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우주 연대기 / 침묵의 계시록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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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병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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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꿈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의식이 강제로 끌려 나온 뒤, 다른 기억 속으로 억지로 밀려들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기억은 고통과 불만 그리고 원한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녀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하지만 기억의 주인이 외부 의식의 침입을 강하게 거부해, 그녀의 의식은 또 다른 기억 속으로 밀려났다.

이번에는 따뜻하고 평온한 기억의 조각이었는데, 요람에 누워 걱정 없이 지내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포근함이 느껴졌다.

인간이 눈을 뜨자, 흔들리는 석양 속에서 이들 이(가)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광활한 벌판 위로 퀴노아를 품에 안은 "탄쿤" 몇 명이 맨발로 대지를 걸어갔다. 그들은 붉게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동물의 머리뼈를 머리에 쓰고, 동물의 이름으로 서로를 불렀다. 나이와 서열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이 대지에서 태어난 모든 것을 평등하게 나누고 있었다.

어느 서늘한 늦가을에 까마귀가 하늘을 날고 있었고, 밤꾀꼬리는 숲속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들은 다가올 겨울을 이겨낼 양식을 품에 안고, <para\>마음속으로는 자신들의 부족을 돌봐준 신에게 감사하며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당시 하루가라는 이름의 부족은 이 땅 <//카르코사>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다.

게다가 이 대지의 모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모래 한 알, 돌 하나까지 신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여겼기에, 항상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나머지는 함부로 훼손하거나 해치지 않았다.

이 철칙을 어기는 자는 반드시 신의 벌을 받게 될 것이라 여겨졌다.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 광경의 끝자락에 멈춰 서서 집으로 돌아가는 무리가 평원에서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무리는 이내 저무는 석양 속으로 사라져갔다.

??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넌 알고 있지?

뒤에서 누군가의 물음이 들려왔지만, 인간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것은 곧 꿈이 끝날 거라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맞아.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겠어?

뒤에서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가 다가와 인간의 목을 움켜쥐었다.

하지만, 꿈이라면 이제 깨어나야 해.

가느다란 손가락이 갑자기 힘을 주더니 목이 조여왔고, 손톱이 피부 깊이 파고들었다.

그러자 날카로운 외침이 영혼을 꿰뚫었고, 의식은 거짓된 낙원에서 순식간에 끌려 나왔다.

??

그레이 레이븐, 눈 좀 떠봐!

인간이 눈을 떠보니, 여전히 흐릿한 숲속에 있었다. 목에 닿아 있는 칼날의 감촉이 몸을 잠에서 강제로 깨우고 있었다.

부족의 성녀는 피의 맹세자를 나무 아래 묶어둔 뒤, 옷깃을 잡아당겨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형식적인 인사는 생략하지. 조금 전에 내 기억을 충분히 훔쳐봤을 거니까.

그레이 레이븐, 일부러 날 따라 여기까지 온 걸 보니, 내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구나.

그래서 넌 어떻게 생각해? 목숨을 바칠 생각이라도 있어?

잠깐의 침묵 후,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은 인간이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하, 꿈같은 소리 하네. 우리가 너희와 같이 살 마음이 있는지 묻지도 않고 말이야.

소녀는 반박하지 않고 몇 초간 깊은 사색에 잠겼다. 그러다 갑자기 칼끝을 돌려 그레이 레이븐의 가슴을 향해 겨누었다.

아니. 나에겐 더 나은 선택지가 있어.

널 산송장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어. 어차피 의식에는 네 피만 필요하니까.

이방인의 피로 제단이 더럽혀지는 걸 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도 않거든.

칼끝이 목선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더니, 갈비뼈 아래 쉬지 않고 뛰는 심장 앞에서 멈췄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신탁엔 강력한 피로 복수의 "죽음의 신"을 소환할 수 있다고 하지. 하지만 한 번만 소환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어.

"죽음의 신"이 모든 동료 를 부활시켜 준다면, 우리는 다시 부대를 모아 성당과 인간에게 전쟁을 선포할 수 있어.

그리고 넌... 내 옆에 의식을 위한 "산 제물"로 남아 있으면 돼.

네가 좀 더 공손하게 굴면, 널 도와 대천사들을 처리해 줄 수도 있어.

지금 날 도발하는 거야?

