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ze=40>악마가 된 그날, 베라는 처음으로 세계의 운행을 유지하는 법칙을 접하게 됐다.</size>
<size=40>지고천의 신성한 광명은 그녀를 지켜주지 않았고, 그녀를 품에 안은 건 지옥의 어둠이었다.</size>
그날, 베라는 증기를 뿜으며 달리는 열차의 문이 굉음과 함께 열리는 모습을 보았다.
먼지 하나 묻지 않은 깨끗한 흰옷을 입은 악마가 문 앞에 서서는 무심하게 베라를 바라봤다.
오랜 침묵 후, 악마가 말했다.
어리석긴.
그녀를 일반실에 태워라.
이것이 베라가 처음으로 지옥 열차에 탄 것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빗장뼈 부분에 이어진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웬니스는 지옥행 열차를 타지 않았다. 오로라는 베라의 무릎에 엎드려 있었고, 케르베로스가 그녀의 잘린 두 손을 꿰매주고 있었다.
새로 온 악마들은 듬성듬성 흩어져 앉아 있었다. 모두 멍하니 고개를 숙인 채 땅을 바라보고 있었다.
투박한 바느질 자국을 만지자, 거친 삼베 실이 베라의 손끝을 찔렀다. 그러자 그녀는 마침내 "죽음"을 실감하게 됐다.
내가 죽은 거였네...
죄가 워낙 깊어서, 일반실의 악마가 된 거고.
창밖을 바라보던 베라는 열차가 한 구간을 지나자, 속도를 줄여 멈추는 게 보였다. 위병대가 문을 열자, 문밖은 앞서 지나온 밀밭과 완전히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위병대는 금발의 "카론" 지휘 아래, 전쟁에서 죽임을 당한 새 악마들을 땅에서 또 끌어 올렸다.
방금 여기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카론" 님! 너무 많은 이들이 폭발에 의해 부서졌습니다.
그 중엔... 임산부도 있었습니다.
피와 살이 흐릿한 몸이 베라의 좌석 앞에 던져졌다. 그녀는 배가 불러 있었고,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하얀 장갑을 낀 "카론"은 그 구멍에 손을 넣어 아직 형체를 갖추지 못한 여자 아기를 꺼냈다.
또 하나의 어리석은 합성물이군.
"카론"은 하반신을 잃은 사산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열차 밖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그렇게 작은 몸은 점차 검은 점이 되어 베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베라가 미간을 찌푸리는 것을 본 듯, "카론"이 입을 열어 한 마디 덧붙였다.
여기서 던져버리면, 저 여자 아기는 아케론 강에 떨어져, 덜 어리석은 어머니를 찾아 다시 살아가게 될 거다.
그리고 늙어 죽을 때, 이 노인처럼 또 이 열차를 기다리게 될 거고.
"카론"은 한 노파를 일으켜 세웠다. 노파의 몸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생긴 주름이 깊게 새겨져 있었다.
위병대가 네 자리를 잘못 배정한 것 같군. 넌 특실에 있어야 해.
"카론"이 노인의 일생을 살펴보았다.
백 년을 살았고, 그동안 죄와 선의 균형을 이루며 살았군.
참 보기 드문 일생이지. 지옥은 널 받아들일 수 없으니, 바로 인간 세계로 가도록 해.
노인이 몸을 떨며 문 앞으로 걸어가자, "카론"은 발로 차서 밀어냈다.
베라는 조금 전의 백 세 노인처럼, 악마들이 하나씩 아케론 강에 차여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떨어지는 자들이 깊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자, 강물 반대편에서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하나씩 들려왔다.
...
이날, 베라는 열차 안에서 세상 수많은 이들의 생사를 지켜봤다.
베라는 생사의 법칙이 순환하는 한 대의 열차와 같으며, 끝과 끝이 이어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라가 열차에서 내린다고 할지라도, 언젠가는 다시 그 증기를 분출하는 열차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카론"이 자신 앞에 다가왔을 때, 베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저 강에 던져지고 싶지 않아, 계속 지옥에 남았으면 해.
"카론"은 베라의 눈을 응시했다.
생사의 법칙에 흥미를 느낀 것 같군.
이제부터 너는 위병대에 합류해 매일 나와 함께 영혼을 수습하고 처리하면서 그들의 생사를 지켜보게 될 거다. 할 수 있겠나?
할 수 있어. 그리고 난 옥수수빵 같은 건 필요 없어.
아틀란티스의 바보들과 닮았군, 따라와.
베라는 오로라를 업고 "카론"을 따라갔다. 그때, 한 악마 초병이 다가와 조금 전에 발생한 사고에 관해 보고했다.
조금 전에 던지신 그 사산아 말입니다. 아케론 강을 통과해 인간 세계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너무 약해서 아케론 강에 삼켜진 건가?
