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꿈의 시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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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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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서늘함을 풍겼다.

카이남이 그의 맞은편에 서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은 한쪽에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고, 그 두 눈은 어두컴컴한 탓에 기쁜지 화났는지 알 수 없었다. 창위는 카이남의 그런 눈빛을 지금껏 본 적 없었다. 마치 얼음장과 같은 눈으로 창위를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창위는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보다시피 난 널 속였어.

뭐?

내가 위험해질까 봐? 아니면 내가 탄탈-193 공중합체 성능을 통과 못했기에 날 이용해서 교역회에 들어오려고 했었나?

너한테 말해 줄 의무는 없지만...

난 상품이 될 자격이 필요했고 넌 가장 쉬운 루트였으니까.

내... 신분이...?

처음부터 내 목적은 거래될 자격을 얻는 거였어. 그 부유한 상인도 내가 너한테 접근하기 위해 고용한 배우야.

너한테 접근하는 데도 시간을 많이 들였어. 네가 미끼를 무는 걸 보면서 내 노력도 헛되지 않았다고 확신했지.

왜 하필 나였어...

오해하지 마. 넌 내 목표 리스트 중 한 명에 불과하니까.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하나만 세운 건 아니거든. 아딜레도 너도 내 장기말에 불과해.

아딜레는 내가 미리 연락한 바이어였어. 그들은 기준에 부합하는 생명체 상품이 필요했고, 난 날 상품으로 위장시킬 도구가 필요했어.

조건에 맞는 도구를 찾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였지. 리스트에 적힌 사람들을 하나하나씩 찾아가고 아딜레의 추문을 뿌리고 조건에 맞는 목표를 찾고...

그러고 보니 웃기네. 대중들이 얼마나 쉽게 여론에 휘둘리는지 넌 모를 거야.

터무니없는 소문이라도 적합한 때에 흘려주면 순식간에 퍼져나가지. 진실을 추구하는 것보다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더 믿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니까.

하지만 저번에 그 구조체는...!

넌 다른 사람을 너무 쉽게 믿어. 네가 오랫동안 알고 있었다는 그 늙은이 거지 말이야. 널 속이게 만들기 위해 돈을 얼마나 들였는지 알아?

그러니까 애초에 아딜레와도 악연이 없었던 거네...

네가 굳이 파고드니까 대충 이유를 댄 것뿐이야.

나도 고맙게 생각해. 네 "계획"이 나한테 영감을 줬거든. 그 덕분에 물 흐르듯이 빨리 목표를 이룰 수 있었어.

카이남의 갑작스러운 침묵, 이상한 질문들, 이유없이 사라지던 일들...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창위가 몸을 덜덜 떨었다.

왜... 왜 그렇게 아딜레의 상품이 되려고 했던 거야?

상품이 되어 이 배를 떠날 수만 있다면... 이 괴물을 떠날 수만 있다면...

넌 배를 떠나고 싶었던 거야?

사실 진작 알고 있었잖아?

배에서 내리면 전부 침식체라고! 물자와 여과 장치 없인 살 수 없다고!

그럼 다른 곳에서 온 상인들은 어떻게 육지에서 사는 건데!

그리고 침식체를 본 적은 있어? 직접 본 적은 있냐고? 그것도 "항쇄"가 너에게 주입한 사실에 불과하다면? 지금 네가 꿈을 꾸는 건지 아니면 현실을 보는 건지 어떻게 확신하냐고!

모, 모르겠어... 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윽... 머... 머리가 너무 아파...!

그거 알아?

어느 밤부터 과거의 내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았어... 그때부터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인지 의심하기 시작했어. 난 그 고통 속에서 계속 몸부림쳤어.

나야말로 이유를 묻고 싶어.

로봇처럼 똑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앞으로 수십 년의 생활까지 훤히 보이는 비참한 삶.

왜? 왜 다들 그런 좀비가 되려는 거야!

그... 그게 아니야...

"항쇄"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행동까지 통제할 수 없어. 하지만 배 위의 사람들은 멍청한 이 물건에 놀아나고 있는 거라고. 소용돌이만 만들어내면 다들 깊게 빠져들고 물귀신처럼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당기지.

네가 생각하는 웃기고 알량한 그 정의도...

나는...

널 포함해서 배 위에 있는 모든 사람, 모든 구조체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고 있어. 참 웃기지 않아?

다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거지. 그렇게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사는 거야. 그게 다 거짓이라고 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멍청한 화서의 꿈에 빠져... 그것을 찬양하지.

난 역겨워. 모든 사람의 운명을 가지고 노는 "화서"도, 그 허상에 빠져 추악하게 기도를 올리고 찬양을 아끼지 않는 인간들도, 다 역겹다고.

난 운명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어. "언젠가 배가 육지에 닿을 거라는" 허황된 신념을 믿으면서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난 인간의 자유 의지를 잠식하는 괴물에게서 벗어날 거야. 난 진짜 내 모습을 되찾을 거야. 진짜 세상으로 가서 자유롭게 살 거야!

카이남... 난 이런 거 깊게 생각해 본 적 없어... 하지만...

너도 결국 여기 멍청이들 중 한 명이었던 거야.

아니야!

네가 했던 말들 난 전부 진지하게 들었어. 다 기억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됐어, 결론부터 말하면 너도 다른 멍청이들과 별다를 바 없어. 등을 돌리고 멍청하게 웃기지도 않는 내일을 기대하는 거지!

카이남! 그냥 전부 말해줄 수 있었잖아!

나도 집에 가고 싶었다고. 어쩔 수 없이 배에서 살았던 거였다고. 네가 말해줬다면...

창위, 넌 여기서 사는 게 나아. 넌 즐겁게 살아가고 있었잖아. 언젠가 집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도 좋고 손만 뻗으면 만족감을 느끼는 알량한 정의감도 좋아. 난 네 꿈을 깨트리고 싶지 않아.

지금 돌아가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살 수 있어. 난 누군가 사간 거래품일 뿐이고, 네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존재일 뿐이야. 넌 나쁘지 않은 추억으로 남길 수 있어.

그럴 리가 없잖아! 이런 일들을 겪고 어떻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라고!

너에게 선택할 기회를 줬잖아. 진실과 허상 사이에서 너도 너만의 선택을 한 거야.

아니야!!

넌 처음부터 날 믿지 않았던 거야! 내가 다른 사람들과 같다고 믿으면서...

나라고 의심한 적 없는 줄 알아?

이 배에서는 무지한게 가장 끔찍한 일이잖아? 안 그래?

네 앞에서 한 번도 한 적 없는 말이었어.

창위... 넌 너무 순진해.

만약 내가 진실을 선택한다면 모든 걸 말해줄 거야?

그게 아직도 중요할까?

이것만 알아둬. 만약 네가 진실을 선택했다면 나는 오늘 너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어.

멍청하게 이상향에 빠져 산다면 그렇게 살게 해줄게. 근데 나는 다른 사람의 신분을 훔쳤다는 일을 폭로하게 둘 수 없어.

카이남은 무기를 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칼날이 차가운 빛을 내뿜었다.

그 누구도 믿지 마라. 네가 가르쳐준 거잖아.

카이남... 넌 내 신뢰를... 받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어!

만약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렇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