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 오전 5시 30분.
지구 저궤도의 수송기 안.
엔진소리는 부드럽고 길지만, 고막이 이 소음에 익숙해지면서 더 이상 귀에 거슬리지 않을뿐더러 잠들고 싶게 만드는 백색 소음처럼 느껴졌다.
안전벨트로 묶여 있기 때문에 중력이 없어져도 무섭지는 않다.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에 새겨진 만유인력에 대한 의존과 본능 때문에 우주에 있는 나에게 공허함과 상실감을 느끼게 했다.
이 상실감은 더 강한 졸음으로 바뀌었다.
졸음에 지지않기 위해 천천히 시선을 창 밖으로 돌렸다.
눈에 보이는 것은 수많은 별이 빛나는 조용한 우주였다.
타고 있는 수송기는 엄청난 속도로 항해하고 있지만, 우주는 너무 넓고 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수송선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이것이 '전진'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귓가에 윙윙거리는 엔진 소리가 아니었다면 앞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했을 것이다.
공허함이 더욱 강해졌다.
상실감과 함께 그의 의식이 흐트러지기 직전, 마비되는 느낌이 등골을 타고 올라왔다.
눈앞의 모든 것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멈춰 있는 것 같았다.
그 다음, 수많은 기억 조각들이 물감이 터져 나온 것처럼 눈앞에 나타났다.
이번 075번 도시에서 이루어진 작전에서 화서에게 해킹을 당해 너의 마인드 표식은 침식체의 오염된 의식의 바다로 강제로 던져졌었지.
침식체와의 의식 연결은 전례가 없는 경우야. 자세히 검사한 결과 너의 마인드 표식에서 침식된 부분을 발견했다.
지금의 너는 침식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야.
어때? 요즘 의식이 강제로 기억이 재생되는 것 같은 느낌을 자주 겪었을테지
진정한 의미의 '기억 재생'이 아니지만, 그 상태에 대한 적절한 호칭이 없어 잠시 이렇게 부르고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너는 아무 예고도 없이 혼란스러운 기억에 빠지게 된다는 거지.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것, 또는 과거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수많은 기억들이 너의 표층 의식에서 다시 나타날 거야.
마인드 표식 침식을 제외하면 너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래.
과학 이사회는 너의 마인드 표식이 침식된 후에도 다른 생리기능이 영향을 받는지 계속 관찰하기를 원하고 있어.
하지만 이건 모두 나중의 얘기고, 자네는 당분간 더 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눈앞의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흐릿해 졌다.
도시 지하에서 발생한 사건은 네가 군사 법정에 다녀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네가 아직 여기에 앉아있는 이유는 너희들이 취서체를 격파한 공적이기 때문이지.
취서체를 격파한 공로자들을 감시하는 행위는 일선 병사들의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너희가 계속 작전을 진행할 수 있게 허가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너의 죗값을 모두 치렀다고는 생각하지 마라.
너의 혐의가 남아 있는 한, 우리는 너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을 거다.
이 시기에 네가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의장조차도 널 지켜 줄 수가 없다.
니콜라의 말은 항상 직설적이니 신경 쓰지 마라.
자네도 그의 말을 경고가 아닌 상기시키는 의미로 이해했을 거라고 본다.
이번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예감이 들어.
지금 우리에게는 인재는 귀하다. 중요한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가.. 그레이 레이븐은 그런 인재일세.
나에게는 이런 형식적인 실랑이에 소비할 시간이 없다네. 그건 자네도 마찬가지일테고.
전사는 전쟁터에서 죽어야지, 아군의 교수대에서 죽어서야 되겠나.
지금 에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적을 격파하는 것이지 내부에서 마녀사냥을 벌일 때가 아니네.
다음 전투에서 에덴에 대한 충성심과 공헌을 제대로 증명할 수 있다면, 너에 대한 감시는 조만간 자동으로 해제될 거다.
현재 몸 상태에 대해 아시모프에게 들었네.
그래서 중환자실에 남을 건가? 아니면 계속 전선에서 활동할 건가?
갑자기 한 줄기 빛이 기억을 가로질렀다.
의식이 한순간에 돌아왔다.
자신의 기억을 꿰뚫는 빛줄기는 환상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얼마 동안 정신을 잃었는지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그것은 실제로 존재한다. 비행선 창 밖에서 방금까지 변함없던 경치가 빛줄기의 출현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용광에서 달궈진 달 모양의 칼날처럼 별바다에서 완만하고 굽은 지평선이 황금빛 잔광으로 윤곽을 드러냈다.