회색 눈동자가 작아진 소녀는 위험한 냄새를 맡은 듯 등을 움츠렸다.

카나리는 뼈 칼과 인간의 옷깃을 내려놓은 뒤, 크게 웃었다.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간들보다는... 그래도 넌 재미있는 구석이 좀 있는 것 같아.

네 말을 믿어보지. "죽음의 신"이 강림할 때까지는 살려줄게. 이제 성당과 인간의 종말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될 거야.

인간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 순간, 눈앞에 붉은빛이 스쳐 지나갔다.

대신... "제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어야 해.

성녀가 칼로 피의 맹세자의 가슴을 가르자, 붉은 피가 그녀의 손바닥을 가득 적셨다.

카나리는 손을 들어 핏방울을 떨어뜨리자, 선명한 붉은 빛이 순식간에 마법진을 뒤덮었다.

그럼... "잿빛 변방"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보자.

붉은빛이 퍼져나가는 반대편

끈적이는 피 웅덩이에 발이 빠진 은발의 기사는 등불을 높이 들고, 끊임없이 몰려드는 부족민들의 산송장을 정화하고 있었다.

썩은 시체들의 공격은 끝이 없었고, 등불 속에 흡수되는 영혼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그에 따라 그의 정신적 압박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숲에서 퍼져오는 피의 맹세의 기운은 악취로 가득한 썩은 공기 속에서도 유난히 선명했다. 은발의 기사는 자신을 다그치며, 피 웅덩이 속에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어서 탈출할 방법을... 찾아야 해.)

왼손에 등불을 꽉 쥔 기사는 오른손으로 건랜스를 만들어 뜨거운 총알을 발사했다. 총알은 숲을 태우며 한 줄기 길을 만들어냈다.

탕!

눈 부신 빛이 사라지자, 반즈는 다 타버린 잿더미를 따라 앞으로 달려갔다.

그레이 레이븐!

피의 맹세의 기운이 점점 강해지는 것이 계약자가 바로 앞에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하늘 저편에서 눈부신 빛기둥이 솟아올랐다.

탁한 붉은빛이 하늘을 뒤덮었고, 잿빛 변방 전체가 윙윙거리며 흔들렸다.

숲에서 나무처럼 생긴 빛기둥이 솟아올랐고, 가지처럼 갈라진 빛줄기들이 땅으로 계속 쏟아졌다.

빛의 가지가 닿는 곳마다, 나무와 생명체들이 모든 생명력을 빼앗긴 것처럼 순식간에 시들고 썩어갔다.

그리고 "나무"의 줄기 중심엔 어떤 "생명체"가 꿈틀대고 있었다.

"그것"이 안쪽에서 살로 된 둥지를 찢으며, 창백한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리고 "나무"의 표면을 몇 번 문지르더니, 피와 살이 얽힌 태막을 찢고 밖으로 나왔다.

하얀 거인?

반즈는 꿈속에 있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늘을 떠받치며 땅을 짚은 하얀 거인이 광야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지나간 자리마다 만물이 시들고 부패했다. 이 광경은 반즈가 수없이 반복해서 본 악몽 그대로였다.

거인의 발 아래 서 있던 기사는 고개를 들어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 악몽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수없이 상상해 왔지만, 그게 바로 지금일 줄은 몰랐다.

하지만 반즈는 곧 정신을 차렸다. 멀리 나무 아래 서 있는 두 그림자가 눈앞의 모든 것이 단순한 악몽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나리, 그레이 레이븐을 놔줘!

검은 총구는 저 멀리 서 있는 소녀를 겨누고 있었지만, 카나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봐, 이번엔 내가 맞혔잖아.

카나리는 피로 얼룩진 인간을 둘 사이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전리품을 자랑하듯 손을 펼쳐 보였다.

"카르코사" 의식이 완성되자, "죽음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어. 이제 하루가의 후손들이 부활하고, 인간과 성당의 30년 전쟁이 마침내 끝맺을 수 있어.

이 정도면 너희에게 나쁘지 않은 결말 아니야?

아니. 학살은 끝없이 반복될 거고, 이 세계에 고통만 더할 뿐이야.

역병의 기사는 총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하얀 거인은 그들 뒤에서 땅 위의 생명을 앗아가며, 붉은 태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네가 한 짓들을 봐. 그들과 다를 게 뭐야?

