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항선에서 손꼽히는 로봇 부품 상점 금만당. 오늘은 정박해서 거래를 하는 날인데 금만당에는 손님이 한 명밖에 없었다.
며칠 전 침식체에게 습격을 당한 뒤 금만당은 한동안 영업을 중지했다. 경쟁 상대는 이 틈을 타서 일부 단골손님을 빼앗아 갔다.
그러나 사장인 금만은 한치의 걱정도 없었고 석 달 내로 재기할 거라 자신했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그래서 그는 가게에 들어온 모든 손님을 붙잡아 무슨 수를 쓰든 주머니에서 곤충 코인을 뜯어내야 한다고 결심했다.
고객님, 뭘 도와드릴까요? 저희 가게의 부품은 아주 다양합니다. 어떤 모델이든 찾아드릴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모델의 부품도 있나요?
금만은 명세서에 적힌 부품 번호를 유심히 보았다. 아마추어에게는 어려운 고전 문서 같을지라도 금만에게는 숨 쉬는 것처럼 친숙한 내용이었다.
대부분 황금시대 부품이고…… 희귀한 것도 꽤 있습니다.
어떤가요? 찾기 어려우신가요? 그럼 전 다른 가게로 가서……
아니요. 찾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 야항선에서 저희 금만당조차도 찾을 수 없는 물건이 있다면, 다른 곳에 가셔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
눈앞의 손님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체격이 어마어마했다. 로봇 얼굴만 드러냈기에 침묵을 지키기만 하면 금만은 그의 생각을 추측할 수가 없었다.
거래하시죠. 거기 적힌 부품을 종류별로 100개씩 주세요.
100개요? 고객님, 정말 확실하신가요? 그건 아주 큰돈입니다.
걱정은 접어두시죠.
손님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금만은 상품가 25%의 계약금을 받았다. 흔치 않은 시원시원한 손님을 만나다니...... 금만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여기 로봇도 파나요?
물론이죠.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금만은 손님을 데리고 안방으로 갔고, 그곳의 진열장 안에는 완전한 로봇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 로봇…… 전에 거래 시장에서 본 적이 있어요.
손님은 유리 진열장 앞에 멈춰 섰다. 면전에는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얼굴과 몸매를 소유한 로봇이 조용히 진열장 안에 누워있었다. 외관만 보면 전혀 로봇 같지 않았다.
그 소란 현장에 계셨습니까? 그럼 고객님도 그녀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을 아시겠네요? 그날부터 작동할 수 없었고, 구룡파의 부희도 원인을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어떤 뻔뻔한 꼬마 아가씨가 이곳에 맡겨놓고 누군가 고쳐주길 바란다고…… 그 꼬마 아가씨는 전설의 "기계 선현"만 찾으면 그녀를 고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전설은 그저 전설에 불과합니다. 자아의식을 가진 로봇이라…… 어린아이를 속이는 장난일 뿐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금만은 한참 껄껄거리다 또 자신을 비웃듯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로봇을 보고 나니 저도 이해가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로봇이 언젠가는 인간과 같은 영혼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바로 "기계 선현"의 사자라면요?
금만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뻔했지만 이내 깔깔대며 웃었다.
고객님도 참...... 농담을 참 잘하시네요.
이 로봇의 "영혼"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끊임없이 같은 꿈을 반복하고 있어요…… 어쩌면 그 꿈이 의식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로봇도 꿈을 꾸나요? 저도 나름 오랫동안 장사를 해왔는데 이런 일은 금시초문이네요.
이 로봇은 제가 데려가겠습니다. 어쩌면 선현님만이 그녀를 소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 겁니다.
덩치가 어마어마한 손님은 카운터에서 펜으로 특이한 코드를 적어 금만에게 건넸다.
만약 그 꼬마 아가씨가 다시 이곳에 온다면, 이것을 대신 전해 주세요.
이건……
제가 그 로봇의 가냘픈 영혼 속에서 들은 말입니다. 그 꼬마 아가씨 옆에 있는 로봇이 알아서 통역해 줄 겁니다.
그 손님은 가게 문 앞으로 다가가더니 모자를 벗고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 꼬마 아가씨라면 분명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겁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진열장에 있는 여성 로봇을 눈여겨보고 떠났다.
로봇과 인간이 이렇게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니……
과연 행운일까요? 불행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