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때때로 새가 울어 밤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건 마치 날카로운 부리로 밤의 장막을 뚫으려는 것 같았다.
갑자기 굉음과 함께 가시를 감은 철문이 펑 하고 쓰러졌다.
나뭇잎과 쇠 부스러기가 흩날리는 가운데, 누군가가 마른 잎을 짓밟는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인가...?
임무 구역은 전방 35.61km야.
뒤에서 또 한 사람이 나타났고, 간판에 앉아 있던 나방이 놀란 듯 날아갔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았다. 곧 사라질 달은 마지막 한 점의 빛을 내려놓고 그 자리를 빛내려 노력했다.
이건 앞이 보이지 않는 작은 길이었다. 불청객의 등장으로 그곳에 있던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생물이 날개를 퍼덕이며 녹슨 철책을 넘어 하늘로 향했다.
모든 생명이 약속이나 한 듯이 이곳을 떠났다. 길이 통하는 앞은 어둠뿐이었고 빛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달빛 아래 두 구조체의 모습이 마치 귀신같았다.
너네 뭐 하는 거야?
이 정적을 깬 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베라였다. 그녀는 단말기의 홀로그램 영상을 끄고 두 대원을 향해 돌아섰다.
멀쩡한 문을 제대로 열지도 않고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아, 원래 바로 열 수 있는 거였어? 몰랐지.
장비 내려놓고 임무 준비 해.
알았어.
몇몇 구조체는 짐을 내리기 시작했고, 들고 다니는 상자에서 원격 연결를 강화하는 데 쓰이는 필드 장치를 옮겼다.
이거 쓸모 있는 거야? 전에 쓰는 거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상부에서 또 뭘 하려는지 누가 알겠어... 일단 조립해. 난 지형 좀 파악해야겠어.
방금 임무 지점을 확인했는데 이곳은... 황금시대 말기에 방치된 한 작은 마을이네. 데이터베이스에서는 더 이상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보기엔 평범한 주민 거주 지역 같아.
황금시대 말에 이런 도시는 꽤 흔했겠지. 퍼니싱 농도도 이상 없어...
21호, 이번 임무 목표가 뭐지?
리더에게 보고. 이 구역에서 감지된 의식의 바다 데이터 이상 파동 정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거야.
이번 임무가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거야?
칫, 당연히 알지.
...당연히 알지...
그때부터... 갑자기 적조가 솟아오르는 지하 수로에서 우리를 철수시켜 기지 안에서 오랫동안 대기시켰어. 분명 누군가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야.
지옥견에게 우리의 임무를 맡긴 건 우리에게 다음 임무를 준비하게 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럴지도 몰라.
그런데 이건 그냥 정찰 임무잖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정찰 임무!
머리를 좀 굴려봐. 우리의 목적은 그 승격자를 추적하는 거야.
그? 누구?
...쯧쯧, 루나말이야. 전선 부대에 공개된 전투 보고에 따르면, 그 승격자 대장은 중상을 입은 후 오랫동안 행방을 감춘 걸로 알려졌어.
이건 아마 상부에서 가장 잡고 싶은 승격자일 텐데... 그런데 왜 우리일까?
완전히 이해했어. 상부는 우리를 파견해 홀로 떨어진 승격자를 잡으려는 거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거 같은데?
베라는 녹티스의 항의를 무시했다. 그저 달빛 속에 가라앉은 마을을 보면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상관없어! 어쨌든 여기 뭔가 재미있는게 숨어 있을 거야. 찾는 대로 날려버리면 되겠지?
리더, 필드 장치가 설치됐어.
이쪽도 다 됐어.
좋아, 먼저 상부에 보고하자. 그쪽에서 잠시 후에 구체적인 좌표를 보낼 거야.
그럼 우리 여기 앉아서 기다리면 되는 거야?
당연히 아니지. 녹티스, 넌 우선 이곳을 중심으로 1km 이내의 잡초를 전부 없애.
뭐야, 왜?!
멍청한 데다 시끄러우니까. 다음은 당연히 지휘관 연결을 기다려야지. 아니면 네 생각엔 이 장치들이 자동 아이스크림 기계처럼 보여?
거기, 작은 공, 너도 쉬고 있으니, 나랑 같이 놀자.
싫어, 거절한다.
그럼 거절하면서 내 머리 위로 뛰어오르지 마! 너 진짜 조심해라!
...쯧.
베라는 이 자리에서 떠나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알 수 없는 초조함은 임무 장소에 도착한 후부터 줄곧 그녀의 마음을 맴돌았다.
늦을 줄이야... 이건 네 스타일이 아닌데, 머레이.
검은색. 억눌린 검은색.
앞에는 방폭 유리가 있어서 그 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사방팔방에는 자신의 모습만 보였다.
