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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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04-8 지난날의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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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가 철이 들었을 때는 이미 더 이상 엄마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아이는 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랐다.

할머니는 끊임없이 원망하여 살아온 분이었다.

그녀는 퍼니싱이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고 말한다.

퍼니싱이 대체 어떻게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갔을까?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눈을 뜨고, 세상에 대해 이해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세상이 이미 이런 모습이었으니...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본래 이러지 않았었다고 그에게 알려줬다.

기계는 본래부터 인류를 공격한 것이 아니었으며, 저기 높이 솟아있는 고층 건물이야말로 우리들의 집이었다고.

인류는 일찍이 이 땅을 구석구석 누비고, 가장 높은 산봉우리를 정복하고, 가장 깊은 해구에 도달한 적이 있다.

더 나아가 이 별을 떠나 우주에 인류의 발자국을 남길 정도까지 왔었다.

인류는 원래, 종일 어두운 구석에 숨어있는 쥐처럼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있던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레이는 그 시절을 경험하거나 본 적이 없다. 지금 그에게 남겨진 것은 문명의 희미한 잔해 뿐이다.

어쩌면 그 흔적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미워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누굴 미워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산사태,지진,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의 잔혹함을 탓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이미 세상의 일부가 되었다면, 천재지변과 다른 점이 없듯 퍼니싱도 그러하다.

이러한 세상을 보았기에 그 모든 잔혹함을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만 기억 속 깊은 곳에는 얼굴이 흐릿한 여성이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다.

——자장가.

그들이 자장가라고 부르는 그것은 황금시대의 인류가 남긴 노래다.

가사는 이미 잊어버렸고 오직 따뜻한 멜로디 만이 마음속에 남아있다.

마치 난류와 같은 따뜻한 정.

그것은 어머니가 자신에서 남겨준 얼마 남지 않은 여운이다.

그 자장가 안에서만 지난 영광이 마지막으로 남긴 다정함을 엿볼 수 있다.

아빠...

...아빠, 어딨어요?

아빠... 나 무서워요.

아빠...

적조 속 허상

레이...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남자아이는 정신없이 조석 향해 뛰어갔다.

파도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남자아이가 강변에 가까이 가기도 전, 중후하고 높은 소리가 "아버지의 속삭임"을 지워버렸다.

여리여리한 여성의 허상이 적조 위에서 보일 듯 말 듯 나타났다.

???

————▅▄!

아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제자리에 서있었다.

???

...▁▅▃... ▃... ▆...

"노랫소리"에 담긴 말을 똑똑히 듣게 된 남자아이는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

리, 지휘관님은?

떠났어.

떠났다니...? 지휘관님이 어디로 떠났다는 거죠?

차징 팔콘 소대의 그 녀석과 적조의 원천을 찾으러 가셨어.

...지휘관님을 혼자 움직이게 할 순 없어.

말을 마친 그녀는 출발할 준비를 했다.

리는 루시아를 막아섰다.

그럴 필요 없어. 지휘관님은 혼자가 아니야. 차징 팔콘 소대의 그 녀석이 지휘관님과 함께 있어.

반즈 씨요? 반즈 씨가 지휘관님을 보호하고 있다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그 혼자로는...

리, 상황을 설명해줘.

지휘관님도 아무 이유 없이 떠나지 않았을 거야. 난 그 이유를 알아야겠어.

루시아, 지휘관님은 우리에게 이곳에서 대기하라고 하셨어.

왜? 그레이 레이븐은 한 몸이잖아.

게다가 지휘관님의 현재 몸 상태는...

그레이 레이븐이 영원히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더러 남아있으라고 한 거야.

루시아, 너도 곤란스러웠던 적이 있었으니 지휘관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초조해하던 루시아는 점차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곳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기 때문이겠지.

왜냐하면... 여기에 아직 모두의...

맞아. 이곳에 우리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있어. 우리마저 떠난다면 아무도 중요한 순간에 나서지 않을 거야.

저 사람들을 설득하든 보호하든, 지휘관님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벌어야 해.

……

지금 걱정하는 거야? 설마 지휘관님과 함께 군사 법정에 서게 될까 봐?

그런 일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야. 단지 지휘관님이 안전하길 바랄 뿐이지.

하지만 난 지휘관님의 판단을 믿어.

저도 그래요.

좋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휘관님이 우리에게 바라던 일을 하자.

한스 총지휘관님.

자넨... 그레이 레이븐 소대?

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에서 기술 지원을 맡고 있는 구조체입니다.

문제가 있으면 네 지휘관을 찾아가도록 해. 상관을 뛰어넘어 내게 보고하지 말고.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 부하들에게 기본 규칙은 가르쳤기를 바란다.

