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꿈의 시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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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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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의 시설은 아주 심플했다. 조금 낡긴 했지만 있을만한 건 모두 있었다. 상회의 신분 증명 덕분에 여관에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창위는 일부러 평범한 방을 선택했다.

그는 침대 맡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창밖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었다. 방의 구식 TV에서 몇 세기 전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다.

이때 누군가 여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 왔어. 잔치국수랑 만두국수 포장해 왔어. 뭐 먹을래?

만두국수!

아복 아저씨는 네가 무조건 만두국수를 먹을 거라고 소스도 좀 더 챙겨주셨어. 여기.

아복 아저씨 최고! 너무 행복해!

창위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카이남이 건넨 포장 용기를 받았다.

어, 잔치국수도 좀 먹어보자.

스읍... 너무 뜨거워...

뭐가 그렇게 급해...

후루룩...

카이남, 너 이걸 어떻게 먹었어? 후아, 물 있어? 얼른 물 좀.

고추는 한 스푼밖에 안넣었는데... 자, 물.

끄어어억...

국물까지 전부 마시고 창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트림을 했다.

야, 카이남, 우리 게임 하나 할까?

무슨 게임?

음... 5초 안에 가장 간절한 소원을 말하는 거야!

난 내일이 바로 단오절이었으면 좋겠어. 그럼 아복 아저씨한테 가서 연잎밥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아복 아저씨가 만든 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거든,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야.

소원이 그거야?

응. 내일 거래가 잘 진행되게 해달라고 빌 수도 있겠지만, 내가 하는 일이니까 무조건 잘 끝날 거야.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인정! 넌 이런 일에 재능이 있어.

근거있는 자신감이라고.

그거 알아? 부자가 됐든 장사꾼이 됐든... 나쁜 사람들은 항상 운이 안 좋아.

난 배에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 마치 수로에서 헤엄치는 복어처럼 역겹고, 게다가 독으로 항상 남을 해치지. 하지만 하늘은 공평해. 나와 그들의 운명의 저울은 항상 나에게 기울거든.

계략과 운이 모두 따라주니, 승리는 나의 것이야.

난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자식들이 싫어. 착한 사람들이 그들을 벌할 수 없다면 나 같은 악이 악을 처벌해야지. 이게 바로 내가 살아남는 방식이야.

그러니까 이번 계획은 무조건 성공할 거야.

아딜레도 널 다치게 했으니까, 안 그래?

"내 친구를 다치게 하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야."

소리가 점점 낮아지고 미처 말을 끝내기 전에 카이남이 눈썹을 씰룩했다.

뭔데?

난 말했으니, 이제 네 차례야. 네 소원은 뭐야?

내 소원은...

내 소원은 내일 거래가 순조롭게 끝나는 거야.

왜 내 대사를 뺏고 그래?

아까는 내일 연잎밥을 먹고 싶다면서?

야!

불평하던 창위는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좋다. 이렇게 같이 국수를 먹어본 게 얼마 만인지. 꼭 명절 같아.

큰 전투를 치르기 전 보급품을 받는 것 같네...

퉤퉤퉤! 조용히 해! 좋은 말만 해!

신은 날 사랑하는 게 틀림없어. 내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 검사 결과가 거래 조건에 꼭 맞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넌 밖에서 백업만 해줘.

어쩔 수 없지. 난 조건에 부합하지 않았으니까.

다 잘 되게 돼있어. 걱정하지 마!

오늘 갑판은 참 북적인다. 들어봐.

가사

~이별이 떠오르고 머리카락은 흩날려.

~휘날리는 옷자락이 가엽구나.

~흔들리는 불빛에 눈물이 밤하늘을 흐리는구나...

창밖의 등불은 너무나 알록달록했다. 흔들리는 네온 빛이 건물을 넘어 여관의 벽에 드리웠다.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풍등이 갑판에서 하늘 위로 떠오른다. 창문으로 바라보면 마치 아름답고 성대한 그림자극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카이남

창위... 물어볼 게 있어. 내게 솔직하게 대답해 줘.

창위

물어봐. 물론 계좌 비밀번호 같은 거라면...

카이남

계좌에 돈이 있긴 해?

창위

풉, 왜 갑자기 아픈 곳 건드리는 거야!

됐고, 물어봐.

카이남

"장주몽접" 이라는 말 들어봤어?

창위

음... 들어본 적 있어. "장주"라는 사람이 꿈에서 나비를 봤는데 자신의 꿈에 나비가 나온 건지 나비의 꿈에 자신이 나온 건지 모른다는 그 이야기?

카이남

만약...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네가 사는 세상이 전부 가짜라면 진실을 향해 도망칠 거야?

창위

음... 그런 질문을 해도 전혀 이상한 생각이 들지가 않네.

난 지금 현재를 사는 게 제일 좋아.

넌 이 배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곤 있었지만...

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가 그렇게 중요한가? 즐겁게 살면 장땡 아니야?

이 세상이 진짜든 가짜든 나에겐 내가 느끼는 게 진실된 느낌이니까.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상, 세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어. 내가 사는 세상까지 의심한다면 어떻게 살아가겠어.

"희망"이 있으니까 살아갈 수 있는거지. 언젠가 퍼니싱이 사라지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그 "희망"이 있어야 한다고. 인생이 그런거 아니겠어?

그러고 보니 퍼니싱이라... 참 오래전 일인 것 같네.

카이남

정말 오래전 일일까?

하지만... 너다운 답이었어.

창위

나한테 묻지만 말고. 넌?

카이남은 잠시 침묵했다. 빛이 그의 얼굴을 비추었지만, 창위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적막 속에서 방안에 울려 퍼지는 오래된 영화의 소리가 더 똑똑하게 들려왔다.

상영기에서 나오는 소리

"... 그런 꿈꾼 적 있어?"

카이남

난 절대 허상에 만족하지 않을 거야.

상영기에서 나오는 소리

"넌 그걸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카이남

꿈에 빠지는 건 자살이나 다름없어. 가짜 인생은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상영기에서 나오는 소리

"꿈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현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어?"

카이남

난... "희망"이란 단어가 싫어. "희망"은 억지로 고통을 연장하게 만드는 단어니까. 난 내 힘으로 목표를 달성할 거야. 오직 그것만이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야.

상영기에서 나오는 소리

"아직도 꿈이라고?"

그렇구나...

만약... 인생을 처음부터 선택할 수 있다면...

창위는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생글생글 웃기 시작했다.

야! 너 이 자식 사실 아주 진지한 사람이었잖아.

카이남은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는 상영기 리모컨을 들었고 방안에 경쾌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쯧쯧.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지.

꼭 예전 일을 말해야 해?

왜? 내가 없는 말 했어?

창위가 베개를 던졌고, 두 소년은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꿈처럼.

창위

카이남! 이번 일만 마치면 너에 대해 말해주는 거다?

카이남

그래.

"그때부터 나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갈림길을 걷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