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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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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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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희미한 새벽빛 속에서 셋은 마을을 떠나 심판정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베아트리체 덕분인지 심판정으로 향하는 여정은 의외로 무겁지 않게 느껴졌다. 그녀는 마차 뒷자리에 앉아, 길에서 보이는 모든 것에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선생님, 저기 좀 보세요! 저 언덕을 넘으니까 저렇게 너른 평원이 나와요!

책에서 본 게 다 진짜였네요. 이 세계는 사실 엄청 넓은데, 우리가 사는 곳만 아주 작았던 거예요...

흥분이 가라앉자, 베아트리체의 목소리도 점차 낮아졌다.

이 풍경을... 학교 친구들도 다 같이 봤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그때, 하얗고 부드러운 손 하나가 소녀의 등에 살며시 얹히더니, 더 먼 곳을 보라는 듯 손짓했다.

눈앞에는 끝없이 이어진 순백의 수선화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어째서?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순수해서 꿈만 같은 곳이 존재할 수 있지?"

소녀의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 채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나지막이 들려오는 다른 목소리가 그 의문을 잠재웠다.

수선화 평원, 백화의 들판... 사람들은 이곳을 여러 이름으로 불렀지.

어릴 적, 엄마가 자주 들려주시던 전설이 하나 있어. 선한 사람은 죽으면 영혼이 수선화 평원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고 하셨어.

그곳은 마치 꿈처럼 늘 따뜻한 봄이 머물고, 슬픔이나, 고통, 죽음 같은 건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셨지.

나도 그 전설을 굳게 믿었지... 그때까진 말이야.

하지만 다음 말은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고, 베아트리체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그때가 언제인데요? 선생님?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중요한 얘기는 아니니까...

네티아는 옅은 미소와 함께 간절한 부탁이 담긴 눈빛으로 고삐를 쥔 인간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이내 그 뜻을 알아차렸다.

고마워.

마차가 멈추자, 둘은 마차에서 내렸다. 네티아는 소녀의 손을 잡고 천천히 꽃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새하얀 꽃잎이 맑은 하늘 아래 눈처럼 흩날렸고, 보라색 머리의 소녀는 그 찬란한 풍경 속에서 꽃 한 송이를 꺾었다.

소녀는 손안에 활짝 핀 새하얀 꽃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다.

선생님... 좋은 생각이 났어요!

수선화로 화환을 만들면, 이 꽃들을 다 가져갈 수 있잖아요!

소녀는 꽃을 든 손으로 네티아의 가슴팍에 화환의 모양을 그려 보였다.

소녀는 이 꽃바다가 선생님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네티아에게 오래도록 남을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하면 마차에 다시 탔을 때도, 이 화환을 보면서 이 꽃밭을 떠올릴 수 있을 거예요.

좋아.

그럼, 같이 화환을 만들어 볼까?

네티아는 몸을 숙여 아이와 시선을 맞춘 뒤, 끝없이 펼쳐진 꽃바다 속에서 "행운의 " 수선화 몇 송이를 고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자신을 향하는 인간의 시선이 느껴지자, 소녀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레이 레이븐, 같이 할래?

괜찮아. 시간은 아직 충분해. 길에서 잠시 머문다고 심판정이 알 리는 없잖아?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들판 한가운데, 긴 머리의 악마가 미소 짓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인지, 그 모습은 강철 군단의 총사령관인 인간에게조차 "성스러움"을 느끼게 했다.

그녀는 순간 기묘한 느낌에 휩싸였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는 것만 같았고, 이 초대에 응해야만 할 것 같았다.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마치 책임감에 이끌린 듯 망설임 없이 그 초대를 받아들였다.

인간은 꽃을 건네받아 줄기를 다듬은 뒤 화환에 엮었고

이어서 또 한 꽃송이를 엮었다.

<i>한 송이씩, 한 바퀴씩. 인간과 악마는 침묵 속에서 하얀 화환을 함께 엮어갔다.</i>

<i>누가 보아도 기적이라 할 만한 광경이었지만, 그 순간은 더없이 평온하게 흘러갔다.</i>

<i>둘은 잠시 서로에 대한 의심과 경계를 내려놓고, 오직 한 소녀의 바람을 이루기 위해 말없이 힘을 합쳤다.</i>

마지막 한 송이... 됐어요, 완성했어요!

