쪼그려 앉아 도화지를 들여다보았다. 회색과 흰색 크레파스가 여기저기 뒤섞인 자국은 마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안개 같았다.

도화지가 회색 크레파스로 가득 채워져 거대한 안개처럼 보였다. 안개 속에는 성냥개비 모양의 작은 사람 몇 명이 한 줄로 서 있었는데, 그중 몇 명은 그리다 만 것처럼 끊어져 있었다. 회색빛에 덮인 몸의 윤곽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정중앙에는 가장 키가 작은 아이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었지만, 주변은 텅 비어 있어 안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루시아, 악몽을 꿨니?

루시아는 마침내 손을 멈추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내려다보았다. 루시아 역시 왠지 의아한 눈치였다.

엄마, 꿈에서… 매우 큰 안개를 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앞에 많이 가고 있었는데, 다들 너무 빨리 걸어서 제가 뒤에서 아무리 쫓아가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는 루시아를 무릎에 앉히고 등을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다.

그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몰라요. 다들 사라졌어요. 한 명씩… 한 명씩 사라졌어요.

루시아는 손바닥을 뒤집어 어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작은 손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루시아는 무언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한참 동안 손바닥을 응시했다.

제가 분명 옆에 서 있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요.

어머니가 루시아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 루시아는 울지 않고 어머니의 잠옷에 얼굴을 파묻은 채 웅얼거리듯 말했다.

엄마, 나중에 안개가 오면, 제가 엄마를 지켜줄게요.

어머니는 흐뭇하게 웃으며 루시아의 정수리에 입을 맞췄다.

고마워. 우리 루시아가 엄마를 지켜주렴.

아빠도요, 그리고 루나도요. 제 뒤에 서 있으면 제가 모두를 지켜줄 거예요.

그래. 우리 루시아가 다 지켜주렴.

루시아는 웃지 않고 아주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 그림을 접어 베개 밑에 쑤셔 넣었다.

다음 날, 아침 조깅을 하러 일찍 일어난 아버지는 루시아가 몰래 뒤를 따라나선 것을 발견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가 두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였지만, 몇백 미터도 채 가지 못해 숨을 헐떡였다. 그러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까져 새빨갛게 됐고, 눈물이 핑 돌았지만, 끝내 흘리지는 않았다.

루시아, 갑자기 웬일로 아빠랑 같이 달리기하러 나왔어?

저도 강해지고 싶어요. 아빠처럼 세질 거예요.

오호? 강해져서 뭐 하려고?

루시아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손가락을 꼽았다.

엄마도 지키고, 아빠도 지키고, 루나도 지킬 거예요.

세 개의 손가락을 접은 루시아는 남은 손가락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지킬 거예요!

많은 사람을?

네! 앞으로 그럴 거예요! 그래서 전 많은 사람을 지켜줄 거예요!

아버지는 루시아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며 아이를 번쩍 들어 목말을 태웠다.

좋았어. 그럼, 아빠가 먼저 자기 자신을 지키는 법부터 가르쳐 줄게. 그다음에 다른 사람들을 지키는 거야, 어때?

루시아는 아버지의 어깨 위에 앉아 평소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마당 밖 오솔길이 아주 멀리까지 이어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네!

루시아는 그렇게 대답하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그러다 문득 조금만 더 높이 서면, 그 안개 뒤에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아침 방문을 열자, 거실에는 풍선이 떠다녔고, 케이크에는 열여섯 개의 양초가 꽂혀 있었다. 루나는 단말기를 들고 사진을 찍을 준비를 했고, 아버지는 옆에서 미소 지었으며, 앞치마에 밀가루를 묻힌 어머니가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생일 축하해!

셋의 목소리는 엇박자였고, 루나의 목소리가 제일 컸다.

루시아는 문가에 선 채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이내 함께 미소 지었다.

16년 전 루시아가 이 세계에 처음 왔던 날처럼, 모두가 루시아의 탄생을 축복하며 미소 짓고 있었다.

