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침묵의 계시록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내 명을 따르라

>

무귀성 전체가 격렬히 흔들렸다. 용광로의 불길이 솟구치고, 금빛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총탄이 교차하며 쏟아지자, 이곳은 거대한 빛의 투기장으로 변모했다.

거센 폭발음 속에서 맘몬은 월산을 움켜쥔 채 뒤로 몸을 날렸다. 날카로운 우산 끝이 바닥을 갈라 깊은 흠집을 내며, 마치 기다란 못처럼 땅에 꽂히려 했다.

좋아요. 그레이 레이븐 님! 이 정도의 힘을 가진 자여야, 제 전부를 걸 만한 가치가 있죠!

"맘몬"이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크게 웃더니, 천천히 허리를 펴고 일어섰다. 인간은 허리춤의 주머니에서 비수를 꺼내 손바닥을 깊게 그었다.

그 계약 따위로 저를 명령할 생각 마세요!

은발의 맘몬은 가슴을 스스로 할퀴어 선혈을 쏟아냈다. 엄청난 피를 희생삼아, 그의 명령을 강제로 상쇄한 것이다.

피와 함께 흘러나온 것은 맘몬의 몸속에 있던 막대한 마력이었다. 이제 그녀는 최후의 결전에 온 몸을 던졌다.

하하하... 잘하셨어요! 당신은 당신이 가진 규칙을 행사했고, 저도 제가 가진 카드를 버렸어요!

그녀는 무심하게 손끝의 피를 툭 털어내고는, 아무렇지 않게 월산을 다시 휘둘렀다.

그런데, 혼자 힘으로 어떻게 그 환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죠?

초대 맘몬이 설계한 그곳은, 끝도 없고 종말도 없는 테라리움일 텐데요…

맘몬의 질문은 여전히 치밀하고 냉정했지만, 그 속에 담긴 날카로움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 님, 그 안에서 무엇을 찾으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인간이 방아쇠를 당기자, 복잡한 주문이 새겨진 거대한 혈탄이 "맘몬"을 향해 또 한 발 날아갔다. 맘몬은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내밀어 그것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선 모양으로 날아든 혈탄이 맘몬의 손목을 그대로 관통해 살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충격으로 그녀의 손바닥 한가운데에 붉은 "눈" 모양의 상처가 깊게 새겨졌다.

큭!

혈탄 속에는 맹세자의 피뿐 아니라, 맘몬의 결정체도 들어 있었다.

이... 이건 "전 맘몬"이 잃어버린 결정체잖아요!

그제야 맘몬은 인간의 확신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회색 망토를 걸친 맹세자가 앞으로 나서며, 피가 흐르는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곧이어 "진정한" 명령의 주문이 다시 읊어지기 시작했다.

In nomine meo placet parere 내 이름으로 명하노니, 내 명을 따르라.

"맘몬"은 이미 너무 많은 마력을 소모해, 그 숭고한 명령에 더는 저항할 수 없었다.

Praestare mandata mea et servum meum 내 명을 행하고, 나를 신성하게 받들어라.

맘몬은 손바닥을 움켜쥔 채, 명령의 굴레 속에서 소리 없는 분노를 토해냈다. 영혼이 다시금 육체에서 찢겨 나가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Et clavem ad Mamen apparet hic 맘몬의 열쇠여, 모습을 드러내라!

눈부시게 빛나는 금화 하나가 맘몬의 가슴에서 강제로 찢겨 나왔다. 명령의 힘에 끌려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어진 채 위로 들어 올려졌다.

"맘몬의 열쇠"는 몇 가닥의 핏줄기로만 몸과 이어져 있었다. 황금의 왕에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녀에겐, 단 하나의 결정체조차 마력의 균형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인간은 손을 뻗어 마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열쇠를 움켜쥐었다. 처음 그녀의 영혼을 거머쥐었던 순간처럼, 단단히 붙잡았다.

그러지 마세요, 그레이 레이븐 님! 당신은 맘몬의 열쇠가 지닌 힘을 모르잖아요!

맘몬이 포효했다.

열쇠를 절대 파괴해서는 안 돼요! 이 힘은 선별을 통과한 자만이 다룰 수 있고, 이 율법 또한 자격을 갖춘 자만이...

하지만 눈앞의 인간은 맘몬의 말에도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쾅.

