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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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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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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오스 우주 함선

공중 정원

자~ 자~ 그만 떠들고 여기 좀 봐! 진짜 찍는다!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교복으로 갓 갈아입은 학생들이 웃고 떠들며 파오스 기념비 아래에서 서로 밀치고 한 줄로 늘어섰다.

준비됐으면, 여기 좀 봐. 셋, 둘, 하나…

학생들의 풋풋한 미소가 단말기 영상 속에 고정된 채 담겼다.

와… 진짜 잘 나왔다! 니아, 너도 와서 한 장 더 찍을래? 우리가 학생 신분으로 개교 기념일 행사에 참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잖아!

고마워~ 근데 난 괜찮아. 그것보다 파오스 기념비는 왜 상반부만 있는 건지 궁금하지 않냐?

그러게… 우리 아빠한테서 들은 얘긴데, 아주 오래 전 지상에 있을 때, 검은 암석 하나를 통째로 깎아서 파오스 기념비를 만들었다고 해. 근데 지금 여긴…

학생들은 고개를 들어 높이 솟은 검은 기념비를 올려다보았다.

잿빛을 띤 검은 기념비는 가운데가 부러져 있었고, 절단면의 돌조각은 여전히 차갑고 날카로웠다. 마치 결코 아물 수 없는 거대한 상처처럼, 억지로 그 자리에 그대로 남겨진 듯했다.

기념비 반대편에는 파오스 출신의 지휘관 몇 명이 모여 있었다.

쳇… 개교 기념일 같은 귀찮은 일이 왜 나한테 넘어온 거야? 대단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한테 시키면 되잖아?

하하~ 원래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도 초대했었는데, 그녀는 지상에서 임무 수행 중이라, 참여하겠다고는 했지만 당장 복귀할 수는 없었…

안녕하세요! 학원에서 초청한 우수 졸업생 선배님들이시죠!

호기심 가득한 신입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바네사는 엘리아나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서린 목소리로 입을 뗐다.

무슨 일이지?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이제 막 입학한 파오스 학생인데, 파오스 기념비는 왜 상반부만 우주 함선에 있는 건지 궁금해서요.

딱 한 번만 설명할 거니까 잘 들어. 나중에 또 궁금한 게 있으면 지도 교사한테 가서 물어봐.

지상에 있던 파오스 기념비는 완전한 상태였어. 거기에는 파오스의 개교 역사와 뛰어난 공헌을 세운 동문들, 그리고 파오스의 주요 사건들이 새겨져 있었지.

퍼니싱이 발발한 후, 파오스 주위는 전쟁의 불길에 휩싸였고, 뜻밖의 사고로 파오스 기념비가 무너지고 말았어.

당시 파오스 교장은 우주 함선에 축소된 기념비를 새로 복원하려고 했지만, 도미니카가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념비 상반부를 원형 그대로 우주 함선에 옮기자고 주장했지.

원형 그대로요? 왜 그랬을까요?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

이유는 아무도 몰라.

바네사가 고개를 살짝 들자, 공중 정원의 인공 돔에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내렸고, 우주 함선 위에 우뚝 솟은 파오스 기념비가 눈부신 빛을 굴절시켜 반짝이고 있었다.

학교 역사에 이 일과 관련해 도미니카가 남긴 말은 딱 한 마디뿐이었어.

"전자 좌표는 공간에 의해 가로막히고, 오직 찢긴 껍데기만이 서로를 앵커 포인트로 삼아 운명의 궤적을 따라 귀환할 수 있다."

그 당시, 모두가 도미니카의 말을 단순한 「수수께끼」로 여겼어.

무슨 일이야!

공중 정원이 습격을 당했어! 그중 일부는 파오스 우주 함선을 노리며 공격하고 있어

바네사

전원 철수! 서둘러 피난 포드로 이동해!

회의실

공중 정원

파오스 우주 함선이 공중 정원에 남긴 마지막 영상 재생이 다시 한번 끝났다. 아시모프가 회의실 단말기를 끄자, 자리에 앉아 있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 파오스 우주 함선에 관한 보고서를 훑어보았다.

지난 3개월 동안, 습격으로 혼란에 빠진 공중 정원은 가까스로 불시착했지만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상황이 안정되기도 전에 파오스 우주 함선이 예기치 않게 공중 정원에서 분리되어 이탈했다.