같은 시각, 세계의 반대편.

새하얀 옷을 입은 자가 지휘탑의 통유리창 앞에 섰다. 등 뒤로는 데이터 단말기의 차가운 빛이, 눈앞으로는 전 세계의 윤곽이 펼쳐져 있었다.

아득한 지평선 너머로 수송 함대가 진형을 갖춰 서서히 항구 지역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서로 다른 대륙에서 온 수송선 중 일부는 기체에 옛 국경의 휘장이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활주로에 내려앉아 같은 방향을 향해 엔진을 껐다.

수만 개의 컨테이너들이 바둑판에 놓이는 바둑돌처럼, 미리 설정된 격자를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리를 잡았다. 초전도 코일, 고밀도 에너지 저장 모듈, 정밀 가공된 진공실 부품들…

물자가 도착할 때마다 엔지니어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각자의 자리에서 고개를 들어 스크린 너머로 짧게 시선을 던졌다.

항구 지역 가장 깊은 곳에는 이미 영점 에너지 엔진의 골조가 우뚝 솟아 있었다.

도미니카

나는 도미니카다. 이상은 세계 연합 정부에 제출하는 제70호 기술관 보고서다.

본 보고서에서 다루는 사건의 기간이 너무 긴 관계로, 의원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배경을 짚고 넘어가겠다.

도미니카

과학 이사회의 "란다우 호" 탐사선이 라그랑주 L2 지점에서 이상 신호를 포착한 지 벌써 16년이 지났다.

16년 전 오늘, 심우주 탐사기 "란다우 호"가 정규 중력파 스캔 임무를 수행하던 중, 메인 수신 어레이에서 약 11.3초간 지속된 비자연적 전자기 펄스를 포착했다.

이 펄스는 기존에 등록된 그 어떤 천체 방사능원에서도 나오지 않았으며, 주파수 스펙트럼 특성 또한 알려진 우주 배경 노이즈 모델과 일치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해, 그것은 하나의 "정보"였다.

도미니카

16개월에 걸친 해독 작업 끝에 니트 박사가 이 11.3초짜리 신호에서 완벽한 정보 지도를 추출했는데, 지도의 총 데이터양은 반송파가 이론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이는 발신자가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방식으로 정보 압축을 실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도 내용에 관해서는, 언어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세 가지를 해독해 냈다.

첫째, 11차원 다양체 위상수학에 기반한 수학 모델. 완전히 새로운 입자 상호작용 메커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은 표준 모델의 알려진 어떤 확장에도 속하지 않지만, 반복적인 검증 결과 자체 모순 없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를 바탕으로 과학 이사회는 인공 중력장에 관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했으며, 나는 이를 "현 계획"이라 명명했다.

도미니카

둘째, 재료 공학과 에너지 공학의 엔지니어링 파라미터. 누군가 이미 모든 이론적 추론과 실험적 검증을 마치고 결론과 조작 단계만을 건네준 것과 다름없었다.

흥미롭게도 이 파라미터들은 비리야 박사의 연구 방향과 매우 유사했다. 우리는 여기서 영감을 얻어 양자 요동 모델 구축을 완료했고, 진공 영점 에너지 개발의 길을 열었다.

도미니카

셋째,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 부분이다. 지도 끝부분에는 분류조차 불가능한 데이터 파편이 첨부되어 있었다. 수학도, 엔지니어링 파라미터도, 식별할 수 있는 그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생체 신경 펄스와 유사한 파형이었다.

인간의 것인 파형이었다.

나는 그것이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기억일 수도, 감정일 수도 아니면 노이즈에 불과할 수도 있었다. 현재로서는 그 어떤 과학적 설명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쨌든, 이것이 인간 문명이 우주에서 최초로 수신한 생명체의 정보라는 점이다. 보이저 1호가 긴 항해를 시작한 지 200년 만에 마침내 지구가 첫 답장을 받게 된 셈이다.

