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침묵의 계시록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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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에 오르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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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스, 숨바꼭질은 여기까지다.

몇 차례의 혈투 끝에 하급 천사들은 모두 땅바닥에 쓰러져 썩은 고깃덩이가 되었다. 결국 뒤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대천사가 직접 나섰다.

이리저리 숨지 말고, 맘몬의 암호문 내놔!

라파엘 부인이 손을 들어 뜨거운 광탄을 몇 발 쏘아 올렸다. 탄환이 바위에 직격하자 순간 사방으로 먼지가 솟구쳤다.

거대한 바위 뒤에 숨어 있던 릴리스는 피의 맹세자의 손을 움켜쥐고, 다음 탄환이 날아오기 직전 송곳니로 자신의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 그러자 피의 맹세의 힘이 발동하며 둘은 다른 바위 뒤로 순간 이동했다.

쾅.

연이어 쏟아진 광탄들이 땅 위에서 거대한 반원형의 빛으로 폭발했다. 강한 충격에 두 사람이 숨어 있던 바위가 요동치며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울렸다.

어머, 성격 참 급하시네요.

무너져 내릴 듯한 바위, 그 아래에 서 있던 릴리스는 침착하게 월산을 들어 올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가루를 막아냈다.

라파엘 부인이 비장의 패를 꺼낸 만큼, 더 신중히 움직여야겠어요.

라파엘 부인의 손에서 판돈을 빼앗아 주도권을 쥐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깍?! 광탄을 마구 쏘아대는 대천사한테서 뭘 뺏는다고?!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몰리간의 머리를 가방 안으로 눌러 넣으며 그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고는 방금 전의 터무니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명성이 자자한 그레이 레이븐 님께서는 혹시 어린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릴리스는 천천히 마법의 펫인 까마귀의 깃털을 쓰다듬었다. 손끝으로 꽁지깃과 날개, 뒷목을 차례로 쓸어내리다가 머리 위에서 멈췄다.

게임 이름은 "새총", 다만 이번에 쏘는 건 금화 하나와……

손가락으로 몰리간의 이마를 쓰다듬던 릴리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깍?

몇 분 전부터 릴리스와 그레이 레이븐이라 불리는 인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라파엘은 불씨와 자갈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그들의 흔적을 찾았다.

쓸데없이 숨으려 애쓰지 마. 너희가 도망치지 못했다는 거 알아. 무슨 수를 써도 소용없어.

라파엘은 그 미숙한 "악마"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경험은 물론, 릴리스의 몸에 흐르는 미약한 마력만으로는 백 년을 살아온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의 맹세자와 계약을 맺으면, 짧은 시간 동안 일반적으로는 가질 수 없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대천사의 눈에는 그 기적조차도 서툰 속임수에 불과했다.

모든 걸 꿰뚫어 본 라파엘은 악마가 스스로 약점을 드러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악마가 대천사의 손에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었다.

릴리스,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붙이는 거지? 운명이 네게 기회를 수없이 줬잖아.

지금이라도 암호문을 넘기고 이곳을 벗어날 수 있어.

탕탕.

라파엘은 종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다시 광탄을 발사했고, 몇 미터 크기의 바위가 폭음과 함께 산산조각 났다.

아니면, 체면 있는 퇴장이라도 바라는 건가?

하지만 바위 뒤엔 아무도 없었다. 라파엘은 그것이 단순한 미끼라는 걸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라파엘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돌려, 권총 모양으로 구부린 손가락 끝을, 뒤에서 다가오던 인간의 이마에 겨눴다.

오… 릴리스가 널 희생양으로 내세웠구나. 참 걔다워. 여전히 자기밖에 몰라.

스스로 잘났다고 착각하는 도박꾼이군. 난 인간과는 거래하지 않아. 죽어라.

...

라파엘은 공이를 누르며, 인간의 추측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증거를 내놔.

인간의 말은 라파엘이 알고 있던 정보와 맞아떨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공간 마법 가방에서 금화를 자신 있게 꺼냈다. 이렇게 나약한 인간이 눈앞에서 감히 반항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암호문을 읽어.

인간의 입에서 낯설고 기묘한 언어로 된 주문이 흘러나왔다. 정보대로 금화는 맘몬의 암호문에 반응해 빠르게 형태를 바꾸며 점차 열쇠의 모양을 갖추어 갔다.

하지만 인간은 금화가 완전히 열쇠로 변하기 직전, 암호문을 읊는 걸 멈췄다.

하.

대천사는 인간을 멸시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번 웃음은 이전과는 달리 한층 호탕하고 시원스러웠다.