소녀는 완성된 화환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네티아의 머리에 씌워주기 위해 까치발을 하고 섰다.

네티아가 다정히 허리를 숙여주자, 향긋한 꽃내음과 함께 부드러운 화환이 머리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정말 예뻐요!

오빠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

네티아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한 화환을 붙잡고, 넋이 나간 듯 인간을 바라보았다.

악마란 본디 사악하고, 인간성을 이해하지 못하며, 인간의 영혼과 욕망을 양식으로 삼는 존재이다.

하지만 기대와 수줍음이 뒤섞인 네티아의 얼굴에서는, 세간에서 말하는 그런 형용사를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인간은 순간 목이 메었지만, 애써 대답할 말을 쥐어짜 냈다.

그렇죠! 제가 얼마나 열심히 만들었는데요!

선생님 건 다 됐고, 다음은 오빠언니것도 만들어야지...

베아트리체가 다시 허리를 숙여 수선화에 손을 뻗으려던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 한 발이 그녀의 목을 꿰뚫었다.

작고 여린 몸이 소리 없이 쓰러졌고, 순백의 들판은 붉은 피로 물들었다.

남은 둘은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 들판 저편, 장창과 쇠스랑을 든 무리가 검은 벌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옷차림과 얼굴은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봐라! 저놈들이야! 우리 한파엘 영주님의 원수!

그렇다. 불과 어제 얼굴을 마주했던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네티아는 이 모든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자신이 이 마을에 온 지 몇 달 만에 발각된 이유를 바로 깨달았다.

인간이 무기를 꺼내기도 전에, 네티아는 이미 앞으로 뛰쳐나가 화살을 쏜 광신자의 몸을 찢어 갈랐다.

너희들... 대체 왜?

왜 이 아이를 건드린 거지?!

네티아의 몸에서 섬뜩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보랏빛 기운이 뜨거운 피와 함께 흩뿌려지며, 그녀는 마침내 "악마"의 본모습을 드러냈다.

네놈들을 전부 죽여 버리겠어!!!

방금 전까지 네티아의 손을 묶고 있던 "구마의 사슬"이 쇳가루가 되어 부서져 흩어졌다. 그리고 허공에서는 사람 키만 한 거대한 낫이 나타나 모두의 머리 위로 솟아올랐다.

사실 네티아는 처음부터 이 구속을 쉽게 풀 수 있었던 것이다.

절대 용서 못 해. 지옥에 가서라도, 네놈들의 영혼을 영원히, 끝없이 사냥해 주마!

으아아악!!

무쇠 낫이 거칠게 휘둘러지자, 또다시 몇 구의 시체가 산산이 찢겨 나갔다. 머리는 잘 익은 토마토처럼 터져버렸고, 바닥은 순식간에 붉은 즙으로 흥건해졌다.

이 삼계 어디에도, 네놈들이 편히 잠들 곳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광신자 몇 명의 숨통을 끊은 그녀는 낫을 거두었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들어 올리며 다음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네놈들은 살아갈 가치가 없어.

너희들은 악마에게 신앙을 바치고, 양심과 이성까지 함께 묻어버렸지. 그 멍청한 새대가리를 위해 이런 죄를 저지르다니...

너희 모두 공범이니, 내가 친히 지옥으로 보내주마.

인간은 곧 베아트리체가 광신자들의 진짜 표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성을 잃은 네티아를 되돌리기 위해, 인간은 격렬한 파도 속으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그녀를 뒤쫓았다.

광신자들의 행동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네티아를 도발하려고 일부러 이런 악행을 저지른 모습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희생양으로 내몰린 듯했다.

쾅! 등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변화를 감지한 순간, 전장에서 단련된 본능이 인간의 몸을 지배했다. 인간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미지의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었다.

반갑군, 강철 군단의 총사령관.