그 순간,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지구가 비로소 진정한 모습을 드러냈다.
곧 희미한 황금빛이 밝은 흰빛으로 바뀌었고, 수송기가 궤도를 계속 도는 동안, 그림자 속에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면서 푸른 행성의 표면을 비췄다.
대기의 산란이 없는 햇빛은 눈부셨고, 극도의 날카로움에는 부드러움이 전혀 없었다.
잠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머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웠다.
지...
...관
지——
누군가 귀에서 자신을 부르는 것 같았다.
지휘관님!
다시 흩어질 것 같았던 생각이 마지막 거친 외침 소리와 함께 다시 몸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리브와 루시아의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과 리의 찡그린 이마가 눈앞에 나타났다.
... '기억 재생' 인가요?
역시 이번 임무는 맡지 말았어야 했어요. 지휘관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찌푸린 이마도 풀렸다.
무방비 상태에서 태양을 바라보지 마세요. 비행선 창에 전광 반사 장치가 설치되어도 자외선만으로도 망막에 화상을 입힐 수 있습니다.
루시아는 지휘관이 보던 시선을 따라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뭔가 말하기도 전에 단호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지금이 멍하니 잡담할 때인가?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
말이 끝나자 마자 전방에 홀로그래피 투영이 나타났다.
공중에서 중년 남성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같은 지휘관 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의 제복은 주름 한 점 없이 반듯하고 각이 져 있었다.
남자의 두 눈은 나이 때문에 약간 흐릿했지만, 등은 여전히 꼿꼿이 세워져 굴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보였다.
그는 매 같은 눈으로 수송기에 있는 모든 병사들을 훑어보았다.
직접 대면이 아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아이컨텍'은 없었지만, 참석한 병사들은 모두 무의식적으로 상대의 '눈길’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나는 이 작전에서 지상 지휘를 책임지고 있는 총 지휘관—— 한스다.
이 작전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과학 이사회의 수석 연구원 아시모프가 설명했을 테니, 내가 이 부분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네들도 이번 작전에 대한 모든 상세 사항을 명심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전에 느슨하고 규율이 없는 구조체 소대를 보았기 때문에, 해당 소대가 설명을 잊지 않도록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겠다.
여기까지 말할 때, 한스의 시선이 나를 스쳐 가는 것 같았다.
……
지금부터 임무 브리핑을 시작하도록 하지.
한스의 말을 듣고, 의식이 출발 전으로 되돌아갔다.
24시간 전.
공중 정원, 작전 회의실.
여러 지휘관들이 전투 플랫폼 앞에 모였다.
승격자와의 전투는 일단락 됐고, 우리는 지상에서 용감하게 싸우는 자네들의 용기에 다시 놀랐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현재의 의회는 자네들에게 명예와 훈장을 줄 여유가 없네.
이 긴급 집합 명령을 받았을 때, 자네들은 이미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겠지.
세리카, 자료를 스크린에 투영해주게.
네, 의장님.
세리카가 빠르게 컨트롤 단말기를 두드리자 일련의 탐사 영상이 전체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 순간 파란색 스크린이 커다란 적색으로 뒤덮였다.
——진홍빛 수정 덩어리가 '피어'나있고, 혈관 같은 '강'이 거미줄처럼 땅을 얽어매고 있었다.
일부 영상은 매우 흐릿했다. 통신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촬영 과정에서 외부의 위협을 받아 정상적으로 녹화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누가 심호흡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곧바로 회의실 전체가 침묵했다.
결국 하산의 가벼운 기침이 침묵을 깨뜨렸다.
아시모프가 지금 상황을 가장 먼저 알았으니, 아시모프 자네가 설명해주게나.
아시모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전투 플랫폼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안색은 별로 좋지 않았다. 입술은 조금 창백했고, 눈 아래에는 연한 다크서클이 있어, 잠을 이루지 못한 지 한참 되어 보였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여는 순간 과학 이사회의 1위 기술 책임자가 지녀야 할 전문성을 회복했다.
지난번 대규모 작전에 참가한 적이 없는 소대는 이 물건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으니 여기서 간단히 소개해 주도록 하지.
보시다시피, 이 적색 조수는 우리가 지난번 작전에서 발견한 새로운——
그는 잠시 멈칫했는데, 그 다음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것 같았다.
새로운—— 형식의 퍼니싱이다.
