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서브 스토리 / EX04 영탄회성 / Story
황폐한 사막에 서로 겹쳐있는 바위들이 솟아올랐고, 적색 조수가 바위틈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었다.
반즈는 높은 암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암석 아래에서 조용히 흐르고 있는 적색 '조수'.
여기의 조수는 가끔 출렁거리지만 전에 폐허가 된 도시에서 본 것만큼 사나운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가끔 조수에서 기이한 형태의 잔해나, 녹슨 금속, 너덜너덜한 고무 그리고 희끗희끗한 동물의 사체까지 볼 수 있었다.
반즈는 이 무서운 광경이 두렵지 않다는 듯 길게… 하품을 했다.
하...암...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암석 표면이 울퉁불퉁하여 총구의 삼각대를 놓기가 어려웠다.
흠—— 최신 정보를 공중 정원에 보냈는데 윗사람 행동은 왜 이렇게 느린거야?
대장 쪽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네.
왜 하필 내가 여기를 맡고 있을 때,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돼서...
지원군이 아직도 오지 않으면 이곳은...
24시간 전, 적조 지류의 끝이 여기까지 확장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높은 암석 외에는 딱히 발을 놓을 곳이 없었다.
다행히 적조는 파도처럼 밀려오지 않고 잔잔하게 퍼지고 있었다. 또한 반즈가 서 있는 암석은 충분히 높아, 지원 부대가 임시 강화한 역원 장치와 방호 장비로 상당한 거리 관찰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침식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흩어져 있던 적조의 지류가 이제는 이 지역을 완전히 덮었고, 그의 행동이 충분히 조심스럽더라도 가능한 이곳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서서히 증가하는 퍼니싱 농도에 더해, 이 적조는 다시 '활력'를 되찾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퍼니싱만의 활력이다.
암석 밑으로 세차게 흐르는 적조, 그것은 이합 생물체의 요람이었다.
거대한 적색 수정들이 마치 갈대풀과 관목처럼 적조 물줄기를 둘러싸고, 형태가 각기 다른 적색 생물들이 그 사이를 누비고 있다.
로봇 침식체도 아니며, 구조체가 변형된 침식체도 아니다.
적색 빛을 발하는 이합 생물은 적조에 잠식된 지구 생명체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띠고 있다.
강변'에서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갑자기 금이 가더니 4개의 촉수가 뻗어 나오는 것이 반즈의 시야에 들어왔다.
구조체의 생체공학 피부는 반즈에게 현재 풍속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초속 1.6미터, 4시 방향.
즉, 스코프를 오른쪽으로 움직여 바람의 편차를 보정해야 해.
살짝 몸을 비틀어, 원형 접안 렌즈의 십자선을 오른쪽으로 움직여 조준을 맞췄다.
판단, 조준, 사격...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은 이합 생물을 명중했다.
이합 생물이 땅에 쓰러져 잠시 허우적거리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곧, 적조에 휩쓸려 그 몸은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가, 다른 이합 생물의 양분이 되었다.
하아... 끝이 없네.
반즈는 저격총을 내려놓고 거리측정기를 꺼내 지류가 흐르고 있는 방향을 조준했다.
암석의 높이는 약 20m이다. 장애물이 없고 날씨 조건을 제외한 상황에서 측정할 수 있는 한계 거리는...
그는 눈을 감은지 0.5초도 안되어 결론을 내렸다.
17킬로미터
그러나 반즈는 거리 측정기를 통해서도 지류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즉, 발 밑에 있는 적조 물줄기는 하루에 17km 이상의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정말 웃을 수 없는 상황이네.
거리 측정기를 접고 반즈가 일어섰다.
갑자기 상공에서 귀청을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반즈는 고개를 들어 늘 나른하게 처져 있던 눈을 완전히 떴다.
에이... 설마.
낮에는 유성을 볼 수 없다.
그러나 그의 금빛 눈에 검은 연기를 내뿜는 금속 "유성"이 땅으로 떨어지는 장면이 비춰졌다.
