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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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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주는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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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를 막는 건가요...

성관을 부쉈다 해도, 신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천재지변은 계속 세상에 닥치게...

중상을 입은 우리엘은 가슴에 난 커다란 구멍을 움켜쥔 채, 고치의 내벽에 기대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반즈는 수많은 악몽 속에서 자신과 우리엘이 성당에서 대치하는 장면을 봤다. 그리고 지금, 그 악몽이 끝날 때가 왔음을 느꼈다.

왜냐하면 넌 "영생"을 지닌 천사라, "살아 있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야.

리볼버의 실린더가 회전하며 새로운 탄환이 장전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범한 구리 총알 대신, 그레이 레이븐의 피로 만들어진 혈탄이 그 안에 채워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난 너희가 만들어낸 수많은 비극을 목격했지.

정말 인간에게 원죄가 있고 세상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면, 왜 천사들은 혈액세를 거두는 자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고, 저항할 힘조차 없는 연약한 인간들에게 낫을 휘두르는 걸까?

사실 너희는 선과 악의 균형 따위에는 처음부터 관심 없었던 거잖아!

우리엘은 멍한 표정으로 침묵할 뿐이었다.

인간이 곧 역병이고, 생명의 죄악은 성당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왜 죄 없는 이들에게는 단 한 번도 구원을 내리지 않았지?

그럼 그렇지. 너희가 봤을 때, 모든 생사는 그저 순환에 불과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라, 개개인의 삶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바로 그 무관심 때문에, 너희는 인간들이 여태 왜 저항하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던 거야.

너희가 새로운 추기경을 찾는다 해도, 그 어리석은 법칙을 계속 따른다면 반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아.

앞으로 30년, 100년이 지나도 이 끝없는 전쟁을 계속 반복할 셈인가?

반즈의 황금빛 눈동자는 더 이상 빛나지 않았지만, 우리엘은 마치 어린 시절 성당에서 추기경의 꾸중을 듣던 때처럼, 말없이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서요?

지고천님의 보호가 없었다면, 30년 전에 천사는 모두 죽었을 거야.

우리엘의 시선이 성당으로 향했다. 추기경의 대전이 추락하기 전, 그녀 또한 그곳에서 긴 세월을 보냈었다.

인간은 끝없이 서로를 속이고 해치는 게 일상이잖아요. 그리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추기경님께 떠넘기고는 기적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길 바라고요.

그러다 추기경님께서 더 이상 그들의 무거운 욕망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은혜를 원수로 갚았죠.

인간은 구원받을 자격조차 없단 말이죠.

자조하듯 웃으며 얼굴의 피를 닦아낸 우리엘은 천천히 벽에 등을 기댔다.

제가 졌다고 해도, 결코 당신의 선택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언젠가 당신도... 지고천님께서 예비하신 계획의 모든 의미를 깨닫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계속 나아가며 성장하는 것만이 정의를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니까요.

...

조용히 지켜보던 인간도 앞으로 나와 총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반즈와 함께 온몸이 피로 얼룩져 산송장처럼 변한 천사를 향해 겨누었다.

"역병의 기사"의 이름으로 너에게 심판을 내린다.

우리엘, 네 운명의 길은 여기까지다.

우리엘이 눈을 감았다. 총성이 울리자, 뜨거운 혈탄 두 발이 천사의 몸을 동시에 관통했다. 그러자 그녀의 피부가 부식되며 흩어져 사라졌다.

천사의 잔해는 실을 따라 아래로 추락하더니, 끝없는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고, 아케론 강의 품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쾅!!!

발밑이 다시 한번 격하게 흔들렸다. 이번 진동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했다.

머리 위에 드리워졌던 회백색 고치실이 서서히 풍화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성관과 우리엘이 연이어 소멸하자, 마지막 남은 힘마저 잃은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꽉 잡아!

눈동자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진 반즈는 격렬한 흔들림 속에서 인간의 손을 잡고, "고치" 바깥 공간을 향해 함께 달려 나갔다.

추기경의 힘은 성관이 부서지면서 함께 소멸했어.

반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저 고치실로 엮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길 위를 계속 달릴 뿐이었다.

그리고 난 결심했어.

난 나일 뿐이야.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더 이상 파헤치지 않겠어.