과학 이사회는 겉으로 보이는 특성에 따라 일단 '적조'라고 이름을 지정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적조류가 정상적으로 폭발하는 생태적 증식 현상이 아니며 심지어 이것은 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보이는 이 적색 액체 샘플을 분석한 결과, 바로 퍼니싱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작전에서 우리의 구조체 소대는 승격자와 직접적인 대결이 있었다.
니콜라는 갑자기 앞으로 나서서 아시모프의 말을 중단했다.
요점만 말해, 아시모프.
니콜라, 아시모프는 현재의 우선 순위를 알고 있어.
아시모프는 불만스러운 듯 이마를 찡그렸지만 결국 화제를 바꾸었다.
상황상 긴 설명 없이 바로 본론부터 말하지.
지난 작전에 참여한 지휘관들은 모두 이전 침식체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적을 만났을 거라고 본다.
겉보기엔 자연적인 생물학적 형태를 가진 적들은 소위 일반적 침식체가 아니라 순수한 퍼니싱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퍼니싱이 진화한 퍼니싱 이합 생물이지.
구체적인 매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고, 정확한 원인도 불분명하다. 그리고 퍼니싱이 어떻게 스스로 진화하는지에 대한 이유도 알 수 없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실은 퍼니싱 적조가 이러한 생물들을 낳았다는 것이고,
적조가 분해된 로봇과 생물을 삼키고, 변환된 에너지를 영양분으로 사용하여, 퍼니싱 이합 생물을 양육한다는 것이다.
승격자를 격퇴한 후 적조의 확산 속도가 조금 둔화되고 있었어.
하지만 불과 24시간 전, 전방의 척후 소대에서 통신이 왔었다.
——한동안 조용해지는 듯했던 적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상황은 이전과 전혀 달라,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된 상태에서야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지.
이건 암세포만큼 성가신 놈이다.
적조는 처음에 075호 핵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설립한 지하공간에 숨겨져 있다가, 도시의 지하수로에서 한계까지 팽창하다 지상으로 분출해 온 거야.
우리는 모든 정찰 소대를 폐허 도시에 집중시켜 적조가 우리의 감시하에 있도록 했다.
적조의 흐름은 아주 불규칙하다. 이는 실제 조수가 아니라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액체 생물에 가깝다라고 추측하고 있다.
게다가, 지하공간은 원래 비밀리에 건설되었는데, 많은 장소가 우리의 "사각지대"에 있어. 일부 지하 수로는 인근 강과 연결되었고 파이프 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강은 이미 말라 있지만 강바닥과 골짜기는 그대로 있지.
적조의 일부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각지대를 통해 도시 밖으로 이동한 거야.
뿐만 아니라 방금 화면에서 봤던 것처럼 적조는 황무지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가느다란 물줄기를 형성했다.
과학 이사회는 지상의 척후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이번 적조의 출현 형태를 긴급 분석했다.
다행인 건 이번 적조는 첫 발견 때만큼 위협적이지 않아 모든 것을 휩쓸 정도의 위력은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무 넓게 퍼져버렸어. 이번 적조는 마치 강물처럼 무수한 가느다란 지류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 물줄기같은 지류를 분석한 결과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들은 지금——
아시모프는 손가락을 휘젓자 화면에 광역의 지도가 나타났다.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은 커다란 푸른 그림 조각이었다.
바로......바다.
그것들은 해안선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
적조가 해안선에 닿으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다.
바다는 육지와 달라서 적조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적조의 증식과 전파를 막을 수 있는 매개체로는 물보다 좋은 것이 없지.
모든 바다가 적조에 침식되고 잠식되어 동화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퍼니싱은 온 세상을 꽉 채울 것이다.
적조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중 정원은 국제 우주 정거장 작전을 참고하여 우주 무기로 적조를 물리칠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의 첫 단계는 적조가 있는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는 것이다.
황금시대라면 위성 전위 네트워크에 요청만 보내도 그 지역의 구체적인 좌표를 정확히 얻을 수 있었지만,
그러나 지금의 위성은 모두 퍼니싱이라는 "곰팡이"가 핀 금속 빵이 되었으니 그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하산이 한 걸음 걸어나왔다.
다음은 지시 사항을 내리겠다.
그러시죠, 의장님.
아시모프는 머리를 끄덕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세리카.
세리카가 버튼을 누르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전대 중간에 있는 가동판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중간에 있는 작은 승강대가 서서히 올라섰다.
약 1.5m 길이의 육각기둥형의 검은 바늘이 모두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것은 과학 이사회에서 긴급 개발한 "필드 포인트"라고 한다. 작전을 시작할 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리더에게 줄 것이다.