대원 여러분, 수송기는 곧 감속하여 궤도 고도를 낮출 것입니다. 15초 후, 항공 엔진이 역분사되어 중력이 약 2배가 될 예정이오니, 안전 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원 여러분, 수송기가 전리층에 접근하고 있으며, 67초간 통신이 차단됩니다. 그 동안은 좌석에 배치된 유선 통신 연락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원 여러분, 수송기가 대기권에 접근하고 있으며 곧 우주 비행 엔진 시동이 꺼질 것입니다. 수송기 엔진이 시동이 되면 지속적으로 흔들림이 있을 테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대원 여러분, 수송기가 대기권에 진입했습니다.항공 기동 단계를 시작하겠습니다.
……
대원 여러분, 수송기가 성층권으로 하강했습니다.
……
대원 여러분, 수송기가 대류층으로 하강했습니다.
……
대원 여러분, 사막지대의 모래 먼지로 인해 가시거리가 극히 좁아 지표의 적조 노출 지역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지금 지표면의 적조가 노출된 구역을 볼 수 없는 건가? 그럼 원래 계획대로 착륙할 수밖에 없다.
임무 개시, 각기 분산하여 독립적으로 행동한다. 그럼 모두들 안전에 유의하고, 순조롭게 임무를 완수하기를 바란다.
너무 빠르네요.
갑작스러운 흔들림에 수송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격렬한 흔들림으로 인해 머리가 한쪽으로 부딪혀 버렸다.
자세를 안정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자세를 바로 잡고 충격을 대비하려 할 때, 갑자기 의식이 다시 어둠 속으로 휩쓸려갔다.
"기억 재생" 동안 너는 기억의 소용돌이에 완전히 빠져들 거야. 정보 과부하로 인해 몸을 제어할 수 없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지할 수 없어.
다행히 기억 재생 속도가 빨라 주관적으로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몇 초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야.
그리고, 그동안 너의 잠재 의식은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일 거야.
남다른 생각을 떠올리거나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판단을 할지도 모르겠군.
그건 뇌가 보이지 않는 많은 정보를 처리하고 있지만, 주관적인 사고의 처리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이야.
그게 좋은 영향인지 나쁜 영향인지는 나도 모르겠어.
다만 주의해야 할 것은 ‘기억 재생’ 상태는 제어나 예측도 할 수 없으니, 이는 전투에서 매우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거야.
안전을 위해 단기간에 적과 맞서는 작전은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기억의 바다에서 의식이 돌아왔다.
눈앞에는 철벽이었다.
마지막으로 저항하고 싶었지만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기억의 홍수에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오랜만이네, 그레이 레이븐 소대 지휘관.
내가 지휘관을 보러 올 줄은 몰랐지?
사실 이 상황에서 지휘관을 만나려고 수많은 노력이 필요했어. 앨런 회장님의 노력이 없었다면 아마 지휘관을 만날 수 없었을 거야.
그레이 레이븐 소대는 승격자 기지에서 용맹하게 싸운 사건이 집행 부대를 통해 알려졌어. 심지어 공중 정원에 있던 나한테도 들려왔고.
지휘관이 승격자와 정면으로 접촉했다면, 혹시 우주 정거장에서 나와 싸웠던 승격자도 만났어?
아아,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들의 기지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았어?…
핑크색 머리의 소녀는 입을 열고 이름을 말하려 했다.
하지만 화면이 갑자기 멈추면서 악의적으로 편집된 듯 검게 변했다.
머리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생각도 잠시 멈췄다.
지휘관님!
흠! 난류야, 다들 움직이지 마.
그런데 지휘관님의 머리가...
저희 수송기는 방금 난기류에 돌입했습니다.기체를 안정시키는 중이니 수송기의 무게중심에 변화가 없도록 대원 여러분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시기 바랍니다.
수송기 밖에서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구름 사이로 불빛이 깜박이면서 더욱 심하게 흔들렸다.
난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강을 시도하겠습니다. 당황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안돼, 이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어——
흔들림이 더 심해졌다.
