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꿈의 시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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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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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온 카이남은 창위가 양반다리를 한 채 침대 옆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책상 위에는 낡은 지도가 펼쳐져 있었고, 펜을 문 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창위, 왜 그래?

어, 왜 이제 왔어! 요즘 잘 안 보이고...

됐고 일단 이것부터 봐.

이건 뭐지? 배의 구조도잖아?

내가 하나하나 그린 거야!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제외하고 거의 실제와 비슷할 거야.

창위는 입에 물고 있던 연필을 들고 도면 위 "교역회"라고 적힌 곳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고 비뚤비뚤한 선을 그렸다. 선은 골목, 갑판을 가로질러 배의 변두리에 멈추었다.

이게 우리 다음 계획의 목표야.

교역회?

우리의 목표는 아딜레야.

인도자를 따라 창위와 카이남은 어두운 지하 실험실로 진입했다.

누추한 환경임에도 계속 움직이는 기계들과 알록달록한 색깔의 액체들이 든 시험관을 보니 왠지모를 압박감이 느껴졌다.

바로 저 앞이야. 지금부터는 의사랑 얘기하면 돼.

수고했어.

네가 이런 곳까지 알 줄은 몰랐어...

창위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더니 카이남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말릴 줄 알았는데.

근데 왜 아딜레야?

정의를 위해서.

그건 결코 이유가 될 수 없어.

그래, 그냥 너의 반응을 보고 싶었어. 뭔가 있었던거지?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래, 강요는 하지 않을게.

난 진지하게 아딜레를 다음 목표로 정한 거야. 미리 공부도 했어. 배에서 구조체가 될 수 있는 생명체를 상품으로 사간다고 했으니 나는 여기서 한탕 챙길 거야.

지금 날 말려도 돼.

내가 말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당연하지!

우린 파트너잖아!

창위의 눈동자에서는 소년 특유의 빛이 흘렀다. 그 눈빛은 진지하고 뜨거웠다.

카이남은 그 속에서 자신의 선명한 실루엣을 보고 잠시 침묵했다. 잠시 후 귓가의 긴 머리카락을 넘기고 옷깃을 낮추자 목에 끔찍한 흉터가 드러났다.

"항쇄"로 가려져 있었지만 붉은색 흉터는 여전히 선명했다. 흉터는 카이남의 피부에서 이리저리 뻗어나가고 있었다.

나도 아딜레와 인연이 있었어.

……!?

카이남은 옷깃을 올리며 끔찍한 흉터를 다시 가렸다.

널 말리지 않을 거야.

확인할 게 있어. 어디서 들은 소식이야? 믿을 수 있는 거 맞아?

그들의 악명은 이미 암시장에 쫙 퍼졌어. 돈만 쓰면 최신 동향을 알 수 있지.

그 정도 세력을 속이고 일을 꾸민다라...

내 계획은, 내가 아딜레에게 줄 상품으로 위장한 뒤 아딜레가 구매하면 도망쳐서 허탕을 치게 만드는 거야.

어쨌든 나만 믿어.

아딜레가 원하는 건 구조체로 개조된 상품이야. 네가 조건에 부합하긴 해? 가짜 정보를 흘리려는 거야?

누군가를 속이려면 각 단계마다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만드는 거지. 그럼 계획자는 물 흐르듯 자기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이런 걸 왜 나한테 알려주는 거야? 사기학개론 세 번째 수업이야?

아니, 세 번째 수업 내용은 이거야. 낯선 사람은 믿으면 안 되지만 네 동료는 무조건적으로 믿어야 한다.

내가 아는 곳이 있어. 구조체로 개조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곳이야.

암시장에선 돈만 주면 해주는 의사들이 꽤 많지. 내가 연락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럼 넌...

가자.

어?

빠지겠다고는 안 했는데.

이제 나에 대한 일을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 응!

듣고 있어? 창위?

뭐? 방금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참나, 이번엔 내 말 제대로 들어.

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항쇄"를 착용하고 있어.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항쇄는 두 가지 작용이 있어. 하나는 원격으로 우릴 통제할 수 있지만 직접 통제는 불가능해. "항쇄"에 들어있는 두 가지 기본 명령 코드를 통해 우리가 배를 떠날 수 없게 만들고 배를 파괴할 수 없게 만드는 거지.

두 번째는 식별 번호 역할이야. "항쇄"에는 배에 있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 구조체, 로봇들의 정보가 들어있어.

창위는 목에 달린 "항쇄"를 만지작거렸다.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 물건의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기억이 생겼을 때부터 그는 배에서 지금처럼 지내왔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3개월? 1년? 아니면 3년?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모든 게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모든 인간의 식별 번호에는 정보가 들어있어. 그중에는 탄탈-193 공중합체와의 상성도 포함되지.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이 표준을 달성해야만 구조체로 개조될 수 있어.

이 배에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이 표준을 달성했지만 구룡파의 손에 들어가지 않은 "공식 상품"이 있다면...

이게 바로 아딜레가 원하는 상품이야. 우리가 손에 넣어야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일단 우리가 상품이 될 자질이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는 거네...

맞아, 우리가 "상품"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면 아주 쉬워질 거야. 만약 우리에게 상품이 될 자질이 없다고 해도 여기서 우리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어.

그런데 너는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이 배에서는 무지함이 가장 끔찍한 일이잖아? 안 그래?

너냐?

의사의 등장에 두 사람은 대화를 중단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의사는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밖에 드러난 두 눈은 창위를 계속 훑어보고 있었다.

따라와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 두 사람의 테스트는 동시에 진행될 거야. 가봐. 나도 곧 시작해야 해.

조금 있다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