너희들 임무는 적조가 있는 위치를 찾아내어, 필드 포인트를 삽입한 다음, 활성화하고 공중 정원에서 철수 지시를 받을 때까지 옆에 있어줘야 한다.
총력을 기울여 모든 적조의 지류를 멈춰야 한다. 본 작전은 이번 단 한 번뿐, 처음이자 마지막이야. 한 가닥의 지류도 남기지 않고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야 해.
만약 대기 중에 퍼니싱 생물의 공격을 받더라도 반드시 그 자리를 지키고, 필드 포인트의 활성화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기 바란다.
작전의 성공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이번 작전은 포화식 투하, 위치 추적, 공격을 채택하였다.
총 8개 소대가 이번 임무를 참여하며, 작전에 참여하는 소대는 지휘관이 이끄는 엘리트 집행 부대와 복수의 구조체 소대로 구성되었다.
지휘관이 이끄는 엘리트 집행 부대는 필드 포인트 설치를 담당하고, 그 동안 구조체 소대는 이들의 보호에 임하기 바란다.
이상적인 상황은 8개의 구역 지점을 모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상적인 상황일 뿐이다.
최소 3개의 필드 포인트를 성공적으로 배치해야 공중 정원이 정확한 좌표를 얻을 수 있다.
만약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지금 바로 질문해라. 아시모프가 자세히 설명해줄거다.
흠, 거기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건가?
사실 기술적으로는 특별한 거 아니고, 위성을 임시로 대체한 거지.
관측 위성은 쉴 새 없이 전 세계에 현재 위치와 시간을 계속 내보내고 있지.
그러나 지금 퍼니싱 바이러스 때문에 지구 저궤도에 사용할 수 있는 관측 위성이 없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해낸 것은 위성 대신 손에 있는 필드 포인트를 사용하는 거다.
에어리어 포인트가 지상에서 활성화되면 상호 거리와 각도를 측정하여 곧바로 우주를 향해 신호를 보내게 되지.
이런 방식으로 공중 정원은 신호를 받은 후, 방정식 시스템을 만들고, 각 지점의 자세한 좌표를 계산하여, 우주 무기가 공격할 범위를 설정한다.
공중 정원이 성공적으로 신호를 받으면 좌표를 계산한 후 알려줄 것이며, 그 후에 후퇴하면 된다.
주의해야 할 것은 공중정원의 현재 궤도 고도에서 볼 때 2시간마다 지구를 한 바퀴를 도는데, 공중정원이 필드 포인트 근처를 통과할 때만 필드 포인트의 신호를 받을 수 있다.
지점 전원을 활성화하고 그 근처에서 계속 지켜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설명이 충분한가?
한 가지 더 보충하자면.
지금 상황은 075번 도시에서 적조를 처음 발견했을 때와 달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번 적조는... 걸쭉한 진흙보다는 흐르는 물에 더 가깝다.
이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너희들이 알아야 할 것은 이번 적조의 '농도'와 '변동성'은 이전보다 훨씬 낮다는 것이다.
"만조"가 있을 때만 퍼니싱 농도가 높아지며, 퍼니싱 농도는 중도 재난 지역에 가까운 수준이다.
만조가 없을 때의 퍼니싱 농도는 일반 침식 구역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정찰 소대가 조기에 적조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덕분에 과학 이사회에서 임시로 강화한 보호 장비만으로도 적조 근처에서 작업하기에 충분하지.
단 '일정한 시간' 동안만 괜찮으니까, 착륙하면 적조와의 접촉은 피해야 해. 특히 '밀물' 때는 더 조심해야 하고.
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았을 테고, 자신의 임무에 대한 사명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본다.
이번 공격을 위해 공중정원의 고도를 낮추지만, 침식된 퍼니싱 위성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당 고도에서 오래 머물 수 없다.
자네들의 임무는 이합 생물을 섬멸하는 것이 아니라 필드 포인트를 배치하는 것이다.
수행 측면에서 이것은 결코 어려운 임무는 아니다. 그러나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중요하기에 자네들 간의 호흡과 각오가 필요하다.
정면 전투는 피해라. 화려한 전투 따윈 이번 전투에 아무 소용이 없다. 공중 정원이 공격을 받기 전까지 필드 포인트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곳에 모인 각 집행 부대의 지휘관들은 모두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것을 알고 있다. 능력을 의심하지 않지만, 이번 작전에는 개인적인 영웅이나 전투 능력이 필요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결단력이다.
