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EX04-9 고래의 슬픈 노래

>

몇 시간 전.

공중 정원 연결해주게.

누굴 찾으시나요, 한스 지휘관님?

하산 의장을 연결해주게, 보고할 일이 있다고.

통신을 연결했습니다.

무슨 일인가, 한스?

타격 구역에서 일부 난민들을 발견했습니다.

알았네.

……

이외에 다른 사안이 있나?

타격 구역과 계획을 변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자네 판단은?

이외 두 소대가 아직 이동 중입니다. 눈으로 짐작했을 때 적조의 이동 속도는 생각보다 빠릅니다. 소대도 그에 따라 각자의 필드 포인트 위치를 조정하여 타격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휴대용 설비로 직접 측량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는 우리가 계획한 속도에 매우 큰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공중 정원의 궤도 변경과 무기 에너지 충전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고, 또 부근의 지형과 부대의 기동 속도로 보면 모든 필드 포인트 설치를 완료하려면 적어도 10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때가 되면 저희가 있는 곳의 적조는 난민 주거 구역과 불과 10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지역까지 올 것입니다.

안전을 기하기 위해 이곳의 필드 포인트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타격 범위가 적조에 미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난민들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지만, 그들은 아직 대피하려는 의지가 없습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

비록 세계 연합 정부의 중앙 의회는 에덴급 공중 정원을 따라 우주로 이동했지만, 지상의 주민들은 여전히 우리의 동포입니다.

똑같이 연합 정부의 국민입니다. 국민은 반드시 자신의 기본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그것은 부대에 협조하여 긴급 대피를 진행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세계 연합 정부의 재난 구조 및 긴급 지원법" 제21조 ——만약 군부대 임무 수행 중 민간인을 발견할 시, 해당 인원에게 철거 통고를 내리고 안전지대로 대피시켜야 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은 대피하려는 의지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세계 연합 정부의 재난 구조 및 긴급 지원법" 제22조의 규정——주민이 군부대 임무 수행 구역에 남아있기로 버틴다면 군부대는 그들을 강제 추방할 자격을 갖고 있다.

잘 기억하고 있군.

모든 법령과 군령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습니다. 비록 지금 이 시대에 부적합하다 할지라도.

제가 필드 포인트 설치를 완료한 상황에서 강제 여부를 불문하고 난민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필드 포인트 설치를 완료한 상황에서 난민들을 대피시키면 되고, 필요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다만 공중 정원은 필드 포인트 인증이 완료되는 시점에는 그들의 철수 여부를 불문하고 광역 타격을 내릴 것이다.

우리의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이는 전체 인류를 위해서야.

알겠습니다.

또 다른 문제가 있나?

없습니다.

잠깐.

다른 문제라도 있나요?

……

한스, 자네는 대철수를 겪었었지. 현역 군인 중 경력이 가장 오랜 자야.

내가 왜 젊은이가 아닌 자네에게 이번 임무의 총지휘관을 맡겼는지 알 거야...

예를 들자면, 샛별처럼 빛나는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라던가.

모르겠습니다. 의장님.

저의 직책은 명령에 복종하는 것입니다. 군인은 종래로 임무 외의 기타 정보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한스.

……

군인은 부대의 일원이기도 하고, 인류의 일원이기도 하다.

젊은 군인들은 늘 이 말의 뒷 구절로 인해 자신이 군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그들은 긴 세월의 시련을 거쳐야만 진정한 판단력을 갖출 수 있어.

그러니까 이미 충분히 긴 시간의 시련을 겪은 저의 판단력을 믿기에, 저에게 임무를 맡기신 거군요.

그것뿐이 아니야.

판단은 책임을 의미하지. 판단을 했다면 그에 해당하는 결과를 감당해야 해.

새로운 시대가 맞이할 여명에게 어둠은 너무 무거운 짐이야.

그들이 침식체와 용감히 전투한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아. 단 그들은 아직 각성이 덜 되어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세대의 책임을 다음 세대에 떠넘겨서는 안되죠.

우리 세대의 죄업을 다음 세대가 갚게 해서도 안되는 거야.

한스, 이는 자네에게 매우 잔인한 일이란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젊은 세대들의 피는 오랜 세월을 겪지 않았기에, 아직 따뜻함과 열정이 남아있지.

나는 그들이 그 따뜻함과 열정을 잃지 않기를 바라네.

그러니 책임은 내가 질 테니, 실행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굉장히 무거운 말씀이시네요.

