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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05-1 잊혀진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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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5 지하 도시 확장 구역, 지상에서는"적조 정화 작전" 긴급 철수 중.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 바람에 날리는 모래만 가득한 가운데, 고막을 찢을 듯한 록음악이 흘러나오는데 그 안에는 누군가의 분노가 섞여 있었다.

타이어 2개만 땅에 접지해 있는 차가 "S"자 코스를 따라 달리고 있었다. 아르키메데스가 보고도 박수를 칠 정도로 이상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

야! 너 원래 이렇게 운전해? 누가 가르쳐준 거야?!

??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

누가 운전대를 이 바보에게 넘긴 거야! 베라, 베라! 살려줘!

베라

……

…………

베라

그만해, 너희 둘!

??

리더, 차 안에서 칼을 뽑으면 안 돼. 위험해.

???

지금 다른 위험을 고려할 여지가 있단 거야?! 빨리 브레이크 밟아!

??

21호, 브레이크 밟을게.

???

——밟기는 무슨, 그건 가속 페달이잖아!

베라, 너 빨리 뭐 좀 해봐! 잠깐, 잠깐만. 차 문은 왜 열어!!

베라

전부 내려!!!

차량의 문의 열리고 한 붉은 머리의 여성 구조체가 두 팔로 머리를 감싸며 능숙하게 차에서 굴러떨어졌다.

이어서 흔들려 떨어진 유리의 차창에서 원형 보조 기계가 튀어나왔고, 이어 하얀 그림자가 보조 기계 옆에 가볍게 떨어졌다.

확인.

???

너희들???

그 말은 금속물체의 마찰음과 충돌음에 묻혀졌고, 차량은 바위에 부딪혀 정지했다. 곧이어 엔진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

콜록, 콜록 콜록...

잠시 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멀쩡한 차량 반대편 문이 열렸고, 검은 안갯속에서 몸이 반쯤 나왔다. 건장한 체구의 남성 구조체가 손으로 연기를 휘저으면서 기침하고 내려왔다.

——쾅.

...이런.

남성 구조체는 손에 들고 있는 핸들과 함께 부서진 자동차 문을 내려다보았다.

구조체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것을 뒤로 내던졌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다가오는 칼빛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야, 베라, 내가 운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칼부터 치우고 말로 하자. 내 기체는 점검할 때 엄청 번거롭다고.

녹티스가 음악을 너무 크게 틀었어. 그래서 운전에 방해됐어.

우리 임무가 무슨 컨트리 음악 콘서트 가는 건줄 알아? 내 인내심에 도전하지 마.

철수하는 것도 임무야?

임무인지 아닌지는 리더인 내가 결정해. 너는 대체 나를 누구로 생각하는 거야?

칫, 알았어. 그런데 21호만 아니었어도 차는 충돌하지 않았어! 상부에서 가까스로 우리에게 접이식 차를 보내줬는데...

녹티스가 나한테 책임을 전가하고 있어.

운전대를 21호에게 넘긴 게 누구였을까?

베라는 비꼬며 무기를 거두어들였다.

21호, 운송 장비를 우발적으로 손상한 것에 대한 보고와 임무 과실을 녹티스 이름으로 상부에 보고해. 좌표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으니까 정비한 뒤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야!

응.

21호가 단말기를 열고, 사고현장으로 향하면서 통신을 시도했다.

바위 위에 앉아 있는 큰 키의 붉은 머리 구조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왜 우리더러 긴급 철수하라는 거야? 차징 버드 그쪽 상황은 딱 봐도 위험한데! 위에서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야?!

차징 팔콘, 멍청아.

게다가 긴급 철수에 대한 설명도 없고, 또 우리 임무 리스트는 비워졌고, 일은 전부 그 빌어먹을 지옥견에게 이관되고!

그들의 리더는 지금 의기양양해 하고 있겠지. 아마도 작전실에서 춤추고 있을 거야.

다음에 내게 기회만 준다면 바로 그 녀석의 목을 확...

휴식 시간에 네가 뭘 하든 내가 상관할 바 아닌데... 일할 때는 반드시 내 말에 따라 움직여. 알겠어?

베라, 넌 화도 안 나? 자신의 일을 하는 도중에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는 거, 네가 가장 싫어하는 상황아니야?

화날 게 뭐 있어? 그들이 도중에 가져간다는 건 내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뜻인데.

이 말을 마친 베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침묵했다.

게다가... 이건 폭풍우의 징조일지도 몰라.

폭풍우? 비가 오려나? 보기에 태양은 뜨거운데.

쉿.

베라는 녹티스의 재잘거림을 가로막았다. 통신 채널에서 소식이 들어온 것 같아 그녀는 일어나 손끝으로 귓가를 두드렸다. 바람이 그녀의 빨간 머리를 휘날렸고 머리카락이 그녀의 표정을 가렸다.

