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메인 스토리 / 41 장로귀항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41-1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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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싱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났다.

강가에는 오래도록 방치된 관목 숲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고, 기러기 떼는 시든 갈대숲에 한가로이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매서운 바람이 스쳐 지나가자, 수면에 물결이 일며 느릿하게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렇게 대지는 두 소녀가 선 기슭에서 점차 멀어졌다.

언니…

쉿…

루나는 조용히 하라는 언니의 눈짓에 몸을 낮췄다. 이어 루시아가 작은 배의 바닥에서 녹슨 사냥총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이건 그녀의 마지막 무기였다. 과거 아빠가 이 총을 들고 정원에서 야채를 뜯어먹는 산토끼를 사격하는 걸 본 적이 있었다. 지금의 그녀도 역시 해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루시아가 갈대숲의 기러기 떼로 시선을 돌리자, 거의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그녀의 뱃속에서 작게 꼬르륵 소리가 났다.

언니… 저 기러기들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루나는 루시아를 따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녀의 시선을 좇아 여유롭게 깃털을 고르는 새 떼를 바라보았다.

루시아

이주를 하고 있는 거야.

루시아는 주머니에서 소중한 총알 두 발을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총을 뒤집어 하단 탄창 구에 밀어 넣었다.

루시아

이맘때가 되면, 기러기들은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거든.

총열 덮개를 당겨 약실에 산탄이 장전된 것을 확인한 루시아는 루나의 손을 이끌어 사냥총 쥐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준비됐어?

준… 준비됐냐고?

루나는 루시아의 동작을 따라 사냥총의 개머리판을 꽉 쥐었다.

총을 꽉 잡고, 여기… 이 방아쇠를 당겨. 그리고…

루나가 제법 그럴싸하게 사냥총을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본 루시아는 몸을 돌려 배 위에 미리 준비해 둔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풍덩!

돌이 물에 떨어지며 어지러운 파문을 일으키자, 수면에 머물던 기러기 떼가 화들짝 놀라 하늘을 뒤덮을 듯 푸드덕거리며 날아올랐다.

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라며?!

하지만 우린 살아남아야 하잖아.

루나의 손을 꽉 잡은 루시아는 루나가 사냥총을 놓치지 않게 도와주었다.

자매는 총구를 들어 올려, 차가운 잿빛 하늘 속에서 허둥지둥 날아오르는 기러기 떼를 겨누었다.

루시아가 눈을 가늘게 뜨자 시선이 총열을 따라 곧게 뻗어나갔다.

모든 죄를 삼켜라. 그리고 그 무게를 오롯이 홀로 감당해 내거라.

머릿속 깊은 곳에서 어떤 성인 여성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기러기 떼가 흩어지며 빙빙 맴도는 탓에 루시아는 어디서 들어 본 목소리인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먼 훗날, 네가 살기 위해 날 죽여야만 했던 것처럼…

탕!

수많은 작은 탄환이 굉음과 함께 흩어져 매서운 탄막을 이루며 놀란 기러기 떼를 덮쳤다.

그러자, 막 날아오르려던 기러기 몇 마리가 사정권에 갇혀 도망칠 곳을 잃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목숨을 잃은 새들이 호수 위로 추락했고, 물보라가 튀어 올랐다.

흑흑…

반동의 충격에 루나가 작게 흐느꼈다. 어린 동생을 달랠 겨를도 없이 루시아는 노를 저어 사냥감 쪽으로 다가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수면 위로 핏빛 파문이 일렁였고, 루시아는 몸을 숙여 앞으로 며칠은 버틸 양식을 건져 올렸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딱 11마리였다.

손을 움켜쥐자 손가락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루시아는 물 위에 떠 있던 기러기를 힘껏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의 시야가 점점 높아지는 것을 또렷하게 느꼈다. 이윽고 손가락뼈가 길어지며, 수면에 비친 그림자가 기괴하게 찢겨 나갔다——

루시아는 새빨간 물결 속에 비친 익숙하면서도 낯선 형체를 응시하며, 자신을 집어삼킨 수십 년의 세월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손바닥에 닿는 감촉이 점차 이상해졌다. 따스한 온기가 남아 있던 솜털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더니, 그 대신 인조 피부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

루시아가 흠칫 놀라며 팔을 들어 올리자, 손에 쥐고 있던 기러기들이 어느새 하나둘 익숙한 사람들의 형상으로 변해 있었고, 루시아의 손은 그들의 목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리브, 리, 베라, 비앙카, 반즈… 진, 무롤…

강물과 작은 배가 짙은 그림자 끝에서 부서져 내렸고, 시야는 몽롱한 백색 섬광을 뚫고 나아갔다. 루시아는 피투성이가 된 두 손으로 피바다 위 시체의 산에 올라 그림자와 백주의 경계에 섰다.

루시아

그녀는 구불구불 이어지는 험난한 길을 바라보았는데, 그 길 위에는 짙은 잿빛 안개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는 피처럼 붉게 물든 석양과 짙게 내려앉은 황혼 속에서, 미래를 향한 희망을 짊어진 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찬란하게 빛나는 학교와 전당을 보았으며, 아득하고 텅 빈 우주 한가운데를 부유하는 우뚝 솟은 붉은 결정과 마른 뼈들을 목격했다.

그 모든 장대하고도 산산조각 난 광경이 마침내 시야에서 교차하더니, 아득하고 고요한 허무로 응집되었다.

시야의 끝에서 그녀는 거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빛과 그림자가 그녀의 척추를 가르자, 승격 네트워크의 종점에 선 그녀는 마침내 <알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