하얀 새 부리 가면이 햇빛 아래 불길한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꽃바다 한가운데에서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그의 존재는 극도로 이질적이었다.

말하자면 길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다. 미안하지만, 우리의 위대한 소원을 위해, 어서 죽어주겠나?

!

쏟아지는 핏빛 비에 흠뻑 젖은 채, 네티아는 등 뒤에서 들려온 끔찍한 소리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네티아는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겹겹이 쌓인 시체 너머로, 또다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레이 레이븐은 쓰러져 있었고, 이 모든 비극의 원흉이 바로 눈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결국 내가 해냈어. 네티아, 난 지옥에 내 충성을 증명했고, 네가 내게 씌웠던 누명도 벗었다.

한파엘은 그레이 레이븐의 몸에서 서서히 칼을 뽑아내고는, 칼날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냈다.

몇백 년 만인가? 그날 네가 주점에서 함정을 파서 날 영지 밖으로 쫓아낸 날부터, 네가 이렇게 망가지는 모습을 하루도 빠짐없이 기대해 왔다.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이 모든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지금 네 얼굴에 떠오른 그 표정을 보니, 속이 다 시원하구나, 하하하하!

...

한파엘의 말을 듣고서야, 네티아는 자신의 손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음을 문득 깨달았다.

자신의 얼굴이 어떤 표정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 비통함이 극에 달해 이미 감각이 마비된 상태일 것이다.

눈앞에서 벌어진 이 모든 일은... 내가 "악마"가 되기로 한 선택이 불러온 최후인 걸까?

베아트리체, 그레이 레이븐... 그들이 내 선택의 대가가 된 건가?

그녀의 넋 나간 독백은 한파엘의 광적인 웃음을 불러일으켰다.

하하,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내가 아는 건, 악마들 사이에는 서로 죽고 죽이는 결말만이 어울린다는 것뿐이다.

이번 판에서는 너 자신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에 패배한 거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그뿐이다.

바로 그때, 하늘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짙은 어둠이 순식간에 하늘 전체를 빈틈없이 뒤덮었다.

네티아가 고개를 들자, 찬란한 빛줄기가 솟아올라, 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처럼 천공을 갈랐다.

유성이 떨어지는 저편에서 웅장한 대전이 산산이 부서져, 반짝이는 별 무리처럼 대지 위로 끊임없이 흩뿌려졌다.

이 대륙의 또 다른 먼 곳에서,

강철 군단의 부총사령관인 오슬란이 인간을 배신하고

죽음의 군주와 손잡아, 성환 요새 내의 최종 병기를 가동한 것이었다.

그날 이후, 삼대 율법이 무너져 내렸고, 세상에서 밤은 영원히 사라졌다.

이 분쟁 속에서, 지옥의 "카론"은 전사했고,

추기경은 육중한 "고치" 안에서 스러졌으며,

"맘몬"은 끝없는 환상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들판에는 죽음 같은 정적만이 감돌았지만, 네티아의 귓가에는 환청처럼 수많은 이들의 함성과 환호가 울려 퍼졌다. 저 유성이 얼마나 많은 희망과 기대를 싣고, 뜨거운 시선 속에서 하늘로 솟아올랐는지 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서서, 그저 모든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칠흑 같은 어둠 아래,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 아케론 강의 품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에 쥔 낫을 움켜쥐었다. 아직 굳지 않은 피가 낫자루를 타고 흘러내려 꽃밭으로 떨어졌다.

수십 초 뒤, 잿빛 변방 전체의 희망을 품었던 유성이 땅에 떨어져, 밤하늘의 불꽃처럼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파엘... 이제 알겠어.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건, 전부 죽음의 군주가 이 "결말"을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야.

네티아는 입술을 깨물고, 눈앞에서 정신없이 벌어진 이 모든 상황에 대한 해답을 억지로 찾아냈다.

아니, 네티아. 너나 나나 죽음의 군주의 뜻을 헤아릴 자격은 없어. 그저 내가 너보다 한발 앞서, 그분의 길에 걸림돌이 될 만한 것들을 치웠을 뿐이야.