베라

……

...니콜라? ...알겠습니다.

케르베로스 소대?

지원 부대 작업복을 입은 자가 피곤한 듯 눈꺼풀을 치켜들고 옆 수송기를 가리켰다.

저쪽입니다.

상부에 보고한 파손된 차량은 전투 후 인원을 보내 회수할 예정입니다. 우선 철수하시죠.

전장 후방에서 보급을 맡은 지원 부대도 전선의 긴박한 전투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모습이었다.

이봐, 확실해? 우리 소대만 먼저 철수한다고?

저희도 그저 명령에 따를 뿐입니다. 가능하면 빨리 철수하도록 하세요. 저희는 임무를 완료한 선봉 소대를 지원하기 위해 대기해야 합니다.

쳇.

그만해, 녹티스.

...하하, 원래 적자생존이잖아. 안 그래?

베라의 말은 누구에게 한 말인지 알 수 없었고, 혼자 중얼거림에 더 가까웠다. 옆에 있던 21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눈을 들어 보였다.

……?

야, 뭐라는 거야. 너 지금 나보고 쓰레기라는 거야...?

녹티스가 반항하는 가운데 베라는 21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곧바로 공중 정원으로 철수하는 수송기에 먼저 올라탔다.

적자생존...

21호는 그 사자성어를 알고 있었다. "승자는 살아남고, 패자는 죽는다."라는 뜻이다. 리더는 이전에 그 사자성어로 한 장소를 표현한 적이 있었다... 바로 자신과 리더가 함께 머물렀던 곳이었다.

베라가 방금 내뿜은 "냄새"에... 21호는 위험을 감지했다.

이건 암시일까? 아니면 리더가 단순히 말한 사자성어일 뿐일까?

쿠로노. 이 이름은 그녀와는 먼 존재였다. 그곳을 떠난 이후로 21호는 한 번도 공중 정원에서 그 이름을 거의 듣지 못했다. 마치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처럼.

...하지만 어쩌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21호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베라의 뒤를 따라 수송기에 올랐다.

"적조 정화 작전"에서 긴급 철수한 지 며칠 후, 그린스 사무실.

저를 내세운 이유가 뭔가요?

아 정말, 그 지휘관과 그 소대의 사용권을 되찾는데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의회 사람들은 시끄러운 일을 대중들 앞에 공개하길 꺼려 하지.—— 공중 정원 엘리트 지휘관이 정체불명의 세력에 끌려갔다는건 그들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리는 거고, 우리를 대중의 눈앞에 노출시킬 위험도 있지.

솔직히 의회 녀석들과 화기애애하게 소꿉장난할 시간이 없어. 하지만 우리 쪽도 지금은 주목을 끌 타이밍이 아니야.

그러니까 그 뭐야... 사교계의 여신? 이번에는 네가 쿠로노를 대표해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린스 앞에 곱게 화장한 여자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뭐, 표면적으로 보면 제 이력은 아직 "깨끗"한 상태이니까요.

하하하, 깨끗은 무슨... 그리고 이력 이런 건 그런 천진난만한 것들을 속일 뿐이지. 하지만 별것도 아닌데 일부러 티를 내는 건 오히려 꺼릴 수 있어.

어쨌든 제가 직접 담당자로 나서라는 거죠?

표면적으로는 그래. 하지만 너도 네가 하는 일이 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잖아.

그 사건 이후 나는 그 지휘관의 상황을 연구해 왔지. 마인드 표식 오염으로 인한 기억 재생 증상... 데이터상으로는 그런 강제적인 기억 회상은 주관적으로 통제될 수 없어.

그러니까 존재하는 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야.

그 지휘관의 작은 머릿속에는 분명 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야. 그런 예감이 들어... 그가 바로 내가 찾고 있던 사람이라는 강한 예감이 들어.

그 지휘관 머릿속에 원하는 게 있을 거라고 확신하나요?

하하, 당연히 확신할 수 없지! 어떠한 근거도 없으니까! 하지만 행동하기 전에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다렸다면, 인간은 이미 원숭이처럼 멸망했겠지.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과 진리는 사람이 "우연히" 발견하는 법이야.

인간은 원숭이가 진화된 게 아니라... 굳이 말하면 유인원이겠죠.

고마워, 레베카. 물론 나도 알아.

지금 내 손에는 두 개의 퍼즐이 있어. 승격자 의식의 바다 진입으로 인한 마인드 표식 오염 그리고 연쇄 반응에 따른 기억 재생 가능성. 그야말로 하늘이 준 기회지. 그것들이 함께 합칠 수 있을까? 또 어떤 그림이 나올까?

그린스 씨...

