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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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4-20 유혼의 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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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어느새 달이 걸려있었고, 반즈는 아놀드를 부축하며 비밀 해치를 통과해 지상으로 나왔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멀리서부터 전해왔다. 아놀드는 벽에 기대서서 반즈의 어깨를 두드렸다.

허허, 이만 가봐.

아놀드 씨, 곧 돌아올게요.

아놀드는 대답 대신 반즈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반즈는 자신의 장비를 정리한 뒤 먼 곳으로 뛰어갔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텅 빈 도시의 폐허에 울려 퍼졌다.

푸른색, 금색과 검은색 그림자가 어우러지고, 무기가 부딪치며 일으키는 바람에 주변의 자갈은 가루가 되었다.

크롬과 카무이는 "코그휠"의 거센 근거리 공격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떨어져도 곧 "코그휠"의 중형 기관총에 의해 견제를 당했다.

기관총 난사 뒤 또 한 번의 폭풍우와 같은 근접 공격이 시작되었다.

상대방은 지칠 줄 모르고 한 번 또 한 번의 공격을 해왔다. 크롬과 카무이도 이러한 공격 속에 힘든 기색을 드러냈다.

콜록...

……이 녀석 정말 강하군.

하지만 우린 이 정도의 공격에 쓰러지지 않아. 자, 계속하지.

Stupido! 어째서 죽지 않는 거야? 그리고 우리와 함께 "선현"의 귀환을 기다리면 되는데!

카무이와 크롬은 공격으로 "코그휠"에게 회답했다. 대검과 낫이 동시에 "코그휠"을 베었지만, 오히려 "코그휠"의 두 팔에 꽉 잡혀버렸다.

어이 어이, 공중 정원 수준이 이 정도로 떨어진 건가?

카무이는 "코그휠"이 말하는 틈을 타 검으로 "코그휠"의 주먹을 막아내고, 빠르게 대검을 뒤집더니 비스듬히 아래로 내리쳤다.

하지만 카무이의 손에 들린 대검은 "코그휠"의 발에 밟혔고, 카무이가 미처 대검을 빼내기도 전 "코그휠"의 주먹이 카무이의 얼굴로 날아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카무이는 주먹을 맞고 옆에 있는 건물로 날아갔다.

카무이!

크롬은 낫을 휘두르며 자신과 "코그휠" 사이의 거리를 벌리더니 잽싸게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앞에 있던 "코그휠"의 모습이 사라지며 순간 크롬의 시야를 시커먼 빛이 가려졌다. 그와 동시에 무거운 충격과 진동이 크롬에게 전해졌다.

안녕.

크롬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 "코그휠"은 손을 뻗어 크롬의 어깨를 잡더니 자신의 무릎으로 내리쳤다. 맹렬한 무릎 타격이 끊임없이 크롬의 복부에 가해진다.

으윽...!

크롬의 입에서 순환액이 뿜어져 나왔다. 이때 거대한 암석이 "코그휠"을 향해 날아갔고, "코그휠"이 암석 방향으로 손을 뻗자 팔이 중형 기관총 구조로 변하더니 암석을 맹렬히 포격하여 가루로 만들었다.

붕괴된 암석 조각이 잇달아 땅에 떨어지는데, "코그휠" 앞에 있던 크롬은 사라지고 없었다. "코그휠"이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옆에 있는 건물 위에서 카무이가 크롬을 부축하며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후, 후...

괜찮아?...

아직 움직일 수 있어. 리더는 리더부터 걱정해.

하하.

크롬은 쓴웃음을 지으며 입가의 순환액을 닦았다.

테스트 중인 기체라 아직 적응이 필요하군.

근접 폭발도 가능하고 원격 소모도 가능하다니, 참 짜증나네.

적은 강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해야할 일은 변하지 않는다.

아아, 네.

우릴 걱정시키는 바보를 찾아와 함께 임무를 완료해야지.

아직도 허황된 환상을 품고 있는 건가?

또 한 번의 난사가 시작되고, 크롬과 카무이는 협소한 폐허 뒤로 밀려났다.

몇 초 뒤 폐허의 엄폐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코그휠"의 칠흑 같은 그림자가 강한 압박감을 드러내며 다시 한 번 크롬과 카무이 앞에 나타났다.

급박한 부딪침 소리와 불꽃이 끊임없이 세 사람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코그휠"이 주먹을 휘두르며 끊임없이 두 사람에게 거센 공격을 가하자 카무이와 크롬의 인조 피부에 점점 많은 상처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끝났다.