유일하게 바깥세상과 연결된 것은 10cm 정도의 개폐가 가능한 작은 창문뿐이었다.
유리 너머로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인원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들의 헤어스타일과 얼굴은 거의 똑같아서 분간할 수 없었다. 언뜻 보면 수많은 복제 인간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아무도 이 유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유리로 덮이지 않은 구석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 미끄러져 들어왔는데, 그는 땅을 박차고 의자를 빙 돌려 이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죄송하지만, 아직 당신의 질의 시간이 아니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난 뒤, 그는 다시 눈앞에 두툼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거절당한 인간은 다시 눈을 늘어뜨렸다.
오랜 피로와 스트레스로 신경이 마비된 탓인지, 타인을 가끔 힐끗 쳐다보는 인간의 평온한 얼굴에는 "멍"한 모습 외에는 어떤 감정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보고서들 중 어떤 것이 자신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전부 자신에 관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상으로는 지휘관으로서 그 정도의 문서량에 기록될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한 가능성이 뇌리에 떠오르는 가운데 결국 기억은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player name]님 맞으십니까?
앞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두 사람이 서 있었고, 목에 걸린 노란색 사원증 위에는 "요한·도이"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쌍둥이 같은 두 사람의 말투에서는 차가운 거리감이 느껴졌고 실내인데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저희는 특수 임무 부서입니다. 현재 당신의 협조와 조사가 필요한 긴급한 일이 있으니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특수 임무부 요한·도이입니다. 최근에 발생한 몇 가지 복잡한 사건에 대하여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임시 전근 신청과 그 허가입니다. 모든 정식 수속은 이미 다 마친 상태로 정식 경로를 통해 기록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습니까?
조사 보고서나 체포 영장 없이 상대방은 전자 업무 배치 통지서를 보여줬다. 촘촘히 적인 통지 끝에는 자필로 적힌 사인은 하산의 사인이었다.
"지하 수로 적조 정화" 임무를 마친 뒤, 중상을 입어 한동안 의료 격리실에 누워있었다.
루시아가 병문안을 왔지만 의식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될 때까지 그들을 만나지 못했다.
상황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감시는 계속 이어졌고 자신은 여전히 통제 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아. 나 역시 자네와 이렇게 완전히 사적인 대화를 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어둠 속에서 자네를 감시하고 있는 정체에 대해 알고 있는가?
쿠로노다. 쿠로노와 공중 정원은 이미 하나가 되었지만 그들은 "쿠로노"로서 은밀한 행동을 멈추지 않고 있지. 그들은 지금 자네를 다친 사냥감으로 보고 있어. 앞으로도 상어처럼 몰려들 거야.
맞아. 역시 자네는 날카롭군.
하지만 이건 의회가 보고 싶어 하는 상황은 아니야.
이전에도 말했지만 만약 자네가 쿠로노에 협력해서 그쪽 뜻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는 사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게 될 거야.
하지만 지금 부득이하게 자네가 그들이 계획한 일을 하게 된다면...
난 쿠로노가 공중 정원의 지휘관을 이렇게 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 "상어떼"와의 싸움에서 교차점을 찾아 정확한 궤도로 자네를 데려올 거야.
이번이 우리의 첫 합류점이자 반격의 첫걸음이야.
곧 알게 될 걸세.
모두가 소용돌이 속에 있는데, 그 흐름을 따를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한 가지 약속하지, [player name]. 이제부터 자네는 한 작전에 참여해야 할 거야... 그들이 말하는 승격자 루나의 행방을 찾는 데 협조할 거야. 하지만...
이렇게 빨리 대답할 줄이야.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까 했는데.
하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난 자네에게 항상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어.
지금 자네 상황에서는 내가 무엇을 약속해도 믿을 수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자네도 마찬가지로 우리를—— 믿어줬으면 좋겠네.
우리는 자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걸세. 이번 임무에 배치된 소대는 자네가 믿을 만한 팀이야. 비록 이 팀 지휘관의 동의를 받는 데 좀 번거로웠지만. 약간 까다롭거든.
...[player name], 하나만 더 묻겠네. 자네는 두렵지 않은가?
자네 언행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알겠네, [player name].
아직 5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내 권한으로 이 시간 동안 팀원들을 만날 수 있을 걸세.
자네 생각은 어떤가?
머릿속에 루시아, 리브, 리의 얼굴이 차례로 스쳐 지나갔다. 자신이 다른 소대와 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상세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한다면 그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떤 말을 할까...
이것들은 오랜 시간 함께 싸워온 지휘관으로서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이 들어야 하는 건 그들을 더는 두렵게 하지 않는 좋은 소식이지, 끝없는 고통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아니다.
확실한가?
——지휘관은 좋은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네. 도착했습니다.
귓가의 목소리가 정신을 차리게 만들었다. 유리 밖의 그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물러나면서 어둠 속에서 한 여성 인간이 나타났다.
