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성공적이었지만 함영의 "즉흥"적인 연기는 대장에게 꾸중을 들었다.
설마…… 그 분, 그럴 리가 없어……
그녀는 로봇으로서 자신의 특정 코드가 어떻게 유출되었는지 몰랐다. 이론상 제작자만이……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을 준비해야 했다. 함영은 동료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혼자 백스테이지 쪽으로 내려왔고,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뚱뚱한 상인이었다.
현장이 아주 북적북적하네…… 역시 간판다워. 나도 돈을 투자해서 무용단을 만들 계획인데 아니면 널 스카우트해 올까?
금만의 농담에 함영은 담담하게 웃기만 했다.
매일 오셔서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내가 장난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나 진지해…… 넌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구룡으로 돌아갈 필요는 없어. 그곳이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아무도 모르잖아.
네가 그 꼬마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그녀도 돌려보내지 말았어야 했어. 이대로 야항선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해……
모든 사람이 장사꾼처럼 계산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유유랑 약속했어요. 같이 살아서 구룡으로 돌아갈 거라고.
흥, 맘대로 해. 내가 할 말은 이것밖에 없어. 결국 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장사꾼일 뿐이야. 네가 돈만 줄 수 있다면 다른 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야.
금만은 품에서 편지 한 장을 꺼낸 후 잠시 생각했다가 함영에게 건넸다.
네가 필요하다고 말한 배를 준비했다. 바로 3일 후 새벽에…… 선미 위치에 화물을 운반하는 작은 화물선으로 위장한 배가 있을 거야. 배에 오른 뒤 이 편지를 선장에게 건네주고 한마디 말도 하지 마. 알았어?
잔금은 구룡 해안에 도착하면 다시 예약한 거래로 줘.
알겠습니다.
함영은 가볍게 허리를 굽혀 편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함영은 고맙다고 했지만, 금만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아무 말 없이 돌아서서 뚱뚱한 몸을 움직이며 자리를 떴다.
그러나 중간쯤 갔을 때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언가 생각난 듯 돌아서서 함영에게 주의를 주었다.
어떤 사람들이 네 소식을 묻고 다니는 것 같아.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야…… 잔금을 지불하기 전에는 죽지 마.
생각이 많아진 함영은 숙소 앞 작은 정원에서 걸음을 멈추고 금만이 마지막으로 한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예전에도 자신의 광팬이 사건을 여러 번 일으킨 적이 있었다. 이 야항선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자신 곁에 다가온 놈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 여섯, 일곱 명 정도…… 더 흥미로운 것은 그들은 인간이 아닌 로봇이나 구조체라는 점이었다.
함영은 무심코 머리에 꽂은 비녀를 벗어던지고서는 순간 몸을 돌려 복도 꼭대기를 향해 뛰어갔다. 아무리 그녀에게 열광하는 녀석일지라도 이런 곳에 올라올 리가 없었다.
옥상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여러 명의 전자 구속 쇠창을 든 녀석들이 함영의 행동을 제어하기 위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아마도 이렇게 동시에 행동하는 전술은 일반인들에게는 상당히 효과적이었을지 모르지만, 여러 개의 쇠창이 부딪치면서 전극과 금속이 교차하는 날카로운 소리를 낼 때 포위진 중앙에 있던 함영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위에 있어!
쇠창이 서로 엉켜있을 때 높이 뛰어오른 함영은 복도 천장을 가볍게 걷어찼고, 이에 대한 반작용의 힘으로 방금 말한 쇠창을 든 삿갓 쓴 남자의 손을 힘껏 밟았다. 그러자 그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졌다.
함영이 겹겹이 쌓인 쇠창 위를 밟자, 다른 사람들은 지렛대가 작용하는 힘 때문에 뒤집혀 사방으로 날아갔다.
똑같은 삿갓을 쓴 여성 로봇이 날아오는 남성 몇 명을 함영의 방향으로 걷어찼다. 함영은 그들이 목숨을 버릴 수도 있는 도망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날라온 남자의 옷깃을 잡고 약한 힘으로 옆에 내동댕이쳤다.
삐——삐삐——
그러나 공격해 온 여성 로봇은 함영의 허점을 놓치지 않으려 했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뒹굴며 가지 같은 팔로 함영을 잡으려 했다.
기본기가 아직 부족하군...
함영은 담담하게 웃었고, 허리를 뒤로 젖힌 후, 손으로 땅을 짚으며 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공격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높게 든 다리로 로봇의 턱을 걷어차 그것을 공중으로 날려버렸다. 전체 동작이 마치 춤처럼 아름다웠다.
나와라.
