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표류의 밤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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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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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그림자가 허공에서 바닥으로 "쿵" 하고 추락됐다. 눈여겨보면 그녀의 가슴에 크고 흉한 상처가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정체는 야항선의 주인 곡이었다.

그녀의 추락을 이어 다른 그림자가 신속하게 뒤를 따랐다. 그 그림자는 다섯 손가락을 모으더니 앞을 향해 공격을 시전했다. 보아하니 "곡"을 철저하게 파괴시키려는 모양이었다.

//명령 수행 [지정 대상 섬멸]

그러나 함영의 팔이 "곡"의 가슴을 찌르기 직전, 멀리서 거대한 칼날이 회전하며 날아와 그녀의 공격을 가로막았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몇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함영 언니, 멈춰!

달려온 소녀는 회전하는 거대한 칼날을 잡은 뒤 옆으로 쓸어내리며 다가오는 함영을 물러서게 했다. 그리고 곡을 엄호하며 뒤로 물러났다.

곡님…… 다친 곳은 괜찮으세요?!

괜찮아. 그렇게 약한 몸이 아니라서...... 그런데 넌 대체...... 누구?

제가 누군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누군지 기억이 전혀 안 나거든요.

"곡"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일어서 주위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만 나오거라. 이 배에 잠복했던 침식체들은 모두 처치됐으니 너에게 더 이상의 승산은 없다.

갓을 쓴 남자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소녀는 그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사흘 전 밤에 함영을 잡아간 나쁜 놈이었다.

그걸로 충분해. 우리가 침식체를 유인한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거든…… 이 모든 게 널 죽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대체 함영 언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난 단지 이 인형에게 작동의 의미를 다시 주었을 뿐이야. 인간의 도구로서 의미를!

저놈을 잡아!

호위병 로봇 여러 대가 달려들어 남자를 제압했지만 그는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소용없거든, 내가 죽더라도 이 인형은 계속해서 사명을 다할 테니.

"곡"을 습격했던 함영은 그제야 붉은 순환액이 묻은 자신의 손을 보며 충격에 빠졌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로봇 초병에게 끌려가는 와중에도, 남자는 함영의 곁을 지나치며 기묘한 웃음을 흘렸다. 순간적으로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귀에 다가갔다.

잘했어. 너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봐.

나의 가치는…… 가치는…… 는//명령 수행 [지정 대상 섬멸].

함영은 괴로워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영혼의 깊은 곳에서 온 명령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나의 가치……

본 기체 00001번째 작동 성공. 비리야 님, 해당 기체의 코드명 또는 이름을 설정해 주십시오.

넌 그저 도구이고, 지금 이 시뮬레이션 AI도 내 실험품에 불과해…… 이름은 필요 없어.

전…… 도구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 뭘 해야 합니까?

넌 화서의 모든 의식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기 위해 내가 만들었다. 그게 너의 모든 가치다.

알겠습니다. 그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습니다.

본 기체 00378번째 작동 성공. 비리야 님, 안녕하세요.

하지만 눈앞의 비리야는 끊임없이 기기들을 조정하며 깊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런 비리야 님을 보면서 갑자기 새로운 감정이 생겨났다.

비리야 님, 지난번 휴면 중에 꿈을 꿨습니다.

비리야는 이 로봇이 자신에게 먼저 대화를 걸 줄 예상하지 못해서 상당히 놀랐다.

꿈속에서 전 정말 화서 님이 되어 비리야 님과 함께……

로봇은 꿈을 꾸지 않아. 역시 너의 인격 프로그램에 결함이 생겼어.

본 기체는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럼, 비리야 님은 꿈을 꾸십니까? 꿈을 꾼다는 건 어떤 겁니까?

그만... 인간처럼 말하지 마. 그건 나를 역겹게 할 뿐이니까.

그리고 수많은 계산을 한 결과,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만이 화서의 의식을 완벽하게 담을 수 있다. 로봇으로 제작된 넌 더 이상 쓸모가 없다.

본 기체는…… 화서가 될 방법이 없습니까?

그래. 넌 이미 어떤 가치도 없어졌다.

원래는 네가 스스로 파괴하도록 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어. 난 가능한 빨리 화서의 백업을 받아야 한다…… 어쨌든 여기는 곧 침식체에게 점령당할 거라 별 차이가 없겠군.

비리야는 재빨리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곳과 관련된 자신의 모든 연결을 끊었다.

비리야 님……

뭐?