인간이 힘껏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금화 표면이 갈라지며, 눈부신 금빛 파편이 인간의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릴리스는 겹겹이 쌓인 수백 층의 회랑을 뚫고, 맨 아래층의 왕좌로 떨어졌다.

릴리스의 손에 쥐여 있던 월산은 황금 율법과 함께 사라졌으며, 순금으로 된 왕좌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 그 아래 깔려 있던 금화들은 빛의 비로 녹아내리더니, 흩어지는 마력과 함께 하늘로 증발했다.

율법의 속박에서 풀려난 금화들은 잿빛 변방의 구석구석으로 흩어져,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갔다.

"맘몬"에서 악마의 몸으로 돌아온 릴리스는, 점차 녹아내리는 금빛 산 위에 쓰러진 채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녀의 몸속에 남아 있던 황금 문양이 토해지듯 밖으로 흘러나왔다.

끝없는 굶주림이 또다시 엄습했다. 식욕은 정신을 집어삼키며, 패배와 후회를 돌아볼 여유조차 빼앗아 갔다.

그 순간, 익숙한 온기가 릴리스의 가슴께에 닿았다.

그레이 레이븐.

피의 맹세의 힘이 릴리스의 가슴에 난 상처를 빠르게 치유하며, 그녀의 굶주림과 갈증을 채워 주었다.

뭘 하시는 거죠?

릴리스는 이 인간이 왜 끝까지 자신을 따라와 다시 새로운 인연의 족쇄를 묶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모든 관계가 결국 등가 교환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릴리스가 지금껏 배워온 규칙과는 맞지 않았다.

이미 그들 사이는 너무 깊게 얽혀 있었고, 단순한 피의 맹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유가 자리하고 있었다.

...

릴리스는 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감정을 쏟아낼 구멍조차 찾지 못했다.

하지만 릴리스는 자신이 오랜 "기근"에서 해방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긴 세월 동안 그녀의 삶을 휘몰아치던 폭설은 마지막 눈송이를 남기고 잦아들었다.

눈밭 위를 한 바퀴 돌아, 릴리스는 마침내 과거에서 이어져 온 발자국을 따라잡았다.

릴리스는 지금도 럭키 38 유흥 도시를 떠났던 그날이 크리스마스이브인 걸 기억하고 있다.

오랫동안 숨어 있다가 치안관들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빈 화물 상자에서 몸을 내밀어, 높은 벽에 몸을 바짝 붙이고는 성을 빠져나갈 길을 찾았다.

지고천은 모든 가정에 축복과 평화를 고르게 내렸지만, 어린 릴리스는 그 축복에서 빗겨나 있었다.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귀가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

거센 눈보라를 헤치고… 썰매에 몸을 실은 채… 끝없는 들판을 달렸다…

웃음소리와 함께… 맑은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직 문 닫지 않은 잡화점에서 축음기 소리가 들린다. 희미한 불빛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눈 속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었던 그녀에겐, 몸을 녹일 곳이 필요했다.

수배 전단이 아직 도시 전역에 퍼지지 않았을 거라 판단한 엘리너는 목숨을 걸고 스테인드글라스가 박힌 가게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실례합니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초인종이 흔들리면서 맑고 경쾌한 소리를 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찾으시나요?

카운터 뒤쪽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달려 나왔다.

부모님이 잠시 자리를 비워서, 지금은 저 혼자 가게를 보고 있어요.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

그 순간, 엘리너의 머릿속에 수많은 위험한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눈앞의 상대는 아직 어린아이였고, 엘리너보다 한참이나 어려 보였다. 힘으로 밀어붙인다면 저항조차 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계산대 안에는 다음 마을까지 갈 만한 돈이 있을 것이었다. 어른들이 눈치채기 전에 도망가면 될 것 같았다.

오늘 밤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려서 엘리너의 발자국을 완전히 덮일 것이고, 누군가 이곳에 도착할 때쯤이면, 모든 게 눈 속에 묻혀 사라지고 없을 터였다.

엘리너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가위로 향했다. 길고 날카로운 날은 흉기로 쓰기에도 모자람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치맛자락으로 몸짓을 가리며 조용히, 그러나 은밀하게 가위가 놓인 계산대로 다가갔다.

