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5 미경각흔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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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5-5 관계자 외 출입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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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를 향해 한참을 걸어간 뒤, 21호는 녹티스가 말한 그 경찰서 앞을 지나쳤다.

그러나 녹티스가 말한 것과 달리 경찰차는 주차되어 있다라기 보다는 아이의 장난감처럼 난잡하게 방치되어 있었다. 녹티스가 어디서 제대로 된 경찰차를 찾았는지 의문이었다.

차량.

호기심에 사로잡힌 21호는 그 차들에 다가가 가장 가까운 페인트칠 되어 있는 흠집 투성이의 기계를 조심스럽게 관찰했고 차창에는 그녀의 얼굴이 비쳤다.

——펑!

21호가 먼지로 뒤덮인 유리창을 보는 순간 갑자기 작은 손자국이 나타났고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갑자기 놀란 21호는 뒤로 한발 물러났다.

다음 순간 먼지로 뒤덮인 유리의 손자국은 사라졌고 어디에서도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말리기도 전에 21호의 광선포가 창문에 큰 구멍을 내버렸다.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날리고 텅 빈 좌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른 종이컵, 반쯤 썩은 빵, 누런 신문지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방금 여기에 누군가가...

그런데 사라졌어.

방금 전의 충격에서 회복되기 전, 한 그림자가 경찰서로 들어가는 것이 언뜻 보였다.

저쪽이야!

21호는 곧 그 뒤를 따라갔다.

경찰서 안에는 많은 물건이 난잡하게 놓여 있었고, 종이 곰팡내로 가득 찬 공기는 한때, 많은 사람이 이곳에서 일했다는 것을 손님에게 끊임없이 일깨워 줬다.

안으로 들어간 21호가 서류 더미와 부딪히면서 종이가 와르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책상 위의 모니터에 전원 켜짐 표시가 뜨면서 화면에는 축구 경기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모니터의 오른쪽 상단에는 “녹화” 표시가 있었다. 이 단말기의 주인은 업무 중에 전날 경기 녹화를 보고 있었는데 어떤 이유로 경찰서를 빠져나간 것 같았다.

21호는 눈썹을 잔뜩 찌푸린 채 눈을 크게 뜨고 그 단말기를 응시했다. 코트 위 한 선수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에서 그녀가 팔을 들어 올렸다.

다음 순간 재생 중이던 단말기가 21호의 광선포에 의해 고철로 폭파됐고, 검은 연기가 쇠퇴한 파편에서 솟아올랐다.

안에 사람이 있어.

왜 촬영하는 거지?

왜 이렇게 해야 해?

응.

21호는 이 어두운 공간을 둘러봤다. 그와 동시에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동기화 연결과 함께 그녀에게 전해졌다.

이 사무용 책상 위에는 사진이 놓여 있던 것 같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누구의 사진...? 왜 이렇게 생각하는 거지? 언제 여기에 온 적이... 있었나?

이와 동시에 강렬한 감정이 자신을 일깨웠다. 이곳에는 한없이 익숙하고 믿음직스럽고 안정감을 주는 존재가 있었다. 그 격한 그리움에... 마음이 북받치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목소리

...바이런 경관님... 오셨... 습니까...

누구야!

21호는 즉시 등을 구부리고 공격 자세를 취하며 좌우를 탐색했다.

알 수 없는 목소리

...하하하...

경찰서 안에 울려 퍼지는 그 떠들썩한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창 밖으로 다시 희미한 모습이 나타났다.

21호는 바닥 위의 잡동사니들을 넘어 창가 쪽으로 바짝 뒤쫓았다.

???

하하... 고마워요 아저씨!

유리 저편에서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21호가 유리에 손을 대자 창문에 비치는 환영도 뚜렷해졌다. 경찰서 앞 공터에 네다섯 살쯤 될 것 같은 쌍둥이 여자아이가 있었다.

이상한 여자아이?

...차에 아빠가 없어...

...아빠... 언제 퇴근하세요?

오늘... 생일 파티...

여자아이의 목소리는 마치 물밑에서 들리는 것처럼 간간이 몇 마디 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여자아이?

...그럼 전 엄마를 찾으러 가볼게요.

21호는 서슴없이 유리창을 부수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잠깐!

하지만 그녀가 착지하는 순간 그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목표를 잃은 21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건 뭐지? 새로운 적인가?

유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연결을 해도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21호 뿐이고, 베라는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이것이 쿠로노의 임무 목표인지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이 나에게 무슨 짓을 꾸민 걸까? 아니면 이건 "제3자"의 소행일까? 그게 아니면 정말 환각이 생기고 그게 21호에게 전해진 걸까?

