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저 청색 행성을 바라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 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지구라고 부르는 청색 행성은 인류를 잉태한 요람이라고 불린다.
다만 그녀에게는 그곳이 자신의 뿌리라는 실감이 별로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그녀는 구름 위에와 별바다 속에 있었으니까.
지구의 주민이었던 부모님은 인류 과거의 영광에 대해 거리낌 없이 자신에게 얘기했었다.
그들은 인류가 무지하고 어리석은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류의 용기가 넘쳤던 시대이기도 했고,
인류가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해 동경하던 시대였다.
그녀는 그 말들의 진정한 뜻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의 마음 속에 숨겨진 가장 진지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긍지, 미련... 그리고 보이지 않는 아픔까지.
가냘프게, 슬프게 그녀의 심장을 찔렀다.
그리하여 그녀는 푸른 행성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그건 너무나 아름다운 푸른 행성으로 이를 본 사람 모두를 매혹시켰다.
공중 정원의 필터 망원경을 통해 조용히 행성을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 속 깊은 곳의 여린 신경은 행성에 이끌리곤 했다.
대본에서 묘사한 폭풍우는 공중 정원에 존재하지 않지만 저 푸른 행성에 존재했다.
대본에서 묘사한 무지개는 공중 정원에 존재하지 않지만 저 푸른 행성에 존재했다.
과거의 인류는 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절박하게 중력의 속박에서 벗어나려 했을까?
——그녀는 이러한 의문이 생겼다.
공중 정원에서는 생화를 보기 힘들다. 귀한 자원을 관상용 화초에 낭비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꿈 같은 물건들은 화집에만 존재했고, 대본 속에서 존재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태양이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녀는 어두운 밤하늘을 뒤덮은 수많은 별들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녀는 비가 내리고 모여 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광경을 직접 보고 싶었다.
그녀는 눈이 내리고 대지가 은빛으로 뒤덮힌 경치를 직접 보고 싶었다.
바뀌는 계절, 차고 기우는 달, 봄날의 천둥, 겨울의 솔바람.
여러 가지 곡물이 밭에 넘쳐나고, 여유롭게 뛰어노는 양떼.
잔디로 가득찬 평원과 클로버가 자라고 있는 강둑.
양골담초의 수풀, 덩굴이 뻗어 있는 포도밭, 황폐하고 척박한 바닷가.
대본 속에만 존재하던 것들이 만일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녀는 정말이지 너무너무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찰나인 듯하지만, 또 영원인 듯하다.
——[세레나]
그 이름을 부르자 끊임없이 그녀의 심장을 짓누르던 아픔은 홀연히 사라졌다.
두 눈을 뜬 순간, 그녀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이 생각났다.
최초의 약속은 지금의 악몽으로 변해버렸다.
지키려고 했던 것이 죄업의 근원이 되었다.
분명 시작은 동료들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서였을 뿐인데.
어쩌다 오늘의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인류가 남긴 익숙하면서도 낯선 검은색 바늘을 품에 안더니 힘껏 자신의 동력원에 꽂았다.
이 모든 것을 지금 끝내자.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마치 하늘의 빛을 본 듯했다.
그제서야 그녀는 모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구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이런 기분인가?
그 아름다움은 고통을 잊게 하고, 공포를 잊게 하며, 원한을 잊게 했다.
햇빛을 만끽하며 자신의 모든 것이 점차 증발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 뒤죽박죽으로 무너질 것 같은 의식의 바다에 돌연 황금시대부터 전해진 노래가 떠올랐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상을 보며,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
그대 두 손안에 무한을 쥐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라.
잔해가 초토화된 마른 땅 위에 조용히 누워있다.
드문드문 보이는 적조의 찌꺼기가 마치 구더기처럼 그녀를 향해 꿈틀댔다.
일부 적조가 다시 잔해의 몸체에 달라붙는다. 에너지를 빨아들여 자라고 이중합을 거쳐 다시금 잔해를 예전의 괴물로 만들려 하고 있다.
한 발로 적조를 밟았다.
치명적이던 적조가 그녀의 발 아래서는 마치 물웅덩이와 같았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마치 암석 틈에서 어렵게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보듯 부서진 잔해를 훑어봤다.
만일...
부드러운 말소리는 바람에 흩어진다.
마치 응답을 얻은 듯, 그녀는 몸을 숙이더니 잔해의 가슴에 있는 청색 빛을 향해 손을 뻗었다.
……
너덜너덜한 몸체가 격렬하게 떨린다.
세레나의 몸에 붙어있던 퍼니싱 이중합 물체는 마치 지시를 받은 듯했다. 무시무시하고 난폭하던 모습은 순간 용솟음치는 붉은 액체로 변하여 넘쳐흐르더니 결국 세레나의 몸체에서 천천히 사라져 갔다.
……
그녀는 다시 태어난 소녀의 헝클어진 머리를 빗어주고 싶은 듯 손가락을 들어 올렸지만 결국 소녀를 조금도 건드리지 않고 손을 거두었다.
이중합 코어의 조각은 그녀의 손안에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뒤돌아 보지도 않고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