추기경을 죽이는 일이라니, 이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거대한 계획이다. 어찌 우리 같은 자가 알 수 있겠나?

악마는 피 묻은 칼날을 다시 들어 올려, 수선화 평원에 서 있는 소녀를 향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가는 열차에, 네가 있을 자리는 없어.

네티아, 너는 새로운 시대의 여명이 밝기 전에 잠들어야만 해.

네티아

...

하지만 네티아는 고개를 든 채, 말없이 하늘에서 천천히 떨어지는 빛줄기를 응시했다.

그녀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 모든 "대가"의 마침표는, 자신이 직접 찍어야만 했다.

귓가에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기묘한 향기가 피어올라 공기 중에 가득하던 피비린내를 덮었다.

차가워진 몸 위로,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뺨을 스치는 감각이 전해졌다. 달콤한 죽음의 기운이 퍼져나가고, 부서진 육신은 돌이킬 수 없이 아케론 강으로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영혼은 억지로 눈꺼풀을 들어 올려, 이 세상의 마지막 광경을 눈으로 담으려 했다.

눈을 뜬 인간은 자신이 악마 소녀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끝없는 슬픔이 담겨 있었다.

상처가 너무 깊어.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까.

이건 내가 불러온 업보야. 그러니, 너랑 같이 이 고통을 감당할게.

필사적으로 힘을 짜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온몸이 거대한 바위에 짓눌린 듯, 몸이 따르지 않았다.

제발... 가만히 있어.

미안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적어도 네 고통을 줄여주고 싶어...

그것을 깨닫는 순간, 마음속에서는 오히려 또 다른 선명한 의지가 불타올랐다.

인간은 마지막 남은 의지까지 끌어모아, 꺼져가는 숨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

아...

네티아는 울음을 삼키는 듯, 간신히 말을 이었다.

그레이 레이븐, 안돼. 제발, 간청할게.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 검붉게 벌어진 상처 위로 툭 떨어졌다.

이제야 알겠어. 이 세계가 절대 잃어서는 안 되는 건, 너 같은 "인간"이라는 걸...

난 이 세계가 끔찍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네가 있어서, 너 같은 사람이 있어서... 어쩌면 널 따라 하면 나도 "좋은 이"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널 따라 하려 했고, "영웅"이 되려 했고, 대가 없이 "헌신"하려 했어... 하지만 난 끝내 진짜 네가 될 수 없었어.

하지만 내 서투른 모방 때문에, 너와 베아트리체가 이 참극의 대가가 되어버렸지...

네티아는 팔을 거두어 인간을 품에 꼭 껴안았다.

제발 떠나지 마. 이 세계에는 너 같은 사람이 있어야만, 얼마 남지 않은 정의라도 지켜낼 수 있어...

예상치 못한 한마디에, 소녀의 동작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어째서 날 택한 거야?

네티아는 인간의 손을 힘껏 움켜쥐고, 절규하듯 물었다.

그레이 레이븐, 이 대륙엔 널 믿고 따르는 이들이 이렇게나 많고, 너를 위해서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 이들도 수도 없이 많은데...

왜 "심장"을 나 같은, 그것도 몇 번밖에 못 본 악마에게 주는 거야?

그래서 앞으로의 운명을 모두 내가 감당하라는 거야?

참 잔인한 대답이네.

소녀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숙여 인간의 미간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좋아, 그레이 레이븐... 네 "심장"을 받고, 네 운명을 짊어질게.

<color=#ffffffff><size=50><i>너의 발자취를 따라가고...</i></size></color>

<color=#ffffffff><size=50><i>너의 상처를 어루만지며...</i></size></color>

<color=#ffffffff><size=50><i>너의 전설을 지켜볼게...</i></size></color>

하지만... 너도 내 삶에서 등을 돌리지 마.

부드러운 손가락이 인간의 얼굴을 스치고, 살며시 눈을 덮어주었다.

설령 망각의 강이 끝없이 길고, 그 바닥에 잠든 돌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해도...

나는 반드시 널, 망자의 저편에서 다시 데려올 거야. 어떤 방식이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시간이 끝나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