도미니카

그 후의 일은 여러분이 아는 바와 같다. 민심의 지지와 무력 충돌이라는 상반된 상황 속에서 세계 주요 국가들은 마침내 합의점에 도달했다. 이제 인간 문명이 하나 되어 지구라는 요람을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새 지구서> 체결 이후, 세계 연합 정부가 출범하고 인간 통일 운동이 태동했다. 항공 우주 기술 사업은 전례 없는 지원을 받았고, 과학 이사회의 주도하에 행성 개조 프로젝트와 우주 식민지 개척 계획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도미니카

구두 보고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무렵, 도미니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는 그가 실험에 실패하기 전 종종 느끼곤 하던 불길한 예감이었다.

수석 기술관은 이 대수롭지 않은 직감을 애써 무시하며 진술을 이어갔다.

도미니카

게슈탈트, 가속 궤도 "천국의 다리", 달 표면 기지, 대서양의 눈 그리고 6년 뒤 완공 예정인 영점 에너지 원자로까지… 지난 16년 동안 인간은 이토록 수많은 이상을 현실로 이뤄냈다.

무언가 다급한 예감이 여전히 가시지 않던 찰나, 거의 같은 순간 밖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한두 차례 들려왔다.

도미니카

?

창밖을 내다본 도미니카는 두 눈을 부릅떴다. 수송기 한 대가 하늘에서 전속력으로 날아와 설비가 가득 쌓인 우주 항 창고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콰앙——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눈부신 불덩이가 하늘로 치솟았고, 격렬한 폭발이 거센 열풍을 몰고 와 항구 지역 절반을 집어삼킬 듯이 뒤엎어버렸다.

최고 등급 경보가 울려 퍼졌다. 수천 톤의 산업용품이 폭죽처럼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불바다로 변했고, 해안선 전체가 벌겋게 타올랐다. 경비대와 소방대원들이 즉각 투입되어 통제선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도미니카

이것 봐, 리틀 도미니카.

어둠 속에 앉아 나른하게 다리를 꼬고 있는 기품 있고 화려한 여자가 기계 손가락 관절로 가죽 소파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넌 항상 인간의 선의에 판돈을 거는구나.

하지만 결국 이익을 좇는 짐승 같은 본성을 이길 순 없는 법이지.

여자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오늘의 날씨를 이야기하듯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

도미니카

카산드라, 그 담배 좀 치우지.

쳇, 쪼잔하긴~

카산드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눈치껏 책상 위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껐다. 이곳은 금연 구역이었지만, 직원들이 그녀만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 둔 것이었다.

고작 우주에서 주운 표류병 하나로, 어떻게 모든 사람이 지도의 국경선을 지우고 비행기며 탱크, 원자폭탄까지 싹 다 녹여서 다음 생에도 가보지 못할 별을 개척하겠다는 네 주장을 지지하도록 설득하겠어?

하하하, 꿈도 야무지네! 그건 그들이 수백수천 년 동안 피 흘리며 지켜온 국가고, 민족이고, 가문이고, 기업이야. 아, 나처럼 타고난 재능에 평생을 바쳐 피땀 흘려 노력한 천재들의 피땀 어린 결실이기도 해.

네가 조약을 몇 번이나 체결하든, 로켓을 몇 발이나 쏘아 올리든, 피부색이 다른 아이들을 모아놓고 노래를 몇 곡 부르게 하든, 인간은 이기적이고 고통을 두려워하는 동물일 뿐이야. 네가 꿈꾸는 그 평화로운 우주 대통합까지는 이백만 광년은 더 걸릴걸.

도미니카

광년은 시간 단위가 아니야, 카산드라.

아, 넌 정말 농담을 알아듣는 재주가 없구나, 리틀 도미니카.

카산드라는 과장되게 손을 저었다.

도미니카

카산드라, 넌 사업하는 사람이고, 우린 서로 다른 입장과 시야를 가졌지. 그렇기 때문에, 이 계획이 지구에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다줄지 네게 완벽히 이해시키기란 불가능하다고 봐.