그 여성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나를 훑어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어떠한 공격성도 없는 단순한 호기심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직은 괜찮아 보이네. 가여워. 분명 오랫동안 계속된 심문과 감시로 정신이 마비됐을 테지.)
그녀는 훑어보면서 우아하게 의자에 걸터앉았다. 마치 바 카운터에 앉은 듯한 자세로 손에는 파일이 아닌 와인잔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감옥에서 재즈가 울려 퍼지듯 이 자리와 어울리지 않았다.
직감적으로 그녀에게는 어떤... 위험한 기질이 있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는지 귀를 기울였다.
[player name], 맞죠?
그녀의 손가락이 앞의 파일을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이쪽을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저는 레베카라고 해요. 아주 예전에 당신의 이름을 들은 적 있어요... 하지만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당신이 왜 여기에 있는지 아시나요?
보아하니 그리 많은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이네요.
그러면 힌트를 드릴게요. 그 승격자에 관해서... 아니, 대행자의 정보는 여러 번 물어봤잖아요.
제가 여기 있는 목적은 당신들의 관계를 확인하러 온 게 아니에요.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은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어정쩡하게 "심문"하던 "작업자"들과 사뭇 달랐다.
지위는 더 높았고 목적은 더 명확했다.
이런 게 좋았다. 몇 번이나 들은 것을 되풀이해서 다시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 원하는 게 있으니 불필요한 소모는 하지 말아요. 한 발씩 물러서서 공동 목표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음, 그것도 물론 우리의 관심사는 맞지만...
...하지만 지금은 서로 협조해야 할 때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어요...
……
(둔한... 건가?)
(아니... 이 인간 지휘관은 시선을 한 번도 피하지 않았어. 긴장도 하지 않은 데다 심지어 반격할 힘도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심문과 감금이 이어지고 완전히 밀폐된 방폭실에 갇혀 완전무장한 쿠로노 인원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이 지휘관은 쿠로노의 압박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어. 아니면 다른 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거일지도 몰라.)
알겠어요. 당신의 태도는 명확하군요. 그럼 쓸데없는 짓은 그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저는 당신과 승격자가 접촉한 것에 대한 상세한 내용과 진실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건 당신만 아는 작은 비밀이 될 수 있겠죠. 저는 당신이 사실을 근거로 우리에게 도움을 제공해 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지상의 한 구역에서 루나의 의식의 바다 활동으로 추정되는 신호를 감지했어요.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이곳에 머무르면서 저희가 지상에 파견한 소대와 원격 연결을 진행해, 이번 루나의 행방을 찾는 임무를 감사하고 지휘하는 거예요.
어떤가요?
정말 잘 됐어요. 우리 잘 해봐요.
그녀의 말투에서 조금도 진심 어린 유쾌함이 들리지 않았다.
원격 연결의 소대는 이미 준비가 완료돼 있어서 언제든지 임무를 시작할 수 있어요.
곧 알게 될 거예요.
유리 밖에 있던 여성이 손을 들자 귓가의 통신기에서 차가운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원격 연결 조정을 시작합니다. 시스템 가동 완료, 데이터 스캔 중.
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 거울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데이터 초기화, [player name] 지휘관 시뮬레이션 표식 로드 중.
리, 리브... 그리고 루시아... 잘 지내고 있을까?
초기화 완료. 장치를 착용해 주십시오.
심호흡한 뒤 HMD 원격 연결 장치를 들었다.
원격 연결 구축 중... 동기화율 상승...
그러자 의식이 소용돌이에 빠졌다.
원격 연결할 때마다 의식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 자신도 형용할 수 없는 공백을 생성했다. 중추신경과 대뇌피질이 모두 일시정지 키가 눌린 것처럼, 의식은 유달리 시간의 흐름에 둔감하고 혼란스러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결의 공백이 어느 때보다도 길다는 것을 희미하게 느꼈다.
소리, 냄새, 촉감—— 이런 감각들이 모두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작은 통증이 온몸에 퍼졌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의식이 다시 돌아왔다. 심장이 요란하게 울리고 귓가에는 격앙된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카무와의 원격 연결과 달리 이번 연결은... 훨씬 더 거칠었던 것 같았다.
이번 원격 연결을 진행한 장치는 더 정밀했다. 아시모프가 준비한 그 가벼운 동기화 연결 장치에 비해, 이번 장치의 외관은 무거운 폭탄 상자 같았다. 쿠로노는 확실히 이 일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았다.
마침내 시야의 희미한 빛이 어둠을 뚫고 빠르게 사라졌다. 마인드 표식이 그 속에서 급속히 추락하며 출구를 찾았다.
잠시 후 마인드 표식이 찾은 건... 약간 익숙한 의식의 바다 신호... 그리고 완전히 낯선 신호 출처였다.