몰리간의 안내로 둘은 금세 고치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눈 부신 빛 속에서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이 보였고, 그 너머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이 보였다.

까악. 더 이상 고민할 시간 없어. 뛰어내려!

그레이 레이븐,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반즈가 뒤를 돌아보았다. 지나온 길은 모두 썩어서 무너졌고, "고치" 자체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둔중한 소리를 내며 흔들리고 있었다.

구멍 가장자리까지 신중하게 다가간 반즈는 여기서 땅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해, 몇 가닥의 붉은 실을 손에 엮어냈다.

"고치"에 우리를 받아낼 만큼 그물을 짤 마지막 힘이 남아 있었어.

결심을 굳힌 인간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채 중력에 몸을 맡겼다.

강한 기압이 덮쳐오자, 인간의 시야가 순간 흐릿해졌다.

거대한 "고치"에서 벗어나는 순간, 공중에 떠 있던 반즈는 마지막 기억의 조각과 잠시 연결되었다.

기억 속에서 반즈는 황금빛 눈동자와 은빛 장발을 가진 한 남자를 보았다. 찬란한 황혼을 등지고 있던 그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성좌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성체"... 반즈는 순간 우리엘이 말했던 그 존재를 떠올렸다.

반즈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성좌에 앉아 있던 남자도 무언가를 느낀 듯, "시선"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천천히 눈길을 돌렸다.

추기경의 잔해

나와 융합하고, 신의 심장을 다시 단련하라. 그래야 신의 분노를 잠재우고, 천재지변을 끝낼 수 있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내 기억을 이어받고, 네 삶을 포기하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이다.

남자의 목소리는 반즈의 목소리와 똑같아서 마치 자신의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반즈는 성좌에 앉아 있는 남자가 결코 자신일 리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즈는 그 짧은 순간에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 없어.

부드러운 낙엽 위로 떨어지자마자, 익숙한 바람의 칼날이 약초 향을 품고 스쳐 지나갔다.

둘이 본능적으로 몸을 피하자, 낙엽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그 혼란 속에서, 백발의 소녀가 귀신처럼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자비로우신 추기경님께서 이방인을 처리하러 직접 강림하신 줄 알았어.

하지만 보아하니, 그분은 너희를 내 손으로 처리하는 쪽이 더 볼만하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

간신히 몸을 일으킨 반즈는 인간에게서 뼈 칼을 받아 든 뒤, 그대로 카나리에게 던졌다.

모든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지? 내가 가져왔다.

너에게 내려질 뒤늦은 "심판"도 함께.

백발의 소녀는 날아온 칼날을 받아 들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이어서 손잡이를 쥐고, 싸울 자세를 취했다.

소위 "진실"이란, 결국 누군가가 꾸며낸 또 다른 이야기일 뿐이지.

너희의 변명 따위는 들을 생각 없어.

깊이 숨을 들이쉰 반즈는 몸을 낮추고 카나리를 향해 돌진했다.

더 이상 모르는 척하지 마. 지금까지 네가 따르던 건 하루가 부족의 오래된 신탁이 아니었단 걸, 너도 알고 있잖아.

신탁은 이미 오래전부터 조작됐어!

검은 총의 손잡이가 뼈 칼의 칼날을 내리치자, 오래된 뼈에 금이 갔다.

너희 변방 쪽에서 또 무슨 새로운 거짓말을 꾸며냈는진 모르겠지만, 난 더 이상...

카나리는 말하다 멈칫했다. 그리고 자신조차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자, 분노에 차서 다시 비수를 휘둘렀다.

어떤 말을 해도, 너희 말은 절대 믿지 않을 거야!

반즈는 카나리의 공격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듯 날아오는 칼날을 연이어 피했다.

이 모든 건 성당의 계획이었어. 그들은 너희의 희생을 이용해 추기경을 부활시키려 했던 거야.

성당은 너희가 변방에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리고 언젠가 신탁을 해독해 "죽음의 신"을 소환하려고 한다는 것도 모두 예상했어.

그래서 30년 전, 천사들은 추기경의 잔해를 그 고치 안에 봉인해 두고, 의식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반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칼날이 다시 대화를 끊어버렸다.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카나리는 분노에 휩싸여, 지금까지 쌓아온 원한을 반즈의 살과 뼈에 새기겠다는 듯 거침없이 칼을 휘둘렀다.