어찌 됐든 지금은 다른 대응 수단 없어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응.

21호는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 병원 쪽으로 향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깨고 그녀가 질문을 던졌다.

생일 파티가 뭐야?

21호가 말하는 것은 조금 전 의문의 여자아이가 말한 단어라는 것을 금방 이해했다.

생일? 축하?

21호는 생일이 없어.

잃어버렸어. 그럼 21호는 어떻게 하면 되찾을 수 있어?

임무 수행 도중에 그것을 가르치는 일도 이상했지만 구조체의 멍하고 진지한 질문에 그냥 넘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응. 21호, 알겠어... 으윽...

21호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머리가.. 낯설고 불편해...

으악!

마지막으로 들린 21호의 통곡과 함께 머릿속이 욱신욱신 쑤시고 시야가 흐려졌다. 마인드 표식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급격한 무중력감 속에 연결이 끊어졌다.

누군가 질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

...장치... 어떻게 된 거지?...

조정 준비...

시스템 음성

연결... 동기화 상실... 연결이 끊어졌습니다.

의식은 이곳에 머물러 있었고 그 후 고막이 찢어질 듯한 소리와 함께 세상이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30초가 지났는지 10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확실하게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오감은 상실됐지만 가끔 외부에서 뚜렷하지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시야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혼란스러웠던 시간의 감각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좁은 방 안에서 의자 위에 누워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을 위로 향하자 마스크를 쓴 의료진이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있었다.

코피가 조금 났습니다.

물에 젖은 차가운 거즈가 코에 닿았다.

다 됐으니 충분히 쉬었다 싶으면 앉으면 돼요.

상대방은 말을 하며, 거즈를 치우고는 그 자리를 떠났고, 눈부신 인공 불빛은 화살처럼 머리를 뚫고 들어가, 시신경을 은근히 아프게 했다.

좁은 방 안에 방탄조끼와 무기를 든 채 얼굴을 가린 구조체가 몇 명 서 있어서 방이 더 붐벼 보였다. 시선 초점 거리의 착각 탓인지 그 총구들이 자신에게 쏠려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상태가 이상 없고 갑자기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확인되자 몇몇 구조체는 침묵하며 뒤로 물러나 차례대로 심문실을 빠져나갔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상체를 쭉 펴자 등 부분은 마치 오셀럼에 치인 듯 온몸의 뼈가 삐걱거렸다. 얼마 전 지하 수로에서 입은 상처였는데... 갈비뼈가 아직도 은근히 아팠다.

몸을 움직이자 발목에 묶인 쇠사슬도 소리를 냈다.

곁눈질로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니 여전히 그 막혀 있는 답답한 방이었다. 앞에는 역시 내 모습이 비치는 유리창이었는데 유일하게 밖이 보이는 10cm의 작은 창문은 어느새 닫혀 있었다. 레베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방에는 구조체 병사들만 남아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위화감이 들었지만 어디가 이상한 지는 혼란스러워 설명할 수 없었다.

갑자기 레베카의 홀로그램 투영이 책상 맞은편에 나타났다.

21호와의 신호가 끊겼어요.

제가 어디 있는지는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에요.

투영 속의 레베카를 따라 손끝을 살짝 들자 작은 마을의 홀로그램 지도가 투영됐다. 확대하고 더 확대하여 최종적으로 한 포인트에 이르렀다.

거기서 베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라

...저 부러진 나무 방금 우리가 지난 나무 아니야? 어떻게 또 여기로 온 거야? 우리 지금 빙빙——

녹티스

다섯 바퀴야! 꼬박 [삐——] 다섯 바퀴.

맹세코 나는 분명히 반대 방향으로 운전했어.

베라

지도의 노선을 보면 우리는 계속 거주지의 외각만 빙빙 돌고 있어.

21호와의 통신은 복구됐어?

녹티스

아직. 걱정 마. 그 꼬마 괴물에게 무슨 일이 있겠어...

베라

됐어. 내려서 걸어가자. 차에 있으면 표시도 하기 어려워.

녹티스

응, 알았어.

이건 도청이었다.

아니... 이건 경고였다. 우리의 행동은 모두 감시당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지만... 나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고 좁고 긴 창문 뒤로 보이는 침묵의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베라

...[player name], 21호를 데려오는 게 좋겠어.

베라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스크린상의 내용이 전환되면서 자신의 생리 상태 유동 이미지가 비쳤다.