릴리스가 무슨 음모를 꾸미든, 라파엘은 이미 자신이 승리했다고 확신했다. 인간의 기억을 끝없이 파헤치는 건 천사의 특기였다. "그레이 레이븐"만 손에 넣으면, 암호문을 알아낼 시간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녀는 다른 "대천사"들의 권위를 압도할 수 있는 패를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릴리스, 넌 결국 네 탐욕에 무너진 거야.

암호문이 진짜라는 게 드러난 이상, 이 인간을 더는 자유롭게 둘 필요가 없었다.

라파엘이 다시 손을 들어 올렸다. 손바닥 위로 눈 부신 빛이 모여들더니, 뜨겁게 타오르는 광점으로 응집되었다.

넌 감히 천사와 거래하려 했던 무모함을, 남은 생애 내내 후회하며 살아가게 될 거다.

하지만 "라파엘"은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자만"이 이미 약점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라파엘이 손을 들어 올리는 그 순간, 등 뒤에서 날카로운 우산 끝이 그녀의 심장을 깊숙이 꿰뚫어, 갈비뼈 사이로 피를 흩뿌리며 튀어나왔다.

물론 이 정도 상처로 대천사가 죽을 리는 없었다. 그러나 공격한 악마의 목적은 살해가 아니라, 그 짧은 순간을 노려 그녀의 손가락 사이 금화를 빼앗는 것이었다.

변형이 절반쯤 진행된 기묘한 형태의 금빛 원형 물체가 땅에 떨어졌다. 그 순간, 길고 하얀 손이 그것을 낚아채더니 순식간에 하늘로 던져 올렸다.

그레이 레이븐 님!

인간이 나머지 주문을 빠르게 읊자, 금화는 공중에서 곧바로 완벽한 열쇠로 변했다.

릴리스의 손바닥에서 강렬한 마력이 폭발했다. 그 안에 휩싸여 있던 몰리간이 공중의 열쇠를 낚아채고 "탄환"으로 변해 돌문을 향해 곧게 날아갔다.

철수하시죠!

다음 순간, 악마 기사가 피의 맹세자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피 묻은 손가락으로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자, 둘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콰아아앙.

빠르게 날아간 "까마귀 탄두"는 열쇠를 감싼 채 두꺼운 돌문을 꿰뚫었다. 인간과 악마는 그 틈을 타 무귀성의 복도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릴리스는 먼지가 자욱한 어둠 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맘몬의 열쇠가 기절한 몰리간의 발톱에 걸린 채 연옥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

릴리스가 손을 뻗어 몰리간을 잡으려는 순간, 곧바로 뒤따라온 광탄들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릴리스는 어쩔 수 없이 그레이 레이븐을 데리고 도망쳤다.

벌레들, 대체 언제까지 도망칠 생각이야?!

분노에 휩싸인 라파엘은 자신의 공격이 벙커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다. 광탄을 쏘며 다가오던 그녀는 흩어진 보물들을 가차 없이 날려버렸다. 공격이 터질 때마다 황금 가루가 사방으로 흩날렸다.

맘몬이 수백 년 동안 애써 모아온 금은보화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산산조각 났다. 그 광경을 본 릴리스는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안타까워했다.

쳇. 아무리 그래도 이 금덩어리들은 무슨 죄인가요?

기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하나의 뜨거운 광탄이 산처럼 쌓여 있는 보물을 강타했고, 수많은 금화가 반짝이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추악한 것! 지고천께서 맘몬의 자리를 오래 비워둘 수 없다 하시며, 누군가가 황금의 왕 자리를 잇도록 명하시지만 않았더라면, 난 이런 악취 나는 곳에 발도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기고만장하던 라파엘은 이 임무를 맡은 후 릴리스와의 대결에서 번번이 패배를 맛보았고, 지금은 분노로 인해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싱클레어 가문의 피는 역시 더럽기 짝이 없군. 엘리너, 넌 그때 그 숲에서 네 부모의 손에 죽었어야 했다!

인간은 급박한 상황에서 도망치는 중에도 중요한 단서를 놓치지 않았다.

어라? 걔가 이 이름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나 보군?

격렬한 공격이 순간 멈췄다. 라파엘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훨씬 강력한 탄환 세례를 퍼부었다.

하하하! 끈끈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 이런 과거조차 너한테 숨긴 건가?

좋아, 그럼 내가 알려주지. 잘 들어. 릴리스는 가명이고, 진짜 이름은 엘리너·싱클레어다.

엘리너의 부모는 한때 성당의 명을 받아 세무사로 임명됐지만, 감사한 줄도 모르고 세금을 빼돌려 자기 배를 불렸었지. 내가 그 사실을 알아냈을 때도, 처음엔 가볍게 경고하는 선에서 끝냈다.

