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아무리 대천사라 해도 더 큰 힘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나 보군요!
"맘몬"은 날카로운 우산 끝을 라파엘의 가슴에 박아 넣고, 여러 차례 잔혹하게 찔러댔다. 과거 라파엘에게 당했던 수많은 치욕을 떠올린 그녀는 이 도도한 천사를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라파엘의 몸에 새겨진 금빛 문양은 점점 빛을 잃었다. 가슴에 난 구멍은 찢어졌다가 곧바로 아물기를 반복했고, 갈비뼈 아래 숨겨진 코어는 희미하게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그레이 레이븐과 "맘몬"과의 몇 차례 격돌로 그녀의 마력은 이미 거의 고갈된 상태였다.
그만해. 더 이상... 날 모욕하지 마라!
죽음에 가까워진 천사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가해자"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저항하려던 손은 곧 무릎 위로 튀어나온 뼈 가시에 꿰뚫리고 말았다.
모욕이요? 겨우 이 정도로 모욕이라고 할 수 있나요?!
한때 우아하고 품격 있던 숙녀는 지금 모든 예의를 내던지고, 적나라하게 증오를 드러내고 있었다.
제가 겪은 고통의 10분의 1만 돌려줬을 뿐이에요. 그걸 모욕이라고 하시다니요.
대천사가 온실 속에서 길러진 나약한 존재라니, 정말 우스울 따름이네요!
으아아아아!
"맘몬"은 우산 끝을 코어 깊숙이 힘껏 찔러 넣었다. 천사의 몸속에서 무언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터져 나왔고, 라파엘 부인은 마침내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네가 지금 하는 게 복수라고 생각해? 인간들 특유의 그 하찮은 집착과 생각, 정말 실망스러워!
이빨 사이로 피를 머금은 라파엘은,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까지 이를 악물며 마지막 증오를 쏟아냈다.
난 분명 너에게 기회를 줬다. 새로운 마을에서 이름을 숨기고 조용히 살아갈 기회를 말이다. 그런데 넌 어떻게 했지? 성당에 계속 시비를 걸고, 하찮은 욕망을 위해 네 영혼을 몇 번이고 카드 판에 던졌어.
그래, 내가 속임수를 쓰긴 했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른 천사가 나서서 널 처치했을 거다.
엘리너, 넌 눈엣가시였고, 동시에 너무나 이기적이었지. 네가 선택한 길은 결국 불장난하다 자신을 태우는 길이었어. 그런데도 넌 모든 실패를 내 탓으로만 돌렸지.
네 왕좌는 오래 가지 못할 거다. 이 무귀성도… 결국 무너지고 말 거야!!
닥치세요. 이번 판에서 진 건 당신이라는 사실만 인정하면 돼요.
성당의 카드 테이블에서 쓰러졌던 그날 이후, 엘리너의 가슴에 쌓였던 원한과 분노가 마침내 폭발했다.
마지막에 승리한 건 저예요. 전 야망과 욕망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걸, 증명해 냈어요.
그러니 라파엘, 길바닥의 들개처럼 비참하게 죽으세요.
더는 감정 따위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는 듯, "맘몬"은 라파엘에게 손을 뻗어 코어를 꺼낸 후, 손안에서 산산조각 냈다.
옅은 금빛 유리 같은 심장이 그녀 손에서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파편은 라파엘의 남은 몸과 함께 빛으로 바뀌어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대천사는 그렇게 압도적인 힘 앞에서 아무 소리도 남기지 못한 채, 연기처럼 영원히 소멸했다.
뒤에 서 있던 인간과 왕좌에서 천천히 깨어난 까마귀는 이 모든 광경을 함께 지켜보았다.
광기와 힘이 한데 뒤섞인 맘몬의 새로운 모습 앞에서, 인간은 그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든 상관없어요. 이제 이름은 저한테 중요하지 않아요.
맘몬은 여전히 무언가를 부수는 듯한 손동작을 유지한 채, 인간을 향해 돌아섰다.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가진 절대적인 권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이제 더는 가면 뒤에 숨을 이유가 없어진 맘몬은, 스스로 내뱉은 거짓말조차 부정하지 않았다.
그레이 레이븐 님, 지금까지 제가 만난 이들 중 절 배신하지 않은 건 당신뿐이에요. 그래서 당신에게 보답하고 싶어요.
저와 함께 여기에 남아요. 무귀성은 당신에게 끝없이 모든 걸 바칠 테고, 당신이 원하는 욕망은 이곳에서 모두 충족될 거예요.
끝없는 음모와 배신이 들끓는 바깥세상보다 훨씬 낫지 않나요?
죄송한데, 그 약속은 애초에 이뤄질 수가 없었어요.
맘몬은 무너진 왕좌에 걸터앉은 백골을 가리켰다. 오래전 사라진 옛 맘몬의 흔적, 그러나 황금의 율법은 여전히 조용히 작동하며, 세상의 보물을 끊임없이 이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황금 율법에 얽매인 역대 맘몬들은 평생 무귀성을 떠날 수 없었고, 이곳에서 율법의 중추로서 역할을 다해야 했어요.
저도 다음 맘몬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무귀성의 주인으로서 이 자리를 지킬 거예요.
그레이 레이븐 님, 당신도 이곳에 머물러 주세요. 전 당신이 제 곁에서 이 부를 함께 누리며, 끝없는 쾌락과 욕망을 맛보셨으면 좋겠어요.
함정이잖아! 이렇게 좁고 답답한 곳에서 평생을 살라니, 그게 감옥과 뭐가 달라!
몰리간이 먼저 목소리를 높여, 규칙이라는 허울을 산산이 깨뜨렸다.
스스로 감옥에 가둔다는 얘기 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상관없어요. 제 안의 "갈증"은 이미 이 왕관으로 채워졌으니까요.