자신이 봐도 알 수 없는 함수 외에 심장 박동까지 스크린상에 기록되어 나타났다. 자신의 심박수를 대변하는 가는 선이 위아래로 뛰었고 억압된 공간 속에서 마치 누군가가 머릿속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21호의 모든 신호가 갑자기 끊어졌어요. 케르베로스의 리더도 그녀의 통신 표식에 연결할 수 없고요. 촛불이 갑자기 꺼지듯 찾을 수가 없게 됐어요.

당신과 21호도 동기화 연결 중이어서 마찬가지로 연결이 끊어졌어요. 보시다시피 시스템을 넘어 강제로 연결이 닫히면 어느 정도의 정신적 부담을 주는데, 만약 다른 지휘관이었다면 한참 동안 기절했을 수도 있어요. 당신의 체질은 괜찮아서 그런지 다행히 13분 26초만 낭비했네요.

우리 목적의 진전이 꽤 괜찮네요.

특별한 단서를 찾은 거죠? 임무 좌표에 관계없는 장소에서 한동안 머무르고 있는 것을 봤어요.

그녀는 유도 신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돌발 상황에 대한 고려로 다음 작전 계획을 조정할게요. 케르베로스 소대의 리더가 약간의 문제가 생긴 듯하니 리더 베라와 동기화 연결을 진행해 문제를 해결한 뒤, 단서가 발견된 지점으로 돌아가 계속해서 단서를 찾으세요.

저희 쪽에서 연락이 끊긴 원인에 대해 긴급히 조사하고 있어요. 당신은 우선 임무를 진행해 주세요.

쿠로노의 뜻은 명확했다. 자신을 마약 단속견처럼 일을 시켜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것이었다.

...네?

레베카는 이 질문에 허를 찔린 듯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그 미소는 여전히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저희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이 작은방을 나갈 수 없어요. 그 정도는 알고 있겠죠?

미로에 갇힐 정도로 베라는 약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금 쿠로노가 보여준 도청 녹음에서도 베라는 모든 신호가 끊긴 21호를 찾을 여유가 없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에게 21호가 필요한 사실이었다. 왜 그녀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만이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듣는 그런 이상한 "환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의회의 요구 중 하나가 "지휘관의 안전 보장"인데 그 중 집행 소대의 멤버는 포함되지 않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쿠로노라면 21호에 대한 수색을 정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건 그저 우리의 시간만 낭비하고, 당신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더할 거예요.

그 구조체와 임무를 수행하는게 이번이 처음이시죠? 당신이 모르는 작은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죠. 케르베로스의 지휘관은 한 번도 21호와 동기화 연결을 한 적 없어요. 왜 그런지 아시나요?

제가 신경 쓰이는 게 뭔지 아세요? 이 임무에 대한 당신의 임무 완료 여부예요. 당신은 자신이 여기서 순조롭게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신경 써야 해요. 우리가 달성하려는 목적의 조건은 같아요. 우리는 동일 선상에 있는 동료이지 대립관계가 아니에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말이에요.

당신은 우리보다 이 구조체에 대해 잘 알지 못해요. 자료에는 그녀의 의식의 바다가 불안정해 그녀를 연결하는 건 위험한 선택이라고 나와 있어요.

하지만 지금 부득이하게 자네가 그들이 계획한 일을 하게 된다면...

레베카는 자신에게 압박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지도 모른다...

이의가 없는 것 같네요. 오퍼레이터, 이 지휘관이 케르베로스 리더와 동기화 연결할 수 있도록 준비해주세요. 집행관, 임무 좌표 근처의 제3자 흔적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고 있죠? 발견한 게 있으면 즉시 보고해주세요.

그녀는 공중 정원의 엘리트 집행 부대 중 한 명 아닌가요? 지금 급선무는 임무 진행을 방해할 수 있는 요소를 제거하는 거예요.

지휘관... 얼굴빛이 안 좋은데 우리가 모르는 일이라도 발생했나요?

...지휘관, 정신 멀쩡한 거죠?

왜 처음에 저에게 보고하지 않았나요?

통신 화면에서 레베카는 앉는 자세를 바꿨다. 그녀는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고 입가에는 웃음이 사라졌다.

군사 임무 중 "귀신 사건"을 상사에게 보고하다니... 너무 바보 같아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했다.

레베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금 전에 압박을 가할 때와 완전히 달라진 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좋아요. 알겠어요.

오퍼레이터, 지휘관의 말대로 도와드리도록 하세요.