아닙니다. 저희는 그 아이가 생사의 법칙의 "초생자"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온전한 인격을 갖지 못해 죽음이라는 과정을 겪지 않았으니, 아케론 강을 건너 신생으로 갈 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 아이를 건져냈나?
아닙니다. 그게... 지금도 아직 강에 떠 있습니다. 다리가 없는데 어떻게 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즐거워 보입니다.
그렇다면, 물고기 꼬리를 달아줘서 강에 계속 떠 있게 해. 아틀란티스의 바보들이 너무 많아, 매일 울어대는 아기 하나 더 보탤 필요 없잖아.
"카론" 님... 그건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쓸데없이 책임감을 느끼는 거라면, 네가 책임지면 되겠네. 저 아이를 돌보고 싶다면, 다른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던가.
저 아이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게 되면, 그때 내 앞으로 다시 데려와라.
네, 알겠습니다!
라미아는 생사의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악마가 된 그날부터 그녀는 곧바로 세계의 운행을 유지하는 법칙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라미아는 세상에 태어난 적 없고, 인생의 첫 울음소리를 터뜨린 적도 없다.
눈을 뜬 순간부터 라미아가 마주한 것은 지옥의 광경이었다. 아케론 강이 모든 이의 영혼을 감싸안고는 거센 물결로 그들을 저편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아틀란티스의 악마들이 라미아를 보살펴주었다. 강물에서 건져내 두 다리를 달아줬고, 마성 아틀란티스로 데려가 길러줬다. 하지만 그녀는 늘 창가에 엎드려 마성을 감싸고 흐르는 강을 그리워하며 바라보곤 했다.
그것이 라미아의 일상이었다. 인간들이 열차에서 강물로 떨어져 끊임없이 아래로 흘러가다가 결국 시야에서 사라져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옥의 어린 악마는 창가에 엎드린 채로 캇파 같은 모습에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해, 마침내 인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 라미아는 비틀거리며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아틀란티스 깊숙한 곳에 있는 그 방으로 들어가게 됐다.
매일 창가에 엎드려 아케론 강을 바라보다가, 가끔 들어가 몇 바퀴 헤엄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시끄럽게 굴었으니, 네 생각을 듣고 싶은데.
"카론"님?
라미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끌고 들어온 초병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같은 말 두 번 하게 만들지 마라, 네 귀 멀쩡한 거 알고 있다.
미안. 아케론 강은 정말 좋은 강이야.
다들 첨벙첨벙 강에 뛰어들면 헤엄쳐 가. 그리고 어떤 이들은 몇 년 지난 뒤 다시 돌아와선 또 첨벙첨벙... 그러면서 많은걸...
네 이해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카론"은 초병을 향해 돌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아케론 강을 지켜봤으면서도, 아직 생사의 흐름을 이해하지 못한 거지? 바보가 따로 없군.
"카론" 님, 얘가 아직 어려서, 죽음과 이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과 이별의 의미"?
라미아는 초병의 말을 따라 하며, 어휘를 되새겨 보려 했다. 하지만 "카론"은 헛소리를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초병에게 라미아를 데려가라고 손짓했다.
아틀란티스에는 물건이나 넘어뜨리기만 하는 악마는 필요 없으니, 먼저 데려가. 그녀의 지능으로 봐서는 60살 정도의 모습으로 자랐을 때가 되어야 다시 검증해 볼만할 것 같군.
네, 알겠습니다.
초병이 라미아의 손을 잡고 데리고 나가려 할 때, 라미아가 갑자기 손을 뺐고, 자신의 손을 옷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러더니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주머니 속에서 이러저러한 물건들을 꺼냈다.
은으로 만들어진 라이터, 속이 뿌옇게 흐려진 구슬, 심하게 닳아버린 펜, 가장자리가 깨진 커피잔까지...
라미아는 두 악마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것저것 골라내더니, 세 가지 물건을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높이 들어 올려 "카론" 앞에 바쳤다.
아케론 강은 정말 좋아. 다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아케론 강은 그들을 위해 이런 것들을 남겨두거든.
그들이 당신을 "카론 님"이라고 부르는 걸 들었어... 당신에게 가장 좋은 보물들을 줄게.
...
"카론"은 라미아의 손바닥에 놓인 세 가지 "보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잠시 침묵에 빠졌다.
"카론"은 한때 자신의 것이었던 펜과 부하의 것이었던 라이터를 가져갔고, 라미아에게 누렇게 바랜 사진만 남겨줬다.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은 이미 흐릿해졌지만, 라미아는 왠지 자신과 연관이 있는 사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은 가져가고, 앞으로는 강에 가서 쓰레기 줍는 걸 줄이도록 해.
"카론"이 가장 소중한 보물을 가져가지 않자, 라미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사진을 다시 품에 넣었다.
데려가.
알겠습니다!