임명을 받아들였을 때 전 최악의 준비를 했었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저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전 제 여생에는 이제 지상으로 돌아갈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으니까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은 할 필요는 없어.

사람은 감성적이지만 우주는 아니야.

공중 정원은 저울이나 다름없지. 한쪽에는 인류의 과거를 담고 있고, 다른 한쪽에는 인류의 미래를 담고 있으니 말이야.

양쪽을 연결하는 지점은 깊고 깊은 심연 위에 걸려있는 철사와도 같지, 그리고 우린 그 철사 위를 걷는 사람이고.

한스, 자네도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잖나.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구요?

……

……

시간이 되었나?

네, 총지휘관님. 이제 곧 시간이 되어갑니다. 지금 인증하고 필드 포인트를 작동시키겠습니까?

……

좀 더 기다려.

총지휘관님?

기타 두 소대는 자신의 좌표가 확실한지 확인하도록 해.

2차 확인 후 문제가 없어야만 필드 포인트를 개방하고 공중 정원에 타격을 내리도록 요청할 수 있다.

네!

얼마나 걸었는지 두 다리는 이미 뻣뻣해졌다.

처음에는 리와 통신이 유지되었지만, 어느 한 지점을 벗어난 뒤로는 통신이 완전히 끊겨버렸다.

황량한 사막은 무미건조하게 지평선 끝까지 뻗어있었다.

???

——▄——▆▁——▃

고래의 노래가 울린다. 적색 조석이 또다시 밀려오기 시작했고, 의식도 덩달아 희미해졌다.

이외에도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더라... 생각 좀 해볼게.

아, 맞다, 고래의 노래를 들어본 적 있어?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토록 그 물건에 빠져있었는지 모르겠어.

???

아이라, 지구에 아직도 고래가 있을까?

난 책으로만 고래를 봤었는데, 그건 세상에서 가장 큰 포유동물이래.

그토록 아름다운 창조물을 수영장에 넣은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필요할까?

지휘관님은 어떻게 생각해? [player name], 그토록 아름다운 창조물을 수영장에 넣은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필요할까?

나도 그렇게 대답했었거든.

아이라

오직 바다만이 그렇게 엄청난 생물을 품을 수 있겠지.

???

바다... 모형에 있는 청색 구역을 가리키는 거야?

아이라

맞아. 바로 그 청색 부분이야.

???

지구의 물은 푸른색이야?

물은 왜 공중 정원에서는 투명하지만, 지상에서 가면 이토록 아름답게 변할 수 있지?

물은 왜 공중 정원에서는 투명하지만, 지상에서 가면 이토록 아름답게 변할 수 있지?

아이라는 담담하게 이름을 알 수 없는 그녀의 친구가 물었던 문제를 되뇌였다.

이 순간, 나도 시공간을 초월해 그 시간 속의 베일에 싸인 그 소녀와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역시 이성적인 대답이네. 그녀가 들었다면 반드시 실망했을 거야... 근데 다행히 난 그렇게 답하지 않았지.

아이라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그닥 중요한 일도 아니니까.

???

됐어. 고래 얘기나 다시 하자...

그러고 보니 고래는 바다의 음유시인이네.

고래는 엄청 부드럽고 긴 소리를 내겠지? 바다가 매우 넓잖아.

응답을 받지 못하면 엄청 외로울 거야.

무언가 눈앞에서 흔들거렸다.

또 넋을 잃은 건가?

반즈는 손을 거둔다.

이번엔 좀 오래 걸렸네.

유유한 "고래의 노래"가 다시 울린다.

——▆——▃——▆▇

점균류처럼 얽히고설킨 지류는 그 원천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음?

이 소리가 "고래의 노래" 같다고 여기겠지만, 난민들은 이 소리를 "세이렌의 소리"라고 불러.

황금시대에 남겨진 문헌에 의하면, 세이렌은 바다에서 노래 소리로 선원을 유혹하는 요정이래.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기만 하면 선원은 넋을 잃게 되고 배는 좌초되어 버리지.

왜 이토록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겼는지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아. 그 소리와 적조는 죽음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맞아. 그것과 적조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린 소리에 따라 적조의 움직임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아이러니한 건, 사람을 유혹하는 소리라기보다는, 초래한 결과로 보면 이건 마치... 사람들에게 적조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소리 같아.

그건 문제 없지.

하지만... 음... 뭔가 떠오른 거야?

세이렌의 노래를 구원 신호로 한다고요?

