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침묵의 계시록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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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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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의 망설임 끝에 인간은 네티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그전까지는 네티아의 구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인간은 그녀와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직접 보고 나서야 생각을 바꾸었다.

네티아가 말한 견해가 옳을지도 모른다. 삼계의 법률을 전복하고 대륙을 새롭게 만드는 것만이 이 땅의 모든 고난을 진정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대답을 들은 네티아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떠올랐다.

당연하지. 이 모든 건 너의 뜻대로...

나의 "피의 맹세자"여.

수백 개의 하얀 뼈 가시가 검은 날개에서 갑자기 솟아 나오더니, 뒤틀린 "우리"를 만들어 폐허가 된 정원 속 인간과 천사들을 모두 그 안에 가두었다.

그런 뒤, 네티아가 양손을 뻗어 뼈 가시로 그들의 몸을 부드럽게 "떠올렸다".

네티아에 의해 공중에 띄워진 이들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었지만, 동공에는 이미 영혼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운 세계의 왕"의 손안에서 인형이 되어버렸다.

그레이 레이븐이여, 저들과 피의 맹세를 맺어 "동지"로 만들어줘.

하얗고 가는 손가락이 인간의 가슴을 어루만졌는데, 그 가슴 속의 심장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더 이상 예전에 익숙했던 박동은 느낄 수 없었다.

이 새로운 세계의 시작은 네 손으로 열어야 해.

오직 너만이 이 무거운 왕관을 쓸 자격이 있으니까.

네티아는 인간의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이며, 심연으로 유혹했다.

미세하고 희미한 위화감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일었다.

난 항상 용맹한 영혼들이 사랑하는 이 땅을 떠난 적이 없다고 믿어왔어.

그들은 험준한 바위, 바람, 그들이 사랑하는 모든 것이 되어서... 인간의 자손들을 대대로 지켜보며, 역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지.

난 이미 너와 다른 "기사" 셋과 함께 성당에 맞서기로 계약했어. 실패하면 너희들의 껍데기를 삼킨 뒤, 다음 30년을 기다릴 거야. 언제나 다음 30년은 있을 거잖아.

봐, 바로 이런 거야. 영생이란 끝없는 형벌이라고.

반즈

네가 인정하기 두렵다면 내가 진실을 알려줄게. 인간이란 종족은 두려움 때문에 영원한 고난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아.

누군가는 어떤 절망 속에서도 선의를 품고 미래를 꿈꿔.

하지만 그 말은 이제부터 제 인생까지 짊어지시겠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지금보다 수백 배... 아니, 수천, 수만 배 더 멋진 경험을 제게 보여주셔야 해요.

하지 못하시겠다면, 제 뱃속의 양분이 되어주세요. 피의 맹세자님.

흐릿한 의식 속에서 인간의 귓가에 누군가 했던 말들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 기억마저도 빠르게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어쩌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왜 그래? 피의 맹세자. 걱정되는 일이라도 있어?

인간이 고개를 들어보니 옆에 있던 네티아가 자신을 향해 살짝 미소 짓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방아쇠만 당기면... 세계는 곧 새롭게 변할 거야.

익숙하면서도 낯선 철창이 어느새 손바닥 안에 쥐어져 있었고, 네티아는 방아쇠를 당기도록 인간의 검지를 이끌고 있었다.

가벼운 "탕" 소리가 난 뒤에는... 모든 것이 더 나아져 있을 거야.

대가? 대가 따위는 신경 쓸 것 없어.

그건 소원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희생일 뿐이니까.

인간이 결론을 내린 순간, 마음에는 더 이상 망설임은 없었다.

그녀는 귓가의 지시에 따라 단호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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