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아놀드 뺨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정비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고 앞으로도 조금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
……
이때 곁에 있던 로봇이 갑자기 뛰어오르더니 두 사람 눈앞에 도시의 스캔 영상을 투영했다.
그림 속, 도시 건축물을 대표하는 표식이 하나둘 무너지고, 세 점의 그림자가 도시 사이를 누비며 가끔 빛나는 불꽃을 내뿜었다.
네 동료들인가?
...저 두 바보가 절 찾으러 왔네요.
동료니까.
동료...
됐어. 이제 정비 마지막 절차야.
아놀드는 말하며 로봇을 반즈의 손에 들려주었다.
……??
하하, 너도 거절할 수 없잖아. 내가 정비를 마무리해주지.
말을 마친 아놀드는 몇 걸음 걸어 소파로 돌아가 앉더니 소파 아래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 무슨 약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아놀드의 구겨진 얼굴을 보자 반즈는 약이 엄청 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반즈 앞에서 공 모양의 로봇이 점차 열리더니, 반즈의 외부 인터페이스와 연결하기 위한 연결선이 뻗어 나왔다.
반즈는 로봇의 에너지가 자신의 체내로 주입되는 것이 느껴졌다. 외부의 손상은 아놀드가 정비를 마쳤고, 기체의 부족한 운행 에너지는 로봇의 도움으로 회복되었다.
참 오랜만이구만.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얘기해보는 게.
하지만 아놀드씨, 이 에너지는...
자네가 외부 세계 상황을 보여준 답례로 생각해라. 난 다른 사람에게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
좋은 강철은 칼날을 만드는 데 써야 하는 거야. 파트너에게 남은 마지막 에너지를 나에게 남겨봤자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그럴 바에 자네에게 전부 선물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그래야 우리가 함께 살 가능성이 더 커질 거야.
......그렇군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장기의 부상 상태를 검사해 드리도록 할게요.
반즈는 손발을 뻗어보았다.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반즈는 일어서서 아놀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아놀드는 반즈를 향해 손을 뻗으며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제 나를 살펴보는 것보다 더 긴급한 사안이 있지 않나. 투영을 자네도 봤겠지만, 너의 두 동료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보여.
가자, 지금의 바깥의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내가 직접 봐야겠어.
우물 안으로 도망친 개구리가 오늘은 오랜만에 세상을 만나러 가야겠어.
후우...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