인간은 거대한 유리병 속 도시를 둘러보았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미로처럼 복잡해 보였던 회랑도, 지금 왕좌 옆에서 보니 한눈에 들어오는 단순한 구조였다.
무귀성 구석구석에서는 꺼지지 않는 연옥의 용광로가 타오르고 있었고, 황금빛 맘몬 코인이 그 불길 속에서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들은 황금의 율법을 따라 세상 모든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역대 황금의 왕들은 이 법칙을 통해 잿빛 변방의 경제를 움켜쥐어 왔었다.
맘몬은 앞으로 닥칠 고독을 분명 느끼고 있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마침내 안식을 찾았다는 묘한 충만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예전의 저는 바깥세상에서 기만당하고 쫓겨났지만, 이곳에선 모든 게 제 손안에 있어요.
제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이곳에 머무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다를 게 없다"고요? 그럼, 그레이 레이븐 님, 당신과 저는 뭐가 다르죠?
왕좌 옆에 서 있던 맘몬은 고개를 돌려 인간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거 아세요? 사실 전 줄곧 당신이 어떤 욕망을 품고 있는지 "엿보고" 싶었어요.
맘몬이 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인간과 까마귀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붙잡혀 공중으로 높이 들어 올려졌다.
그들 아래에 적갈색의 원형 구멍이 갈라지더니, 이내 인간이 통과할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피로 물든 입처럼 보이는 그 구멍은, 인간과 까마귀를 삼키려는 듯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의 왕은 손가락을 움직여 끝없는 환상의 입구를 열고, 왕좌에 천천히 몸을 기댔다.
당신처럼 정직하고 성실하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인간이...
속박이라는 껍질을 벗겨낸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맘몬의 표정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얼굴엔 더 이상 정교하게 꾸며진 가면 뒤의 미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 순간, 인간은 한때 "릴리스"이자, "기근의 기사"로 불렸던 존재의 본질에 닿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짓말로 정교하게 꾸며졌지만, 분명 존재하는 선의였다. 희미했지만, 인간은 그 선의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깊이 쌓인 눈 속에 묻힌 불씨처럼, 은밀하지만 뜨겁게 타올랐고, 닿는 순간 증발하듯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인간이 그 의미를 곱씹기도 전에, 맘몬은 자신의 옛 피의 맹세자와 까마귀를 가차 없이 구멍 속으로 던져버렸다.
가세요. 그리고 당신의 모든 것을 제게 보여주세요.
...단 하나도 숨김없이요.
맘몬이 손을 모았다.
쿵.
인간은 까마귀를 품에 안은 채,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졌다.
이 검은 구멍은 길고도 좁아서, 시계 토끼의 깊은 굴속을 일고여덟 번쯤 연달아 굴러 내려가는 것 같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인간은 바닥의 벽면에 부딪히며 멈춰 섰다.
인간은 부딪혀 욱신거리는 머리를 감싸 쥐며 지친 몸을 일으켰고, 그제야 이 동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걸 깨달았다.
광야 위에는 고리 모양의 건물들이 이정표를 연상케 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비어 있는 구조물 안에는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그 어떤 시설도 없었다. 단지 묵묵히, 아무런 질서도 없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바람도, 비도, 식물도, 생명의 울음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곳은 자연의 모든 법칙에서 벗어나, 오직 자신만의 규칙으로 존재하는 세계 같았다.
깍. 그 꼬맹이, 참 고마운 줄도 모르네. 우리가 그렇게 도와줬는데, 발로 차서 여기다 처넣다니!
몰리간은 늘 그렇듯 뒤에서 큰 소리로 투덜거렸다. 하지만 그 익숙한 목소리조차, 이 고요한 세계에서는 유난히 날카롭고 거슬렸다.
인간은 앞으로 걸음을 옮기며 무언가를 찾아보려 했지만, 건축물 내부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왜 세워졌는지조차 알 수 없도록, 외부인에게 어떤 수수께끼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것 같았다.
벽면을 두드려 봐도 먼지 하나 떨어지지 않았고, 심지어 울리지도 않았다. 벽 자체가 자신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는 것 같았다.
희귀한 손님일세. 이제 막 "무한의 환상"에 발을 들였나 보군.
기묘한 목소리가 그 질문에 응답했다. 인간이 고개를 돌리자, 형체가 분명치 않은 검은 그림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
오, 넌 얼굴이 있네? 이건 빅뉴스야! 정말 희귀한 손님이 왔다고, 당장 "맘몬"에게 알려야겠어.
인간의 얼굴을 본 순간, 맞은편 검은 그림자는 기묘한 흥분에 휩싸인 듯,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졌다.
여기? 여긴 내가 만든 "환형 묘지"야. 이런 건물을 거리에 쭉 늘어놓으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한번 만들어봤어.
그림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몰랐어? 규칙도 모르고 들어온 거야?
검은 그림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날카롭고 길게 이어지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세상에! 이건 진짜 빅뉴스야! 당장 돌아가서 모두에게 알려야겠어.
그 웃음소리는 적막 속에서 유난히 날카롭게 메아리쳤다. 원형 건물의 구조를 타고 끝없이 퍼져나가더니, 마침내 혼돈과 뒤섞인 울림이 되어 사라졌다.
한참을 웃고 난 뒤에야, 그는 왜 자신이 웃음을 터뜨렸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 이건 네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최고의 순간이자, 다시는 맞이할 수 없는 기적이야. 지고천님께서 네게 베푸신 자비라고.
"무한의 환상"에 온 걸 환영해. 여기는 네가 마음먹은 건 뭐든 이룰 수 있는 낙원이야. 물론, 네 마리아를 되살리는 건 불가능하고, 그 외에는 모든 게 가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