음... 지휘관은 우리 소대의 카무이랑... 얘기가 잘 통할 거 같네?

그러고 보니 이 소리의 스펙트럼을 보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물을 거슬러 소리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지류의 밀도가 점점 높아졌고, 모래가 섞여 있던 땅마저 거무스름한 색깔로 변했다.

적조 강변에 서식하는 이합 생물들이 모래 진흙을 휘젓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마치 죽음의 신의 발걸음 소리 같았다.

반즈는 느긋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젠 진지함과 숙연함 만이 남아있었다.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어.

길고, 간결하고 작은 그의 목소리는 마치 미지의 존재를 놀라게 할까 조심하는 것 같았다.

보호 장치에서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어?

혈청은 충분히 챙겨왔으니 아직 견딜 수 있어.

지원 부대가 내 역원 장치를 강화해서 한동안은 막아낼 수 있거든.

지금은 소리로 밀물과 썰물을 판단해서 적조를 피할 수 있어. 더 깊이 들어가면 어쩔 수 없이 적조와 가까이해야 될 거야.

퍼니싱 농도와 이합 생물은 다른 문젠데, 정말 계속하여 전진할 거야?

그렇지.

???

————▅▄!

또다시 소리가 울렸다.

고래의 노래가 응답을 받지 못한다면 엄청 외로울 거야——당시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이런 생각뿐이었지.

신기하지 않아?

지휘관도 이런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야?

의외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에게 낭만이 있다니!

나도 그녀에게도 똑같은 물음을 했었어.

아이라

고래가 외로워하지 않을까? 라고.

???

응, 나도 고래가 외로울 거라 생각해.

그리고 그녀는 내게 노래를 불러줬어. 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어. 영감을 얻으면 바로 실천해야 하는.

단말기에 아직도 당시 녹음이 남겨져 있는데 들어볼래?

아이라는 단말기를 켰다.

느릿느릿하고 부드러운 아리아가 흘러나온다.

이것은 내가 이번 생에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

선율이 점차 높아지고, 그 순간 넓은 바다가 마치 자신 앞에 펼쳐진 듯했다.

여성의 노래는 고래의 소리를 모방한 것은 아니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멜로디 뒤에 숨겨진 뜻을 깨닫게 했다.

-- 외로운 고래 한 마리가 꼬리지느러미를 저으며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몇 번이고 부르는 고래의 노랫소리는 바다에서 메아리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고독한 고래는 끝내 자신의 동료를 찾지 못한 채 울려 퍼지는 미완성의 아리아를 끝내고 말았다.

응,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녀는 진정한 바다를 본 적이 없기에, 이 노래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

언젠가 진정한 바다를 보게 된다면, 그때 이 노래의 남은 부분을 써 내려갈 거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했어.

반즈

……?!

[player name].

누군가 턱 하고 어깨를 누른다.

순간 정신이 들며 주변을 돌아보니, 언제부터인지 자신은 매우 위험한 구역까지 걸어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방금 전에 갑자기 미친듯이 뛰던데.

적조에 뛰어 들려는 줄 알았어.

대체...

???

——▆▂——▄█▆——!!

소리가 울리며 반즈의 말이 끊어졌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 그건 매우 가까이 있었다.

이와 동시에 두 사람은 소리를 따라 가봤다.

우레가 공중에서 우르릉거리더니 날리던 모래바람이 돌연 멈췄다.

어두운 구름 아래 핏빛 조석이 모여 커다란 호수를 이루었다.

이곳에 이르자, 조석은 오히려 잠잠해지고, 모든 것은 고요한 물과 같은 모습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었다.

...정말 찾아낼 줄은 몰랐네.

반즈는 중얼거렸다.

호수 중앙에는 해골과 같은 사람 형체의 괴물이 서있다.

여러 개의 퍼니싱 이중합 강철 파이프가 괴물을 원천의 중앙에 단단히 박아두고 있었다.

그곳은 연옥과 같았고, 괴물의 모습은 마치 시련을 겪고 있는 신의 자식과 같은 모습이었다.

물음 소리에 조석 위의 괴물이 놀란 듯 발버둥 치며 고개를 쳐들더니 무겁고도 중후한 "노랫소리"를 냈다.

???

——▆▂——▄▆█——

바로 지금까지 들어왔던 "세이렌의 소리"였다.

돌연 괴물이 고개를 돌려 이곳을 바라봤다. 고요하던 적조도 돌연 생명을 얻은 듯 넘실대며 주변의 땅을 덮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