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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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8 만능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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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가 거실에 들어섰다.

거무스름하고 더러운 마룻바닥이 썩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걸을 때마다 마루의 널빤지는 비명을 지르듯 삐걱거려 언제 무너져 내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더러운 거실 모퉁이 속 거미줄로 뒤덮인 천장에는 어수선하게 잔뜩 매달려 있는 빛바랜 가랜드가 지난 파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검은 나방 한 마리가 날개를 퍼덕거리고 있었는데, 그건 21호가 처음 이 작은 마을에 들어섰을 때 본 것과 똑같이 생겼었다.

나방은 부러진 의자, 바닥에 쌓여 있는 침식체 유해, 벽면에 검게 그을린 핏자국을 넘어 천장에 매달린 종이 가장자리에 멈췄다.

나방이 다시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을 때 알록달록한 나비로 변했다. 나비가 가는 곳 마다 그 붉은 핏자국과 뭉친 거미줄들은 점차 사그라지며 벽 속으로 사라졌다.

벽의 무늬가 또렷하고 밝아졌다.

나비가 긴 식탁 위를 지나자 촛불이 하나 둘씩 켜졌고, 작은 불꽃이 흔들리며 따뜻한 빛이 방을 가득 채웠다.

TV에서는 흥겨운 음악이 울려 퍼졌고, 바닥에 흩어져 있던 인형들도 깨끗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꽃병 속의 마른 가지는 생기를 되찾아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데이지 꽃을 피웠다.

나비는 그렇게 날아가 계단을 오른 뒤 구석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루나, 정리 시작했어?

그늘에서 나온 여자아이는 어깨까지 오는 검붉은 단발머리에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에 종이로 만든 생일 모자를 비스듬히 쓰고 있었고 어깨에는 색종이가 몇 줄 걸려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로 보였지만 그녀는 과도하게 진지한 표정과 태도를 보였다.

돌아보니 벽난로 옆에 있던 목마가 삐걱삐걱 흔들리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주전자가 후루룩하는 증기 소리가 들리며 TV에서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에 소리를 내는 물품이나 다른 사람은 없었다.

루나... 거기 가만히 서 있지 마.

못 들은 척해 봤자 소용없어.

대답한 것은 21호의 목소리였다.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해 생긴 혼란스러움이 21호의 의식의 바다 속을 맴돌았다.

여기에 또 누가 있다고.

자신이 진실된 반응을 하기에 앞서 이유 모를 억울함과 기쁜 감정이 먼저 자신의 행동을 지배했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사 때문에 떨렸지만, 이어진 말들은 마치 뽑기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컬러 캡슐이 하나씩 나오는 것처럼 저절로 굴러 나왔다.

소파 위에는 빈 선물 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는데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듯 선물 더미가 무너져 바닥에 흩어졌다.

네가 기다리지 못하고 선물을 뜯어버렸으니깐 그런거야.

...그럼 저 선물 상자들은 신경 쓰지 마. 내가 침실로 옮겨 놓을게.

이런 사소한 일에 제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둔 탓인지 평범한 행복감과 만족감이 몸에 배어 있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전에 바닥 깨끗이 청소하고 식탁도 정리해야 해.

혀를 날름 내밀고는 몸을 돌려 청소 도구가 놓여 있는 수납장으로 향했다.

수납장 문을 잡아당기려 손을 내밀자 손끝이 그대로 문을 뚫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허황된 풍경은 순식간에 벗겨지고 색은 어두워졌다.

눈앞의 사물함은 벽에 걸려 있는 낡고 텅 빈 철판으로 변했고, 그 위에 빨간 크레파스로 삐뚤삐뚤한 어린이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며, 옆에는 "지옥에 와서 Voooo를 만나봐"라고 쓰여 있었다. 웃기면서 섬뜩해 보인다.

모든 것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일깨워 주었다. 자신의 행동을 지배하던 감정도 함께 사라졌다.

21호 얼굴의 미소도 즉시 식어버렸고,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네 머릿속에 있는 게, 나한테 영향을 끼쳐.

낯설어. 이상한 말 해야 하고, 또 웃어야 해.

난 웃는 거 싫어.

하지만 통제할 수 없어.

마찬가지?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야.

지휘관도 통제할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난 그녀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이런 방을 본 적도 없고, 이런 일들도 해본 적이 없어. 그런데 몸 안에 무언가가 나를 편안하게 해줬어.

그건 엄청...

21호는 그녀가 느꼈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알고 있는 단어를 찾으려 노력하는 듯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

……

이렇게 하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어.

일그러진 웃음이 그녀의 얼굴에서 사라졌고, 남은 것은 오직 난감함과 실의였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건 적을 위협할 수 있으니 적이 보면 두려워할 거야. 그럼 21호는 적을 죽일 수 있어.

공백의 시간을 겪고, 또 "웃음"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21호는 발생한 모든 일에 너무 낯설하고 있다. 행복, 즐거움, 안도감이라는 감정을 경험하면서 자아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킨 것은... 자신이었고, 나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분명히 설명해야 했다.

왜 미안해?

책임, 나를 책임지겠다는 거야?

... 21호, 알겠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쩌면 모든 것이 다 끝난 뒤일 수도 있다.

그레이 레이븐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더 중요한 수수께끼를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