뒤돌기가 끝나자 몸을 안정시킨 함영은 공중에서 그 로봇을 걷어찼고, 순간적인 가속으로 정원의 인공산을 향해 날아갔다. 부서진 암석이 움직일 수 없는 로봇을 덮침과 동시에 인공산 뒤에 숨어있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희 한 명에 이 정도 인원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정말로 나를 잡고 싶다면 10배 정도 전력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옷소매에 묻은 흙먼지를 터는 함영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날 미행한 이유를 말해줘야겠어. 그렇지 않으면……
함영은 다시 자세를 취했지만 그 남자는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난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어. 그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거든.
함영의 뒤에서 굉음이 들려왔고, 거대한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몸에는 전류가 흐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함영은 즉시 그것이 유유가 "아이치"라고 부르는 역사 로봇임을 알아챘다. 그는 유유의 곁에 남아 그녀를 지켜줘야 하는데... 그가 쓰러졌다는 건……
이거 놔!!
닥쳐!
유유는 똑같이 삿갓을 쓴 두 남자에게 붙잡혀 집에서 나왔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구타만 당했을 뿐 아무 소용이 없었다.
유유!
함영은 방금 전 보스로 보이는 남자를 잡으려고 돌아섰지만, 이미 그의 곁에는 새로운 두개 로봇이 그를 보호하고 있었다.
함영은 자신이 이 남자를 쉽게 죽이고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하면 유유는 무조건 죽게 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조사한 것과 똑같군. 너 같은 역겨운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따라하면서 소꿉장난을 하다니.
남자는 함영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정교한 턱을 손으로 받치고서는 그녀의 놀란 표정을 감상했다.
…… 당신들 도대체 누구야?
남자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함영의 손을 꼭 잡았다. 하얀 손이 악력에 의해 빨갛게 변했다.
확실히 정교하게 만들어졌어. 어쩐지 인간 행세에 자신이 있더라니…… 역시 비리야 님이 만들어 낸 걸작이군.
그 이름을 듣는 순간 함영의 동공이 순식간에 작아졌고, 그 남자 주변의 로봇이 전혀 반응하지 못하고 있을 때 함영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순식간에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당신이 어떻게 이 이름을 알죠?
우리는 "요람"이라는 조직... 아니, 한때 "요람"으로 불렸었다.
함영은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구룡에서 생성된 극악무도의 해커 조직으로, 이전에 구룡 왕족 습격 행동에 참여했다가 뿌리째 뽑혔다는 이야기를 비리야한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 사람이 너에게도 많은 비밀을 말했나 보군…… 잘 됐어. 그의 비밀을 많이 알수록 우리의 복수가 더 유리해져.
그는 고개를 들어 구룡의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멸시하고 있는 그 남자가 바로 그가 밤낮으로 생각하는 복수의 대상이었다.
"요람"이 두려워하는 건 죽음이 아니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실패다. 난 가장 굴욕적인 방식으로 그를 죽일 것이다. 예를 들면... 그의 창조물, 네 손을 빌려 그를 죽이는 것.
3일 후면 "곡"으로 위장한 녀석이 그의 건물에서 떠나게 되는데, 그때가 바로 우리의 기회다.
3일만 더 기다렸다가 비리야를 죽이면…… 종말을 항해하는 이 보물 야항선은 우리의 것이다.
함영은 손에 힘을 더 주었지만, 이 남자는 함영의 손에 달려있는 목숨이 자기 것이 아닌 함영의 목숨이라는 듯,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때 네가 그 여자애 때문에 날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이젠 날 죽을 수 있는 기회가 너에겐 없다. 그게 바로 영원히 연산의 논리로 행동하는 로봇의 불쌍한 점이야.
비리야의 창조물인 네가 왜 그 인간 소녀를 그렇게 신경 쓰는지, 기술자인 난 정말 궁금했거든.
반대편에서는 유유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삿갓을 쓴 사람이 칼로 그녀의 허벅지를 찌르자 인간을 상징하는 붉은 피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
함영의 주의가 유유에게 쏠린 순간, 그 남자는 손에 있는 날카로운 가시 모양의 전극으로 함영의 목을 찔렀다…… 정확히 말하자면 목 쪽의 "항쇄"다.
왜…… 윽……//외부 연결 매칭 중<<<<<<<[삭제] 성공<<<<<<<논리 기원 저장 중추 읽는 중……
우리가 구룡 비리야의 비밀 작업실에서 발견한 특정 코드가 역시 맞았어…… 로봇으로서의 성능은 높았지만, 그는 너에게 빈틈없는 보안 시스템을 설치하지는 않았거든.
