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호를 따라가자 확실히 병원 로비에서 전투한 흔적이 발견됐다. 그리고 21호가 지닌 의식의 바다 이상 파동을 탐색할 때 쓰이는 장치도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 후의 일은 탐지 장치만으로는 알 수 없었다.
21호... 익숙해.
그렇다. 병원에 들어서면서 아까 경찰서에서 느꼈던 익숙함이 느껴졌다.
연결하기 전에는 없었어.
응...
대답을 하면서 21호는 복도를 따라 나아갔다. 직감과 어떤 무시할 수 없는 익숙함이 그녀를 이끌었다.
그러자 영화의 세계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이상한 상황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21호 주변에 여러 개의 희미한 하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복도를 가득 메웠다. 유령 같은 그들은 흰 가운을 입고 21호의 몸을 이리저리 오고 갔다.
윽!
경계하기 시작한 21호는 털을 세운 짐승처럼 등을 구부리고 사방을 둘러보고는 희미한 그림자의 접근에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앞쪽 복도 한가운데에 그 낯선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그녀는 데이지 꽃을 들고 있었고 맞은편에는... 부드러운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아빠 동료가 나한테 준 거야!
화면이 선명하지 않아 그 여자아이의 옆모습만 희미하게 볼 수 있었다.
여자아이 맞은편의 그림자가 몸을 굽히고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촉감은 자신에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두 손에서 연한 손 소독제 냄새와 애정이 담긴 동작이 느껴졌다.
……
가슴속에 퍼지는 그 신기한 온기에 21호는 그 자리에서 멍해 있었다. 원래 방어적인 자세로 들었던 두 손도 어느새 내려놓았다.
...엄마와 함께 돌아가고 싶어...
엄마...?
21호는 부드러운 여자의 그림자를 보려고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가 한 발짝 내딛는 순간 모든 광경이 사라졌다. 으스스하고 무너진 복도에 구석구석 쌓여 있는 의료기와 의료용 기구. 마치 모든 일이 일어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여기는...
21호는 잠깐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
여기에서 실험을 했던거야?
...많은 기계, 그리고 약병. 흰 옷을 입은 사람, 의료기, 실험원까지. 여기도 실험하는 장소아니야?
치료?
21호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실험은 고통을 줄이지 않아. 더 아파.
이곳에서는 실험을 하지 않고 사람을 치료한다고? 연구소와 다르네. 21호, 이해했어.
21호는 복도 끝을 보았다. 방금 경험한 감정은 그녀가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그녀의 의식의 바다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이 감돌고 있었다.
...21호, 알겠어.
쿠로노의 인원에게 베라의 현재 좌표를 확인한 뒤 21호는 출발했다.
다시 경찰서 앞을 지나갈 때 21호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달라...
이전에 유리가 깨진 그 차가 안 보여.
자세히 한 바퀴를 둘러보니 차창이 없는 그 경찰차가 정말 보이지 않았다.
수색하던 중 뒤에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