아... 뭘 좀 찾아보려고 하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너의 손바닥에 뜨거운 무언가가 불쑥 쥐어졌다.

달콤하고 진한 쿠키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그 향에 엘리너의 위장은 생존 본능처럼 거세게 반응했다.

그제야 엘리너는 자신이 밤새도록 눈밭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선물이에요! 헤헤,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 되세요.

파란 머리의 아이가 웃으며, 엘리너의 손을 잡아 자기 곁으로 끌어당겼다.

온몸에 눈이 잔뜩 묻은 걸 보니, 꽤 오래 걸어서 왔나봐요. 많이 배고프죠?

크리스마스이브를 굶으면서 보내면 되나요?

그날의 버터 쿠키 맛은 이미 오래전에 잊혀졌지만, 아이의 미소만큼은 세월이 흘러도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 여자아이의 부드러운 웃음소리, 그리고 따뜻한 체온…

반대로 눈의 차가움과 긴 밤의 시간은, 기억 속에서 희미하게 사라지고 없었다.

기억의 끝에서, 엘리너는 여자아이의 여린 손을 꼭 쥐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여전히 따뜻한 손이 자신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었다.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온기를 받아들였다.

...좋아요.

은발의 기사는 쏟아지는 빛의 빗속에서 일어나, 자신을 향해 내밀어진 손을 굳게 잡았다.

릴리스는 마침내 자신의 마음속 허기와 갈증을 진정으로 채워줄 수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당신도 이제부터 제 인생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는… 지금보다 수백 배, 아니 수천, 수만 배는 더 멋진 경험을 제게 보여주셔야 해요.

릴리스는 손허리뼈가 느껴질 만큼 인간의 손을 꼭 움켜쥐며, 난생처음 느껴본 "충만함"을 만끽했다.

그러지 못하시겠다면, 제 뱃속의 양분이 되어주세요. 피의 맹세자님.

아니요.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두 제 것이에요.

처음부터 말했잖아요. 승자는 모든 걸 차지하고, 패자는 모든 걸 잃는다고…

저는 온전히 "소유"할 수 있는 걸 원해요.

붉은 실이 가슴에서 폭발하듯 퍼져나가며, 두 존재의 혈관 깊숙한 곳에 다시 한번 맹세를 새겼다.

인간은 손잡이를 힘껏 움켜쥔 채, 릴리스의 가슴에서 새로이 재탄생한 월산을 뽑아냈다. 날 끝에서 눈 부신 빛이 날카롭게 반사되었다.

아파요! 그래도... 이렇게 더 느끼게 해주세요!

악마는 웃음을 터뜨리며, 이 통증이 자신의 욕망을 채워주고 있음에 감사했다.

오라!

멈추지 마세요. 느끼게 해주세요. 기억하게 해주세요!

제가 온전히 새로운 모습이 될 때까지요!

기사는 다시 권능을 움켜쥐고, 욕망이 포효하는 대로 폭풍이 도시를 휘몰아치게 했다.

기사는 더 이상 갈증을 억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욕망을 연료 삼아, 자신의 길을 비추는 등불로 만들었다.

기근의 이름으로.

세상을 알지 못하던 시절, 릴리스는 피와 죄악으로 물든 요람에서 태어났다.

걸음을 배우던 순간부터 운명은 그녀를 끊임없이 조종하며, 욕망만을 좇게 만들었다.

라파엘의 말처럼, 릴리스는 거짓말로 피와 살을 뜯어내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눈이 그친 뒤 갈림길에 선 릴리스는 그 모든 것이 그저 자신을 가둔 짐승의 발버둥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욕망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었다.

제가 원하는 건, 제 모든 욕망을 담아낼 수 있는 세계예요.

성당이여, 저는 당신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겠어요.

욕망을 충만한 모습으로 다시 빚어낸 그녀는, 황폐한 보물산 속에서 또다시 태어났다.

왜 우리만 늘 희생양이 되어야 하죠? 왜 당신들은 뒤에서만 조종하며, 한 번도 직접 판에 뛰어든 적이 없는 거죠?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깨달았어요. 당신들은 애초에 승부를 감당할 용기조차 없었던 거예요.

이제, 당신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선사해 드리죠.