헛소리하지 마. 아직도 거짓말로 날 속이려는 거냐?!

카나리의 눈에는 핏발이 가득했다. 그리고 원한에 사로잡혀 손에 든 무기를 거칠게 휘둘러댔다.

이제 알겠어. 이 모든 건 분명 의식에 쓴 피가 너무 더러웠기 때문이야.

카나리는 어둡고 광기로 가득 찬 눈빛으로, 옆에 서 있는 회색 망토를 두른 인간을 노려보았다.

30년만 더 기다리면, 우리 부족에서 이 중대한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성녀가 탄생할 거야!

???

인간의 말에 카나리는 멍해지면서 잠시나마 광기에서 벗어나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반즈는 카나리의 손에서 비수를 쳐내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원래부터 금이 가 있던 칼날은 강한 충격을 받고 완전히 부서져, 상앗빛 파편들로 흩어졌다.

카나리, 네가 믿어온 모든 것이 잘못됐어. 이제는 진실을 마주할 때야.

너 자신이 바로 재앙의 근원이라는 걸 말이야.

카나리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것을 확인한 반즈는 더 이상 싸울 생각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 총구를 그녀의 머리 위로 겨누었다.

이제 그만해. 네 동족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헛된 희생은 여기서 끝내야 해.

좌절한 카나리는 나무 아래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녀는 숲속에 걸려 있는 수많은 "동족"들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신탁은 처음부터 거짓이었고, 우리의 모든 희생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라고?

네 말이 전부 사실이라 해도, 천사가 어떻게 제단에 잠입해 성전을 조작할 수가 있지? 게다가 그 성전을 직접 건네준 오슬란이 그걸 전혀 몰랐다는 게 말이 돼? 그는 신탁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려 했어.

이럴 리가 없어. 이방인, 아직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거 아니야?

그녀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반즈를 노려보며,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나도 몰라.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어.

너희도 진실을 알 권리가 있으니 말해주지. 그때 추기경이 잿빛 변방 주민들에게 너희를 학살하라고 명령했어.

그럼, 대체 누가 신탁을 조작한 거지? 누가 이런 거짓말을 꾸민 거야?

대체 누가 이 모든 걸 설명해 줄 수 있는 건데!?

카나리의 외침에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다. 백발의 성녀는 자신을 따르던 모든 이를 완전히 잃게 됐다.

카나리는 힘없이 땅에 반쯤 무릎을 꿇은 채, 죽음 같은 적막이 자신을 집어삼키도록 내버려두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카나리는 천천히 손을 펼치며 모든 저항을 포기했음을 드러냈다.

날 죽여줘. 그레이 레이븐, 그리고 반즈.

복수는 가장 단순한 정의야. 난 이미 패배했으니, 피로 그 대가를 치르겠어. 나에게 있어 이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할 의미도 없어.

총을 든 반즈는 뒤에 있는 인간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죽은 자들의 원혼이 반즈의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 순간 반즈는 "랜턴" 속에서 목격했던 그들의 삶을 모두 떠올렸다.

탕!

짧은 굉음이 숲속을 울리며, 공허한 메아리가 퍼져나갔다.

하지만 카나리의 눈동자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떨리는 시선으로 총알이 멈춘 곳을 바라보았다.

땅 위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구멍이 그녀에게 답해주었다.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카나리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마치 큰 모욕을 당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왜? 네 눈에는 내가 복수할 가치조차 없는 존재인 거냐?

죄악은 죽음으로 사라지지 않아. 난 그저 이 끝없는 복수의 사슬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과거에 이방인들은 터무니없는 신앙을 내세워 수많은 부족민을 학살했지. 이제는 부족민들이 복수라는 명분으로 무고한 아이들을 죽이고 있어. 우리는 모두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거야.

그리고 지금, 우리는 모두 천사의 칼날 앞에 서 있어. 이제 누구도 이 피로 물든 길을 선택해서는 안 돼.

죽음을 또 다른 죽음으로 막는 이 사슬은 결국 모든 걸 파멸로 몰아넣을 뿐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내 죽은 동족들을 대신해 용서하겠다는 거야?!