오퍼레이터

그런데... 아까 예상 밖의 사고로 장치가 과부하 되었습니다. 연결자의 마인드 표식 탑재 최대치를 고려하면 한 명의 구조체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지휘관, 들었죠?

오퍼레이터

네. 연결 준비하겠습니다. 원격 연결 장치를 착용해 주십시오.

마인드 표식이 바다 속을 누비는 물고기처럼 혼돈의 의식 속에서 나아갔다.

앞쪽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다. 베라의 의식의 바다 연결점과 달리 그것은 작고 차가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너무 약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호흡을 조절하고 모든 의식을 집중했다.

마인드 표식이 실처럼 퍼진 뒤 부드럽게 짜여져... 그물로 변해갔다.

그 희미한 빛은 너울너울 흔들리며 도망치려 했다. 미약하고 은은하고 희미했지만 온전했다.

되도록 부드럽게 살며시 그 빛을 잡으려 했으나, 그 모든 것은 허사로 끝났다. 오랜 시간 겪은 고통 때문인지 정상적인 사고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아니... 아직 포기할 수 없다. 다시 노력해 보자... 닿을 수 없는 하늘에 손을 뻗는다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끝없이 펼쳐진 길. 끝없는 정보의 바다.

나는 그 희미한 빛을 움켜쥐었다.

시스템

동기화 연결이 설정되었습니다.

21호

으윽!!

으윽! 으아아!

적응하면서 통증은 점차 사라졌다. 자신의 의식은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에 내려앉았다. 흐릿하고 모호한 시야에 실내임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21호

꺼져...

21호는 그녀의 보조 기계와 비슷한 모양의 구형 기계와 일부 의료기기의 잔해 속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몸을 지키며 동물처럼 등을 구부리고 야수가 위협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만약 실제 몸이 그녀 앞에 서 있었다면 바로 습격당했을 것이다.

21호

가... 가까이 오지 마...!

그녀는 턱을 부르르 떨면서 간신히 말을 짜내고 있었다.

그녀가 부상을 입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닥에는 순환액으로 얼룩진 거즈가 널려 있었고 살균액의 플라스틱병은 이미 반쯤 비어 있었다. 그녀의 복부 상처에서는 순환액이 멈추지 않고 흘러 나오고 있었다.

이 전에 그녀는 모든 방법을 찾아 엉망진창인 자신을 정리하려고 했던 것 같았다.

21호

내 머릿속에서 나가——

21호는 여기서 나가라는 말만 반복했다. 마치 검은 안개가 빛이 없는 곳에서 피어 나와 언제든지 그녀를 덮어버릴 것 같았다.

21호

... [player name]?

...리더?

이 말이 좀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21호의 몸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적의도 서서히 사라졌다.

대략 20초 동안 21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도 하지 않고, 주먹도 쥐지 않고, 꼬마에게 공격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뭔가 고민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찾지 못해 가만히 있는 것 같았다.

검은 안개가 걷히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과 멀지 않은 곳에 눈앞의 사람들 뒤로 물러갔을 뿐 당분간은 밀려오지 않을 것이다.

21호

……

...[player name] ...내 머릿속에 있는 거야?

나한테 뭘 한 거야?

21호는 좌우를 보기 시작하더니 머릿속 소리를 밖으로 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21호

나는 당신이 필요 없어.

온몸이 지쳐 있는 지금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어떻게든 집중해서 마인드 표식을 통제해 침입감을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21호

리더...

21호

리더... 찾을 거야.

21호는 중얼거리면서 점점 조용해졌다. 여전히 그녀의 거부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연결 상황은 점차 안정됐다.

그녀는 자신을 믿지 않았다. 이전에 이미 그녀와 연결해 봤지만 그녀의 태도는 변화가 없었고 심지어 이상하기까지 했다. 그 환각들이 그녀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21호

낯선 사람이 여기 있는 게 싫어.

21호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지금은 이렇게밖에 약속하지 못하겠어.

21호

응.

21호는 짧게 대답했다. 그 속에는 "기분 나쁘면 연결을 바로 끊어버릴 것"이라는 위험을 내비쳤다.

21호

21호, 일단 당신 말을 들을게.

21호

...응.

응축액 봉투로 간단히 지혈한 뒤 21호가 다시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해?

임무 완료 후 리더를 찾는다.

21호, 임무 지시로 여기에 도착해서 전투 흔적을 발견했어.

응. 그 다음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했어. 21호,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겠어.

응.

21호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임무는 정식으로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21호 혼자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