무의미한 시간과 기력 소모를 피하고자, 이 주제는 여기서 그만 접어두기로 하지.

싫어. 너한테 투자한 돈이 얼만지 알아? 넌 내가 찾아올 때마다 깍듯이 모실 의무가 있다고~

카산드라는 또다시 도발하듯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아, 너희 같은 "이상주의"는 널리고 널렸어. 결국엔 세상에 부딪혀 깨지거나, 제풀에 지쳐 먼저 부서지거나 둘 중 하나더라고.

리틀 도미니카. 나와 내기 하나 할래?

카산드라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미래의 어느 날, 넌 "이상" 때문에 죽겠지만, 난 "짐승" 같은 본성으로 역사에 길이 남아 아름답게 기억될 거라는 데에 내 모든 걸 걸지.

도미니카

도미니카는 주사위 던지기를 즐기는 학자가 아니었다. 공격적인 투자자 앞에서 수석 기술관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창밖의 아수라장이 된 해안을 응시했다.

한 소방대원이 폐허에서 아이를 안고 나오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잿가루투성이였지만 울고 있었고, 아직 살아 있었다. 아마 멀리서 찾아온 어느 직원의 가족일 터였다.

쳇, 또 고고한 척이네. 정말 재미없게. 방금 하던 보고는 다 끝났어? 이제 날 왜 불렀는지 진짜 이유를 말해줄 때가 된 거 같은데?

도미니카

며칠 전부터 새로운 생각이 하나 떠올랐거든.

도미니카는 카산드라의 비아냥거림이 모두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짐승 같은 본성은 부정할 수 없는 실재였다. 이익, 공포, 폭력… 이 모든 것이 뼈저린 현실이었다.

하지만 불바다 밖에는 서로 다른 국적의 병사들,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들, 전 세계에서 모인 엔지니어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도미니카

이상과 짐승의 본성, 그건 애초에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야.

인간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지. 문제는 진정한 어둠이 도래했을 때… 과연 어느 쪽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일 뿐이지.

그래서 더 많은 이상을 한데 모아야 해.

도미니카의 목소리가 혼잣말하는 듯 낮아졌다.

도미니카

한두 명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아무리 거대한 실험실이라도 역부족이지.

하지만 한 세대라면 가능할 거야.

도미니카가 책상으로 돌아와 파일을 하나 띄웠다. 첫 페이지에는 아직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한 제목 한 줄이 적혀 있었다.

오? 수석 연구원 자리로도 모자라? 이젠 교장 자리까지 꿰차시겠다고?

도미니카

카산드라, 어느 날 억만장자가 자기 전 재산을 몽땅 싸 들고 바다에 던져버린다면, 넌 무슨 생각이 들까?

흠… 미쳤거나, 살날이 얼마 안 남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도미니카

우리가 주운 "표류병"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이야기야.

카산드라가 하던 행동을 멈추고 마침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켄타우로스자리에 정말 빅풋이라도 살고 있다고 믿는 거야?

도미니카

형식 논리는 전제 없는 결론을 인정하지 않는다. 행동도 마찬가지다. 나는 이것이 어떤 자선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주의 저편 어딘가의 누군가, 혹은 어떤 사람들이, 반드시 어떤 필요에 의해 그들이 배운 모든 것을 전송한 것은 아니다.

나라면 지구 폭발 1초 전에나 그런 짓을 할 거야.

하, 난 차라리 다 불태워버릴지언정 남 좋은 일은 안 시켜.

도미니카

나도 그 사람들의 결말이 어찌 됐는지는 몰라. 하지만 그 유산을 누군가 혼자 떠안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건 알아.

더 많은 사람이 "긴 항해"에 동참해서 이 지식을 바탕으로 통일 전쟁, 과학 연구, 항성 간 개척에 뛰어들어야 해.