억울하게 죽은 자들이 정의를 되찾고, 죄인들이 대가를 치르는 것... 내가 왜 그걸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가 지금 하고 있는 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야.

둘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산과 들을 뒤덮은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며 떨어졌다. 그리고 부족민의 썩은 시체가 녹아서 생긴 피 웅덩이에 그 나뭇잎들이 떨어지면서 진흙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어. 자신의 운명을 쥘 기회도 분명히 있었고...

복수를 위해 그들의 삶을 불태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 아니었어.

닥쳐! 넌 그들이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모르잖아!

카나리가 분노에 찬 소리를 지르자, 갑자기 폭풍이 일어나더니 낙엽과 검은 안개가 함께 흩날리며 휘몰아쳤다.

나라고 네가 말하는 그 번지르르한 방식으로 이 모든 걸 해결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

고통을 직접 겪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깨달았을 뿐이야.

우리의 목표와 소원에 네 인정 따윈 필요 없어.

카나리가 손가락을 움켜쥐자, 거세게 몰아치던 바람이 성녀의 손끝으로 모여 하나의 기류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류는 곧장 하늘 끝에 서 있는 거인의 머리를 겨누었다.

바람의 칼날이 혼돈을 뚫고 거인의 귓가에 닿더니, 하늘로 이어지는 다리를 만들어냈다.

내 방식대로 이 모든 걸 끝낼 거야!

기압이 갑작스럽게 떨어졌다. 인간은 심장이 움켜쥐어지는 듯한 고통에 휩싸였고, 곧바로 더러운 피를 토해냈다.

땅에 새겨진 붉은 마법진이 인간의 핏속에 담긴 마력을 빼앗아 하얀 거인을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변했다. 그 힘은 더 이상 인간의 의지로는 제어되지 않고 공기 중을 "흐르고" 있었다.

피의 맹세자는 휘몰아치는 무거운 압박을 견디면서 간신히 입을 열어 자신이 느낀 징조를 기사에게 전하려 했다.

움직이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몰라!

기사는 피의 맹세자 앞에 서서 간신히 눈을 떴다. 그러자 혼란스러운 빛 속에서 카나리가 고개를 들고 거인을 향해 크게 외치는 모습이 보였다.

"죽음의 신"이시여, 전 당신의 자손이자 동료입니다.

부디 제 부탁을 들어주시고, 저희 부족을 부활시켜 주세요.

카나리는 뼈 칼을 뽑아 손바닥을 그었다. 그리고 의식에 필요한 마지막 한 방울의 "성녀의 피"를 마법진 위에 떨어뜨렸다.

가라. 그리고 우리의 적 모두를 파괴하라!

화르륵!

마법진이 순간적으로 불길에 휩싸였다. 그리고 땅에 있는 더러운 피를 촛불 기름처럼 빨아들이며, 모두의 눈앞에서 춤추듯 타올랐다.

귀를 찢을 듯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자, 하늘 끝에 서 있던 거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마법진에서 치솟은 불길을 바라보았다.

거인이 한걸음에 수백 리나 되는 황폐해진 광야를 건너서, 피 웅덩이 앞에 서 있는 소녀에게 몸을 굽혔다.

거대한 손바닥이 다가오자, 카나리는 경건한 표정으로 두 팔을 벌린 채 거인을 향해 달려갔다.

아! 신이시여, 전 이날만을 기다려왔습니다.

카나리의 얼굴에는 이 순간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듯한 기쁨이 가득했다.

이 모든 걸 위해, 너무나 오랜 시간을 견뎌왔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희를 이 고통에서 구원해 주십시오!!

카나리는 눈물이 가득 고인 얼굴로 거인의 손바닥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손끝이 닿기 직전, 창백하고 거대한 손이 움츠러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카나리는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리고 거인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왜... 왜지? 신탁엔 분명히...

피 웅덩이 속 더러운 피가 서서히 타오르며 사라졌고, 마법진 위의 불꽃도 점점 약해졌다.

불길이 사그라진 뒤, 은발의 기사는 잿빛 연기 속에서 피비린내로 얼룩진 피의 맹세자를 부축하며 걸어 나왔다.

반즈.