비상 기동으로 인해 수송기는 원래의 목표에서 벗어났습니다. 아직 난류 구역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난류로 인해 좌측 날개에 과부하가 걸려 변형되었고 수송기의 외형은 이미 파괴되었습니다. 긴급 착륙을 실시합니다.
날카로운 소리가 나면서 모든 가능성을 깨뜨렸다. 날개가 변형된 수송기는 기체가 기울면서 바닥에 추락해 갔다.
현재 본기는 정상적인 비행 자세로 착륙할 수 없습니다. 약 15도 정도의 각도로 지면에 추락하는 중이며, 각도가 크기 때문에 수송기가 추락 후 파괴 될 수 있습니다.
낙하산 탈출 절차를 진행합니다. 지금부터 기내 감압을 시작하며 15초 후에 수송기 뒷문을 개방합니다.
수송기 뒷문이 개방되었습니다. 전원 낙하산으로 탈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충격으로 어지럽게 만들었고, 결국은 거의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면서 이마에서 피가 흘러 시야를 흐리게 했다.
안전벨트는 죽음의 속박이 되어버렸다. 충돌로 인해 어딘가 부딪혔는지 해제 버튼을 몇 번 눌러도 빠지지 않았다.
아시모프의 말이 맞았다. '기억 재생' 동안 나는 마치 도살될 어린 양처럼 무기력했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남은 구조체들이 뒷문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보였다.
빨리 벗어나야 해...
일어서려 할 때 다시 심한 진동이 찾아왔다.
필드 포인트를 챙겼어요. 언제 낙하할까요?
이미 늦었어. 이미 수송기가 추락하고 있어
지금 낙하하면 오히려 위험하니까 충격에 대비해야 해. 루시아, 지휘관님을 부탁해!
알았어!
다시 철벽에 부딪히는 순간 누군가가 내 머리를 받쳐주고 나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조금은 차갑고 낯익은 품이었다.
저예요, 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휘관님을 지켜드릴게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른다.
아마 몇 초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랜 시간이 흘렀을 수도 있다.
모든 게 끝났다. 이것은 '추락'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강제 착륙'이었다.
레이저가 금속을 절단할 때 나는 지직 소리가 귀에서 들려왔다.
반쯤 눈을 떠보니 수송기 면을 절단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움직이지 마세요, 지휘관님.
리브는 모처럼 단호한 어조로 움직이려는 나를 제지했다.
리는 절단되어 흔들리는 철벽을 한발로 걷어찼다.
그 순간 하늘의 빛이 기내 안으로 쏟아졌다.
루시아, 어서 지휘관님을 데리고 먼저 나가.
루시아의 부축을 받으며 수송기에서 내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구조체인 3명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마를 부딪힌 자신만이 비참한 상황이었다.
루시아, 지휘관님을 내려줘요. 지휘관님을 응급조치를 할게요.
응.
의무병이었던 리브는 재빨리 피를 멈추고 상처를 붕대로 감아주었다.
겉보기에는 조금 심하지만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이에요.
인상을 찌푸리던 루시아는 안도의 숨을 쉬었지만 곧바로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지금은 방심할 때가 아니야.
주변을 둘러봐.
주변은 온통 황량했다. 여기가 어디든 착륙 예정 지점과는 멀리 떨어져 있을 거라고 확실했다.
단순한 황무지라면 별 일이 없겠지만, 중요한 것은 여기가....
——!
이게 뭐야?
착륙한 곳은 다름아닌 적조의 지류가 교차하는 구역이었다.
지금 소대는 지류 중간 심장 같은 위치에 있어 적조에 휩쓸리지는 않겠지만 여전히 위험하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는 주변의 시야를 극도로 낮추어 앞으로 갈 방향조차 알 수 없었다.
...▁▅▃... ▃... ▆...
...! 이건 무슨 소리죠?
그 소리는 낮은 음이면서 맑았다. 어느 대형 포유동물의 울음소리 같았다.
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모래 먼지 저편에서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그레이 레이븐 소대 3명은 나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