난 또 뭐 대단한 일이라고, 고작 학교 하나 세우는 거 가지고 날 여기까지 부른 거야?

돈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 이따 내 비서한테 연락해. 지난주에 새로 뽑은 애니까 사람 헷갈리지 말고.

카산드라는 놀다 지친 아이처럼 기지개를 켜더니, 표정을 싹 바꾸고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도미니카

파오스는 다음 세대를 담금질하는 용광로가 될 거야. 이곳을 나서는 모든 이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고, 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 말이야.

만약의 사태라니, 그게 뭔데?

문 앞에 다다른 카산드라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 물었다.

도미니카

도미니카는 답하지 않았다. 아마 자신도 답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직관, 이성보다 깊고, 공포보다 무거운 어떤 것이었다.

처음 신호 끝부분에 첨부된 인간의 신경 파형을 보았을 때처럼, 도미니카의 미간에 순간적인 통증이 스쳤다.

아득히 먼 곳에서 누군가 마지막 숨을 짜내어, 자기 피와 살로 이쪽을 향해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건네는 듯했다.

넌 담배 안 피우잖아, 그냥 둬.

카산드라는 가볍게 웃으며 책상 위 고급 담배를 눈짓으로 가리켰다.

맞다. 지난번에 말한 그 "세피라 프로토타입" 말인데…

여전히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꽤 흥미롭더군. 계속 진행해. 그리고 올해 안에 성과를 내놓으라고.

카산드라는 문을 닫고 엉망진창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 "긴 항해"라니, 말 한 번 번지르르하네.

3개월 후, 6월 10일, 그녀는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의 문 앞에 서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겸 치올콥스키 우주 도시 입구였다.

파오스는 특정 도시가 아니라 세계 정부가 적도 부근에 건설한 초거대 복합 단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영점 에너지 엔진을 심장으로, 질량 투사 궤도를 척추로 삼은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일 프로젝트 구역이었다.

지상에서 올려다보면 그 플랫폼은 구름을 찌르는 은백색의 거대한 검 같았다. 궤도는 지지탑을 따라 수직으로 뻗어 나가 그 끝이 새파란 대기권 속으로 사라졌고, 마치 인간 세계와 하늘을 잇는 거대한 다리처럼 보였다.

루시아가 도착한 날, "여명 Ⅲ호"는 이미 천국의 다리 발사대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단말기의 안내를 따라 "입학식 장소"를 찾던 루시아는 발사장 외곽의 관람 구역에 다다랐다.

이곳은 이미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서로 다른 생김새, 서로 다른 피부색, 서로 다른 억양을 가졌지만 모두 같은 학교 제복을 입고 있었다. 글로벌 통합 고사를 통과한 16세부터 19세까지의 정예, 총 420명이었다.

파오스 제1기생.

눈앞에는 여명 Ⅲ호의 거대한 실루엣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고, 등 뒤는 들뜬 동급생들의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루시아는 단말기의 명단을 확인하며 주변을 살폈다.

쳇, 사람이 미어터지네! 왜 입학식을 발사장 옆에서 하는 거야?!

장식, 교복, 광장 다 진짜 센스가 꽝이네. 대체 어떤 얼빠진 놈이 디자인한 건지.

언니만 아니었으면 당장 전학 수속 밟았다, 진짜!

학생, 이 학교의 일원으로서 학교를 모욕하는 언행은 네게 전혀 득이 되지 않을 거야. 방금 한 발언은 취소해 줘.

하? 넌 또 누군데 남의 말에 참견이야!

아델라이드. 학번 004. 동기로서 이 학교의 명예와 질서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004? 하, 고작 4등 주제에 기세는 엄청나네?

학번은 성적순이 아니야.

아~ 그럼 더더욱 자랑할 게 못 되잖아?

자랑하는 게 아니야, 난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지. 방금 네 발언은 <학교 행동 수칙> 제2장 제7조 "그 어떤 형태로도 학교의 이미지 및 공공시설물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을 위반했어.