자네들 중 대부분은 소대 단위의 단독 작전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한스를 지상 작전 총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하산이 몸을 약간 돌렸다. 그러자 계속 말없이 하산 뒤에 서서 굳은 표정을 하고 있던 은발 노인이 앞으로 나와 경례를 했다.
네. 의장님.
그는 하산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참석한 일부 소대 대장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왜 노인에게 중요한 작전의 총 지휘자로 책임지게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사태는 상당히 심각하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각 집행부대의 지휘관 각각에게 각 필드 포인트를 활성화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나 공중 정원에서 가장 정확한 좌표를 얻을 수 있도록, 필드 포인트 활성화 전에 각자의 정확한 판단과 한스 총 지휘관의 확인 후에 필드 포인트를 활성화해야 한다.
적조의 밀물은 작전 구역의 실제 지형 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어. 이렇게 회의하는 동안에도 지상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지도 몰라.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한스 지휘관의 명령을 따르길 바란다.
임무 브리핑은 여기까지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 작전에서 비상이 걸릴 경우 본인의 판단이 최우선이다.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병사들은 오로지 명령을 따르는 것이 제1원칙이다.
공중 정원 소대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말이 끝나자 그의 투영은 수송기의 기내 안으로 사라졌다.
영상의 빛이 사라지자 모두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서 다른 구조체 소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너 한스 총지휘관 알아?
몰라. 의장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데 왜 이 나이에 전선에 나가는 거지?
참, 누가 알겠어?
한스 총지휘자님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의장님이 이렇게 계획한 이상 의장님의 생각이 있을 테니까.
……
한스 총지휘자는 황금시대에 태어났고, 면역 시대와 아카디아 대철수를 경험한 군인입니다.
그 후에도 계속 작전 정보센터에서 근무했고, 작전 정보센터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번 작전에 이 분과 함께 하게 될 줄은...
그분이 걸어온 시체의 산과 피의 바다는 의장님 못지않죠. 다소 남에게 엄격한 것도 당연한 겁니다.
아까 일에 대해서는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저의 지휘관님이 무의미한 일에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리는 머리를 돌려 가볍게 기침을 했다.
저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의 개인 정보는 기밀이 아니니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뒤에서 의논할 만한 일이 아닙니다.
미소를 지으며 리에게 고개를 끄덕였고, 옆으로 보니 루시아가 비행선 창 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아——
죄송해요, 지휘관님.
저는 지휘관님이 방금 뭘 보고 있는지 보고 있었어요.
네.
지휘관님은 멍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었죠?
저는 지휘관님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요.
저궤도에서 일출을 보는 것과 지상에서 일출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지휘관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셨나요?
루시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도 드디어 지휘관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았어요.
너무 눈부셔요. 구조체의 시각 수용체 조차도 과부하를 느낄 정도에요.
저궤도의 공중 정원은 2시간 간격으로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일출은 하루에 10번 이상 반복된다.
이 공중 에덴에서 태어난 모든 주민들은 이미 이 장면에 익숙해졌다.
떠오르는 태양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고 지는 해에 대해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낮과 밤의 순환은 더 이상 24시간의 기준이 아니다. 사람들은 하루를 정의하기 위해 다른 방법에 의존해야 했다.
얼마나 걸릴까? 그 땅에 내려 가는데 얼마나 걸릴까?
300km는 그리 멀지 않는 거리다. 이 높이에서 내려다보면 푸른 천체가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면이 눈에 들어온다.
황색 대지, 푸른 바다. 열대성 저기압이 휘감은 층운은 마치 춤추는 소녀의 치마처럼 조용히 '그녀'를 덮고 있었다.
왠지 모르지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내 마음을 괴롭히던 공허함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이것은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그 행성에 도착하면 모든 것이 원래의 의미를 다시 담을 것이다.
그곳은 모든 생명이 태어난 요람이며, 모든 생명이 되돌아오는 고향이기도 하다.
대원 여러분, 수송기는 곧 감속하여 궤도 고도를 낮출 것입니다. 15초 후, 항공 엔진이 역분사되어 중력이 약 2배가 될 예정이오니, 안전 벨트를 착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내의 안내방송이 모든 사고를 중지시켰다.
자세를 바로잡고 팔받침을 꽉 잡았다.
갑작스러운 힘이 시트의 폼 쿠션에 몸을 눌렸고 과부하의 힘이 눈과 심장, 그리고 피부를 압박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감과 속박감.
조금 전까지의 모든 망설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