외부 인터페이스로서의 이 "항쇄"도 네가 직접 제작한 건가? 정말 정교해. 넌 이걸로 사람들 속에 계속 섞여 있었던 건가? 그러나 정교한 것일수록 더 취약하지.
아…… 안 돼……
함영이 그동안 지켜온 비밀, 조금씩 쌓아온 보물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춰지고 있었다.
…… 그렇군, 비리야가 이런 황당한 짓을 하려 하다니! 그 녀석도 미치광이군, 하하하하.
넌 그에게 버림받은 가치 없는 인형일 뿐이야. 그를 미워하지 않는 건가…… 하긴, 로봇의 감정도 그저 프로그램일 뿐이니까.
이 남자가 피를 핥는 하이에나처럼 함영의 기억을 보는데 빠져 있을 때, 작은 돌멩이 하나가 그 남자의 등에 명중했다. 상처를 입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뒤돌아보게 하기엔 충분했다.
야 이 나쁜 사람아…… 함영 언니를 놔줘!!
유유는 자신을 붙잡고 있던 두 명의 삿갓파를 힘껏 뿌리쳤지만, 그 남자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노한 유유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난 나쁜 놈이지만 네 함영 언니도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야…… 아, 아니지. 그녀는…… "인간"이 아니지.
아니야! 함영 언니는 로봇이지만…… 날 구해줬고, 가치 없는 날 보살펴줬어.
유유는 몸부림치면서 몸을 똑바로 세웠고, 눈물을 머금은 채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노려봤다.
그녀는 당신들보다…… 이 배에 타고 있는 누구보다도 더 사람 같아!
하하, 과연 그럴까…… 그것도 작성된 명령에 불과하다면, 너에게 잘해주는 건 다른 목적이 있는 거라면, 진실을 알고도 과연 똑같이 말할 수 있을까?
남자는 함영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힘없는 그녀를 땅바닥에서 들어 올려 유유를 쳐다보게 했다.
자, 어서 솔직하게 말해. 처음에 왜 이 소녀를 구한 거지?
왜 계속 그녀를 지켜주는 거지?
왜 그녀를 구조체로 만들고 싶은 거지?
난…… 아아아……
함영은 다시 한번 머릿속에 이물질이 박히는 극심한 고통을 느꼈고, 생각조차 제어할 수 없었다.
【본 기체는 처음엔 혼수상태의 수용체와 접촉하여 탄탈 중합체의 적응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는 매우 높은 적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본 기체는 게슈탈트 인격 "화서"를 탑재하기 위해 존재하며, 메인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경우, 논리 행동을 서브 목표로 전환한다.】
[서브 목표: 수용체를 구조체로 개조할 수 있을 때까지 육성하고, 최종적으로 대체할 몸으로 제작자 비리야에게 바친다.]
함영은 고통스럽게 몸부림쳤지만, 시선은 유유한테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회피뿐이었다.
유유……
모든 사랑은 가치의 연장일 뿐이었고, 모든 믿음은 베팅의 금액일 뿐이었다. 현실에서 온 타격은 어떤 상처보다 어린 소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녀는 더 이상 한 음절도 내지 못했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흐느낌도 없이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방금 발버둥치며 일어선 두 다리는 모든 힘을 잃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로봇은 어디까지나 로봇일 뿐이야. 그녀의 존재 가치는 그저 인간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지.
그는 혼자 웃으며 주변의 로봇들에게 유유를 제거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이미 함영을 제어한 그는 소녀가 필요 없었다.
아이치……
함영은 품에 감춘 편지를 바닥에 쓰러진 역사 로봇에게 필사적으로 던지며 지시를 내렸고, 쓰러진 척 누워있던 아이치는 편지가 몸속에 들어오자, 갑자기 팔로 땅을 내리치며 수많은 먼지를 일으켰다.
삐——삐삐!!
유유를 데리고 여길 떠나…… 3일 후 새벽…… 선미……!
아이치는 고개를 끄덕였고, 먼지를 뚫고 나온 두 개의 로봇을 한 손으로 날려보냈고 나머지 한 손으론 눈물을 흘리는 유유를 끌어안았다. 그러곤 담장을 뛰어넘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됐어. 더 이상 쫓아가지 마. 어차피 우리의 목적은 달성했고, 가장 중요한 걸 이미 손에 넣었다.
가자. 함영.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가 잃은 것을…… 이자까지 쳐서 비리야에게서 전부 빼앗을 거다.
(미안해…… 유유……)
마지막으로 함영의 목에 있는 "항쇄"에 빨간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녀는 한때 구룡이었던 쪽을 바라보았다.
(…… 너와 함께 구룡으로 돌아가기로 한 약속은 더 이상 못 지킬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