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밤비가 쏟아졌고, 야항선 위의 흔들리는 불빛이 희미한 허상을 뒤덮었다. 우산을 쓴 사람들은 발걸음을 재촉하여 피했지만, 아무도 어린 그림자가 힘겹게 빗속 속을 달리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쩌면…… 그들은 오래전부터 익숙해진 듯했다. 이 배에서 살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소리 없이 밤에 의해 잠식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대상 위험도 상승, 처리 등급 C로 상승——
"항쇄"의 붉은빛이 짙어질수록 더 많은 역사 로봇들이 경계신호를 받고 포위하며 유유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후... 윽...
로봇들의 느리지만 힘찬 주먹에 맞서 유유는 도망치면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갈수록 힘들어 보였고, 목을 조이는 "항쇄"는 천천히 숨을 쉴 권리를 빼앗았다.
갑자기 도망치던 도중에 유유는 실수로 바닥에 있는 술병을 걷어차 비틀거리게 됐다. 그러자 팔의 힘이 풀리게 되어 손에 들고 있던 판다 인형을 떨어뜨렸다.
유유는 힘껏 손을 뻗어 인형을 잡았지만 몸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삐——!
추락한 아픔이 유유의 모든 힘을 가져간 듯, 힘차게 일어나려 해도 다시 넘어졌고, 로봇들이 자신을 향해 한 발짝씩 다가오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차가운 밤비가 유유의 얼굴에 떨어졌고, 그녀에게 지금은 악몽이 아님을 또는 악몽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모두... 미안해요...
그날처럼 그녀는 필사적으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죽음만이 유일하게 벗어날 방법인 것 같았다.
아빠…… 엄마…… 아직 이름도 모르는 친구 로봇 둘…… 그들은 삶의 희망을 주었지만 지금 그 희망을 이곳에서 빼앗기고 있었다.
삐——!!!!
새빨간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가녀린 그림자가 유유 앞에 나타나 역사의 일격을 몸으로 막아낸 뒤, 그 로봇의 팔을 잽싸게 잡아 계속 다가오려는 동료를 향해 던졌다.
너 너무 빨라…… 산 물건도 아직 안 챙겼잖아.
가녀린 여성은 메고 있던 타이아 로봇의 잔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유유는 그녀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처음으로 구한 그 언니였다.
역사의 일격을 받아내고 그를 날려버릴 수 있는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 아닌 게 분명했다……
그것은 인간의 도구로서 그저 로봇일 뿐, 아무런 가치가 없어…… 왜 넌 필사적으로 그것을 사려는 거지? 가치를 잃은 것은 지금의 너처럼 이 배에 의해 버려질 거야.
유유는 고개를 흔들었고, 여성의 눈을 바라보았다.
전혀 가치가 없다고요? 이해할 수 없어요……하지만 그…… 그들은 제 친구인데…… 친구를 도와준 건데요. 혹시 유유가 틀렸나요?
힘을 잃은 몸은 한쪽으로 쓰러졌고, 목에서 오는 질식감이 점점 심해졌다. 유유의 시야는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가쁘고 헛된 호흡을 할 때마다 현기증이 심해졌다.
친구는 네가 살기를 바라는 거구나? 난 이런 감정을 잘 모르거든 하지만...
그녀는 유유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망설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에 손을 대야 할지 몰랐다.
어쩌면 미래에 너를 기다리고 있는 건 고통뿐일 수도 있어. 그런데도 여전히 살고 싶어? 이런 세상에서 끊임없이 도망치면서?
저는 살아남아야 해요... 부모님을... 슬프게 할 수 없어요...
유유는 무언의 오열을 터뜨리며 한 손으로 붉을 빛을 내는 "항쇄"를 필사적으로 잡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 여성의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토록 연약하면서도 강인하다니…… 이게 바로 너의 삶의 "가치"인 건가.
인간의 작은 손이 이렇게 무력한 것이 분명한데도 그녀는 자신의 손가락에 감긴 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유유에게 가까이 대고 자장가 같은 말을 속삭였다. 동시에 그녀의 목에 있는 "항쇄"는 은은한 밝은 빛을 내 유유 "항쇄"의 눈부신 붉은빛을 없앴다.
그럼…… 그냥 살아. 우리 같이…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