크롬과 카무이의 공격은 "코그휠"에 먹히지 않았고, 무력화 된 그들을 보며 "코그휠"은 승리 포효했다.

하지만 "코그휠"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 줄기 은빛 섬광이 돌연 세 사람의 위쪽에 나타나 "코그휠"의 후속 공격을 막아냈다.

리더! 저길 봐.

쓸데없이 걱정하게 만든단 말이야.

하하, 드디어 숨지 않는 건가? 그토록 심한 부상을 입고도 계속 움직일 수 있을 줄은 몰랐군.

이어 몇 줄기의 은빛 섬광이 공중에서 쏟아 내려왔고, "코그휠"를 몇 미터 밖의 벙커로 밀어냈다.

빛이 주변의 폐허에 비치며 미약한 흰색 안개를 일으켰다.

안개에 휩싸인 크롬과 카무이의 지친 표정이 조금씩 풀렸다.

헤헤, 드디어 지원하러 왔네.

반즈는 세 사람 사이로 내려왔고, "코그휠"이 총을 꺼내 쏘려 할 때 반즈는 수류탄을 던져 제지했다.

수류탄이 터지며 공간은 안개와 먼지 바람이 자욱했다.

안개가 걷히자 차징 팔콘 세 사람은 이미 멀리에 있는 건물 위에 서 있었다.

과정은 말하자면 귀찮은데...

아무튼 다녀왔어.

헤헤, 오랫동안 기다렸어.

돌아왔으니 됐다.

흠, 약한 자들이 뭉쳐봤자 얼마나 달라질까. 너희 셋이서 함께 덤비면 뭐가 달라질 줄 알고?

반즈

리더, 이번 임무의 업무량이 예상보다 너무 많네... 돌아가면 휴가 좀 내도 되지?.

크롬

고려해 볼게.

카무이

리더, 그럼 나는?

크롬

기지에 얌전히 있을 순 있나?

카무이

헤헤, 글쎄.

코그휠?

안하무인도 정도가 있어야지!

"코그휠"은 포효하며 차징 팔콘의 세 사람을 향해 미친듯이 탄알을 쏟아부었지만, 반즈에 의해 무산되었다.

반즈

과거에 네가 한 일은 상관하지 않겠어.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나타났고, 내가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와 위협을 하고 있지.

즉 넌 이미 내 사정권 안에 있다는 거야.

조금은 더 진지해야 할까 봐...

아놀드는 폐허에 기대고 앉아 있고, 곁에 있는 로봇은 반즈 일행의 전투를 투영하고 있었다.

흰색, 청색, 황색의 그림자가 검은색 그림자를 에워싸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 사람을 제압하던 검은색 적이 지금은 압도당해서 세 사람에 의해 끊임없이 뒤로 밀리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 지구에서 활약하고 있는 존재들인가.

강철의 몸체를 가지고 일반인은 할 수 없는 일을 쉽게 해내고 있군.

감정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고민하고, 고통스러워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동료를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인류와 다를 바 없네. 아니, 심지어 일정 부분에서 그들이 더 인류 같다고 해야 맞을 거 같군.

확실히 혼자 여기 남을 건가?

나랑 함께 돌아가자. 군부에서 내 체면을 봐서라도 너를 감싸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미친[삐——], 너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잖아.

돌아가. 난 너의 오점이 되고 싶지 않아. 이건 내가 너한테 진 빚이야.

게다가 난 황금시대에서 무리와 어울리지 않는 자였기에 진작부터 돌아갈 수 없었어.

난 그 시대의 찬란함과 부패를 직접 보았고, 인류 사회의 병증이 이 행성에 만연하고 있는 걸 보았어.

엘리트들은 정상의 자리에서 영광에 취해 오만하고, 민중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려 발버둥 쳤지. 슬럼가의 광경을 나도 너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난 인류 사회에서 도망치길 선택한 거야.

도망치려던 내게 당치도 않은 고집이 생겼지.

난 말이야. 양극화되고 분열된 인류 사회, 인류의 의지가 타락된 시대를 싫어하지.

난 그 시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지, 그래서 바깥세상이 어떻게 혼란하든 필사적으로 살아가려 하는 거야.

하지만 이제 와서 살아간다는 건 그저 자신에게 태엽을 감기며 억지로 목숨을 부지해 나간다는 것뿐이야.

내가 실수하고 증명하고 싶은 그 시대는, 이미 시간의 흐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인류의 찬란함은 이미 끝났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다.

구조체?

허허, 어쩌면 너희들이야말로 지금의 인류가 해야 할 모습일지도 모르지.