백발의 소녀는 마지막으로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고, 죽기 직전에 몸부림치는 것처럼, 칼자루만 남은 비수를 움켜쥐고 다시 반즈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차가운 총에 부딪힌 비수는 또다시 튕겨 나갔고, 그녀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카나리가 고개를 들자, 회색 망토를 두른 인간과 새 부리 모양의 가면을 쓴 악마 기사는 여전히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들은 차가운 눈빛으로 무너져 내리는 성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나타나서, 처음부터 공존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거야?

하지만 카나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선 반즈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껏 믿어온 신앙이 결국 허상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싶었어. 하지만 너희 이방인들과 성당은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잖아.

그래서 난... 나 혼자만 남게 되더라도 끝까지 원한을 품고 복수를 위해 살아가겠다고 결심했어.

그걸 위해 난 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선택한 거야!

카나리의 흐느낌은 점점 울음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럼, 오늘부터 모든 과거를 바꿔나가자.

반즈는 몸을 돌려 빛이 쏟아지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언제부턴가 숲을 감싸던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고, 울창한 나뭇잎 사이로 황금빛 햇살이 다시 스며들고 있었다.

하늘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너에게 판결을 내리겠다. 살아남아서 잿빛 변방의 이들이 하나 되어 성당을 무너뜨리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라.

그날이 오면, "이방인"과 "부족민"의 구분 없이 대륙의 모든 이들이 하나가 되어 이 땅의 모든 것을 평등하게 나누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너도 너만의 새로운 길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시기의 이들이 너에게 새로운 "심판"을 내릴 것이다.

네가 저지른 모든 죄를 남은 생으로 갚아라. 그리고 사람들이 세상에 대한 원한을 버리고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라. 이것이 내가 너에게 내리는 "처벌"이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살아남는다"라는 건, 때로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까.

숲속의 "고치"가 완전히 사라진 뒤, 반즈와 그레이 레이븐은 카나리가 남긴 단서를 따라 의식이 치러졌던 비밀 장소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제단에 남겨져 있던 아이를 무사히 구해냈다.

아이는 처음 보육원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두려움 속에서 지냈다. 하루 종일 불안에 떨었지만, 모두의 따뜻한 보살핌 덕분에 곧 안정을 되찾았고, 지금은 또래 친구들과 잘 지내게 됐다.

그리고 오늘은 그레이 레이븐이 오랜만에 보육원을 다시 찾은 날이다.

반즈는 품에서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기를 달래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에게 줄 사탕을 꺼내려고 찬장 위로 손을 뻗고 있었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인간이 이 혼잡한 광경을 목격했다.

손이 부족했던 반즈는 목을 빼고 고개를 까딱이며 인간에게 주방의 주전자 불을 꺼달라고 신호를 보냈다.

까악. 이 골칫거리를 결국 내가 떠맡게 됐잖아!

그레이 레이븐, 도와준다면서 네가 저지른 이 꼴 좀 봐!

창턱에 앉은 로봇 까마귀는 여느 때처럼 재잘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렇게 이 혼란스러운 교향곡의 해설자가 되어 있었다.

주전자 불을 끄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둘은 모든 아이를 재운 후에야 단서 판이 모두 치워진 공방에 앉았다.

은은한 허브차의 향기 속에서 그들은 잠시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연쇄 살인 사건과 단체 사이비 종교 사건이 마무리되면서, 반즈는 오랜만에 짧은 휴식을 얻었다.

그는 아이들을 돌보는 틈틈이 미래를 그려보았다.

이 공방을 아이들에게 약초 지식을 가르치는 교실로 바꾸고 싶어.

아이들이 자랐을 때 기술을 하나라도 갖추고 있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의 길이 더 넓어질 테니까.

그럴 생각이긴 한데, 지금으로선 얼마나 먼 미래까지 계획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

반즈는 몸을 느긋하게 편 뒤, 부드러운 안락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러면서 혼돈과 고난이 가득한 이 땅에서 드물게 찾아온 평온을 즐기고 있었다.

적어도 이 평온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내야 했다.

내가 추기경의 기억을 거부하긴 했지만, 악몽은 날 놓아주지 않았어.

그리고 천재지변을 끝낼 방법을 찾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아.

우리엘은 생명 자체를 세상의 역병이라고 했어. 게다가 인간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니, 이를 억제하려면 천재지변이 필요하다고도 했지.

정말 그렇다면, 난 "역병의 기사"로서 이 역병을 계속 퍼뜨리겠어.