수많은 낯선 감정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생겨났다. 그녀는 도망치고 싶었고, 붙잡고 싶었고, 변명하고 싶었고, 울고 싶었고, 분노하고 싶었고, 미치고 싶었지만, 결국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

본 기체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리야 님. 성공을 빌겠습니다.

윽……!

함영 목의 "항쇄"가 적색 빛으로 변하자 그녀는 다시 몸을 제어할 수 없었다.

예리한 발톱은 소녀의 거대한 칼과 부딪혀, 귀에 거슬리는 큰 소리를 냈다.

소녀가 균형을 회복하기도 전에 방어의 틈새를 뚫고 들어온 것은 함영의 늘씬한 다리 공격이었다.

아……!

발차기에 맞아 날아간 소녀는 공중에서 균형을 잡았고, 거대한 칼을 방패 삼아 땅에 부딪힌 피해를 간신히 감소시킬 수 있었다.

함영은 제어할 수 없는 명령을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잠시 이성을 되찾았다.

유유... 어서 날 파괴시켜!

아니... 난 함영 언니를 구하러 왔어요. 난 반드시 약속대로 함영 언니와 살아서 구룡으로 돌아갈 거예요!

지금 이 소녀는 "유유"라는 이름에 대해 낯설고, 무엇을 위해 구룡으로 돌아가기로 약속했는지 기억도 안 났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미안…… 유유…… 언니가 너무 쓸모없었어. 난 네가 말한 것처럼…… 끊임없이 찾다 보면 언젠가는 내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난 처음부터 제작된 기계일 뿐이고 프로그램과 사명에 얽매인 가치가 없는 인형에 불과하지……

아니야! 전혀 그렇지 않아!

소녀는 손에 들고 있던 커다란 칼을 버리고 떨리는 함영의 몸을 힘껏 끌어안았다.

???

함영 언니는 가치가 없는 존재가 아니에요!

무대 위에서 춤추는 언니를 좋아하는 손님이 있었는데, 기억 안 나요? 언니가 공연할 때마다 박수 치는 사람들.

시장에는 언니가 도와준 친구들이 있어요. 그들은 잊지 않고 매번 감사 인사를 하러 와요.

그리고 언니 덕분에 아이치를 고칠 수 있었어요…… 그는 말은 못 하지만 항상 언니에게 고마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전…… 제가 이 세상에서 다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언니는 나에게 또 하나의 목숨, 또 한 번의 희망을 줬어요. 이거 다 함영 언니의 가치잖아요!

함영은 주변 주민들의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그들은 자신을 격려했고, 자신을 위해 찬사를 보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함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신을 위해서였다.

세월의 보물 상자를 열고, 조심스레 모은 보물들 하나하나에 자신만의 이름을 직접 써넣었다.

그렇게 눈부시면서도 다채롭다니…… 난 이제 예전과 달라졌나?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을 꼭 껴안은 그 소녀를 내려다보았다. 그 여자아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은 여전히 과거의 꿈속에 갇혀 있었을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란 용기를 채운 것은 화서 님의 의식이 아닌…… 너와 사람들과 이 야항선의 모든 거야.

화서…… 네가 그 이름을 어떻게 알아? 넌 도대체 누구지?

눈앞의 "곡"이 비리야인 줄로만 알았던 함영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미소로 변했다.

비리야 님, 역시 저에 대한 모든 것을 잊으셨군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다시 한번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항쇄"에서 다시 빨간빛이 반짝였지만 함영은 이를 악물고 버텼고 유유에게 꼭 안긴 손을 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서 목에 있는 "항쇄"를 잡았다.

제 이름은 "함영"입니다. 저는 이 이름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비리야 님께서도 제 이름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서 저것들을 죽이란 말이야!!

"요람"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함영의 특정 코드를 외쳤지만, 여전히 함영을 즉시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야! 무슨 짓을 한 거야…… 너…… 대체 뭐가 된 거야!

설마 "항쇄"를 파괴하려고? 그렇게 되면 너도 "항쇄"의 보안 시스템에 의해 파괴될 거다.

로봇은 의미 없는 자체 파괴를 선택하지 않고 명령을 어기지 않는다. 화서는 줄곧 그런 줄만 알았다. 함영의 행동은 엄연히 그의 이해 범위를 벗어났고... 그녀는 마치 인간과도 같았다.

함영 언니……!

유유, 혹시 그거 알아? 로봇도 꿈을 꿔... 과거의 나는 한 가지 꿈만 계속 반복했었는데 너를 만난 그 이후로 매일 밤마다 다양한 꿈을 꾸게 됐어.