뭐? 수칙이라고?? 넌 친구도 없지?

교우 관계는 현재 논점과 무관한 거잖아. 말 돌리지 마.

없다는 소리잖아!

루시아는 배정받은 위치인 대열 맨 끝에 서 있었다.

멀지 않은 앞쪽에선 동급생 둘이 꽤 큰 소리로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쏠려 있었다. 루시아는 흘끗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단말기의 명단 정보를 확인했다.

여긴 마침 사람이 적어서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시아는 이어폰을 끼고 관람 구역 난간에 기댄 채 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

지각이다. 지각, 지각…

퍽, 등 뒤에서 무언가가 루시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바람에 이어폰이 떨어졌다.

!

그녀는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힘을 빼고, 발걸음을 앞으로 한 발 비틀며 옮겼다. 뒤돌아보며 겨우 흐릿한 그림자 하나만 보았다——렌즈의 반사, 흩어진 머리칼 끝, 흔들리는 팔 하나.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몸의 중심을 완전히 잃고 앞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으아악!

루시아는 주저 없이, 생각하기도 전에 손을 뻗어 상대방의 팔뚝을 낚아채 뒤로 당겼다.

반쯤 넘어지던 소녀의 몸이 간신히 멈췄다. 관성 때문에 몸이 한 번 휘청거렸고, 안경은 콧대 끝까지 미끄러지더니 기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어… 어라?

소녀는 다급히 다른 손으로 안경을 잡으려 했으나 놓쳐버렸고, 허리를 숙여 주우려다 또 넘어질 뻔했다. 그런 그녀를 루시아가 다시 한번 붙잡아 주었다.

아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너무 급해서 제대로 보지 못했어. 괜찮아?

난 괜찮아. 걸을 때 고개 숙이고 걷지 않는게 좋겠어. 특히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더 그렇고.

아무리 급해도 자기 안전부터 챙겨.

루시아의 시선이 소녀의 가슴에 달린 명패에 닿았다. 단정해 보이는 사진 옆에 "조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천천히 가도 늦지 않으니까.

고… 고마워!

조앤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루시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무심코 오른쪽 귀에 손을 가져가던 루시아는 이어폰이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루시아의 왼쪽에 지휘관이 이어폰을 든 채 서 있었다.

고마워.

루시아가 손을 내밀었고, 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쳤다.

?

루시아의 손은 순간 멈췄다. 아주 짧게, 상대방은 아마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시감이 루시아를 사로잡았다. 수면을 스치는 바람처럼 빠르게, 파문이 채 일기도 전에 흩어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어폰을 받아 든 루시아는 어색함을 깨고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쪽도 1기생?

난 루시아라고 해.

먼저 자신을 소개하다니…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에 루시아 스스로도 의아했다.

지휘관이 루시아의 가슴 쪽을 향해 턱짓했다. 루시아가 고개를 숙여 보니, 겉에 달아 둔 학교 명패에 이름이 떡하니 적혀 있었다.

루시아는 방금 자신이 한 말이 무척이나 민망하게 느껴졌다.

상대는 소리 내어 웃지는 않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움찔거렸다.

미안.

그때, 관람 구역 스피커가 켜지며 마이크 테스트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고마워.

상대는 미소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말기에 표시된 좌석 번호를 확인하더니… 흠칫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휘관은 고개를 들어 루시아를 한 번 보고, 발밑에 적힌 대열 번호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루시아도 고개를 숙여 한 번 보았다. 두 사람의 위치는 서로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러게.

곧이어 사방에 설치된 확성기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고, 학생들은 일제히 조용해졌다.

루시아는 옆에 선 사람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름을 묻는 걸 깜빡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곧… 굳이 물어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언젠가는 알게 될 것만 같았다.

아아? 내 말 잘 들리나?