알아... 기억하고 있어.

반즈가 눈가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얼굴에 은은한 피로감이 드리워져 있었다.

난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아. 보육원 아이들에게 약초 구별법을 가르치는 것도 있고, 너와 함께 여행하며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도 있어. 그리고 천재지변을 멈출 방법을 찾는 것도 있잖아.

물론, 이 모든 걸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난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믿어.

지금까지도 이렇게 함께 걸어왔으니까, 안 그래?

인간은 일어나 반쯤 열린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잠시 멈춰 섰다.

발걸음은 문 앞에서 멈췄고, 인간의 말투는 순간 진지해졌다.

반즈는 반쯤 감겨 있던 눈을 뜨고, 말없이 옆에 선 인간을 바라보았다.

은백색 속눈썹 아래의 황금빛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흐르고 있었다.

길고 긴 침묵 끝에 반즈는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맞아. 없었어.

반즈는 씁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강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반즈는 자신과 피의 맹세를 맺은 인간을 똑바로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

절대 널 속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내가 너에게 말한 것이 내가 아는 전부야.

인간은 반즈와 한참 동안 눈을 마주치다가, 결국 다시 문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나무문이 열리며 바깥의 따스한 빛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그 빛은 은발 청년의 얼굴에 옅은 금빛을 드리웠다.

응.

반즈는 몸을 부드러운 소파에 기댄 채, 다시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일은... 이 세계에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거야.

눈을 감자, 세계는 고요에 잠겼다.

절대 지지 않던 대낮도 이 순간만큼은 잠시 멈춘 것 같았다.

내일 이 땅 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만큼은 이 고요한 순간이 깨지지 않을 것이다.

수년 전.

수년 전.

울창한 숲속에 한 남자가 제단 위에 서 있었다. 그는 들고 있던 빛바랜 양피지 책 한 권을 원래 자리에 조심스레 돌려놓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정말 인간의 죄악을 씻어낼 수 있을까?

???

오슬란 각하, 말씀하신 "인간"이란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신비롭고 차분한 목소리가 검은 로브를 걸친 남자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면서 그림자 하나가 제단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전쟁에 억지로 휘말린 인간들을 말하는 거다. 구원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 종족의 성전을 조작했지만, 그들이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길 원한 건 아니다.

검은 로브를 걸친 남자가 모자를 벗자, 짙은 색 붕대로 가려진 얼굴 위로 끔찍한 흉터가 드러났다.

잿빛 변방에서 이 남자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는 강철 군단의 두 번째 통솔자인 오슬란이었다. 몇 년 전, 오슬란은 추기경을 처단하기 위해 성환 대포 발사를 명령했고, 그 여파로 오랜 천재지변과 법칙의 붕괴가 일어났다.

세상이 모르는 진실이 하나 있었다. 오슬란은 그 명령을 내리고 몇 년 뒤, 깊은 죄책감에 시달리다 강철 군단을 떠나 자기 부족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방법을 찾아 나섰다.

오슬란은 오랜 세월을 여러 곳을 떠돌며,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잿빛 변방을 예전의 평화로운 모습으로 되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모든 노력은 번번이 허사로 돌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그에게 신비한 정보를 전해줬다.

???

하하. 오슬란 님, 설마 신탁을 조작하면 부족민들이 숭배해 온 "죽음의 신"이 영원히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그런 거라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사랑과 증오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으며, 의식을 유도할 수도 있습니다.

원한이든 신앙이든,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습니다.

오슬란 님께서 오늘 행하신 모든 것도 결국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저 평범한 "반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 이름으로 약속드립니다. 이번 "반전"은 이 시냇물을 붉게 물들이고, 그것을 백 배, 천 배의 열기로 불태울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패를 태워버리고, 이 쇠퇴한 세계를 불길 속에서 다시 태어나게 할 것입니다.

오슬란이 찢은 낡은 양피지를 신비한 인물이 가볍게 주워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튕기자, 양피지가 순식간에 불길 속으로 사라져 한 줌의 재로 흩어졌다.

하루가 부족에서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신탁은 그렇게 한 순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그 흔적은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장본인"은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오슬란 님, 당신께서 추구하시는 궁극의 구원을 위하여, 언제든 결단을 내리시고 저편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