저도 "규칙"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특별 상황이라 저희 지휘관님이 직접 올 수 없습니다.

직접 올 수 없다니? 무슨 뜻이지?

지휘관님은 이미 이곳을 떠났습니다.

다시 말해봐.

지휘관은 이미 이곳을 떠나 레이라는 아이를 찾으러 갔습니다.

언제 떠났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필드 포인트에서 쓸만한 부분을 해제해 지휘관에게 전달했습니다.

하...

그러니까,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이 공공연히 나의 명령을 어겼고, 너희들은 자신의 지휘관의 명령 불복종에 협조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나?

갈등의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은 명령 불복종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난 너희들이 날 찾아온 이유가 군사 법정에 회부되어 처벌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 같은 느낌인데.

아닙니다.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총지휘관님께서 타격 작전을 다시 고려해 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난민들을 이주시키지 않으면서 적조를 섬멸하고, 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말입니다.

너희들에게 그런 방법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보지.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 문제 해결에 뛰어납니다. 총지휘관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한스는 리의 말을 강제로 끊었다.

없다면, 내게 무의미한 허튼소리는 하지 마라.

실망이군. 난 이미 너희들의 지휘관과 확실히 얘기했다. 난민들을 피난 시키든가 아니면 죽게 냅두든가 두 가지 선택사항 밖에 없다고.

너희들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공중 정원에서 공격을 하기 전에 그들을 데리고 떠나는 거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군.

우르르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리와 한스는 고개를 돌린다.

루시아와 리브는 난민들을 공터로 데리고 와 한스 앞에 섰다.

나머지 두 구조체도 온건가? 너희 그레이 레이븐 소대, 너희들 대체 뭘하려는 거지?

한스 총지휘관님, 여기 난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미 들었다. 그들의 생각은 더없이 확고하더군.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아닙니다, 총지휘관님. 이들은 슬픔, 분노, 절망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

총지휘관님, 무례한 것은 알고 있지만, 혹시 배신당한 적 있으신가요?

……

군인으로써 배신과 같은 행위는 절대 용납하실 수 없겠죠.

정직한 사람이라면 배신을 용납하지 않지.

만약 총지휘관님의 부대가 적에게 포위되어 있고, 총지휘관님의 부대를 포기하는 것이 전쟁 국면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된 통수부가 총지휘관님께 부대를 포기하라고 명령한다면,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 건가요?

난 그걸 배신이라고 여기지 않아. 나의 희생으로 최종 승리를 거둘 수 있다면 전장에서 기꺼이 죽을 것이다.

그렇죠. 여기에 있는 공중 정원의 인원들도 모두 총지휘관님과 같습니다. 자신은 볼 수 없는 승리를 위해 피와 생명을 기꺼이 바치고 있죠.

왜냐하면 우린 그렇게 교육받았고, 그런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린 이걸 위해 태어난 군인이니까요.

하지만 민간인들은 어떨까요? 모든 사람들이 승리를 위한 희생의 의미를 이해하며 자신의 마음을 억누를 수 있다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주민들의 자유 의지를 지켜주기 위해서 이 땅에 있는 게 아닌가요?

아까의 상황에서 만일 총지휘관님의 부대가 사람들을 보호하고 있을 때, 사령관이 그 사람들을 포기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총지휘관님이 보호하고 있던 사람들이 적의 손에 죽도록 냅두실 건가요?

아니면,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필사적으로 싸우길 명령하실 건가요?

군인은 민간인을 보호해야 합니다. 하지만 군인들이 최선을 다해 그들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그게 배신인 겁니다.

말장난은 그만하지.

"세계 연합 정부의 재난 구조 및 긴급 지원법"은 세계 연합 정부의 국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입니다. 그 조례를 얘기하셨을 때는 이미 그들을 지켜야 할 사람들로 간주했다는 것 아닌가요?

총지휘관님, 보세요. 총지휘관님의 앞에 보호가 필요한 한 무리의 민간인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부모이자, 부부고, 자식이고, 형제 자매입니다. 이들은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단지 재난이 그들에게 닥쳤을 뿐이에요. 그들의 소원은 단 하나입니다. 자신들의 소중한 집을 지키는 것.

지휘관님이 아이를 찾으러 간 것은, 그 아이의 혈육의 울음을 차마 지나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손을 뻗으면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만, 여기까지 하지. 너희들은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하고 있어.

난 오늘과 같은 상황을 처음 마주한 것이 아니다. 일찍이 대철수 시기에 이미 내가 미처 도와줄 수 없던 사람을 너무나 많이 봐왔어.