거인이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자, 검은 날개를 가진 소녀가 그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다. 거인의 움직임에 따라 그녀의 모습이 둘 앞에 드러났다.

그녀의 목소리는 성스러운 계시처럼 신비롭고 웅장해서 한 음절 한 음절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심장을 울렸다.

피의 맹세자의 심장을 옥죄고 있던 속박이 갑자기 풀리자, 인간은 깊이 숨을 내쉬며 자신의 힘을 되찾았다.

반즈는 이름이 불릴 것을 예감이라도 한 듯, 곁에 있던 인간을 천천히 내려놓고 홀로 앞으로 나섰다.

넌 누구지?

저의 이름은 우리엘입니다, 추기경님이 거느린 "4대 천사" 중 하나죠.

당신은 숭고한 "성자"고, 저는 당신의 진정한 기억을 깨우기 위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왕좌에 앉은 듯 몸을 앞으로 숙인 우리엘의 거대한 몸체는 붉게 물든 하늘 절반을 가린 채 웅장하게 서 있었다.

성자여, 모든 것을 기억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그때, 반즈가 고개를 돌려 인간을 바라보았다.

인간은 남아 있는 피를 모아 혈탄을 만든 뒤, 반즈의 곁으로 다가섰다.

은발의 청년은 인간과 나란히 서서, 거대한 존재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답했다.

왜 날 찾아온 거지? 그리고 왜 날 성자라 부르는 거지?

난 세상이 역병과 고난으로 가득한 이유를 알고 싶을 뿐이야.

"고난?"

우리엘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전혀 무례한 기색은 없었다.

성자여, 처음 맡았던 사명마저 잊은 것입니까?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인간이 자초한 결과일 뿐입니다.

혹시 "나를 위해" 다른 진실이라도 준비해 둔 건가?

하지만 우리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고, 마지막 질문이 끝난 뒤, 기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당신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직접 목격해야 할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은 스스로에 대해 항상 많은 의문을 품고 있었을 겁니다.

끝내 찾지 못했던 답들과, 떠올릴 수 없었던 기억들이 모두 저 앞에 있습니다.

그때 거인의 손바닥이 "플랫폼"으로 변하더니, 둘 앞에 넓게 펼쳐졌다.

올라오세요. 당신이 찾던 끝으로 데려가 주겠습니다.

당신의 모든 의문은, 저 "호박석" 안에서 해답을 찾게 될 겁니다.

...

그때, 갑자기 따뜻하고 든든한 손이 반즈의 등을 받쳤다.

반즈는 자신의 등에 닿은 인간의 손에서 힘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힘은 반즈의 몸 전체로, 가지처럼 퍼져 나갔다.

그러면서 혈관 같은 가지들이 제어할 수 없이 거인을 향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즈는 인간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거인의 손바닥이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그들을 안정적으로 받쳤다.

거인은 천천히 일어섰고, 그 움직임에 맞춰 대지가 울리듯 진동했다.

탁!

부서진 뼈 칼 한 자루가 거인의 손바닥 위로 던져졌다. 칼은 한 바퀴 구르다가, 인간의 발치에서 멈췄다.

왜... 어째서?!

우리 부족의 피를 바쳐가며 불러낸 신이 어째서 이런 천한 이방인에게 고개를 숙이는 거지?!

사기꾼... 성당이든 인간이든, 결국 다 똑같은 사기꾼들이었어!

카나리는 그들이 떠나는 방향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절대 용서할 수 없어. 하루가 도 너희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다.

수백 년, 수천 년... 아니, 수만 년이 지나도!

명심해. 언젠가는 누군가가 나를 대신해 이 복수를 완성할 것이다. 너희는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회색 망토를 두른 인간이 거인의 손바닥에서 단검을 쥔 채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카나리...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리는 "진실"을 안고 다시 돌아올 거야.

손 틈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더 높아졌다. 거인은 몇 걸음 더 걸어가다 "나무" 앞에서 멈추었다.

한때 "태막"이 놓였던 그 자리에는 지금 거대한 붉은 호박석이 숨을 쉬는 것처럼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거인이 손가락을 "펼쳐" 통로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 사이로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성자가 아닌 자는 진정한 역사를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자"의 뜻이라면, 우리엘은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

가자.

은발의 기사는 피의 맹세자와 함께, 끊임없이 뛰는 붉은 빛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