공중정원은 파오스 우주 함선의 수색을 포기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과학 이사회가 파오스 우주 함선에서 보내오는 신호를 간헐적으로나마 포착할 수 있었지만, 20일 전부터 그 신호는 완전히 끊겼다.

이번에 널 부른 건 바로 그 에제트 통신기 때문이야.

새로운 단서라고 하긴 좀 그렇고. 이번에 널 부른 건 에제트에서 가져온 그 통신기 때문이야.

원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새로운 방법이나 찾을 수 있을까 해서 확인해 본 건데, 거기서 아주 이상한 걸 수신했다.

████

▄▃▂■■▇▃█▂▄▃▂■▇■▃█▂…

아시모프가 재생한 오디오에서 귀를 찌르는 잡음이 흘러나왔다.

████

■▃█████행복▇█▂▄해야█▂▄█▂▄!

아시모프는 손을 들어 올려, 지휘관에게 계속 들어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백색 소음 사이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환호와 왁자지껄한 소리는 그곳에서 한창 즐거운 축제가 열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

█████▂▄, 사랑■▇▃██▂▃█■▃행복▃█▃█▂▄▃▂■▇▄▃▂■▇…

수신된 오디오는 꽤 길었고, 잡음이 섞여 있어 또렷하게 들리지는 않았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프러포즈하는 두 사람에게 연달아 축복을 전하는 듯했다.

왠지 지상 어딘가에서 열린 결혼식 현장의 방송을 잘못 수신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일 테지만, 일그러진 잡음 너머로 전해지는 무방비한 기쁨과 웃음소리는 묘한 호소력을 지닌 채 고막을 타고 흘러 들어와, 온갖 일들로 초조해진 마음속을 조금씩 따스하게 데워주었다.

██

█████▄▃▂▄▃▂세피라█▂▄██연구, ▇▃█▂실험▇▃█▂▂▄█…

동일한 시끄러운 오디오에서 최근 너무나도 익숙해진 명사가 돌연 튀어나왔다.

그래, 세피라.

로사한테 이 오디오를 다각도로 분석해 보라고 시켰는데, 조작된 흔적은 없다고 했어.

에제트 통신기는 예전에 파오스와 에제트가 쌍방향으로 연락할 때 쓰던 통신기라서 고정 주파수 구간이 지상 파오스의 좌표에 맞춰져 있어.

그래서 "지상 파오스"에서 보내온 신호를 당연히 수신하게 된 거야.

사람은 없지만, 다른 무언가가 남아 있지.

파오스 기념비.

당시 도미니카가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상반부를 우주 함선에 실어 보냈잖아. 그런데 하필 지금 이 시점에 이런 신호까지 수신됐으니…

파오스 지상 옛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중요한 단서가 남아 있을지도 몰라.

군부에서 지상 파오스 옛터에 나타난 이상 징후를 조사하라는 새로운 수색 임무를 하달했어.

케르베로스 소대한테 갈 예정이었는데, 내가 빼돌렸어.

명분은… 케르베로스 소대엔 지상에 투입될 지휘관이 부재하여,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고 했지.

아시모프는 메인 스크린을 끄고, 지휘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오디오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야. 기초 데이터의 변동이 비정상적인 데다, 전자기장 주파수 역시 기존의 어떤 대역과도 일치하지 않아.

누군가 이 데이터를 특수하게 처리해서 공중 정원이 수신할 수 있게… 혹은 수신할 수 없게 만들었어.

그렇지 않다면, 오디오의 출처 자체가 특수해서 우연히 에제트 통신기에 "포착"된 걸 수도 있고.

그러니까… 제3의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야.

아시모프가 고개를 들자, 검붉은 눈동자에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오디오는 어쩌면 우리가 있는 이 "시간대"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이중합 탑.

둘은 거의 동시에 그 답을 내뱉었다.

확신할 순 없어. 그래서 해독한 오디오를 압수한 거야.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

그리고 이게 네가 이 임무를 맡아줬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해.

파오스 출신이라는 이력과 이중합 탑 전투에서 쌓은 경험을 고려하면, 목적지에 도착해 우주 함선과 도킹을 시도하든 지상 파오스 옛터 속 비밀을 조사하든… 네가 최고의 적임자야.