그때의 지평선은 적색이었고 사방에는 죽음뿐이었지. 유일한 살길은 하늘로 올라가는 거였다.

전쟁은 복잡하면서 간단하다. 모든 요소들이 힘의 강약으로 환산할 수 있지. 즉 힘이 없는 자들은 패자가 되는 거야.

우린 감정을 고민할 수 있지만. 전쟁은 그렇지 않다. 퍼니싱도 그렇고.

재앙 앞에서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 뿐이야.

우리를 위선자라고 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우리를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은 생존자뿐이다.

너희들도 눈앞에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 울부짖는 사람을 봤겠지. 하지만 적조가 바다로 퍼지는 것을 막지 않는다면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를 위해 울부짖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곳의 모든 사람들을 구할 수 있나?

너희는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을 때마다, 모든 사람을 구할 수 능력이 있나?

지금 이게 너희들이 처음으로 직면한 선택이겠지?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장담하지.

한스를 호위하던 구조체에 의해 밖으로 밀려났다.

리브는 여전히 끝까지 포기하지 못했다.

이건 너무 가혹해요.

한스 총지휘관님, 한 번만 더 고민해 주세요. 명예를 위해서도 신앙을 위해서도 아니라...

아무런 의미 없는 죽음은 불합리해요. 있어서도 안 됩니다.

총지휘관님, 저흰 군인입니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 땅에 서있는 겁니다.

공중 정원의 사람이든, 지상의 사람이든 모두 우리 사람들입니다.

우린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에게 총구를 겨눌 수 없어요.

……

총지휘관님, 방금 제가 한 말을 들으셨습니까?

뭐라고 했지?

07소대에서 방금 통신이 왔습니다.

이미 필드 포인트 설치를 완료했답니다.

저희도 설치 완료 했습니다. 저희와 적조 지류의 거리도 어느정도 있습니다.

공중 정원이 다음 궤도 주기에 우리의 상공으로 왔을 때, 적조가 어디까지 퍼져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이 필드 포인트를 작동시킬 최적의 시기입니다.

지금 인증하고 필드 포인트를 작동시키겠습니까?

……

총지휘관님?

지금...

말이 끝나기도 전, 울음소리가 그의 대답을 끊었다.

...레이...레이야!

모래 먼지 뒤에 가려진 여윈 그림자가 천천히 주둔지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넋이 나간 여성은 앞으로 달려갔다.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주저 없이 남자아이의 뺨을 때리더니 모래 위에 꿇어앉아 아이를 힘껏 끌어안았다.

리브는 다급히 다가가 감염 증상이 나타난 아이의 몸에 혈청을 주사하고는 묵묵히 옆으로 물러섰다.

남자아이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아픔을 느끼고, 한참이 지나서야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의식했다.

죄송해요... 할머니.

전 그냥 너무 무서웠어요... 아버지를 찾고 싶었어요.

……

레이야, 너의 아버지는...

...찾았어요.

여성은 아이가 겁에 질린 나머지 정신 착란으로 헛소리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 아버지를 찾았어?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 이제 와서 그 꿈이 거짓이라고, 틀렸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네, 거기 붉은 강 속에 있었어요.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어요.

뭐라고 했는데?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해."

……

여성의 두 눈이 돌연 휘둥그레진다.

그녀의 시간은 순간 머나먼 과거로 돌아갔다.

이 모든 비극이 발생하기 전, 신생아가 그녀의 품에 기대 있었다. 희망으로 가득 찬 모습이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고 기도를 올렸다.

이 모든 것이 마치 어제의 일과 같았다.

...흑——-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대의 구조체들을 바라봤다.

미움도 원한도 없었다. 그녀는 이미 모든 감정을 쏟아 부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린 새끼를 잃은 어미 짐승과도 같이 슬픈 울음소리 만이 목구멍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곁에 있던 리브는 그녀의 두 눈에 담긴 하소연을 이해하고 있었다.

——왜 좀 더 일찍 와주지 않았나요?

그 순간, 강렬한 감정이입이 된 리브는 커다란 죄책감과 압박감에 휩쌓였다.

……

왜 우린 더 일찍 오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일찍 발견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내가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내가 조금만 더 능력이 되었더라면...

내가 그들을 위해 이 고통을 감당할 수 있었다면...

이와 같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악화되지 않았었을까?

하지만 얼마나 더 빨라야 했을까?

며칠 전? 십여 일 전? 수년 전? 아카디아 대철수 전? 아니면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원한이 미친 듯이 커지기 전?

아무도 이 문제에 답할 수 없었다.

아무도 이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