이처럼 사소한 에피소드는 라미아의 평범한 일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초병을 따라 "카론"의 방에서 나온 라미아는 복도에서 아틀란티스를 위해 일하는 악마들을 만날 때마다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그중에는 붉은 머리의 베라, 항상 웃으며 지나가는 녹티스, 매번 그녀 주위를 돌며 냄새를 맡는 오로라도 있었다.
그 후에 라미아는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인간 세계의 쿠키와 커피 그리고 베라가 보기조차 싫어하는 옥수수빵 같은 것들이었다.
지옥의 따뜻한 빛은 라미아에게 잘해주는 모든 얼굴을 밝혔고, 그들은 그녀를 둘러싸고 항상 가장 만족스러운 답을 주었다(베라 제외).
라미아는 이런 생활이 좋았고, 아케론 강도 좋다고 생각했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라미아는 "죽음과 이별"을 영원히 이해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곧바로 잊어버리고는 아케론 강 너머로 던져버렸다.
라미아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자, 마성 아틀란티스 아래에서는 인간과 "죽음의 기사"가 무수한 천사들을 처단하고 있었다.
인간의 호흡은 점점 가빠졌고, 발밑 감각도 조금씩 더 무겁게 느껴졌다.
더 깊은 곳으로 나아갈수록, 보이지 않는 압력이 인간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쉬익...
기습이다!
"죽음의 기사"가 길을 가로막는 마지막 천사를 베어내자, 눈앞의 길이 활짝 열렸고, 아틀란티스 지하에 있는 로비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은 눈부신 빛에 적응한 뒤에야, 비로소 이 은밀한 장소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눈앞의 밀실은 상상 그 이상으로 넓었고, 돌기둥과 주철이 백 미터 높이의 공간을 떠받치고 있었다.
탯줄 같은 구조물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붉은색의 끈적한 액체를 뒤집어쓴 채 뒤엉켜 있었다. 그것은 팽창하며 무수한 악마들의 잔해와 연결되어 있었다.
모든 "탯줄"은 결국 로비 중앙으로 이어져 있었다.
쯧! 문지기잖아!
로비 중앙의 "나무" 위에는 왜소한 몸집의 그림자가 보였다.
문지기의 가슴 깊숙이 박혀 있는 하얀 알 하나가 심장처럼 규칙적으로 뛰며, 주변의 탯줄로 더 많은 액체를 내보내고 있었다.
눈을 감은 문지기는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하지만 "외부인"을 감지한 듯 천천히 날카로운 발톱을 들어 올리며,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렸다.
모든 피와 살을 가진 것들, 숨 쉴 수 있는 것들... 지상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 천지 사이를 떠도는 모든 것은...
모두 죽어야 한다.
지지직.
또 하나의 균열이 나타났고, "아케인 게이트"가 "혼돈의 문지기"에 의해 인간과 기사의 앞에서 열렸다. 그러자 새로운 천사들이 그 균열을 통해 기어 나오며 앞다투어 달려들었다.
이번에 나타난 천사들은 눈과 코가 없었고, 오직 송곳니가 드러난 피투성이 입만이 남아 미친 듯이 벌렸다 닫았다 하면서 인간과 기사를 향해 광란의 비명을 질러댔다.
여기가 바로 천사를 소환하는 곳이었어! 역시 하이타가 "혼돈의 문지기"의 "아케인 게이트"를 이용해 이런 일들을 벌린 거였어!
문지기를 조종하는 건, 「오메가 알」이라는 물건인데, 불타는 골짜기 고서에서 최초로 탄생한 알이자, 성당에서 수거된 살상 무기지.
하이타가 성당에서 그걸 훔쳐 온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문지기가 연루된 이상, 내가 파괴한다고 해도 날 원망할 수는 없겠지.
나도 알거든!
"죽음의 기사"는 바닥의 탯줄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중앙에 있는 문지기를 향해 달려갔다.
인간은 왔던 방향으로 총구를 겨누며, 잠재적인 위협을 경계했다.
문제를 일으킨 자가 해결해야지.
당연히 죄를 지은 놈이 직접 난장판을 수습하는 게 맞는 거잖아!
베라는 차가운 웃음을 짓더니, 곁눈질로 로비 끝에 있는 긴 창문을 바라봤다.
"죽음의 기사"가 무기를 들어 올리자, 총에서 화염이 타올랐다. 전의를 되찾은 기사야말로 이곳에서 유일하면서도 확실한 불꽃이었다.
나와!
이곳은 "죽음의 기사"의 영지이고, 그녀의 권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구석에서 맴돌던 그림자가 마침내 "죽음의 기사"가 내뿜는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으아악! 가까이 오지 마!
마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사 못지않은 처절한 비명을 질렀다.
겁에 질린 마녀는 "죽음의 기사"의 얼굴을 한 번 본 뒤, 문지기 몸에 붙어 있는 알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런 뒤 갑자기 꼬리를 흔들며, 더 깊은 곳으로 재빨리 사라져 버렸다.
쫓아가자!