게다가 파오스 우주 함선이 실종됐을 때가 파오스 개교 기념일이었어. 임무를 나간 몇몇 지휘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현역 지휘관이 파오스 행사에 참석하러 갔었고…

당장 우리 쪽에 더 적합한 인물이 없는 것도 사실이야.

지휘관은 농담이 입가에 맴돌았지만, 끝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파오스 우주 함선, 이중합 탑… 파오스 우주 함선에는 자신의 동료들과 새로운 세대의 학도들이 모여 있고, 이중합 탑은 인류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어느 쪽이든, 한 치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임무였다.

지휘관도 예전에 파오스 도서관에서 파오스 옛터의 기록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학교는 엄숙하고 장엄했으며, 긍지 높은 찬란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파오스 우주 함선은 지상의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 건물을 일대일로 복원한 것이었다. 원래는 은하계 탐색을 위해 준비된 것이었지만 그들은 끝내 그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지 못했다.

퍼니싱이 발발하자, 파오스의 사제들은 전투 중 절반 이상이 사상당하는 피해를 입었고, 결국 철수를 결정하게 됐다.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서둘러 이륙했기에, 지상 파오스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남아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른 건… 더 말하지 않을게. 임무는 세리카를 통해서 하달될 거야. 조심해.

아시모프가 단말기를 챙겨 돌아서서 나가버리자, 어두운 회의실에는 지휘관 혼자 남겨졌다.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는…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지휘관이 눈을 감자,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생생한 기억 속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푸미르 교수는 기계 동역학에 정통해서 지루한 구조도마저 흥미진진하게 설명하곤 했고, 라스트 교관은 냉병기 격투에 뛰어났다. 지휘관의 근접 격투 역시 라스트 교관이 가르친 것이었다.

게다가 학교에 남아 교직을 맡고 있던 엘리아나 선배와 워렌 선배, 개교 기념일 초청을 받아 파오스에 왔던 바네사까지…

그곳은 인간의 미래 지휘관을 양성하는 우주 함선이자, 끝없는 희망을 싣고 있는 학교였다.

졸업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휘관은 종종 초청을 받아 강연이나 전투 사례를 분석하곤 했다. 파오스의 벽돌과 거리, 그리고 연설을 경청하던 학생들과 한때 자신을 가르쳤던 교수들까지…

그들은… 모두 무사할까?

그리고 왜 하필 개교 기념일 행사 날에 이런 일이 터진 걸까?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엉클어지는 가운데, 지휘관은 아시모프가 보내준 파오스 우주 함선이 공중 정원에 남긴 마지막 영상을 재생했다.

쳇… 개교 기념일 같은 귀찮은 일이 왜 나한테 넘어온 거야? 대단한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한테 시키면 되잖아?

하하~ 원래는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도 초대했었는데

지휘관은 우주 함선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광경부터 눈송이처럼 새하얀 노이즈만 남게 되는 장면까지 쭉 지켜보았다.

이틀 후

수송기 안, 자리에서 일어난 루시아는 후방 예비 창고를 향해 이번 임무에 쓰일 물자를 벌써 세 번째 점검했다.

죄송해요, 지휘관님.

자리로 돌아온 루시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다시 단말기를 열고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별일 아니에요. 며칠 전 기체 정례 검사를 하던 중에 기억 모듈을 잘못 건드렸나 봐요.

루시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요 이틀 동안, 계속해서 "안개 지역"과 관련된 장면들이 어렴풋이 떠올라요.

끝없이 이어진 짙고 하얀 안개가 몽롱한 꿈마저 집어삼켰고, 모든 것이 그 안개 속에 녹아내렸다.

하지만… 이런 "꿈"을 꿀 리가 없는데 말이죠.

이중합 탑이 강림하지 않았으니, "안개 지역" 역시 이 세계에 존재해서는 안 됐다.

네. 알겠어요. 지휘관님.

흑발의 구조체가 미소로 화답했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수송기가 선회하며 낮게 착륙해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렇게 지상에 위치한 파오스 군사 지휘 학교의 옛터가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이 거대한 교정은 마치 시간에 갉아 먹힌 고래 뼈와 같았고, 중앙에 남은 부서진 프리즘 탑만이 눈부신 색채를 띠며 핏빛 석양을 반사하고 있었다.

여기가 바로… 파오스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