아버지는 작은 마을의 세무관이셨어요.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셨지만, 천사들은 그 보잘것없는 마을이 매달 바치는 몫에 불만이 있었죠.

짐작하셨겠지만, 그 불만은 "세무관의 무능"으로 둔갑했고, 오래지 않아 제 부모님은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처형당했어요.

릴리스가 전에 했던 말이 인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굳이 따져 묻지 않아도 두 이야기 사이에는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

인간은 의심 어린 눈빛으로, 곁에서 달리고 있는 악마를 바라보았다. 악마의 침묵이 곧 그녀의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어리석고 배은망덕한 부부는 끝없이 내 인내심을 시험했지. 결국 그들의 탐욕을 참지 못한 마을 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그들을 숲속으로 몰아냈어.

그러자 그 부부는 뻔뻔하게도 친딸을 미끼로 길가에 버려두고는, 성당으로 달려와 나에게 구해 달라 애원하더군.

그럼에도 난 그 부부를 또 구해줬어.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힌 엘리너를 풀어주어 다른 마을에서 살 수 있도록 했지.

몇 번이나 기회를 줬건만, 싱클레어 가문의 더러운 피는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했어.

이제 알겠지? 이 모든 불행은 그녀가 자초한 거다. 애초에 그녀의 본성은 절대 만족할 줄 모르는 도박꾼이거든.

말 참 많으시네요. 천사에게도 수다 떨기 좋아하는 피가 흐르나 봐요.

침묵하던 릴리스가 드디어 움직였다. 우산이 갑자기 펼쳐지며 짙은 갈색의 결계가 형성되어, 쏟아지는 운석우를 막아냈다.

먼지가 흩날리는 어둠 속, 릴리스는 인간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끈질기게 쫓아오는 라파엘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빛이 폭포처럼 얼굴 위로 쏟아졌다.

우습군요. 라파엘 당신은, 저희가 왜 함께하기로 했는지도 모르잖아요.

이렇게 아무것도 보지 못하니까, 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기사는 가슴의 상처를 찢어, "기근"의 욕망이 몸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게 했다. 그리고 남은 모든 마력을 한곳에 모은 뒤, 죽음을 각오한 최후의 결전에 나설 준비를 했다.

엄호해 주세요. 제가 몰리간이 떨어진 방향으로 갈게요. 맘몬의 마력이 깃든 물건은 모두 연옥의 왕좌로 모이게 되거든요.

거기서 열쇠를 되찾고 라파엘을 몰아낼 거예요!

혼란 속에서 인간의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스쳐 갔지만, 지금의 상황을 완벽하게 풀어낼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하여 피의 맹세자는 자기 기사를 전적으로 믿기로 했다.

피의 맹세자는 몸을 일으켜 "기근"이 건넨 권능을 받았다. 묵직한 월산을 손에 쥐는 순간, 붉은빛이 번쩍이며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 그것은 우산을 명령하고 융합하라며 강렬하게 인간을 밀어붙였다.

긴 머리의 기사는 미소를 지으며 몸속에 남은 모든 힘을 피의 맹세자에게 넘겼다. 서로 다른 두 흐름이 한 자리에 몰려 우산 위에서 격렬히 부딪히고 얽히며, 마침내 강물이 바다로 합쳐지듯 하나가 되었다.

더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기사는 손을 놓자마자 뒤돌아,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균열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5분만 버텨주세요. 그다음은 제가 다 처리할게요.

그 말과 함께, 기사는 몸을 날려 심연 속으로 뛰어들었다.

릴리스가 떠난 뒤, 폐허 뒤에서 라파엘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라파엘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주변을 훑어보고는 인간이 결국 악마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감이군. 내가 해준 그 짧은 이야기가, 릴리스의 본성을 꿰뚫어 보기엔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간에게 완전히 길든 월산이 펼쳐졌다. 우산 끝에는 대천사의 가슴에서 흘러내린 피가 아직도 선명하게 묻어 있었다. 피의 맹세자는 잠시 손에 쥔 이 권능을 곧장 앞으로 겨누었다.

하하, 좋아. 절대 날 실망시키지 마라.

라파엘은 다시 한번 인간의 행동에 분노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에서 금빛 문양이 피어오르며 물결치는 빛무리를 이루었고, 곧이어 "대천사"의 모든 권능이 완전히 해방됐다.

전설의 "그레이 레이븐"과 맞붙는 걸 정말 기대했는데, 1분 정도는 버텨줘야겠지?

월산과 광탄이 부딪칠 때마다 금속이 부서지는 듯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을 삼킬 듯한 거센 흐름에 휘말린 인간과 대천사는 도시의 공중 구조물을 따라 끝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머리 위에선 수많은 금화가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무귀성 전체를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내가 맞춰볼까? 그 꼬맹이, 연옥 깊숙한 곳에 떨어진 열쇠 찾으러 갔지?