함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몇 년 전처럼 소녀 귓가에 속삭였다.

때로는 행복한 꿈, 때로는 슬픈 꿈, 때로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꿈, 그리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꿈을 꿨어. 하지만 그 많은 꿈 중에 너와 함께 손을 잡고 구룡의 곳곳을 돌아다니는 꿈을 가장 많이 꿨어.

그녀는 "항쇄"를 통해 침입한 제어 코드가 결국 자신을 잠식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게 방치할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항상 꿈속의 일은 실제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지만… 넌 아주 강한 아이잖아. 분명 미래의 언젠가 우리의 추억이 담긴 이 야항선과 함께 구룡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함영은 유유를 밀어내고 미소를 지으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모든 사람과 멀리 떨어진 곳에 혼자 서있는 것이 무대 위에서 커튼콜을 하는 것 같았다.

안 돼……!

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이 모든 것을 지킬거야. 모든 사람 그리고 유유, 너의 웃음도 지킬 거야…… 그러니 유유도 더 이상 울지 않기로 언니와 약속하는 거다?

소녀에게는 이곳의 모든 것이 너무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에게 수많은 추억을 가져다주었다. 그것을 함영의 보물처럼 여겼고, 그녀도 똑같이 소중하게 여겼다.

다시는 울지 않기로 약속할게요…… 저도 언니처럼 이곳의 모든 것을 지키고, 모두와 함께 구룡으로 돌아갈 거예요. 설령……

그래. 난 네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우리 약속한 거다.

함영은 소녀를 향해 웃으며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것은 둘만의 약속이었다.

약속, 약속……

함영 언니와 유유는…… 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

소녀도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지만 이미 울먹이고 있었다.

함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에 "항쇄"를 힘껏 잡아당긴 순간, "항쇄" 안의 안전 보장 장치에서 강력한 펄스 전류가 뿜어져 나와 함영의 온몸을 관통했다.

화서, 그때 "요람"에게 통제당한 그 로봇을 보고 왜 파괴 명령을 내리지 않고 구조체 소녀더러 데려가게 그냥 방치했던 거야?

그 로봇은 매우 특별합니다. 전 그녀…… 그 "함영"이라는 로봇이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 특수성을 유발하는 대상 곁에 그녀를 두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리야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고, 깊이 따지려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너의 그 결정은 새로 탄생한 구조체가 단념하고 우리를 섬기게 만들었어. 비록 어린 소녀처럼 보이지만 일반 구조체를 훨씬 능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전 그녀를 용의 아이 "포뢰"로 임명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녀를 야항선에서 경비 수비를 조직하게 하면 이번 침식체 침입과 같은 상황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네 말대로 하지…… 그리하면 대체 몸인 아홉 명의 용의 아이가 모두 모였군.

비리야는 돌아서서 화서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오랜만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었다.

너의 몸을 교체할 장치가 완성됐다. 난 다시 "곡"이 되어 너에게 맞는 몸을 직접 고를 거다…… 전 세계에서 온 구조체가 이 야항선에 모여 끊임없이 몸을 제공할 거다.

이게 비리야 님의 꿈인가요?

당연하지. 이건 우리의 꿈이기도 하잖아?

저의…… 꿈…… 저도 저만의 꿈을 가질 수 있나요?

화서는 두 눈을 감은 채 생각했다. 언젠가 자신이 몸을 얻게 된다면 그 몸은 함영과 같을까? 그때 비리야 님의 곁에 서있는 자신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시도했지만, 어떤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

삐——!

아이치는 거대한 몸을 흔들며 손에는 거대한 칼을 들고 소녀를 향해 걸어왔다.

그래. 알았어. 오늘은 우리가 "포뢰파"로서 거래 시장의 안전을 유지하는 첫날이야.

그녀는 그 거대한 칼을 좌우로 뒤집으면서 생각하다가 다시 구석으로 돌려놓았다.

당분간은 못 쓸 것 같은데 계속 들고 다닐 필요 없어. 진짜로 쓰게 된다면 날아오게 할 수 있어.

소녀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전신을 보았다. 등 뒤에 커다란 "포"자가 그녀의 신분을 나타냈다.

함영 언니, "유유"라는 이름은 언니와 다시 만날 때까지 간직할게. 오늘부터 난 "포뢰"야. 난 이 배의 모든 사람들을 보호할 거야…… 그리고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구룡으로 돌아갈 거야.

포뢰는 자신의 오른손 새끼손가락을 보았고, 그곳은 여전히 함영 언니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아이치, 출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