지구는... 사실 그닥 미련을 남길 가치가 있는 곳이 못되지.

지구를 되찾은 뒤에 뭘 할 거지? 과거의 잘못된 미친 시대를 다시 재현할 건가?

그것은 단지 중력의 결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영혼들의 마지막 자기 위안일 뿐이다.

하지만 구조체라는 녀석들이 내린 결정이라면, 아마 전철을 밟지 않고 예전과 확연히 다른 지구를 만들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

소용없다!

"코그휠"은 주먹을 휘두르며 다시 한번 카무이를 날려 버리려 했지만, 뜻밖에도 카무이는 자신의 눈앞으로 다가온 순간 옆으로 휙 비켰다.

카무이가 몸을 옆으로 돌려 "코그휠"을 피하자, 카무이의 등 뒤에서 따라오던 반즈가 나타나며 탄알을 난사했다.

소용없다.

"코그휠"은 다른 한 손을 치켜들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알을 막으려 했지만 갑자기 온몸이 마비되었음을 발견했다.

대체 언제?!

옅은 푸른색 섬광의 허상이 사라지고 크롬이 한 손으로 벽을 잡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후.

하지만 이 시각 "코그휠"은 탈진한 크롬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탄알이 정확히 그의 머리를 타격하며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급박한 움직임 때문에 크롬이 쓰러지려 할 때 카무이가 그의 곁에 나타났다.

먼저 탈진한 놈부터 처리해야겠군.

"코그휠"은 뒤로 밀려나면서 몸을 돌리더니 크롬을 습격했지만, 곁에 있던 카무이에 의해 제지당했다.

카무이는 충격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서고, 군화는 지면에 깊은 긁힌 흔적을 남겼다.

내 방어를 뚫을 수 없을 걸.

흠.

"코그휠"은 발을 들어 카무이를 걷어차려 했지만, 발을 드는 순간 반즈의 탄알에 관절을 맞고 넘어질 뻔했다.

그렇게 "코그휠"은 차징 팔콘의 세 사람의 공격을 받으며 도시의 거리와 건물을 가로지르면서 계속해서 후퇴했다.

쓸데 없는 소리! 어쩌면 "전차"를...

그는 팔을 휘두르며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탄알을 떨어뜨렸다. 총을 쏘며 반격하려 할 때 갑자기 머리 위로 바람이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어이, 날 잘 봐.

카무이가 대검을 치켜들고 높은 곳에서 하강하며 내려쳤지만 "코그휠"은 후퇴하며 피했다. 빗나간 공격으로 땅에 있던 자갈이 도처로 튀어 올랐다.

"코그휠"은 기체에 부딪치는 자갈을 개의치 않고 자욱한 먼지를 손으로 휘저으며 카무이를 잡으려 쫓아갔다.

하지만 "코그휠"이 자욱한 먼지를 뛰어 넘고 나서야 그곳에 번갯불을 번쩍이는 낫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발견했다.

성 엘모의 불은 손으로 받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낫이 맹렬한 충격을 가하며 "코그휠"의 손바닥을 베어버렸다. "코그휠"은 몇 걸음 물러서고 나서야 겨우 몸체를 가눴고, 그는 손으로 낫을 꽉 움켜쥐고 크롬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측면에서 날아오는 탄알에 의해 중단되었다.

"코그휠"이 다른 손으로 탄알을 막아내려 할 때 칠흑의 대검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헤헤, 이젠 막을 수 없을 거야.

대검의 칼끝이 번갯불과 탄알을 가로질러 곧장 "코그휠"의 머리를 향했다. 육중한 소리와 함께 "코그휠"은 수십 미터 밖으로 날아가며 거리 옆에 있는 건물에 부딪혔다.

이런 거였군.

자신의 몸을 짓누르는 석판을 들어올린 "코그휠"은 건물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미약한 전류가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는데, 기계 외각을 부술 수 있는 대검도 그의 헬멧에는 옅은 흔적 만을 남겼을 뿐이었다.

또 여기로 돌아왔네.

"코그휠"은 주변을 둘러 보고 나서야 세 사람에게 밀려 자신이 반즈를 격퇴시킨 곳까지 와있음을 발견했다.

흥, 그렇네. 너희 자식들이 줄행랑을 친 곳으로 돌아왔군.

슬픈 일이야. 이제 곧 너희들은 이곳에서 또 지게 될 것이니. 하지만 이번에는 절대 도망칠 수 없을걸!

그럴까.

흥, 이번엔 누가 도망 칠지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