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밑부분의 푸르고 뜨거운 빛이 착륙 지점에 있는 물체들을 태워 호버링을 하기 위한 원형 구역을 만들어 냈다.
호버링을 할 때 생기는 바람으로 인해 바닥에 앉아있던 구조체의 옷들을 펄럭였다.
여긴 구스맘-3호, 오래 기다리셨습니다.카무이.
카무이는 대검을 짚고 몸을 일으키더니 하강하고 있는 수송기를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이번엔 예전보다 좀 늦네.
네, 성층권을 지날 때 요격 무인기를 만났습니다. 위협은 되지 않았지만 공중 정원으로부터 지상으로 가는데 필요한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어? 이런 높이에 어떻게 무인기가 있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침식 농도가 높지 않아 처음엔 아군의 줄 알았습니다.
그렇군.
카무이가 수송기에 탈 때의 웃음기는 점차 얼굴에서 사라지고 도리어 무거운 얼굴색으로 바뀌었다.
……
미안한데, 다음 임무 지역으로 가기 전에 먼저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야겠어.
네? 하지만...
조종사는 계속해서 물으려고 하다가 카무이의 표정을 보고는 그가 멋대로 요청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
알겠습니다.
음, 고마워.
말을 마친 카무이가 수송기로 뛰어 들어가더니 차징 팔콘의 암호화 채널에 접속했다.
리더도 알아차렸지?
응...
반즈가 대체 어떤 임무를 맡았기에 조용히 철수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려고 하는 거지?
내 권한으로도 임무의 구체적 내용을 알 수 없어. 니콜라 사령관님이 여러 부대에서 사람을 골라 최고 기밀 임무를 수행한다는 것 외에는.
리더는 지금 어디있어?
공중 정원, 전술함교로 가는 길이야.
...리더, 미간에 주름이 생겼네.
뭐... 미안, 걱정이 되어서.
너무 긴장하지마.
우리 둘보다 반즈의 실력을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수많은 난제가 있다 해도, 반즈는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즈라면 맞설 수 있을 거야.
맞아, 진지하게 임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놈이니까.
설령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다해도, 반즈는 당연히 구해와야지. 안 그러면 나 혼자 리더의 잔소리를 다 들어야 하니까.
하하... 그렇지.
미안해,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이런 이상한 곳에 가서 너희 둘을 데리고 오는게 처음도 아닌데.
맞아, 그러니까.
그러니 걱정 말고 가. 윗사람들과 얘기한 결과가 어떻든 우리 차징 팔콘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아.
응, 네 말이 맞아.
차징 팔콘 소대 리더——크롬입니다.
크롬이 함교로 걸어들어와 홀로그래피 스크린 앞에 서 있는 하산과 니콜라를 향해 정석적인 자세로 군례를 올렸다.
하산은 뒤돌아 크롬을 보며 고개를 끄덕여 답하고 니콜라는 계속하여 엄숙한 얼굴로 스크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크롬, 자네가 이 시간에는 웬일로 찾아왔지?
오늘은 저의 팀원을 위해서 왔습니다.
……
최고 기밀에 대해 물을 권한이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리더로써 반드시 그들의 생명에 책임져야 합니다. 그들이 지금 예상 밖의 위협과 마주하고 있음을 확신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가?
크롬은 하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정중히 입을 열었다.
차칭 팔콘 소대가 반즈가 수행하고 있는 최고 기밀 임무를 지원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마라, 자넨 군령을 무엇으로 생각하는 거지?
크롬의 요청을 들은 니콜라는 드디어 시선을 스크린으로부터 곁에 서있는 하산과 크롬에게 옮겼다.
군령은 병사가 절대로 어겨서는 안될 사명입니다. 장관님!
장관님의 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집행자의 입장에서 우리 측의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겁니다.
자네...
니콜라가 막 입을 열어 크롬을 질책하려는 순간, 곁에 있던 하산이 막아 나섰다.
오?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장님.
기존 저희에게 수행하라고 하신 북극해 순찰 임무는 위험 레벨이 비교적 낮고, 현지 기후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방한 능력이 더 뛰어난 북극 여우 소대를 파견하는 것이 더 합리적입니다.
최고 기밀 임무는 공중 정원에 있어 중요한 전략적 의의를 가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임무 중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 특수 부대 전체가 무신호 상태로 철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행동에 참여한 멤버들이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에 부딪쳤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행동이 실패하면 지구를 되찾아오는 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인원을 더 파견하여 지원하고 선발 소대와 공동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입니다.
두 분도 현재 지원 소대 멤버를 물색 중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옳은 말이네. 하지만 지원이 아니라 공중 정원에서 얻으려는 물건을 확보하기 위해서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멤버를 선택할 때 그에 따른 요구가 있었겠지요.
집행 부대의 대다수는 세계 각지에 파견되어 침식체 소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금방 임무를 완수한 카무이와 공중 정원에서 수시로 대기하며 공중 투하선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지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저 크롬이 이번 행동에 가장 적합한 인원으로 생각됩니다.
그건 불가능해. 너희들은 서로를 너무 잘 알아. 임무에서 개인의 감정이 개입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지. 감정은 결국 큰 짐이 될 거야.
저흰 무기이기도 하지만... 한때는 인간이였습니다.
차징 팔콘은 모두 높은 작전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공동 훈련에서 쌓은 유대감은 기타 멤버들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요.
수행 능력이나 확률로 놓고 볼 때 차징 팔콘 소대가 최적의 선택입니다.
이건 오만한 자신감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드린 말씀입니다.
크롬이 말을 마치자 함교 안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하산은 니콜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크롬을 향해 말했다.
방금 공중 투하선이라 했는데, 현재의 신형 공중 투하선은 아직 시험 단계라 아무도 그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어.
알고 있습니다.
그렇군, 보아 하니 자넨 이미 각오가 되어있는 것 같아.
북극해 순찰 임무를 왜 처음부터 자네에게 준 건지 생각해 봤나?
그곳에 저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기밀 임무를 완수하고 난 뒤, 즉시 북극 여우 소대와 합류하여 순찰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자네의 기체는 아직 개조 시험 단계라고 아시모프에게서 들었는데, 연속으로 고강도 작전을 수행하면 적지 않은 과부하를 발생할 거야.
과거와 비교하면 이런 영향은 별것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기체의 한계를 파악해 최적화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흠, 말만 잘해서 되는 건 아니야. 젊은이들은 늘 야심차게 약속 하지만 결국 그들의 약속은 무산되고 참담한 아픔으로 끝을 맺지.
니콜라는 크롬을 쳐다보다가 그의 강인한 시선과 마주쳤다.
랭스턴 스미스의 명예를 걸고.
……
허허.
음, 자네는 아직 자신의 신분을 잊지 않은 것 같군.
이야기가 이쯤 되었으니 우리도 거절할 수 없겠어.
좌표는 단말기로 전송했네. 실패는 용납하지 않는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