카산드라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칠판을 긁는 듯 날카로운 목소리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긴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임시로 마련된 연단의 가장 높은 곳에 걸어 올라왔다. 바람에 흩날리는 치맛자락과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유선형 로봇 팔이 눈길을 끌었고, 아래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왜들 이래, 긴장했어? 긴장할 거 없어! 이 카산드라 님이 학교 이사장이자 작가, 연애 상담 프로 사회자, 전문 엔젤 투자자, 수석 영양사로서 친히 연설하러 왕림하셨으니까…

다른 학교에선 꿈도 못 꿀 혜택 아니겠어?

카산드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박수를 기다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애들이 왜 이렇게 삭막하지?

뭐, 알았어. 본론만 간단히 말하지. 너희들 등 뒤에 있는 저 거대한 쇳덩어리의 이름은 "여명 Ⅲ호"다. 저게 얼마나 높은 줄 알아? 자그마치 137미터야. 너희들을 전부 쌓아 올린 것보다 더 높지. 그럼, 저게 얼마나 할까?

괜히 마음의 짐만 될 테니까, 알려주지 않겠어.

곳곳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카산드라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이 드디어 자신의 관객을 찾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좋아. 웃었으면 됐다. 난 여기서 무슨 장례식 분위기 풍기는 게 제일 싫거든… 여긴 입학식장이잖아!

너희는 오늘부터 파오스 제1기생이다. 1기생. 제1회. 그게 무슨 뜻이냐? 이 학교엔 선배라는 게 존재하지 않고 너희가 첫 번째라는 뜻이지.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볼 선배가 없고, 작년 기출문제 족보도 없어. 식당 밥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알려줄 사람도 없지. 왜냐? 식당이 바로 지난주에 지어졌으니까… 내가 세 번이나 독촉했는데도 하청업체 놈들이 적도 부근이라 운송이 어렵다며 핑계를 대더라고.

지원할 때 이미 알고 있었겠지만, 파오스는 인간의 "긴 항해" 계획에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야. 그리고 너희 각자가 어디로 "긴 항해"를 떠날지, 그게 명왕성일지 아니면 내 별장의 경비실일지는 전적으로 너희 능력에 달렸다.

카산드라는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무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찌 됐든 학교는 세워졌고, 돈은 들어갔고, 너희는 입학했어. 이제 와서 자퇴는 안 돼. 학비는 안 돌려줄 거니까.

그러니 너희가 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카산드라는 마이크로 천국의 다리 위에 우뚝 솟은 거대한 로켓을 가리켰다. 여명 Ⅲ호는 발사대에 고요히 세워진 채, 꼬리 쪽 분사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푸른빛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위로.

때마침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단상의 현수막이 요란하게 펄럭였다.

여러분의 입학 첫날, 이사장인 내가 특권 하나를 주지.

카산드라가 등 뒤의 "천국의 다리"를 가리키자, 금속 손가락 끝이 햇살에 반짝였다.

너희는 여명 Ⅲ호의 첫 최대 추진력 테스트를 직관하는 영광스러운 첫 번째 주인공들이 될 거다. 스케일이 엄청나고, 멋있고, 폼나고, 돈도 어마어마하게 깨지는 장면이지!

이런 특권은… 다른 학교에서는 절대! 누릴 수 없어!

그제야 학생들 사이에서 진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고, 누군가는 흥분해서 옆 사람의 어깨를 쳤다. 조앤은 인파 속에서 고개를 들고 안경 너머로 두 눈을 반짝였고, 오필리아조차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래에 여명 Ⅲ호가 정식으로 이륙하면,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최종 조립을 마친 뒤 달 근처에서 광속의 1만 분의 1 속도로 켄타우로스자리 알파를 향해 나아갈 거야.

3년 뒤 카이퍼 벨트를 넘고 오르트 구름을 통과하기 전까지 광속의 100분의 1의 속도로 서서히 가속하겠지. 참고로,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전부 내 돈이야.

어때? 아주 거창하고 먼 이야기 같지?