의식 오염을 저항할 수 있는 지휘관을 찾았으니, 이제 승격자를 포획하기만 하면 시험과 기체 연구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거야. 우리의 첫걸음은 성공한 것 같군.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걸음이지.

그린스 장관님, 주의해 주세요——

응?

방금 일부 내용 중에는 쿠로노의 기밀사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장관님이 다른 뜻 없이 말한 것이기 때문에 저는 아무것도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걱정 마. 여긴 도청기 같은 거 없으니까.

그린스님은 쿠로노의 상급 집행관이시고, 저는 그저 의회 사이를 맴도는 이해관계가 없는 존재입니다. 저는 제 입장을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레베카에 말에 끊겼지만, 그린스는 조금도 불쾌함 없이 깔깔 웃기만 했다.

괜찮아. 배신하고 싶으면 배신해. 기다릴 필요 없어—— 마찬가지로 쿠로노가 널 처리하려 했다면 진작에 처리했을 거야. 내가 진실을 말하기로 한 이상, 적어도 난 개인적으로 널 꽤 신뢰하고 있어.

저는 왜 협박처럼 들릴까요...

뭐 괜찮겠죠. 알겠습니다. 상부에서 내린 임무니까 저도 진심으로 임하겠습니다.

이래야 맞지. 난 네 자신감을 보고 뽑은 거거든... 네 성과가 아주 기대돼. 이 임무를 통해 그 지휘관이 숨겨놓은 걸 전부 들춰내자고.

장관님...

좋아. 내 말 충분히 알아 들었지?

이미 "충분히" 말씀 하셨습니다.

가봐, 레베카. 네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겠어.

그렇게까지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임무 브리핑은 제게 보내 주셨나요? 임무 수행은 어느 소대가 담당하죠?

그린스는 두 손을 모아 레베카를 의미 있게 바라보았다.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이게 내가 "정성을 다해 고른" 이번 임무에 가장 적합한 "카드"란 걸.

그린스

하하.. 넌 분명, 틀림없이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할 거야.

같은 시간, 세계 정부 임무 작전 계획 센터.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속삭이는 대화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참모와 부사관들이 단말기, 전자맵, 연산 시뮬레이터 사이를 오갔다.

매일 수많은 정보와 소식, 분석 보고, 정보부의 추측이 쏟아져 들어왔고, 무수한 머리들을 거쳐 공중 정원의 집행 부대와 보육 구역 담당자에 대한 행동 명령과 파견 내역이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랬다.

팀장

임무 지령... 기밀 등급... XX001A... 케르베로스 소대를... 파견한다.

참모

케르베로스? 저희에게 이런 소대가 있었나요?

팀장

케르베로스 소대에 대한 임무 지령은 총사령 내부에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인데, 오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직접 채널을 통해 하달됐어...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잘 모르겠어.

참모

그렇군요... 하지만 그들의 최근 임무 기록이 모두 비어 있어요. 임무 상태에는 "특수 상황으로 이관"이라 표시되어 있고요. 이런 상황이라면...?

팀장

우린 물어선 안되는 것들은 묻지 않는다. 나도 케르베로스의 배치가 원격 연결 실험과 관련 있다는 것만 알아... 난 그들의 그 "지휘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이번에 지휘관을 건너뛰고 우리에게 직접 명령하다니...

...어쨌든 우리 채널을 통해 배치했으니 우리의 임무다. 내게 케르베로스의 상황 정보 좀 전달해줘.

참모

잠시만요.

참모가 곧바로 단말기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의 손가락을 키보드 위로 오르내리자 한 검색 항목이 홀로그램 화면에 빠르게 배치됐다.

참모

케르베로스 소대. 상태: 기지에게 대기 중.

팀장

지금 바로 임무를 전진 기지의 배치 단말기에 전송해. 우선 등급은 최상급으로.

참모

알겠습니다.

팀장

좋아. 그럼 오늘 가장 간단한 부분은 끝났군.

참모

가장 간단한 부분이요?

팀장은 품에서 "기밀 등급: Ω-7"이 표기된 검은색 파일을 꺼냈다.

팀장

내게 기밀 등급 "상급"의 관리자 1명과 후방 지원관 2명... 그리고 집행 소대의 현장 지휘관을 호출해줘.

명령이 떨어진 뒤, 잠시 후 팀장과 참모 옆에는 각종 제복을 입은 채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팀장

관리자, 자네의 임무는... 다음 인원의 물자 배치를 "합리적"으로 정상적인 임무 배치 서열에 분배하는 것이다. 현장 인원 외에는 다음 배치에 대해 알아차려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팀장

후방 지원관, 자네 둘은 방법을 강구해서 후방 지원 공급 라인에서 "훈련용"으로 정찰 장비와 비치명 무기를 조달해주게. 구체적인 요구는 잠시 후 집행 소대의 인원이 너희들에게 보내줄 것이다.