검은 큐브가 시선 안에 응집되더니 이윽고 서서히 모습이 떠올랐다.
눈앞은 잡초가 가득한 작은 길이었다. 흐릿한 시선이 흔들리며 시야 한가운데 보이는 건 길 건너편에 서 있는 두 명의 낯선 구조체였다.
이 가운데 여성 구조체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고, 소형 광선포 한 대가 그녀 옆에 떠다니고 있었다. 이 외에도 특이한 생김새의 로봇팔을 힘껏 흔드는 구형 로봇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여성 구조체 옆에는 키 큰 빨간 머리 구조체 한 명이 서 있었는데, 한 손은 뒷머리를 잡고 있었다. 마치 낯선 연결에 당혹스러워하는 듯했다.
익숙하지가 않아. 지휘관이 아닌가?
아니야.
나와 연결을 동기화한 건 바로 베라였다. 알고 보니 하산이 말한 믿을 만한 소대가 바로... 케르베로스?
왜 지휘관을 임시로 교체하는 이런 중요한 결정을 우리에게 미리 알려주지 않은 거지?
아마 상부가 머레이를 지옥견에 배치한 모양이야. 그들이 너보다 쓸모가 많으니까.
베라는 재빨리 상황을 이해하고 평소와 같은 어조로 돌아가며 말했다.
하!? 용납 못해. 절대로! 지금 나 놀리는 거지?
음... 발전했구나? 이제 놀리는 것도 알아들을 줄 알고... 그럼 불평 좀 하지 마. 이 사람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야.
나는 싫어.
21호, 이건 임무야. 싫다고 말해도 어쩔 수 없어.
응, 알았어.
...안녕,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좋아. 정리하면 내가 최고 지휘관이다. 내 명령이 가장 우선적이고... 그 다음이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다. 다들 본 적 있지? 없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의 임무에 두 번 참여한 적 있지만, 나랑 21호가 밖에서 지휘관과 연결한 건 이번이 처음이야~
……
21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녀 옆에 있던 꼬마 로봇은 그녀의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저 멍청한 애는 녹티스라고 해. 나무를 잘 타지. 키 작은 얘는 21호, 보통 녹티스가 오른 나무를 부수는 일을 해. 좋아. 자기소개를 마쳤으니 임무 내용을 다시 확인해 볼까? 지휘관. 아무것도 안 가져온 건 아니지?
상부에서 현재 위치한 이 구역 중 루나의 의식의 바다 활동 신호를 감지했어. 이번 임무의 목적은 이상 활동 신호를 정찰하고 가능하면 루나의 행방을 탐색하는 거야.
네가 있는 곳이라면 그 승격자와의 관계를 끊을 수 없겠군. 너 사실 승격자 감지기 아니야?
내가 가만히 있을 때 너희들은 알아서 골라서 들으면 돼... 농담이고 너희들 함부로 하면 큰일 난다.
그건 당연하지. 우리는 친하니까.
21호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이쪽을 한 번 쳐다본 뒤 앞으로 나아갔다.
야, 21호, 기다려!
녹티스가 뒤쫓아 올라가니 그들 앞을 가로막는 것은 먼지가 쌓인 도로 표지판이었다.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내용이 도로 표지판에 적혀있었다. 옆에는 "PS. 일이 있으면 바이런 경장에게 전화하세요. 전화——"라는 내용이 작은 글자로 적혀 있었고, 뒤의 숫자는 긁혀서 알아볼 수 없었다. 오른쪽에는 커다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는데 도로 표지판 옆 우체통을 가리키고 있었다.
녹티스는 한발 나아가 우체통을 열어봤다. 피어오르는 먼지에 기침을 몇 번 한 그는 우편함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어 힐끗 보더니 높이 들어 올렸다.
새로운 걸 발견했어. 여기 마을 지도가 하나 있는데? 나한테 보상 줘야 하는 거 아냐?
...21호, 필요 없어.
자신을 무시하는 21호에게 불만을 표시한 녹티스는 씩씩거리며 지도를 반으로 접고 주머니에 넣었다.
지휘관, 어때?
팀의 뒤쪽을 따라가던 베라가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움을 요청받은 거야? 8할은 맞히긴 하지만 직접 본 건... 아, 아니다. 그 어쩔 수 없는 풀이 죽은 느낌을 보면...
가슴이 뛰는 것 같아. 걱정 마. [player name], 내가 잘 돌봐줄게.
당연한 일이야.
악 쓰는 모습이 진짜 귀엽네.
앞으로도 기꺼이 즐겁게 해줄게...
가자, 우리의 임시 "지휘관", [player name].
새벽녘 숲 속에서 까마귀 울음소리가 울리며 마지막 빛이 떠오르는 태양과 교체되며 사라졌다.
날이 곧 밝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