하지만 오늘부터 너희 모두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거야. 너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시작되었어. 모든 인간이 너희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너희들의 "긴 항해"가 시작된 거야, 꼬마 친구들.

됐어. 이사장의 축사는 여기서 끝! 다들 박수!!

카산드라는 무대 옆으로 물러나 난간에 기댄 채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만지작거리다, 결국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이사장님, 여기 금연 구역입니다.

알고 있어~

카산드라는 불씨가 타오르는 담배를 손에 든 채 학생들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발사장 방송 시스템이 임무 채널로 전환되었고, 기계적인 카운트다운 소리가 모두의 머리 위로 울려 퍼졌다.

안내 방송

여명 Ⅲ호 최대 추진력 테스트 프로그램 가동. 각 관측소는 안전거리를 확인.

T-120초 전. 추진제 주입 완료. 모든 밸브, 대기 상태 돌입.

천국의 다리 발사대 하단에서 짙은 흰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액체 산소가 수송관 안에서 빠르게 기화되었고, 거대한 수막 냉각 시스템의 예열도 완료되었다. 은백색의 거대한 검이 마치 깊은숨을 내쉬는 듯했다.

루시아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내 방송

T-60초 전. 중앙 통제소, 엔진 예냉 완료 확인. 모든 시스템 자동 카운트다운 절차에 돌입.

사람들은 자연스레 조용해졌다. 400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관람대 위에 서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창조물 중 하나를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마주했다.

서로 다른 피부색,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진 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해 쏟아졌다.

안내 방송

T-30초 전. 점화 프로그램 장전.

아델라이드는 꼿꼿이 선 채 뚫어지게 응시했고, 오필리아는 불평하던 것도 잊고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조앤은 옷자락을 꽉 쥔 채 발사대를 바라보고 있었으며, 안경 렌즈에는 발사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대열 맨 끝에 서 있던 루시아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동급생들의 뒤통수 너머로 여명 Ⅲ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시선이 아래로 내려가, 앞줄에 서 있는 누군가의 뒤통수에 머물렀다.

방금 자신의 이어폰을 주워 주었던 지휘관이 조용히 하늘을 우러러보고 있었다.

안내 방송

T-10.

무리 속에서 누군가 카운트다운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마치 정적을 깨는 것이 조심스러운 듯한,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이내 더 많은 목소리가 더해졌다. 뒤섞인 목소리들은 곧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졌다.

세상이 아주 잠깐 멈춘 듯 고요해지더니, 이내…

빛이 번쩍였다.

번개보다 더 밝은 빛이 새벽 III호 꼬리에서 폭발하듯 터졌고, 이어서 소리가 뒤따랐다——충격파가 물막, 콘크리트, 모든 사람의 흉부를 통과하며 뼈까지 진동시켰다.

천국의 다리 전체가 떨렸다. 수막은 순식간에 하얀 수증기가 되어 솟구쳤고, 수천 톤의 추진력이 불기둥을 가이드 슈트로 밀어 넣었다. 녹아내릴 듯한 열기를 머금은 주황빛 궤적은 마치 불타는 강줄기 같았다.

새벽 III호는 이륙하지 않았다. 이것은 단지 지상 시험이었지만, 발산된 소리는 수십 킬로미터 반경의 모든 새를 놀라게 할 정도였고, 모든 열여섯, 열일곱 살 아이들에게 인간이 이미 별들 사이로 나아갈 수 있는 문명을 이룩했음을 느끼게 했다.

대열 맨 끝에 서서 눈앞에서 시야 끝까지 번져가는 박수 물결을 바라보던 루시아는 손뼉 한 번 치지 않고 두 팔을 늘어뜨린 채,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저 서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루시아의 시선은 한 곳에 꽂혀 있었다. 천국의 다리 끝부분은 구름을 뚫고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었고, 잿빛 연기 자국이 여전히 허공에 걸려 있었다. 마치 파란 캔버스 위에 잊힌 채 남겨진 붓 터치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