고작 암호문 하나로 날 성 밖으로 내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광탄 한 발이 라파엘의 팔을 스치며 아래로 날아갔다. 피할 길 없는 상황에서, 피의 맹세자는 공중에서 간신히 월산을 펼쳐 그 충격을 정면으로 막아냈다.

쾅!

광탄이 피로 된 장벽에 부딪히며 폭발했고, 흩어진 불빛들이 인간의 몸을 가차 없이 갈라 수많은 상처를 남겼다.

이번엔 네가 버려진 것 같네, 그레이 레이븐!

인간의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피부는 고열에 타들어 갔다. 라파엘은 여전히 오만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경고했을 텐데. 릴리스는 늘 속임수로 남을 이용해 자기 생존에 필요한 걸 빼앗는다고.

좋게 말해도 듣질 않으니, 이제 널 무귀성의 망령 하나로 만들어도 원망하지 마라.

인간이 남은 힘을 짜내 마지막 혈탄을 쏘자, 공중에 수많은 붉은 궤적이 그려졌고, 라파엘은 그것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냈다.

격렬한 충격음과 함께, 인간과 천사는 무귀성의 가장 깊은 곳으로 추락했다. 거대한 충격이 도시 전체를 거세게 흔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린 인간은 본능적으로 곁에 떨어진 월산을 집으려 했지만, 손이 닿기도 전에 더 강렬한 빛이 시야를 삼켜버렸다.

웅웅...

무귀성은 또 다른 충격으로 크게 흔들렸고, 복잡하게 얽힌 구조물 속에서, 갇힌 맹수의 울음 같은 진동이 메아리쳤다. 성은 마치 생명을 얻은 듯, 누군가의 귀환을 열광적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멀지 않은 맘몬의 왕좌 위, 기묘하고 날카로운 빛이 릴리스의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해골을 밟은 채 손을 뻗어 백골의 가슴 깊숙한 곳을 뒤적이고 있었다.

곧 갈비뼈 사이에서 금화를 꺼내 든 릴리스는, 금기의 열매라도 손에 넣은 듯, 혀를 내밀어 그 맛을 느껴 보았다.

릴리스

탐욕, 후회, 고뇌 그리고 방종...

음, 역시 전 맘몬이 남긴 시체라 그런지, 스며든 맛이 제법 괜찮네.

릴리스는 그 깊고 무거운 욕망을 한입에 물어뜯었다.

거센 불길이 릴리스의 사지를 타고 치솟았다. 마침내 그녀는 그토록 갈망해 온 "달콤한 열매"를 맛보게 된 것이다.

악마의 육신을 가진 릴리스는, 보통 존재라면 감당조차 못 할 대가를 가볍게 견뎌냈다.

그 욕망은 그녀의 위 속에서 빠르게 녹아내리고, 소화되어 새로운 마귀의 골격으로 재구성되었다. 그것은 릴리스의 몸을 지탱하며 그녀를 "맘몬"으로 변모시켰다.

릴리스

그래, 바로 이거야... 멈추지 마!

릴리스는 쾌락에 겨운 웃음을 터뜨리며, 사지를 타고 번지는 달콤한 쾌감을 만끽했다.

릴리스

자,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제게 바치세요.

전 이제 당신들의 새로운 왕이고, 모든 걸 제 발 아래로 굴복시킬 거예요!

오랜 시간 허공에 떠 있던 왕관이, 릴리스의 머리 위에 다시 씌워졌다.

불길이 모두 사그라든 뒤, 새롭게 탄생한 왕이 보물산 꼭대기에 우뚝 서서 텅 빈 손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이어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왕좌에서 천천히 내려와 쓰러져 있는 인간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그 얼굴에는 추호의 죄책감도 없었다. 라파엘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또다시 거짓으로 남의 살점을 뜯어낸 것이다.

이건 우리의 계획에 지장 없어요. 전 여전히 당신을 위해 라파엘을 쓰러뜨릴 거니까요.

릴리스는 인간에게 손을 내밀어 땅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그녀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마력이 인간에게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인간은 릴리스가 진정한 "황금의 왕"이 되었음을 단번에 깨달았다.

그리고, 아직 정산해야 할 빚이 하나 남아 있거든요.

새롭게 즉위한 "맘몬"이 입가를 천천히 핥았다. 번쩍이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그녀가 이제 완전한 마귀임을 증명하듯 섬뜩하게 빛났다.

그녀는 인간의 팔을 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라파엘을 향해 걸어갔다.

제가 카드 테이블에서 속임수 쓰는 걸 가장 싫어한다고 말했을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