…그 누구도 이 도박판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

무너진 왕좌 위에 선 두 사람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다. 목을 죄던 병목은 깨져 사라졌고, 햇살은 성안 구석구석을 비추며, 이번 여정의 종착지인 지고천을 비추고 있었다.

멀리 내다보니, 돔 꼭대기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세상의 고통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대전이 보였다.

릴리스는 이 모든 것에 도전할 것이다. 철칙을 부수고, 잿빛 변방 전체를 그녀의 발아래 굴복시킬 것이다.

인생은 결코 입과 배를 채우는 욕구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가자. 이 갈증을 원동력 삼아."

"가자, 성당으로, 지고천으로!"

황금빛 비가 여전히 온 대륙을 덮고 있었다.

월산을 펼친 릴리스는, 발아래의 이 도시를 새로운 야망의 거점으로 삼기로 했다.

이제 어디서부터 새로운 판을 열어볼까요, 피의 맹세자님?

<i>내가 너의 손에서 모든 빵과 포도주를 빼앗겠다. 그리고 더는 너의 자비와 시혜에 구걸하지 않을 것이다.</i>

<i>예언과 기도의 유혹 또한 따르지 않겠다. 나의 귀착점이 바퀴에 묶이는 것은 원치 않는다.</i>

<i>대지에서 빼앗긴 것은 반드시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i>

<i>내가 곧 운명이자, 심판이다.</i>

황금빛의 크리스털 샹들리에, 유선형 카드 테이블, 그리고 거대한 전면 통유리창.

"성당 카드 테이블"의 내부는 천재지변과 황폐로 가득한 대륙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만큼 호화로웠다. 그 때문에 안에 서서 창밖을 내다보면, 이곳이 마치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했다.

라파엘 부인이 유리잔을 들어 긴 테이블 맞은편에 앉은 이와 멀리서 건배했다.

우리 거래의 성공을 미리 축하하면서... "지고천"을 위하여 건배.

??

사양하지.

대국자의 시선은 통유리창 너머 빽빽한 건물들을 훑고, 실내의 금빛 장식들을 스쳐 지나, 테이블 위에 놓인 금화에 닿았다.

이 금화는 전설 속 "맘몬의 열쇠"와 똑같이 생겼다. 무귀성의 금고를 여는 열쇠라 알려졌으나, 마지막 비밀 암호가 없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문을 여는 열쇠로서는 무용지물이나, 판돈으로는 뜻밖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네가 무귀성에서 어떻게 보험을 들었는지, 어디 출신인지는 캐낼 생각도 없고 관심도 없어.

하지만 왜 성당의 편을 든 건지, 그리고 네 목적이 무엇인지는 반드시 알아야겠어.

공통된 이익만이... 우리 협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니까.

??

…하, 마음대로 생각해. 난 그저 삼계가 이런 혼란 속에 계속 빠져 있는 걸 원치 않을 뿐이야.

가죽 의자에 앉은 그림자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여전히 차분하고 냉철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

내가 중시하는 건 잠깐의 이익이 아닌, 오래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이야.

맘몬의 자리는 오랫동안 비어 있고, 황금 율법도 머지않아 무너지게 될 거야. 난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아. 그건 너희의 목적과도 일치하지 않나?

그러니 이걸 "협력"이라 생각하지 말고, 선행 투자용 판돈이라 여겨.

난 이 판돈이 네 손에서 꽃피우고 열매 맺는 날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라파엘은 유리잔을 가볍게 흔들며, 잔 속 술을 천천히 돌렸다. 마치 상대가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라파엘은 거리낌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이지?

대국자의 행동과 논리는 흠잡을 데 없었다. 하지만 라파엘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도박꾼이자 사기꾼인 라파엘은 그 어떤 증거도 필요 없이 본능적으로 동족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가 이렇게 손을 잡은 건, 단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한테, 그 계획에 보탤 힘이 있기 때문이지.

네가 준 도움은 모두 내게 필요한 것들이었어. 하지만 사실, 넌 이 잿빛 변방의 운명 따위엔 눈곱만큼도 관심 없다는 걸, 난 알아.

왜냐고?

라파엘은 샴페인 잔을 들어, 그 안의 황금빛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

...

대국자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떠났다.

??

그럼… 네가 이 판돈의 가치를 충분히 끌어내길 기대하지.

문이 닫히고, 방 안을 가득 채운 환락과 사치가 문 뒤에 가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