팀장님, 먼저 이게 어떤 임무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팀장

한 생물 신호를 전력으로 추적하는 것이다. 조건이 승인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좌표와 지속 모니터링을 확보하고, 가능한 저항 행위는 유의하되 사태를 키우지 말라는 "최상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다.

팀장은 현장 지휘관을 향해 손에 든 검은색 파일을 흔들었다.

이 생물 신호는... 누구입니까?

팀장

...[player name], 공중 정원 집행 부대에 소속된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이다.

그 임무 배치 대상은...

팀장

마찬가지로 이 지휘관이다.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하도록 한다.

팀장은 파일을 현장 지휘관에게 던졌다.

공중 정원, 중앙 광장.

이 날은 케르베로스 소대가 차징 팔콘 소대 지원 임무 중 긴급 대피한 뒤 원래 위치에서 대기한 이후로 처음 임무를 받은 날이었다.

리더인 베라는 2시간 일찍 임무 내용을 확인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틈을 타 휴게실에서는 "브레이크 댄스"를 추거나 지옥견 소대의 트집을 잡던 녹티스가 이미 흥분하며 그의 무기를 "업그레이드" 하고 있었다.

베라

21호, 20분 뒤에 작전실에 집합한다.

21호는 작전실로 합류하러 가는 길을 혼자 걸었다.

……

오늘 에덴의 인공 햇빛은 매우 따뜻했다.

공중의 미세한 먼지가 일광에 떠다니며 돌고 있었다. 21호는 흙 속의 개미, 나뭇잎의 무늬, 동물의 솜털같이 많은 것을 관찰했지만 햇빛에 비친 먼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21호는 손을 들었고 살짝 눈부신 빛이 그녀의 손끝을 스치며 교차했다. 잡지는 못하면서도 그것의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햇빛, 먼지, 새... 인간.

그녀의 뒤로 몇 명의 인간이 지나갔다. 검은 기압은 한 뭉게뭉게 지나가는 먹구름처럼 햇빛 아래서 이렇게 눈부셨다.

동물 같은 예민함이 21호를 뒤돌게 했다.

확실히 인간의 냄새이지만 그녀가 맡았던 다른 인간들과 완전히 달랐다. 인간이 사용하는 특별한 향의 세정제와 음식의 향이 났다... 그 향들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약제의 향과 쇠사슬의 향기 그리고 총기 기름의 향도 맡았다. 그 향들은 21호가 자신이 머물렀던 연구소... 그리고 그 장소가 생각날 정도로 익숙한 향이었다. 그것들은 모두 위험, 미지, 암흑을 의미했다.

검은 옷을 입은 인간들 사이를 걷던 롱코트를 입은 인간은 21호의 시선을 느낀 듯 낮게 숙였던 눈을 들었다.

21호는 눈을 부릅뜨고 인간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위험은 그 인간이 아닌 옆의 검은 옷을 입은 인간에게서 왔다.

그들의 몸은 굳어 있었고, 21호는 재빨리 훑어보기만 해도 검은 옷의 인간이 들고 있는 서류 가방에는 무기가 가득 들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위험한 감각은 더욱 깊어져 "쿠로노"라는 단어가 그녀의 기억 데이터에서 떠올랐다.

그녀는 수개월 전에 그녀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했다. 그 후 "쿠로노"라는 향기가 줄곧 그녀의 의식의 바다 속에서 맴돌았다.

이 인간은 자신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걸 알까? 아니면 이 인간이 바로 위험을 이끄는 자일까?

동물적 본능으로 21호는 의식의 바다에서 빠르게 많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더 많은 의문들이 그녀가 생각하는 모든 가능성을 뒤집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녀를 조용히 힐끗 쳐다보더니 이내 눈을 돌렸다.

21호

……

그 순간만으로 21호는 경계하고 있던 긴장이 단번에 풀렸다.

어떤 위험도 그 인간에게는 두려운 기운이 없었다. 인간의 눈은 그녀에게 사태가 통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알려줬다.

이곳은 더 이상 연구소도, 쿠로노도 아닌 공중 정원이다. 갑작스러운 위험이나 테스트가 21호의 생활에 들이닥쳐 그녀의 목을 졸라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베라

...21호? 멍하니 서서 뭐해?

21호는 시선을 거두었고 안정감이 다시 그녀의 몸에 돌아왔다.

...네.

21호는 통신 채널에 답변을 보냈다. 그녀의 몸은 알 수 없는 사태로 경각심을 느꼈지만 더는 예전의 공황과 막연함은 없었다.

앞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21호는 도망가지 않고 맞섰다.

21호, 대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